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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46

1234(39.113) 2020.11.10 18:54:50
조회 108 추천 11 댓글 1
														

치사토에게 있어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공원에 가서 체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에게 애정을 담아 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치사토는 여전히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직 30대. 아라사라고 불릴 나이지만 사실 늙어간다는 소리를 하면 욕먹을 나이지만, 반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몸이 금방 무너질 나이기도했다. 특히 자기 관리 하지 않은 친구들이 매일 아프다고 노래부르는 것을 생각하면 치사토는 자신의 선택이 바르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날씨만 좋다면 치사토는 항상 아침 일찍 공원으로 갔다. 이제는 매일 보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것도 하나의 일과다.


"오 치사토 짱 왔어?"


하나코는 그런 치사토의 좋은 운동 동료 중 한명이다. 이젠 아라포 소리를 듣는 40대 근처의 사람 좋은 여걸이다.


"아 하나코씨 오셨네요?"


치사토는 그렇게 말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아무리 전날 마셨어도 아침엔 나와야지."


그렇게 말하며 하나코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직도 숙취가 가득한 모양이었다. 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마신 것일까?


"남편이랑 또 싸웠어요?"


"...잘 아네."


하나코는 치사토의 질문에 쓰게 웃으며 답했다. 남편의 바람. 그것은 하나코의 마음을 철저하게 무너트렸다.


그래도 하나코는 여전히 씩씩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 뿐이라는 걸 치사토는 잘 알고 있었다.


"저녁에 시간 되요?"


치사토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코에게 물어보았다.


"응? 왜? 시간은 있는데...."


하나코는 갑작스런 치사토의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녁에 한잔하러 가요."


"오늘 저녁? 그러지 뭐."


치사토의 말에 하나코는 간단히 승락했다. 한잔하는 것을 마다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코의 상황은 좋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저녁을 잡은 치사토는 복잡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약속은 잡았지만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하하하하. 그랬다는 거야!"


하나코는 일단 술이 들어가면 어떻게 막을 수 없는 폭주 기관차와 같았다. 처음에는 약속은 잡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던 치사토는 자신이 아주 조금 바보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사토는 느꼈다.


하나코는 일부러 이런다는 것을. 그녀는 지금 억지로 잊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러지 않으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 같았다. 그것은 더 없이 슬픈 일이었다.


"에휴...."


결국 기세에 밀려 한잔 또 마시고 치사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하나코는 젊은 사람이 한숨 쉬는 것이 아니라며 또 술을 부어주었다.


"살려주세요."


치사토는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 하나코는 또 술이다.


덕분에 한계 직전까지 마신 치사토는 결국 화장실로 향하고서야 이 폭주는 멈췄다.


"미안 미안. 기세를 타니 멈출 수가 없더라고."


하나코는 그렇게 말하며 껄껄 웃는다. 진짜 시원시원한 사람인 건 좋지만 이런 건 사양하고 싶었다.


그래도 상쾌한 기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나코가 그녀의 남편을 욕하는 것을 같이 들어주고 함께 욕하며 시원함을 느낀 건 치사토 또한 그 동안의 울분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이야기 하며 술마시고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일 터였다. 그렇게 그 날 저녁은 깊어갔다.


---------- 


며칠 후 치사토는 하나코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도 오는 사람이 오지 않은 것은 분명 무언가 일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하루 이틀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에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결국 걱정이 된 치사토는 연락을 했다. 그러자 하나코는 그녀답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병원이야."


그 한 마디에 놀란 치사토는 바로 회사를 연차 내고 하나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구타 당한 흔적이 역력한 하나코가 있었다.


"빌어먹을 놈이 이젠 손지검까지 하더라?"


하나코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이란 작자가 눈이 돌아가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라며 그녀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치사토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퇴원하면 저희집에 일단 오세요."


하나코는 그 말에 놀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 


어디까지나 임시라는 명목하에 하나코는 치사토의 집에 세들어 살기 시작했다. 치사토가 사는 집은 하나 정도 여유가 더 있었기에 그녀가 있어도 괜찮았다.


다행히 하나코는 붙임성 있는 성격이라 이웃들에게도 생각보다는 쉽게 받아들여졌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일단 거쳐를 마련할 때까지만 이라는 것에 토를 달 정도로 나쁜 사람들은 없었다.


그래서 치사토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런 평화도 잠시. 하나코의 남편은 또 다시 행패를 부리기위해 왔다. 그리고 시작되는 폭언.


하나코의 잘못은 없었다. 그저 미친 남자의 광행일 뿐.


"그만둬요! 어차피 이제 이혼하잖아요!"


결국 치사토는 그렇게 말했고 하나코의 남편은 선을 넘겨버렸다. 그리고 하나코는 남편을 패버렸다.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어졌고 그걸로 모든 것은 끝났다. 하나코가 진짜 분노한 순간 그녀는 막을 수 없는 폭풍과도 같았다.


더 이상 하나코의 남편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걸로 관계는 완전히 정리되었다.


아주 웃기는 일이지만 남자의 자존심이 무너진 남편이란 작자는 아주 고분고분하게 이혼 서류를 작성했다고 했다. 위자료도 충분히 챙긴 하나코는 어떤 의미로 완벽한 승리자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미안하네. 나 때문에 험한 꼴 당해서...."


아직도 남아있는 흉터를 바라보며 하나코는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듯 사과했다.


"뭐 괜찮아요."


치사토는 그렇게 말하며 웃을 뿐이다. 그래도 덕분에 평화가 찾아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슬슬 언제 나가시나요?"


치사토는 어느 순간 떠날 생각을 안하는 하나코를 바라보며 반농담으로 물어보았다. 어차피 안 가도 상관은 없었다. 함께 사는 것도 나쁘진 않았으니까.


"미안 미안. 아직 집이 없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하나코는 그저 웃을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며 치사토는 말했다.


"이젠 술 좀 적당히 마셔요."


"몰라."


마치 부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둘은 만담을 나눴다.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지만 지금은 이렇게 있는 것이 좋았다. 서로가 서로를 거부하지 않는 생활.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둘은 그렇게 함께 체온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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