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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변하지 않아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20 03:49:31
조회 368 추천 12 댓글 4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해, 365일이라는 긴 시간을 무사히 보낸 것을 축하하는 것일까. 아니라면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축복해주는 것일까. 어떤 의미로든 나는 시아에게 꽃다발을 건낸다. 30번째 생일을 맞이한, 15살의 시아에게.


“오늘이 생일이었군요.”


“예, 같이 축하해주실래요?”


 그렇게 간호사와 함께 노래를 불러주었다. 너도 30살이 되었다고, 창창한 청춘은 지나버렸다는 고약한 농담과 함께. 나 혼자 나이를 먹는 건 억울하니까.


“늘상 말하는 거지만, 대단하시네요.”


“뭘요.”


 불현듯 간호사는 말을 걸었다.


“이런 말 듣는 것도 지겨우시겠지만...뭐 요새 세상에 그런 사람 없잖아요.”


 글쎄요 라 답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창천, 푸른 하늘이었다. 모든 안개를 걷어낸 하늘.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벅찬 마음은 어떻게 증명할 필요가 없은 것이니까.


“우리 사귀자!”


“그래.”


 그런 연유로 유치원에서부터 나와 시아는 7번 사귀고 7번 헤어졌다. 8번째로 다시 사귀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손을 꼭 잡고 거리를 노니며 즐겁게 웃는 서로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그런 마음은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을거라 막연히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건...그냥 사춘기의 일시적인 감정이었을 뿐이야.”


“너와의 관계를 그딴 변명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

같잖은 에고가 자라났을 때, 위기가 찾아왔지만.


“내가 널 사랑하는 만큼 너도 나를 좋아하잖아.이제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그 마음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거야….”


 져물어가는 태양 아래에서 우리의 사랑은 다시 연단되었다. 다시는 깨지지않도록 단단하게 봉합되어. 


“저기...부모님께 얘기할까 해.”


“그럼...그러면 나도 아빠한테 얘기할게.”


“아냐, 나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없어...이건 그냥 내 고집이니까.”


“괜찮아. 우린 앞으로 함께 살아갈거니까.”


 달콤한 말과 함께 우리는 입을 맞췄다. 앞으로의 행복을 약속하는 서약처럼, 결혼식에서의 신부들과 같이 입을 맞추었다. 비극이란 바로 그 날의 밤, 우리가 서약한 밤.


 세상엔 무엇인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내 마음의 크기가 좁아 다른 것을 용인할 수 없는 사람이란 있는 법이다. 시아의 아버지가 그랬다. 그저 못 받아들인 것이었다면, 그저 그랬을 뿐이라면 문제는 없었겠지만 아무래도 분노는 그것 이상이었던 것 같다.


 연락을 받은 다음 날 학교를 빠지고 시아가 잠든 병원으로 찾아갔다. 시아는 눈을 뜨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의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기약없는 꿈을 꾸고 있다.' 고.


‘미안하다.’


 무책임한 유서에는 단 한 줄만이 적혀있었다. 그 빌어먹을 아버지라는 남자는 결코 씻지 못할 상처만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책임은 어느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그 누구도 지지않으려 했다. 가족이면서도, 친척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그들은 시아를 짊어지지 않았다. 적당히 서로에게 미루고, 미루며 어영부영 시아의 목숨만을 부지했을 뿐. 그 때의 나는 15살의, 어떠한 것도 해낼 수 없는 여중생이었다. 슬픔을 씹어 삼키며 어른이 되는 날만을 갈망하는 어린 아이. 


“그래준다면야, 우리는 고맙지.”


 5년의 시간동안 어떻게 무리를 해서 사회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시아를 그 족속들에게서 떼어놓게 하기 위해서. 일은, 의외로 쉽게 돌아갔다. 어느 누구도 시아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아비가 없는 딸이라서? 아니라면...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을 좋아한 아이라서? 어떤 이유에게선 그들에게 시아는 그저 짐이었다. 벗을 수 없는 날이 약속되지 않은 짐.


“...예.”


 그렇게 나는 그들에게서 시아를 넘겨 받았다. 시아를 사랑해,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마음의 실현. 잠들어있는 시아는 15살의 그 모습 그대로. 그 날 되돌려받지 못하는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시아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20살, 유년의 끝을 고하는 날이었다.


 그 뒤로 늘 시아를 찾아가는 나날의 연속.


“사랑해.”


 때로는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해줘.”


 때로는 사랑을 요구하고.


“바보.”


 심술을 부린다. 


“제발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라도 해줘...”


“...”


 알고있다. 이런 말에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쯤. 그래도, 그래도 약한 나의 마음은 확신이 없으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거 같아 끝없이 요구한다. 나는 진정 시아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여태껏 지켜온 시간이 아까워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안개가 가득 낀 나의 마음은 갈피를 못잡고 헤매고 있다. 이제라도 일어나...일어나 한 마디만 해준다면 나는 견뎌낼 수 있는데.

 

 그래도 나는 시아에게 사랑을 말한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몸은 시아에게 향했다. 봄이 되어, 또 심록이 우거져, 단풍이 지고, 생명이 잠이 들고. 무상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사이에서.


“...할머..편...없나...”


 뒤에서 드문드문 들리는 목소리는 분명 젊은 여성의 목소리, 시아를 보러 온 간호사일까. 돌아보니 정답이었다.


“아, 미안해요. 잘 안 들려서. 혹시 뭐라 하셨죠?”


“아...아뇨, 할머님은 혹시 편찮으신 곳이 없을까 하고 물었어요.”


“저는 건강해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힘내세요, 젊은 아가씨.”


 그렇게 간호사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건강을 걱정받을 나이가 되었나, 새삼 생각이 나 내 나이를 떠올려보았다. 예순, 어릴 적에는 정말 까마득했던 나이. 확실히 계단을 오르기 조금 힘들어졌다. 그리고 앉아있으면 왜인지 다시 일어서기가 싫었다. 전에 할머니가 그러셨던 것 처럼.  나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너는 여전히 앳된 얼굴 그대로야, 시아야.”


 철제 난간이 빼앗아간 시아의 시간, 그래도 젊은 채 그대로 있을 수 있다는 건 행복일까? 늙어버린 나는 부럽긴하지만.


“젊은 거, 조금 질투해도 괜찮지?”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음 속이 답답했어. 내가...내가 너와 함께하고 늘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게 그냥 합리화인건 아닐까 싶었거든. 이제까지의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서 억지를 부리는 거 아닐까 하고.”


 말로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갈등했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조금 벅찬 시간의 연속에서 몇 번이고 넘어졌다. 그래도, 그래도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었다. 늘 돌아와 시아에게 사랑을 이야기했으니.


“그러니까, 나는 역시 너를 사랑하는 거야. 그리고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이 마음은 변하지않아.”


 고민하고, 갈등하는 그 모든 것도 하나의 과정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헤맬 수도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데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이제와 깨달았다면 다행아닐까. 그렇게 저물어가는 해에 여운을 맡긴다. 노을이란 모든 감정을 터트릴 수 있는 최고의 풍경일테니.


“...나도 사랑해.”


 그리고 주황빛 사이로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렸다…


“대답이 조금...늦었지?”


-----------------------------


 하루도 빼먹지 않고 오시는군요...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사랑하는 연인을 볼 생각을 하면 없던 힘도 생긴다, 라니 참 좋은 사랑을 하시는군요. 저희 부부도 똑같은 걸까요? 저도 지금 아내가 잠들어있는 땅을 지키고있으니. 그래도 당신에 비할 바는 아니군요. 저같이 늙은 사람이야 옛 생각밖에 못하지만 당신같이 젊은 사람은 여러가지를 포기해야만 올 수 있는 것일테니까요. 이런 당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분명 행복하겠지요. 그랬으면 좋겠다, 라니 그 사람은 반드시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겁니다. ‘나도 사랑해.’ 라고 말이죠.

______________________


세계대전때 탄광에서 기절해 뇌가 뭉개져서 식물인간이 된 사내의 이야기

놀랍게도 그 사내는 50년동안 늙지않고 쭉 소년인채로 현대까지 살아있었습니다...

라는 블랙잭의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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