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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내게는 귀여운 여동생이 하나 있다

00(125.138) 2020.11.17 16:39:20
조회 971 추천 20 댓글 6
														

 내게는 귀여운 여동생이 하나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자매끼리 사이가 좋네.’ 같은 말을 자주 듣고는 했다. 낯을 많이 가리던 동생이 나를 졸졸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치원에서도 집에서도 언제나 함께 놀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반이 갈라졌을 때 동생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참을 울었던 게 생각난다. 눈물을 닦아주면서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찾아가겠다고 약속했었지. 그 약속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원래 형제지간이라는 건 어렸을 땐 친했더라도 나이가 들면 소원해지기도 하는 법이다. 고학년이 되면서 낯을 가리던 동생은 점점 나도 모르는 친구들을 잔뜩 만들었고, 방과후에도 따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둘만의 특별한 관계는 사라지고 평범한 자매 관계가 되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투닥 거리다가, 싸우고, 또 금방 화해하는.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런 사이.

 이제는 잘 울지도 않고, 냉장고에서 내가 마시던 음료수를 가져가 놓고는 모른 척 하는 게 얄밉지만, 절대 미워할 수가 없는, 그 아이가 지금 내 대각선 오른쪽 앞에서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나랑 같이 허리까지 기르던 머리를 고등학생이 되면서 싹둑 잘라, 지금은 어깨에 살짝 닿는 예쁜 단발이다. , 하품했다. 코를 찡그리면서도 곧 다시 수업에 집중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자, 이쯤에서 처음에 했던 소개를 다시 정정해본다. 나에게는 귀엽지만, 가끔 얄미운 쌍둥이 동생이 있다. 남들에게 쌍둥이라고 소개하면 으레 듣게 되는 질문. ‘둘 중에 누가 언니야?’ 언제부턴가 동생은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 , 우리 언니야!’ 하고 웃는 대신 싫다는 표정으로 그런 거 없어.’ 라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거기에 맞춰 , 내가 조금 더 빨리 태어나긴 했지만하며 농담 식으로 받아 넘겼다. 그쯤에서부터 동생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나를 라던가 이름 세 글자로 불렀다. 그래, 이게 평범한 거겠지.

 아차. 너무 오래 쳐다보는 바람에 동생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쳐버렸다. 동생이 슬며시 웃더니 입모양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 . .’ 메시지를 보낸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휙 돌려 눈을 피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려나. 혹시라도 얼굴이 빨개졌을까봐 괜히 앞머리를 만지는 척 했다.

우리들에게 여전히 평범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바로 이거다. 내가 동생의 저런 얼굴에 설렌다는 거. 내 이런 감정을 동생은 몰라야만 한다고 다짐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우리의 관계가 평범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서은하, 왜 아까 눈 피한 건데?”

 “내가 뭘..”

 시선을 피하며 말끝을 흐린다. 자꾸 빤히 쳐다보자 부끄러워져서 마음에도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알 거 없잖아.”

 동생이 나를 조금 쏘아보더니 자리로 돌아가 금방 다른 친구들과 떠들기 시작했다. 날카롭게 말하고 곧바로 후회되긴 했지만, 이 정도는 늘상 있는 말다툼이다. 어차피 저렇게 다른 애들이랑 놀면서 나랑 있었던 일 같은 건 금방 까먹겠지.


 수업이 끝나고 오늘은 집에 늦게 들어갈 생각으로 거리를 배회한다. 동생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올 때 메로나, 벌써 까먹었잖아. 그래도 미안하니까 오늘은 들어가면 잘해줘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잘 시간에 가까운 시간,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더니, 동생이 방문을 열고 튀어나온다.

 “왔어?”

 목적은 내가 아니라 문자로 주문한 아이스크림이겠지만. 방금 막 씻었는지 덜 마른 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오늘 따라 잠옷 단추를 두 개정도 푼 모습이 눈에 밟힌다. 물방울이 머리끝에 맺혔다가 목을 타고 흐른다. 흘러내린 물줄기가 조금씩 가슴 언저리를 적셨다.

 “머리는 제때제때 말려야지. 감기 걸리겠다.”

 “헤헤

 실없이 웃는 모습. 집에서는 학교에서 보다 좀 더 부드러운 표정이다. 동생을 의자에 앉히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어준다.

 “언니, 머리 말려주라.”

 언니라고 불러주는 건 꼭 이렇게 뭔가 요구사항이 있을 때뿐이다. 가끔은 내가 거절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무리한 부탁을 해오기도 한다. 물론 그런 때는 나도 제대로 화를 낸다. 그냥 평소에도 언니라고 불러주면 좋을 텐데. 동생한테 말려드는 것 같아 어쩐지 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카락들을 조심스럽게 쥐고 헤어드라이기로 말리기 시작했다. 샴푸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나도 쓰는 똑같은 샴푸일 텐데, 왜인지 더 좋은 향이 나는 것 같다. 따듯한 바람이 기분 좋은지 동생이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다.

 나도 씻고 나와 잘 준비를 하는데, 동생이 침대에 엎드려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제 그만 자자고 불을 껐는데, 어느새 정자세로 누운 동생이 내 쪽을 빤히 쳐다봤다. 언니하고 부른다. 오늘따라 어리광이 심하다고 생각하며 가까이가 이불을 덮어줬다. 이불을 덮어주고 나니 이번엔 기껏 잘 말려준 머리가 배게 위에서 헝클어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다시 동생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었다. 내 얼굴이 가까워지자 동생이 눈을 감는다.

 헉 하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뻔 했다. 어째서 그 타이밍에 눈을 감는 건데? 내 눈이 기대감으로 고장 났는지, 눈을 감은 동생의 얼굴이 마치 뭔가를 원하는 듯 보이게 했다.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내 자신을 타이르면서 원래 하려던 대로 머리를 쓸어 넘겨 정리해줬다. 동생이 눈을 뜬다. 휴 하고 마음속으로 안도 하자마자 다시 한 번 동생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허둥지둥 자리를 피하려는데, 뚱한 표정으로 내 옷깃을 잡은 것이다.

 뭐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 걸까. 긴장감에 조금 손이 떨린다. 동생이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엔 착각이 아니다. 동생의 볼이 불그스름해졌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입 맞췄다가 곧 부드러운 감촉에 깜짝 놀라 입을 뗐다. 친동생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뒤늦은 자괴감이 몰려와 혼란스럽다. 착각이 아니었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난 정말...

 흔들리는 내 시선의 끝에 동생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눈을 뜨고 날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떡하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게 멈추질 않아. 동생이 내 손을 잡고 침대 위로 나를 끌어 올렸다. 나는 그만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이과 문과로 불타는 혼란한 틈에 자매 백합 끼워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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