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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흡혈귀와 혈관 성애자 - 2 -앱에서 작성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9 00:34:50
조회 513 추천 26 댓글 6
														



집에 들어온 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무슨 옷을 입을까. 속옷까지 신경써야할까? 끝까지 갈 작정이니까 신경써야겠지?

사실 밤에 취향인 여자를 낚지 못할까 걱정도 했는데 대낮부터 이렇게 이쁜 여자를 만날줄이야. 오늘은 운수가 좋나보다. 그리고 묘하게 나랑 동류인 느낌도 났다. 필시 남자보다는 여자랑 더 많이 사귀어 봤을거 같은 타입. 다가가기 힘들정도로 예쁜데도 이상하게 가만 둘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마력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수년간 레즈비언으로 살다보면 설명하기 힘든 촉이 생긴다. 그리고 오늘의 세공품은 그 촉을 제대로 건드렸다.

나는 항상 '타치'였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첫경험부터 어쩌다보니 내가 리드하게 되었다. 이것도 재능의 영역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다들 나와의 잠자리는 만족스러워 했으니 아마 잘하는 게 아닐까 싶다.

몰래몰래 팔뚝이나 허벅지에서 혈관 감촉이나 느끼는 변태지만......

아무튼 그런 이미지에 맞춰서 바지를 입기로 했다. 그 창백한 여자는 스커트를 입었으니 나는 바지를 입어주는게 균형이 맞을지도 모르고.

30분 정도 고민하다가 1층에 서서 기다리고 있을 여자를 생각하며 빠르게 입을 옷을 결정했다. 점점 쌀쌀해지고 있는 이 날씨에 오래 두면 그 여자는 진짜로 쓰러질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조금은 다급하게 방을 나서서 1층으로 내려가자 여자가 벽에 기댄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검은 가디건이 아니었다면 아마 하얀 원룸 건물의 외벽에 완벽하게 녹아들었을 정도로 새하얀 피부였다. 혹시 그 때문에 검은색 옷을 입고 다니는 걸까?

그런 시답잖은 생각들을 의식의 저편에 묻어두고 여자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여자가 조금 놀란듯 움찔하면서 눈을 떴다. 깜짝 놀라는 모습은 귀여운 매력이 숨어있었다. 진짜 모든걸 가지고 있네 얘.

"아, 죄송해요. 요즘 좀 피곤했는지, 깜빡 졸았네요."

"서서 주무시는 기술이 대단하네요. 넘어지지도 않고"

"네......일이 너무 바쁘다 보니까요."

여자가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다가가기 힘든 외모와 달리 성격 자체는 모나거나 거만하거나 반대로 음침할 정도로 부정적이진 않나보다. 아니, 너무 평범해보여서 조금 실망했을 정도다. 싫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이한 사람이길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무너져서 조금 재미없어졌다는 것 뿐이다.

당장 이 여자랑 침대에서 뒹굴라고 하면 주저없이 옷을 벗겨버릴 정도로 나는 지금 이 여자에게 끌리고 있으니까, 평범한 성격은 문제되지 않는다.

"어디로 갈까요?"

단정한 자세로 서있는 여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있는 집의 예의바른 아가씨 그 자체였다. 아가씨의 메뉴 선택이 선짓국이라는게 반전매력으로 느껴질 정도로. 그 때문에 여자의 질문에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저......어디 안좋으신가요?"

여자의 눈빛이 걱정스러운 색을 띠었다. 너무 넋놓고 바라봤나보다. 나는 놓았던 정신줄을 황급히 잡고 대답했다.

"아, 아니예요. 딱히 예정은 없었는데."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함께 뒹굴자고 할 순 없는 노릇이여서 우선은 적당한 카페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과 팔뚝에 홀려버린 나머지 어디로 갈지 데이트(?) 코스를 생각해두지 않은 실책을 범했다. 밤에 만났다면 바로 모텔로 직행이었지만 낮에 만나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코스는 살짝 깨는 느낌이 있었다. 잠자리는 분위기가 90은 먹고 들어가니까.

당이 부족해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생각해보려 하는데 여자가 뜻밖에 제안을 했다.

"딱히 할게 생각 나지 않으면 저희 집에 잠시 오실래요? 요즘은 사람 많은 곳도 꺼려지는데."

첫 만남부터 침실로 초대하는 이 여자는 경계심이 없는 걸까. 아니면 고도의 사냥꾼인걸까.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

"실례할게요."

여자의 방은 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도보 15분 정도 거리. 걸어가기엔 멀고 차를 타고 가기엔 기름이 아까운 그런 애매하디 애매한 거리였다. 우리 동네에서 처음 본 것도 납득이 갔다.

"조금 지저분하지만, 편하게 앉아계세요."

작은 주방과 침실 겸 거실이 있는 원룸. 여자의 말대로 방은 꽤 너저분했다. 먹다남은 콜라와 맥주 캔, 감자칩 봉지가 테이블을 어지럽게 차지했고 꽉찬 2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가 현관에 놓여있었다. 그리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성격은 아닌듯 싶었다.

주방은 깔끔했지만 너무 깔끔해서 언제 마지막으로 썼는지 모를 지경이었고 자세히 보면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여있었다. 냉장고에는 치킨, 피자, 족발 배달집의 쿠폰이 몇개씩 붙어 있어 깔끔한 흰색 외관을 더럽히고 있었다. 저런 다이어트와 피부의 주적인 음식들을 즐겨먹고도 잡티 하나 없는 하얀 피부에 깡마른 몸매라니. 정말 여자의 적이라고 할 정도로 축복받은 방 주인의 유전자를 질투했다. 한편 헝클어져 있는 분홍색 이불이 올려진 침대에는 커다란 마늘이 있었다. 거대 돌연변이 마늘이라도 재배하나 싶었는데 다시보니 쿠션이었다. 멀쩡하게 생겨서 어딘가 이상한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패션센스는 굉장히 좋았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 눈길을 끈 것은 침대 아래 구석에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녹색 옷들이었다. 같은 모양, 같은 사이즈로 대략 20벌은 넘게 구겨져 있었다. 일할 때 입는 옷인가? 어딘가 그리운 느낌이 드는 옷을 보며 방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자 여자가 테이블 위의 빈 캔, 아니 일부는 아직 내용물이 남은 캔과 과자봉지를 전부 검은 봉투에 쓸어담은 뒤 물티슈를 적당히 꺼내 테이블을 닦았다. 그리고는 편하게 앉으라고 말하며 비닐 봉지를 새 종량제 봉투에다가 쑤셔넣었다. 분리수거따윈 개나줘버린 광경을 나는 미소지으며 바라보았다. 외모만 봤을 때는 어딘가 절벽 위의 꽃같은 느낌이었지만 생활공간을 보니 이 여자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약간 긴장이 풀렸다.

"커피랑 녹차 중 뭐가 좋아요?"

전기포트에 삼다수를 부어 넣으며 여자가 물었다. 꽤 좋은 콩이나 잎을 가지고 있을 분위기를 만들어 내면서. 그 여자는 평범하게 말하기만 해도 그런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분위기와 다르게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건 현미녹차와 '맥ㅇ' 커피 믹스였다. 밥을 거르고 나왔기에 달달한 커피믹스를 선택하고 나는 여자의 뒷모습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플레어 스커트 아래로 하얗게 뻗은 다리는 건강미가 넘친다기 보다는 넘어지면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 눈길을 사로잡은건 종아리를 타고 내려오는, 아니 발목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하늘색 정맥 가닥이었다. 하지정맥류 환자처럼 울긋불긋한 느낌은 절대 아니었다. 피부 아래에 있는 얇은 실 핏줄 같은 정맥이 약간 비치고 있었다. 이런 혈관들은 만져봤자 감촉도 없지만 여자의 새하얀 다리에 그려진 푸른 줄기는 소박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오늘 여자랑 잘 수 있다면 발목의 오돌토돌한 혈관 줄기의 감촉을 만끽할 수 있을거라는 망상을 펼치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역시 나는 정말 어쩔 수 없는 변태인가 보다.

전기포트의 동작을 멈추는 플라스틱 충돌음을 신호로 여자는 주전자를 들고 뜨거운 물을 따랐다. 커피믹스를 휘휘 젓는 손길은 어딘가 귀찮아 보이기도 했다. 멀어서 손등의 가느다란 정맥은 보이지 않았지만 컵을 건네 받으며 한번 슬쩍 만져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여자가 무뚝뚝하게 테이블 위에 커피를 올려놓으며 무산되어버렸지만.

"영화라도 볼래요?"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리모콘을 조작하면서 여자는 침대에 등을 기대며 누웠다. 작은 테이블을 가로질러 희게 뻗은 여자의 다리가 가늘었다.

"네, 어떤 영화 볼건가요?"

"어떤 거 좋아하세요?"

"글쎄요...... 유명한거라면 다 괜찮을 거 같아요."

여자가 하품을 하며 옅은 신음을 냈다. 밤에도 저런 신음을 내는 걸까. 야릇한 상상을 하자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 수도 없이 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상대라면 살짝 긴장하고 설레게 된다.

아직 한다고 정해지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건 아닌지 걱정되었지만 넷플릭스 메뉴를 조작하다 내게 슬쩍 눈을 돌린 여자의 눈빛은 농밀함 그 자체였다.

"제 취향대로 봐도 상관없으신가요?"

"네, 전 공포영화도, 잔인한 것도 야한 것도 다 좋아요."

여자가 씩 웃었다. 새하얀 손가락이 리모콘을 꾹꾹 누르며 화면을 빠르게 전환해 갔다. 단순한 동작일 뿐인데도 기품이 느껴졌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손등에서 살짝 튀어나왔다 사라지는 울퉁불퉁한 정맥들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져보고 싶어.

손 잡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앞으로 더 한 것도 할텐데.

이름 모를 영화를 틀고 리모콘을 바닥에 놓은 여자의 손을 향해 내 손이 시나브로 다가갔다.

여자는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영화에 집중했다.

반면에 나는 영화보다는 여자의 손에 집중했다.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가 마침내 여자의 창백한 손에 닿았다. 움찔하는 손목의 움직임이 전류처럼 내 팔을 통해 타고 올라왔다.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훨씬 얇았다. 손가락에 붙은 인대들 사이로 탄력있는 혈관들이 느껴졌다. 뻣뻣하고 단단한 힘줄들 사이에 튀어나온 푸른 청금색의 광맥들. 여자의 손가락이 오므라 드는 것을 무시하고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푹신한 탄력이 있는 광맥들을 만지고 느꼈다. 여자는 여전히 눈길을 TV로 향하고 있었지만 새하얀 피부는 붉어진 감정을 쉽게 숨기지 못했다.

손등의 오돌토돌한 정맥들을 손가락으로 타고올라가 손목에 도달했다. 세게 잡으면 부러져 버릴 것 같은 손목을 쓸어올리자 여자의 팔뚝에 옅은 소름이 돋는게 느껴졌다. 얕은 피부 탓일까 꽤나 예민한 것 같았다. 엄지 손가락쪽에서 맥동을 잡기 위해 조심스럽게 손목을 만졌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말랐다. 그런 주제에 베이지색 블라우스가 덮고있는 몸통은 무시할 수 없는 볼륨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슬쩍 옆구리를 찔러보려 손을 뻗으려다 그만두었다. 쿡 찔렀다가 혹시나 배가 뚫려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었으니까.

손목에서 올라가는 옅은 실들을 좇아 팔오금에 손이 닿았다. 위팔을 꼭 잡지 않아도 오돌토돌한 정맥이 만져졌다.

'진짜 밥은 먹고 다니는 건가.'

냉장고에 붙어있던 쿠폰들을 보면 잘 먹는 거 같기도 했지만, 반대로 겨우 야식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바쁜 것일 수도 있었다. 무슨 일은 하는지 모르지만, 참 불쌍할지도 모르겠다고 약간 연민이 들었다.

그런 연민을 담아 움푹한 오금의 감촉을 만끽했다. 얕지만 분명히 드러난 접힌 주름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푸른 물길이 부드러웠다. 간지럽히듯이 쓰다듬자 여자의 어깨가 들썩였다. 민감한 곳인가 보다. 나중에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세공품을 천천히 음미했다.

2시간 동안의 영화에는 깨질 것만 같은 여자만 출연하고 있었다.

*

대체 뭐하는 여자일까.

끈적한 시선을 보내던 여자랑 밖에서 투닥거리기 싫어서 집으로 끌고왔다.

적당히 분위기 타면 손가락을 깨물어서 약간만 흡혈을 하고 쫓아낸 뒤 방에서 잠이나 자고 싶었다. 오후에는 하루종일 침대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생각이었는데 조금 꼬여버렸다. 기분 전환한다고 산책 나간게 잘못이었을까. 약간 심통난 감정을 담아 쎄게 깨물어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적당히 차를 대접하고 영화를 틀었다. 19세는 아니지만 15세 정도 수위가 있는 연애 영화다. 이런걸 틀면 보통은 사람마다 달랐지만 중간 정도 즈음에는 견디질 못하고 나를 덮치거나 나를 유혹하면서 침대로 가자는 말이 나왔다. 물론 난 그렇게 쉽게 눕는 여자가 아니니까 덮치려던 인간들은 험한 꼴을 보고 깨물린다음 쫓겨나기 십상이었다.

각설하고 1시간 정도를 잡았던 내 나름대로의 루틴이 이 여자에겐 안 먹혔다. 사실 영화 틀고 얼마 안 있어서 손을 만져대길래 꽤 헤픈여자라고 생각했다. 빨리 끝내고 쫓아낼 수 있을 거 같은 예감도 들었고.

근데 이 여자 뭔가 이상했다.

자꾸 내 손등만 만진다. 특이 취향인가 싶어서 가만히 있었지만 묘하게 기분 좋은 부분만 만져대서 조금은 열이 올랐다. 원래 체온이 낮았으니 아마 이제는 정상 범위의 상한치 정도 될려나?

기분 좋은 부분을 조심스럽게 살살 만져줘서 나도 모르게 신음을 낼까 무서워 입을 꾹 닫았다.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손등을 휘감는 여자의 손길은 따뜻하면서도 소름 돋았다. 손가락 끝에서 상냥함과는 다른 질척한 뭔가가 느껴졌으니까.

손등을 간지럽히던 손길이 손목으로 올라갔다. 조심스럽게, 마치 유리잔을 닦듯이 내 손목을 쓸어내린다. 손등을 만질때만큼 기분이 좋지 않아 약간 실망스러웠다.

실망스럽다니. 나 대체 뭘 원하고 있는거지? 몇번이고 본 로맨스 영화의 키스 씬이 낯설어진다. 혼란스러운 감정이 몰려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때 갑작스럽게 손목에서 열기가 올랐다. 여자의 손 끝은 내 요골 동맥을 정확히 만지고 있었다. 살짝 세게 누르는 악력때문에 엄지가 조금 저렸다. 여자는 곧 손가락의 힘을 풀었지만 살짝 저릿했던 감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올랐던 열이 다시 떨어졌다.

팔로 더듬어 올라가는 여자의 손길이 뜨거웠다. 팔을 간질거리는 감각이 팔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아랫배로 독약처럼 퍼져나갔다. 고양감을 주는 뜨거운 독약.

화면에서는 주연들이 침대에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극의 클라이막스가 보내고 있는 열기가 내게로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

올라가던 손길이 팔오금에서 머물렀다. 빙글빙글 부드럽게 돌리는 가늘고 얇은 손가락의 체온이 팔오금을 붉게 색칠했다. 영화도 막바지로 치닿고 있었다.

슬쩍 눈을 돌려 여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하지만 눈을 돌렸다가 능글능글하게 미소짓는 눈동자와 마주치게 되면 그거 자체로 내가 설레었다는 걸 드러내는 것 같아 조금 망설여진다. 연애든 원나잇이든 주도권을 내주는 건 내키지 않았다.

여자는 계속 내 팔오금, 아니 정확히는 내 팔의 정맥만 집중적으로 만졌다. 흡혈귀라는 특성상 타인의 혈관 뿐만 아니라 자신의 혈관에도 민감해진다. 감각이 예민해지는 시기, 이를테면 마법이 걸리는 기간이라든가, 스트레스가 심한 기간이라든가, 잠을 못 잤을때, 그리고 정사를 나눌때. 내 몸에서 흐르는 헤모글로빈의 감각이 나를 괴롭혔다. 싫어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부위들인데 여자는 그 부위를 정확히 공략했다.

혹시 이 여자도 동족일까?

확신은 없었다. 사실 흡혈귀와 인간을 겉으로 구분하는건 불가능하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도 존재조차 모르고 있을수도 있다. 그나마 구별법이라면 귀찮은 흡혈귀의 생태상 자주 피곤해한다는 것?

만약 이 여자가 흡혈귀라면......

동포애 같은건 딱히 없었다. 살면서 이상한 인간들도 만났지만 좋은 인연들도 있었으니까 인간이든 흡혈귀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사랑이라면...... 이왕이면 같은 동족이었으면 했다.

왜냐면 매료로 홀려버린 심신미약의 상대와 하나가 되는건 꺼림칙했으니까.


어느새 영화는 끝이 나고 주제가와 함께 스크롤이 올라가고 있었다. 하늘로 올라가는 빼곡한 글자들이 낯설었다. 한번도 주의깊게 읽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걸까. 하지만 이번에는 내 오른쪽 팔오금에서 아직도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붉은 열기 때문에 읽고 싶어도 읽을 수가 없었다.

점점 오르는 열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조금 분한 감정도 있었다. 매료하는 짐승이 사냥감에게 설레다니.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충동적으로 움직였다.

본능대로.

*


뭔가 뒷내용이 애매하게 끊긴거 같다면 그거 맞아요





오늘 일하다가 멘탈 털려서 더이상은 ㅠㅠ




그래도 회복은 빠른 편이니까 다시 살아나서 농후한 흡혈 레섹 써볼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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