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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 여행 팬픽] 되찾은 루프

따비따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30 01: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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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나. 나 마녀견습생 시험을 보려고 해.”


“……응?”



산들바람이 부는 들판에 앉아 화관을 만들고 있던 나에게, 라벤더 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에스텔이 불현 듯이 그런 말을 꺼냈다. 마녀견습생 시험. 분명 재능 있는 마도사들이 모여 시험을 치러서 그 중에 단 한 명만이 뽑히는, 무척이나 어려운 시험이라고 들었다. 마법을 쓸 수 없는 나에게는 완전히 다른 세계 소리처럼 들리지만…… 그렇구나. 에스텔은 똑똑하니까, 그리고 재능이 있고, 뭐든 척척 해내고 마니까 그런 시험을 볼 수도 있는 거구나.


나는 에스텔을 바라보고 미소 지었다.



“대단하네. 우리 아직 8살이잖아. 그런데 벌써 그런 시험을 볼 생각을 한 거야?”


“에헤헤, 응.”



에스텔은 쑥스럽다는 듯이 웃어보이고는 이내 눈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금빛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했다.



“셀레나, 그, 있잖아. 마녀견습생 시험을 보려면 이 나라를 떠나야 해.”


“어?”


“우리나라에는 마법총괄협회 지부가 없으니까, 마녀견습생 시험을 보고 거기에 마녀가 되려면 여길 떠나야 한다고 해.”



뭐라고? 에스텔이, 이 나라를, 떠나?


에스텔이…… 내 곁을 떠나?


그런, 그런. 아빠가 더러운 눈길로 나를 핥을 듯이 쳐다보고, 아빠가 그런 눈길을 줄 때마다 손찌검하는 엄마를 견디고, 참아올 수 있었던 것은 에스텔이 있어줬기 때문인데. 그런 에스텔이, 내 곁을 떠난다고? 안 돼. 에스텔, 가지 마. 나 부서져 버려. 네가 가면 난 더 이상 나로 있을 수 없어. 행복한 가정을 연기하는 것도 무리야. 추잡한 시선과 부조리한 폭력을, 네가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견디라는 거야? 제발, 가지 마. 가지 마 에스텔─


하지만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시원스러울 만큼,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냉정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벼운 대답이었다.



“……그래.”



그래. 내 개인적인 사정, 이 질척질척한 감정, 지독한 의존으로 에스텔을 묶어둘 수는 없다. 내가 여기서 이 아이에게 내 감정을 전부 쏟아내면, 에스텔은 분명, 여기 남아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에스텔에게 전부 말한다는 건, 너무 치사한 짓이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평정심을 가장하며 그녀에게 짧은 한 마디를 되돌려준 것이다.



“……? 셀레나? 왜 그래?”



그러나 에스텔은 내 가벼운 대답에 적잖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에스텔이 당황한 이유가, 내 대답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바로 직후에 에스텔의 지적을 받고 나서였다.



“셀레나, 내가 떠나는 게 그렇게 슬픈 거야?”



어른스러운 척, 최대한 쿨하게 넘어갈 셈이었는데, 아무리 노력해 봐도 결국은 어린아이인걸까. 한심하게도 내 눈에서는 굵은 눈물줄기가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얼른 양팔로 얼굴을 가렸다.



“이, 이건, 그, 아니야. 눈에 먼지가 들어갔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변명이었지만,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애초에 머리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지 않았다. 슬퍼서, 에스텔이 떠나는 게, 슬퍼서. 아니, 슬픈 게 아니다. 그런 어중간하고 아름답고 애절한 감정이 아니다. 더 질척질척한, 그래,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 에스텔. 날 봐줘. 상처 입은 날 봐줘. 나를 구해 줘. 네가 없으면 난 하루도 살아갈 수 없어. 그러니까─



“가지 마, 에스텔.”


“셀레나?”



순간 세계가 얼어붙은 감각이 들었다.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설마, 에스텔에게 가지 말라고 한 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가리고 있던 팔을 풀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다고 해서 흘려버린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닐 테지만, 적어도 내가 에스텔에게 ‘가지 마’라고 하지 않았다면, 이 흘러넘치는 감정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내 바보 같은 행동을 합리화하고, 나는 에스텔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에스텔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이 입술을 꼼지락거렸지만, 그저 그렇게 주저할 뿐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나는 에스텔에게 ‘가지 마’라고 소리내어 말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에스텔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가지 말아달라고 말한 나에게 무슨 말을 건네면 좋을지 망설이고 있는 것이리라.



“……셀레나.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게……”


“셀레나.”


“에스텔, 아니야, 나는……”


“셀레나.”



에스텔은 내 변명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상냥하지만 강인한 목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에스텔의 태양 같은 금빛 눈동자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따스하면서도 내게 거짓말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단호함도 느껴졌다. 나는 에스텔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에스텔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버렸네.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아니, 그래.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에스텔에게 모든 것을 말하자. 꼴사납게 된 김에 에스텔에게 내 모든 걸 털어놓고, 가벼워지고 싶다. 에스텔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에스텔이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착한 아이는 아니다.



“에스텔. 나 실은─”



그리고 나는 내가 놓여있는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에스텔에게 설명했다. 아빠라는 인간은 내가 태어나 자라는 것을 더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엄마는 그런 시선이 내게 향할 때마다 나를 한 명의 여자로 보고 나에게 질투심을 품어 손찌검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런 주제에 밖에서는 평범하게 행복한 가정을 연기하고 있고, 에스텔에게도 그래왔다는 사실. 이런 현실을 버틸 수 있게 지탱해준 것은 에스텔과의 시간이었다는 사실마저도, 죄다,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에스텔, 내 곁을 떠나지 말아줘. 네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살 수 없어─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에스텔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에스텔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에스텔은 상냥한 아이니까, 내가 처한 상황을 듣고 어떻게든 해주려고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가지 말아달라는 내 진흙 같은 감정에 질려버렸을까? 혹은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이라며 외면하고 있을까? 그럼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에스텔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는,



“……레나 ……셀레나!”



부정적인 생각에 익사할 뻔한 나를 건져 올린 것은 에스텔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내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을 때, 에스텔이 나를 껴안고 있다는 사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따뜻하다. 이 아이는 무척이나 상냥하고 따뜻해. 그러니까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에스텔은 조금은 가시가 돋친, 그리고 화가 섞인 말투로 말을 쏟아냈다.



“바─보! 늘 어른스러운 척하는 주제에 왜 자기 일은 냉정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건데? 이렇게 울 정도로 괴로웠으면 나에게 한 마디라도 상담해줬으면 좋았잖아!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


“아니야, 에스텔. 난 에스텔한테 괜한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난! 셀레나가 내게 의지해줬으면 좋겠어. 모든 걸 말해줬으면 좋겠어. 셀레나, 너 아까 분명 내게 이렇게 말했지? 네가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고. 나도 마찬가지야. 만약 셀레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어.”


“하지만, 우리 어린아이야. 우리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해. 어떻게 하면 좋은데?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될까? 응? 알려줘, 에스텔. 날 구해줘.”


“알았어.”


“어?”


“진작 그렇게 말했어야지.”



***



그 후 일은 무서울 정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눈앞이 빙글빙글 돌 정도였다.


에스텔은 고작 8살에 불과했지만 로스트루프의 ‘천재 마법사’로서 이미 나라에 수차례 기여한 공로가 있었고, 게다가 다른 나라에 마녀견습생 시험까지 보러갈 수 있도록 지원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런 에스텔이 내가 부모님에게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8살짜리 어린아이인 내가 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 전체에 못돼먹은 부모와 불행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나간 것은 눈 깜짝할 새의 일이었다. 나중에 에스텔에게서 들어서 안 사실이지만, 에스텔은 그 이외에도 자신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여 나의 부모님에게서 나를 떼어놓기 위해 이러저러한 일들을 한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부모님에게서 자유로워지는 데에 성공했다.


그 후, 부모님과의 일이 일단락되고 에스텔이 내게 건넨 말은 그야말로 꿈과 같았다.



“셀레나, 나 외국에서 마녀견습생 생활을 하는 동안 같이 자취할 거야. 그치만 나 가사는 젬병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가사를 담당해 줄 마음씨 좋은 누군가가 같이 있어줬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너무나도 서투른 돌려 말하기에 그만 웃음이 새어나왔다. 너무 행복해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좋아.”라고 대답했다.



“……그때가 벌써 3년 전이네, 에스텔.”



나는 그립다는 어투로 내 무릎을 빌리고 있는 에스텔의 연보라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에스텔은 나랑 얽힌 문제를 처리하기 위하여 로스트루프에서 1년을 더 허비하고, 결국 9살에 나와 같이 로스트루프를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천재 마법사 에스텔은 그런 1년을 만회해보이겠다는 듯이 1년 만에 마녀견습생 시험을 합격하고, 지금은 마녀가 되기 위하여 어떤 스승님 밑에서 매일 열심히 수련하고 있다.


마녀가 되기 위한 수련은 상당히 힘든 모양인지, 저녁 무렵에 에스텔이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이 숙소로 돌아올 때쯤이면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이렇게 내 무릎을 빌리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 있었던 일이나 추억 얘기 같은 걸 꺼내고는 하는데, 오늘은 문득 추억 얘기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얘기를 꺼내본 것이다. 다 말해놓고 나니 관점에 따라서는 별로 좋은 추억도 아닌 것 같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것만큼 소중한 추억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분명 무심코 추억이라고 말해버린 것이리라.


내 추억 얘기를 끝까지 잠자코 듣고 있던 에스텔은, 여전히 내 무릎을 빌린 채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때, 내가 그렇게 억지로라도 끌고 온 거 잘한 일일까?”


“응? 이제 와서 민폐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에스텔답지 않게.”


“……조금?”


“바─보.”



그리고 나는 그녀를 놀리듯이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난 네가 주는 거라면 민폐라도 좋아.”



애초에, 네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기 싫으니까.





***




에스텔과 셀레나가 행복해지는 이야기


어딘가에는 이런 평행세계도 있지 않을가 해서 써봤음


에스텔이 떠나기 전의 셀레나는 적어도 정상인이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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