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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음을 따라잡지 못해서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5 23:16:58
조회 489 추천 21 댓글 3
														

“요새 기분이 좋아보여.”


“그래?”


같은 집에 있지만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살던 서로였다. 사람의 장벽에 쌓여 얼굴조차 쉽사리 보지 못하는 동생이었고 어딘가 구석에 틀어박혀 쉽사리 나가지 못하는 언니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생은 나의 영역에 발을 걸친다. 내가 읽는 책에 관심을 가지는가 하면 같이 요리를 하거나. 어쩌다 온 주말에, 우리는 새가 지저귀는 아침부터 달빛이 커텐을 조금 밝히는 밤이 될 때까지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붙어 앉아 피자를 시켜먹고, 자고, 떠들며 TV를 보고.


“나는 쟤 좀 싫더라.”

“시끄럽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내 곁에 잠이 든 동생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옆을 지킨다.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언제까지고 지켜보며.


이런 변화는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온 날부터. 그 날 부터 동생은 나의 영역에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배라는, 그 멋진 여자와 어떤 일이 있었는 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달아올랐던 동생의 몸과 눈물이 말라붙은 볼에서 짐작할 뿐이었다. 장대한 실패를.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를 선배의 대용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어느 쪽의 이유건 내가 기분 나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아니, 즐기고 있다. 점차 가까워져만 오는 동생을,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바라고 있다. 볼에 입을 맞춘 그 날, 나를 옥죄고있던 순수를 향한 열망을 버렸다. 순수를 잃은 세상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을,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리석은 나는 알지 못했다. 추잡한 마음을 솔직하게 받아들여도, 몸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걸. 그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 지, 나는 알지 못했다.


“있잖아 언니.”


“응?”


“사실 선배한테 차였어.”


“알고 있었어.”


이제와 주말에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것은 하나의 루틴이 되어 우리는 자연스레 소파에 눕는다. 그런 순간에 고백하는 동생.


“다 들켰네.”


“술도 안 마시는 애가 그렇게 떡이 되서 돌아오면 답은 하나지.”

“생각보다 안 놀라네.”


“어떤 거를?”


“내가 선배 좋아하는 거.”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을까, 잠깐 생각해보자 금방 답을 알 수 있었다. 특별하다고 했던 그 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그것은 다른 누구보다 내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여동생을 사랑하는 언니라면, 멋진 여자 선배를 좋아하는 후배의 마음이 다른 무엇보다 절절하다는 것을 알고있으니.


“그런 거 아무 것도 아니잖아.”


“...말이라도 고마워.”


그 날도 우리는 피자를 시켜 먹었다. TV에서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녹아내리는 치즈를 입에 넣으며 노래를 듣는다. 둘만의 시간. 내가 바라던 순간이 아닐까?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같잖은 합리화는 그 날 밤 깨졌다.


"한 번 안아줄 수 있어?"


낯선 천장의 아래에서 동생을 유혹하는 나. 이것은 분명 꿈. 숨기기에 급급한 내가 저런 노골적인 말을 입밖으로 꺼낼 리가 없다.


“원한다면.”


포개어지는 입술, 상상 속에서라도 달콤한 스킨쉽. 내 눈 앞에 아른 거리는 욕망의 태피스트리. 이루어지지않았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경치. ...이루어진다는 확신이 없기에 더더욱 바라는 그림. 깨어나 볼 수 있는 건 늘상 나와 함께한 익숙한 천장. 방금 전 까지 그리던 이미지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오늘도 콤비네이션?”


“...응.”


“잠 못 잤어? 얼굴 꼴이 그게 뭐야.”


상상은 서서히 나를 벼랑으로 몰아세운다. 벼랑의 아래는 끝모를 심연, 달리 말하자면 확실하지 않은 미래. 이미 넘어버린 선은 나를 유혹한다.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이미 어겨버린 주제에 무엇을 망설이냐고…


그래도 하잘 것 없는 나는 도저히 실천으로 옮길 수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동생과 멀어진다는 것이 두려워 공상 속으로 피신했다. 창작의 산물, 다른 누군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인물에 나를 대입한다. 이 세상 다른 누구보다도 멋진 사람이 없어 자신의 형제자매를 사랑한 여인을...누가 음탕하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누가 나를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페이지를 넘긴다. 공상 속의 ‘나’는 푸른 수평선에 몸을 내맡겼다. 그 말로를 확인한 것은 어부의 아이.


“요새 표정이 안 좋네, 잠을 못 자?”


“요새 그냥...날이 아닌가봐.”

“병원에라도 가보지 그래?”


그런 걱정이 나를 괴롭게한다. 호의가 나를 미치게 만든다. 내 마음 속의, 허기진 아귀는 점점 더 사랑을 갈구하는데 얻을 수 없어서, 호의는 그저 그 아귀를 키우기만 해서, 충동은 점차 통제할 수 없었고 몸을 망가져갔다.


그런 나날의 사이에서 낯선 천장을 맞이했다. 십자의 형광등이랑은 다른 일자의 형광등. 옆으로 몸을 돌려 볼 수 있는 것은 내 방의 벽지가 아닌 하늘색 다이아가 아로 새겨진 벽. 덮고 있는 이불은 분명 가지고 있지 않은 라벤더 향이 났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다시금 정신은 탁해지고 잠에 빠지려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어?”


“...여기 네 방이야?”


동생의 목소리에, 정신은 깨어 지금 상황을 논리정연하게 해석했다. 분명 동생방이었다. 혼자서만 벽지를 다르게 했었으니까. 처음 일어났을 때, 몽롱한 그 순간에는 깨닫지 못한 사실.


“갑자기 쓰러져가지고 걱정했잖아...언니 방까지 옮기기엔 좀 멀어서 그냥 내 방에 왔어.”


“미안…”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꼴사나운 망상을 통제하지 못해 기절한 내가 너무 싫어서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은 나를 막았다. 부드럽게 양 어깨를 잡아 나를 다시 눕혔다. 그 라벤더 향이 나는 포근한 요람으로.


“좀 쉬어, 난 상관없으니까.”


“...고마워.”


순수한 호의,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면서도 기쁘게 받아들인다. 이것마저도 슬프게 받아들인다면 동생을 바라볼 수 없을테니까. 곁에서 나를 바라봐주는 동생.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것도 아니라면 말없이 그저 가만히, 한 공간에서. 어느덧 시침이 4를 가리킬 때 까지. 일어나 잠든 동생을 침대로 눕힌다. 전과는 다르게 아무런 것도 남기지 못한 채 등을 돌렸다. 익숙한 나의 공간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이불만 뒤척였다.


동생을 사랑하다는 마음을 인정한다고 어떻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몸은 마음을 붙잡지 못해서, 따라갈 수 없어 괴로워만 한다. 내게 호의를 보내지 말아주었으면, 그렇지만 따스한 말 한 마디를 해주었으면. 종잡을 수 없이 형형색색으로 바뀌어나가는 만화경의 사이에서 움츠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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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dcinside.com/board/lilyfever/643782


어떻게 행복해질 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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