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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아, 이건 「사약」이라는 거다 ㅡ.앱에서 작성

뮻ㅇ(70.68) 2020.11.11 23:32:50
조회 1253 추천 2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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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 씨는 좀 무섭다고 해야 하나... 히나 찡이랑은 다르지."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름을 들은 사요는 발걸음을 멈췄다. 자신이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자각하고 있었다.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라는 말을 듣는 건 일상이었으며, 최근 들어서는 조금 나아졌다지만 몇 년 동안이나 히나와의 관계가 서먹했던 것도 전적으로 자신 잘못이었으니 말이다. 타인에게 자신만큼이나 절제된 생활을 강요할 수는 없음을 알기에 나름대로 관용을 발휘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마저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받아들여지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로젤리아 멤버들과는 제법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먼저 심호흡 한 번. 문을 열고 들어선 사요는 로젤리아의 연습을 구경하고 싶다며 자신을 따라온 히나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과 같은 히나에 대한 열등감 때문은 아니었다. 아니, 아이돌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휴일을 자신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투자하는 히나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피하던 사요로써는 장족의 발전을 이뤄낸 셈이다. 다만, 문제는...


"히나 찡, 이거 봐. 언니가 쓰던 드럼 스틱을 받았어!"

"잘됐네, 아코 쨩!"


히나의 무릎에 앉아 조잘대는 아코의 모습이었다. 아코가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은 익숙한 것이었으나, 그 대상이 하필이면 히나라는 사실이 사요에게는 강조되어 다가왔다. 딱 히나의 가슴 정도에 위치한 아코의 머리 덕분에 생겨난, 민트색에서 보라색으로 이어지는 그 색의 조합은 사요로써는 생소한 것이었다. 게다가 호칭이나 반응 등을 미뤄보았을 때, 자신이 문밖에서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공은 역시 아코였던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같은 밴드임에도 아코와는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는 했다. 나이 차이를 탓하기에는 자신과 동갑인 나머지 멤버들과는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봐왔기에 이 또한 인간관계들이 늘 그래왔듯 자신의 잘못이라 자책할 뿐이었다.


이마이 씨와 시라코네 씨는 로젤리아 결성 전부터 우다가와 씨와 친했으니, 말을 편하게 한다던가 별명으로 부르는 것도 어색할 건 없나. 결국 높임말을 사용하는 건 미나토 씨랑 나뿐인데... 우다가와 씨는 전부터 미나토 씨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었지. 평소에 미나토 씨를 동경의 눈빛으로 보고 있곤 하고.


그러니까, 로젤리아 내에서는 납득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자신보다 밴드 멤버도 아닌 히나와 더욱 친한듯한 아코의 모습은 사요의 심기를 거슬렸다. 같은 학교 학생이고... 둘 다 장난기 많은 성격에다가, 자매 중에서 동생이고... 히나와 아코의 친밀함을 합리화하려 두 사람의 공통점을 떠올리던 사요의 의식의 흐름은 두 사람이 여자라는 사실쯤에 다다라서야 한계에 이르렀다.


"히나, 이제 슬슬 연습을 시작해야 하니 우다가와 씨를 좀 놔주지 않겠니?"


의도보다도 냉랭하게 튀어나온 자신의 말투를 후회하면서도 사요는 모른 척 기타를 둘러멨다. 히나 찡, 잘 봐! 등 뒤에서 들려오는 아코의 목소리에 사요는 자신의 이름을 덮어씌우고 있었다. 사요 찡, 이라던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에 사요는 얼굴을 붉혔다.


#


2절 도입부에서 드럼 박자가 너무 빨랐어요. 다시 갈게요. 우다가와 씨, 방금 노트 하나 놓치셨죠? 오늘따라 잔 실수가 너무 많아요. 다른 사람들의 연주에도 영향이 가지 않습니까. 피드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수록 사요의 깐간함에 익숙한 로젤리아 멤버들마저 다소 당황한 듯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만, 작정한 듯 아코의 연주만을 물고 늘어지는 사요의 지적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였다.


점점 줄어들던 말소리는 이내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으며,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어딘가 힘이 모자란 듯한 연주만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결국 먼저 나서서 연습을 멈춘 건 의외로 유키나였다. 이 상태로는 연습해봤자 체력만 소모할 뿐이야. 나랑 리사는 돌아가겠다와. 당연한 듯 자신과 리사를 묶어서 말하는 유키나가 사요는 내심 부러웠다. 우다가와 씨도 시로카네 씨랑 둘이 돌아갈 거고.


"히나, 우리도 돌아가자."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하고부터는 말 한마디 없이 사요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눈빛만 반짝이던 히나는 사요의 목소리에 즉각 반응했다. 응, 언니! 마치 강아지처럼 달라붙어 오는 하나와 함께 사요는 연습실을 나섰다. 어느새 제법 쌀쌀해진 날씨 탓에 두 사람의 숨결이 모양을 갖춰 피어올랐다.


"...너는 우다가와 씨네 자매처럼 되고 생각하고 있니?"


상가를 지나 어두운 골목길로 접어들던 참에 사요는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그녀의 복잡한 심경이 묻어나는 질문이었다. 두세 걸음 앞서서 걸어가던 히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몸을 돌렸다.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을 쫓아가자 한 쌍의 별이 유난히 밝게 반짝이고 있었다.


"음... 아니!"


잠시 고민하던 히나는 그 별들보다도 밝게 빛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코 쨩과 토모에 쨩이 친한 건 부럽기는 하지만 그건 그 두 사람이니까. 옛날 같았으면 그렇게라도 언니랑 친해지고 싶었겠지만, 이제는 아냐. 만약 그랬다면 지금 우리들의 관계랑은 달라졌을 거잖아?"


확신에 가득 찬 히나의 대답에 사요는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만약 히나가 그들과 같은 관계를 원하고 있었다면 자신은 토모에의 신발을 채울 자신이 없었다. 자신은 아직까지도 솔직하지 못하고, 베베 꼬인 성격에, 이제는 몰랐던 질투심마저 자각하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말이다. 그와 동시에 이토록 자신을 생각해주는 아이를 모질게 밀어내던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언니, 빨리 가 봐."


어느새 다시 몸을 돌린 히나의 뒷모습이 크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옆에서 돌봐줘야 했던 어린 시절의 히나는 더 이상 없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그림자 같았던 히나도 아니었다. 히나는 어느새 자신만의 길에서 빛나고 있었다. 몇 년째 제자리에 남아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아까 언니가 들어오기 직전에 아코 쨩한테 농담으로 언니를 바꾸자고 했다가 거절당했거든."


정신을 차려보니 사요는 어느새 연습실로 달리고 있었다. 심장이 달리고, 입김 사이의 간격이 잦아졌다. 우다가와 씨는 시로카네 씨와 돌아갔을 게 분명한데. 그런데 나는 왜 달리고 있는 걸까. 의문을 품은 채로도 사요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찾아오는 건 긴장과 당혹감뿐이었다. 자신들이 사용했던 연습실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놀란 채 발걸음을 옮기니 문 너머로도 명백히 아코의 것인 드럼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이 지적한 실수는 당연하게도 고쳐져 있었다. 그제서야 히나의 마지막 한 마디를 곱씹을 수 있었다.


'아코 쨩은, 언니가 언니인 건 싫대. 자매로는 안된대.'


다시, 심호흡 한 번. 데자뷰를 느끼며 사요는 문고리를 잡았다.

#

다른 말로는 「갓컾」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사요아코 조아해?
난 조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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