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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 모녀 자매, 이게 뭔지 나도 모르겠어 (3)

00(125.138) 2020.11.10 22:14:55
조회 618 추천 25 댓글 5
														

따듯하다. 꿈이었으면 했는데, 옆에서 느껴지는 여동생의 온기가 정신을 차리게 한다. 울어서 인가 살짝 부어있는 눈. 이게 무슨 감정이지 생각하며 손을 자고 있는 동생의 입술로 옮긴다. 엄지로 스윽 하고 문지르니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에서부터 전해진다. 그만, 생각 하지마. 눈을 질끈 감고 일어났다. 화악. 어제 밤 일이 생각나면서 죄책감이 몸을 뒤덮는다.

나갈 준비를 끝내고 부엌으로 나가자 느껴지는 위화감. , 엄마 어제 밤에 없었구나. 그럼 오늘 아침은 둘이서인가. 어떤 표정으로 마주해야하지. 아침은 간단하게 토스트가 좋으려나. 아직 생각을 다 끝내지 못했는데, 방문이 열리고 동생이 나온다.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얼굴이다.

언니는 거짓말쟁이야

, 갑자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어제 엄마 출장이었는데..”

아니, 그게 나도 방금 기억났다고. 자기도 까먹었으면서..”

“..택배도 사실 봤지.”

, 그건 동생을 신경써주는 착한 언니의 배려랄까..”

이 이상한 대화는 뭐야 하고 되묻고 싶지만 동생의 표정이 꽤나 진지하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언니, 나 좋아해?”

“...그럼, 좋아하지. 하나밖에 없는 귀여운 여동생인걸.”

봐봐, 또 거짓말하잖아. 그런 뜻 아닌 거 알면서.”

- 하는 소리와 함께 토스터기에 넣어 둔 빵이 튀어나온다. 기가 막힌 타이밍.

나 먼저 갈래.”

.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아침부터 머리가 복잡하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아차 하는 사이 토스트는 식어버렸다. 사람 마음도 이렇게 빨리 식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보니 오늘은 동생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 나오질 않아서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저녁에 엄마가 돌아오셨을 때도 하연이는 나오지 않았다.

다녀오셨어요?”

으응. 저녁 먹었니?”

아직요.”

하연이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 놓았다. 괜히 양심이 찔리네. 그래도 이렇게 엄마랑 둘이 얘기를 나누는 게 얼마만인지. 입가에 자꾸만 웃음이 번지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출장이 힘들었는지 엄마의 눈꼬리가 살짝 쳐진 것 같았다. 희미하게 웃을 때마다 가슴이 조여 온다. , 그러고 보니 오늘은 머리 안 묶었네. 머리 넘겨보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의 뒤로 슬며시 다가가 선다. 그리곤 살랑 거리는 머리카락을 한 줌 쥐어본다. 코 근처로 가져가니 좋은 냄새가 났다.

나도 좀 더 엄마를 닮았다면 좋았을 텐데.”

“......”

어라,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

엄마는 내가 한 번 부르자 핫 하더니 허둥지둥 말을 이었다. 뭐지. 이게 그렇게 까지 당황할 말인가. 아니면 내가 머리카락을 만진 게 싫었던 걸까? 조금 서글퍼졌다. 계속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럴때는 차라리 마음껏 어리광 부릴 수 있었던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어른이 되면 엄마가 내가 하는 말을 어린애 취급하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런 거리감이면 졸업 후엔 멀어지는 게 아닐까? 주변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 해봤자 부모한테서 졸업하는 건 진작 끝났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겠지.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조급해진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그대로 뒤에서 엄마를 껴안았다.

엄마, 사랑해요

조금의 정적 후에 엄마가 날 돌아본다. 곤란해 하는 미소.

오늘따라 우리 율이가 어리광이 많네~ 엄마가 하루 없었다고 쓸쓸해 한 거야? 엄마도 율이 사랑해. 얼마나 든든한 딸인데.”

애써 지어내는 마음에도 없는 말. 엄마가 정말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뭘까. 그렇게 생각하며 꿀꺽, 나도 본심을 숨긴다.

그냥, 엄마가 피곤해 보여서요.”

역시 오늘도 닿지 않는다. 내가 한 사람으로서 엄마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나면 엄마는 더 이상 나에게 웃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태로는 아무리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봤자 부모에게 집착하는 다 큰 딸에게는 곤란한 미소가 돌아올 뿐이다. 아이러니하네. 누가 그랬더라,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냥 이대로 내 마음을 꾹꾹 눌러 숨죽이다 보면 언젠가 정말로 식어버리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으려나. 눈을 감아 보지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오늘 밤에도 그 꿈을 꿀 것 같은 기분이다.

몸은 좀 괜찮아?”

. 괜찮아요.”

“......”

“......”

잘 먹었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는데 와, 평소보다 훨씬 어색한 대화. 원래라면 동생이 좀 더 이것저것 떠들어 줬을 텐데. 분명 셋인데, 혼자가 된 기분이다.


할 말이 있어

공원을 지날 때쯤 동생이 날 불러 세워 공원 벤치로 끌고 갔다. 어렸을 때 자주 놀았던 곳이다. 안까지 들어오는 건 오랜만이네.

이렇게 계속 있다가는 지각할거야.”

괜찮잖아, 하루쯤은 지각해도

침묵이 길어져 내가 먼저 말을 꺼냈지만, 돌아오는 건 동생의 볼멘소리. 곧 하연이가 결심했다는 듯 운을 뗐다.

이 공원 말이야. 엄마랑 어렸을 때 자주 왔었는데.”

그리운 옛날 이야기가 이어졌다. 엄마도 같이 미끄럼 타자고 떼썼던 이야기, 내가 뛰어다니다 넘어져 크게 다쳤을 때 하연이가 더 크게 울어 엄마가 달래느라 고생했던 이야기, 하연이와 나의 성화에 못 이겨 늦은 밤 나와 그네를 타는데 그걸 지켜보던 엄마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던 이야기.

엄마가 막 우니까 나도 옆에서 막 따라 울었는데, 언니가 갑자기 엄마 힘들어? 내가 있잖아. 내가 빨리 커서 우리 가족 다 안 힘들게 지켜줄게하고 갑자기 소리쳤잖아. 갑자기 소리 지르니까 엄마도 깜짝 놀랐다가 언니 표정 보고 막 웃으셔서 나도 따라 웃었었지~ 그 후로도 나한테 툭 하면 지켜준다는 말 많이 했고. 무슨 말버릇 같은 거였나?”

으음, 그랬나.”

아무리 어릴 적 일이라지만 남의 입으로 내가 했던 말을 들이니 혼자 떠올렸던 것보다 훨씬 부끄러워졌다. 내가 얼버무리자 하연이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나 언니가 좋아. 그냥 동생으로서 말고. 이번엔 대답해줘.”

아아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머리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울린다. 하지만 이렇게 직구로 나온 상대에게 모르는 척 넘어가는 말을 해버리는 게 더 큰 상처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대답해달라는 마지막 말이 떨리고 있었다. ‘언제부터?’라는 의미 없는 질문을 떠올렸다가 삼킨다. 그건 나도 대답할 수 없잖아.

“..미안

울 것 같은 표정. 자기가 여동생이라 그런 거냐고 묻는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포기하자고 마음먹은 게 바로 어제 저녁인데. 꼴 사납다. 동생한테 얻어맞고서야 결심이 서다니. 좋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엄마야?”

. 그걸 눈치 채고 있었다니 좀 흠칫하긴 했지만 내가 엄마를 바라봐왔던 시간 동안 동생도 날 같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을 테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에게 말해 본 건 이게 처음인데, 인정하는 순간 내가 엄마를 좋아한다는 게 기정사실이 되어 다시 내 마음에 새겨지는 기분이었다. 괴롭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동생이 또 울기 시작했다. 이번엔 너무 서럽게 울어서, 내가 위로해 줄 수 없다는 것도 알아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나눠올릴게요 글자수가 애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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