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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여행] 어느 여행자의 일기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29 21:01:47
조회 1033 추천 27 댓글 5
														

※대충 이 밑으로는 애니화 안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후기에는 원작 스포가 있으니까 아직 안본사람은 조심하라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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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미리보기 방지용 일레이나 x 빗자루 짤이라는 뜻


---



[이건 당신의 일기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읽어주세요]


[당신의 이름은 암네시아. 나이는 열 일곱]


[당신은 지금, 밤에 잠들면 기억이 사라지는 병에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을 해주세요]


[고향 이름은, 신앙의 도시 에스트]


.....


[중요한 사항이 생겨서 덧붙입니다]


[옆에 같이 동행하는 사람은 재의 마녀, 일레이나 씨]


[기억을 잃은 저를 고향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한 사람 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애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녀는, 제가 매일 기억을 잃는 것 때문에 부끄러워서 절 거부하려고 할 것입니다]


[때로는 여자친구인 것 조차 부정하려고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일기장에 기록해나가면서 저희끼리 정보를 공유합시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진도를 나가려고 노력합시다]


[하지만 빠르게 행동하셔야 합니다]


[일레이나 씨는 인기가 많으니까, 어디서 어떤 여자가 꼬일지 모릅니다]


[에스트 까지 남은 기간동안-]


*


오늘은 손을 붙잡은 데 성공했습니다.


기억을 잃은 과거의 제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로 돌아간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기억을 잃은 저라는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레이나 씨가 절 조금씩 피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지요, 하지만 그녀는 곧 다시 웃는 표정으로 바뀌더니 저한테 일기장을 내밀어주었습니다.


기억을 잃은 과거의 저도, 기억을 잃을 미래의 저도 모두 아시겠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혼란스럽기 마련이지요. 그랬기에 아침마다 일기장을 읽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일기장에 적혀있는건 일레이나 씨가 내 연인이라는 것-동행하고나서 일주일 간, 처절하게 스킨십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저와 열심히 거부하는 일레이나 씨의 모습.


어라? 일레이나 씨, 의외로 가드가 쌔?


일기장에 적혀있는 데로 일레이나 씨는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인가 보다아, 그렇게 생각하고 간단한 스킨십부터 하려고 입을 맞추려고 했지만 사흘전 - 물론 저한테는 기억이 없지만, 사흘전의 제가 입을 맞추려다가 한 대 얻어맞았다는 기록이 서술되어 있는걸 보니 그것도 무리.


그럼 뭐부터 해야할까, 고민한 끝에 가장 손쉽게 할 수 있고 내일의 저도 할 수 있을법한 간단한 스킨십부터 하려고 한 끝에 간신히, 점심먹을 때 즈음에 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시는건가요?"


"손이 시려서..."


밥을 먹다말고 갑자기 붙잡은 것 치고는 자신이 생각해도 바보같은 변명이었지만, 그럭저럭 넘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웃으면서 숙소에서 밥을 먹다 말고 마주잡은 일레이나 씨의 손은 자그만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따뜻해서...내일의 저는 이 기억이 없을테니까, 충실하게나마 적으려고 합니다. 알고싶으시다면 내일의 저도 힘내서 손을 잡아주세요!


내일이 되면 기억을 모두 잃는다는게 슬퍼질 정도로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에스테에 도착해서 저한테 걸린 이 병이 사라지고, 일레이나 씨한테서 부끄러움이 없어진다면 이런 멋진 경험을 매일 할 수 있는걸까요?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의 저도 힘내주세요.


*


손을 잡고난 다음부터, 물론 저한테는 기억이 없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의 기록을 읽어보니 그렇게 많은 진도를 나가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일기장을 읽어보니 자는 사이에 일레이나 씨의 품에 들어가서 한 침대에서 숙면을 한 일도 몇 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당연하게도 저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라? 나 설마 잠버릇 나빠...?


그래도 과거의 제가 열심히 노력해준 덕분에 손 정도는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사할 일이군요, 어쩌면 부끄러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다는 걸까요? 연인관계라면 손잡는 것 정도는 자연스러운 일 일테니까, 그녀도 당연하게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동침에 손...일기장을 다 읽어갈 때 즈음에 뭔가 더 진도를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키스는 아직 좀 이른 것 같았고, 연인끼리 해야 할 것, 연인끼리 해야 할 것...


그것만을 생각하면서 일레이나 씨와 즐겁게 마을 안을 돌아다니다보니 오늘 서점에서 [연인끼리 해야할 스킨십 100선]이라 적혀있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노력하면 신이 돕는다더니 어쩜 이렇게 적절한 타이밍일까요! 어쩌면 제 고향의 이름이 신앙의 도시인 만큼 저도 뭔가 믿는 신이 있던걸까요? 그래서 그 신이 도움을 주신걸까요?


물론 일레이나 씨가 옆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고, 내일이면 기억을 잃는 제가 책을 가져가봤자 '이게 무슨 책이야?' 하고 물어보다가 뺏길것이 틀림없었기에 그 자리에서, 일레이나 씨한테 걸리지 않을 정도로만 빠르게 흝어본 다음 기억나는 것을 적으려고 합니다. 내일의 저 부터는. 부디 여기에 적힌 목표를 향해서 차근차근 나아가주시길 바랍니다.


[데이트]


[키스]


[동침 -> 첫날밤]


[결혼식]


*


지난 과거의 저한테, 그리고 앞으로의 저한테.


잘 생각해보니까 일레이나 씨와 여행한 지난 몇 주 간 동행한건 데이트가 아닐까요? 데이트겠죠? 데이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데이트 항목은 클리어, 이제 키스부터 다시 차근차근 진도를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해서 오늘의 키스가 어떤가 하면, 실패했습니다. 어제 적힌 계획을 보니 잠버릇이 나쁜걸 역이용해서 자는 사이에 일레이나 씨의 품 안에 파고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누가봐도 완벽한 계획이었고 성공했었을 것 같습니다만, 피로가 너무 쌓인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먼저 잠든 듯, 눈을 떠보니 바닥에 대자로 널부러진 제가 있었습니다.


제가 왜 바닥에 누워있었는지는 일기장을 본 다음에야 깨달았지만요.


오늘도 비슷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일레이나 씨, 너무 피곤하다고 해서 오늘은 방에서 나가지 않는다고 했거든요. 책을 읽다가 피곤하신 모양이지 꾸벅꾸벅 조시는데, 그 틈을 노려서 몰래 뺨에 키스하려고 했습니다만, 볼에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기가막히게 눈을 뜬 일레이나 씨한테 붙잡혔습니다.


거침없이 마법으로 날려져버렸습니다, 옙.


*


일레이나 씨와 관련이 없는 일이지만, 오늘은 와인이라는 것을 조금 얻어왔습니다.


체류중인 숙소에서 축제가 있다고, 한 병 가져가라고 해서 얻어왔습니다. 일레이나 씨, 조금 표정이 안좋았지만 그래도 같이 마시자는 말에 흔쾌히 승낙해주셨어요, 역시 제 여자친구, 일레이나 씨 완전 천사.


그래서 오늘은 일기를 짧게 쓰려고 합니다. 겸사겸사 오늘의 일레이나 씨 공략도 하루만 휴식하겠습니다. 


내일의 저,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숙취로 고생할지도 몰라요?



*


"일레이나 씨이...!"


짧은 흰색머리가 부드러운 향기를 내면서 눈 앞에서 흩날렸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습니다. 붉게 물든 얼굴, 살짝 풀린 눈동자, 무엇보다도 제 위에 올라타서 옷을 벗어대기 시작하는 행동까지-


그랬습니다, 딱 잘라 말하자면 그녀는 취한 상태였습니다.


"일레이나 씨이...사랑해요오..."


물론 취한것 자체를 나무랄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도 전에 포도주를 먹고 크게 실수한 적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직 동행한지 수 주, 그녀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면서도 술을 먹게한 저한테도 일부 잘못이 있었습니다. 분명 그랬습니다만.


어째서 눈이 풀린채로 저를 밀어붙인 채, 저를 덮치려고 하는걸까요!


거기다가 묘하게 힘이 강했습니다. 늘 허리에 차고다니는 샤벨로 보건데 어쩌면 정말로 기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사적으로 저항했습니다만 애초에 완력에서 밀려서, 완전히 침대에 깔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쯤되자 완전히 위험한 눈동자가 되어서는 숨을 색색 내쉬는데...


저거, 전에 침대 위에서 사야 씨한테 얼핏 봤던 눈이지 않습니까!


덮쳐진다, 덮쳐진다...지팡이를 꺼내서 반항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행동이 더 빨랐습니다. 상체를 다 벗은 그녀가 곧장 제 어깨를 강하게 짓눌렀습니다. 그러고는 천천히 제 위로 몸을 겹치더니...


그대로 제 위에 풀썩 쓰러졌습니다.


어떻게 된걸까요? 산걸까요? 아직도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상태의 제가 위에 올라탄 그녀의 무게를 느끼면서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색색 거리는 규칙적인 호흡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해서, 그녀가 잠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마법으로 그녀를 들어올린 다음 침대에 잘 눕히고, 이불까지 깔끔하게 덮어주었습니다. 이래봤자 잠버릇이 심한 그녀라면 의미 없겠지만요.


확실하게 잠든것을 확인한 제가 그녀가 보물처럼 들고다니는 일기장을 슬쩍 펼쳤습니다. 물론 그녀의 사생활인 만큼 볼 생각은 없었지만 덮치는 중간중간에 '일레이나 씨는 내 여자친구' , '일레이나 씨, 부끄러워 하지마' 같은 말을 꺼냈기에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일기장에 무엇인가 이상한게 적힌건 아닐까 싶어서 최근 일지부터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한 가지 결론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쩐지, 그녀가 동행한 이래로 과도하게 달라붙더니만 이래서였나요...미간을 붙잡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같이 다니는 동거인한테 여자친구라고 오해받으면서 시시탐탐 덮쳐질 위기에 처한채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태평하게 여행했던 이 아름답고도 가련한 미소녀는 대체 누구일까요?


네, 저였답니다...


*


일기장은 모두 소각했습니다.


물론 모두 소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녀가 저를 여자친구라고 착각해서 손을 잡으려는 시점부터 어제 일기장 까지, 남김없이 소각한 다음 마법으로 깔끔하게 뒷처리를 했습니다. 이걸로 그녀도 쓸대없는 오해를 하지 않겠지요.


작업을 끝마치자 이윽고 그녀가 눈을 떴습니다. 처음에는 저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것 같습니다만, 이제는 익숙해진 제가 능숙하게 책을 넘기자 그녀가 익숙한 손으로 받아서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는 늘 그래왔던 것 처럼, 모든것을 납득한 듯 절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일레이나 씨?"


"네. 맞아요."


제 이름을 부르더니만 저와 일기장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더니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날짜가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기억에는 없지만 어째서인지 몇 주 정도의 일기가 빠진 것 같아..."


"기분탓, 아닐까요?"


그런가, 그런가...어제의 일 때문에 숙취가 남아있던걸까요? 머리가 아픈지 그녀가 끙끙거리면서 일기장을 보는것을 확인하며 제가 창문쪽으로 나가서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씨였습니다.


*


물론 이 다음, 목차 부분에 적힌 [일레이나 씨는 내 애인] 부분을 미처 보지 못하고 소각시키지 못한 탓에 다른 소동에 휘말리게 됩니다만.


그건 또다시, 나중의 이야기로.


*


4권 중반즘에 보면 암네시아가 일기장을 보고 일레이나랑 연인관계라고 착각해서 키스해달라고 입술 내미는 씬이 있잖음


거기서 회로 돌려서 암네시아가 일레이나랑 이어지려고 미래의 자신한테 메시지 남겨서 무수한 암네시아들이 일레이나를 공략하는걸 써보고 싶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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