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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 여행) 어느 날 암네시아 씨와 만난다면

Icefra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30 21:50:31
조회 1458 추천 2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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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흐흥 다메를 넣고 싶어서 써본 이야기


죄송합니다


스포는 딱히 없습니다













-----------------------------------------------------------------------------------------------------


여러분은 운명을 믿으시나요.

저는 어느 쪽인가 하면 믿지 않는 쪽입니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다! 같은 열혈론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굳이 따지자면 그쪽에 가까운 느낌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저는 지금, 운명과 마주하고 말았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길 한복판에서.

소녀의 모습을 한 운명과.

꽃처럼 피어나는 미소와 함께 다가온 것은, 한때 저의 동행이었던 암네시아 씨.


"오랜만이야, 일레이나 씨."

"...오랜만이에요, 암네시아 씨."


그리고 아빌리아 씨였습니다.


"겍, 안녕하세요, 일레이나 씨."

"...아빌리아 씨도 오랜만이네요."


이쪽은 딱히 운명적이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니,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걸까요?

상자를 뒤집어쓴 첫만남이라는 것은 꽤 운명적인 만남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니, 조금 가치관의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운명이란 대체 뭘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앞의 현실로부터 도망치려는 가련한 마녀는 대체 누구인가.

네, 바로 저입니다.




"저기..."

"응?"

"팔을 놓아주시겠어요, 암네시아 씨?"

"후흐흥, 안 돼!"

"안 되는 건가요."

"응응, 안 돼요, 안 돼."

"하아..."


빠르게도 붙잡힌 제 팔은 지금 암네시아 씨의 품속에 갇혀있는 상태였습니다.

꾸욱꾸욱 눌러오는 탓에 피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그, 암네시아 씨는 허약한 마녀인 저와 달리 단련된 검사였기 때문에, 저는 그대로 붙잡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우우... 부러워... 질투나..."


뒤에서 아빌리아 씨가 뭐라고 중얼중얼하고 있었습니다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 들리고 있었습니다. 위장에 구멍이 날 것 같습니다만.

들린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으므로, 듣지 못한 것입니다.

듣지 못했습니다.


"일레이나 씨, 어디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 어디든 괜찮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암네시아 씨는 신이 나서 물었습니다.

암네시아 씨의 이 거리감은 새삼 굉장하군요.

이쪽은 솔직히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할까 뜻밖의 재회에 어색해하고 있었습니다만.

좀 더 여유있게라고 할까, 먼저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만나게 될 거라고 상상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가차없었습니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습니다만."

"아, 그래? 그럼 카페라도 갈까? 저쪽에 있는 카페, 빵이 맛있더라. 아빌리아랑 갔었거든. 그치? 아빌리아."

"우우... 네, 언니."

"아빌리아?"


명백히 낙심하고 있는 아빌리아 씨를 바라보며 암네시아 씨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천연이란 무서운 것이군요.


"왜 그래? 다른 데 가고 싶어?"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카페로 괜찮아요 언니."

"그래?"

"네."


후후후, 하고 미소지은 암네시아 씨는 다시 제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습니다.


"일레이나 씨는?"


뭐, 저야 괜찮지만요.


그런 느낌으로, 우리는 카페를 향해 발길을 옮겼습니다.

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팔을 붙잡힌 저는 암네시아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주로 최근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놀랍게도 쇼콜라 씨와 로자미아 씨가 공통의 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아직도 함께 여행하던 시절의 일기를 읽는다는 이야기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면서, 우리는 함께 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럼 그동안 아빌리아 씨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면.

뺨을 잔뜩 부풀린 채 터덜터덜 우리 뒤를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암네시아 씨의 관심이 온통 제게 와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딱히 따돌리고 있는 것도 아니니 평범하게 대화에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위가 아팠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뒤에 있던 아빌리아 씨가 갑자기 달려와 덮쳐들었습니다.

제 비어있던 한쪽 팔로.

뭔가요 이 상황?

해보자는 겁니까? 그런 겁니까? 뭘 하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격하게 반응하며 팔을 빼내려 했습니다.


"아빌리아 씨? 뭐 하시는 건가요? 이거 놓으세요!"

"그, 그치만, 언니가 일레이나 씨만 보고 있으니까, 이렇게 하면 질투해주지 않을까 해서..."


바보입니까 당신은.

어떻게든 팔을 빼내려 아등바등하자, 더욱 끈질기게 매달려 왔습니다.

대체 뭔가요? 이 상황은.

불안을 느끼며 암네시아 씨 쪽을 돌아보자, 암네시아 씨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푸후훗, 뭐야 이거? 엄청 웃겨! 양손에 꽃이네, 일레이나 씨! 굉장해."

"재미없는 농담 하지 말아주세요, 암네시아 씨."


굉장한 것은 당신의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정말로 뭔가요 대체.

제가 황당해하거나 말거나 암네시아 씨는 아빌리아 씨를 보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난 사실 아빌리아라면 괜찮은데. 이렇게 된 거 이대로 걸어갈래, 아빌리아?"

"흑흑, 언니가 원한다면... 저는 언니 뜻대로..."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건가요 암네시아 씨?

아빌리아 씨는 아빌리아 씨대로 분위기를 타서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고.

정말 웃기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양팔을 붙잡혀 있어서는 어쩔 수 없지않나 싶어 그대로 걸어가야 하나 조금 고민하던 그때.


"일레이나?"


누군가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것도, 매우 그리운 누군가의 목소리로.

하지만 저는 그 순간 매우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그리운 목소리가 의미하는 바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그곳에, 프랑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선생님...?"


잠시 뇌의 회로가 연결되지 않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정전되었던 머리가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찰나, 또 하나의 낯익은 목소리가 나타났습니다.

프랑 선생님의 옆에서.


"여어, 일레이나. 신수가 훤하구나. 잘 지냈냐는 인사는 안 해도 되겠는걸."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듯한 얼굴로 그런 인사를 건넨 것은 어두운 밤의 마녀, 실라 씨였습니다.


"실라 씨...?"


다시금 멈춘 뇌가 제정신을 차리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그제야 저는 제가 처한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른쪽에는 암네시아 씨가.

왼쪽에는 아빌리아 씨가.

가운데 끼어있는 저.

그것을 본 실라 씨와 프랑 선생님.


"..."


식은 땀이 흘렀습니다.

온몸에서 핏기가 가시는 느낌을 처음으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몸이 자신의 몸처럼 느껴지지 않는 비현실감과 함께, 멋대로 입이 스스로 놀려 말했습니다.


"저, 암네시아 씨, 아빌리아 씨. 일단 제 팔을 놓아주세요."

"어, 으응."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암네시아 씨와 아빌리아 씨가 곧 팔을 놓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사랑받고 있네요, 일레이나... 그것도 여러분에게."

"아, 아하하..."


언젠가의 메마른 웃음과 함께 그렇게 말씀하시는 프랑 선생님의 모습이 그때보다 참혹해 보이는 것은 기분탓일까요.

무섭습니다. 분명 웃고 계시는데도 너무나 무섭습니다.

가늘어진 눈 안쪽은 과연 웃고 계신 걸까요.

저는 차마 그것을 확인하지 못한 채, 그저 바보처럼 웃으며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얼마간 흐른 뒤에, 저는 프랑 선생님과 실라 씨에게 오해라고 설명을 드리고, 이어서 암네시아 씨와 아빌리아 씨를 소개했습니다.

그 뒤 어째선지 같이 카페로 향하는 흐름이 되어, 기묘한 만남이 성사되었습니다만.

막상 도착한 카페에서의 대화는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열일곱입니다"

"출신지는?"

"신앙의 도시 에스트입니다"

"일레이나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여행 중에 우연히 부딪혀서..."


뭔가요? 이건.

맞선?

맞선입니까?

그나저나 암네시아 씨, 존댓말 할 수 있었습니까?

처음 보는 거 같은데요?

한편 이쪽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나이는?"

"어, 그게..."

"출신지는?"

"신앙의 도시 에스트인데요."

"일레이나랑은 어떻게 만났나?"

"일레이나 씨가 에스트에 오셔서..."


당황한 아빌리아 씨에게 실라 씨가 프랑 선생님과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쪽은 맞선이라기보다는 취조군요.

뭐하는 거냐고 묻자, 실라 씨는.


"할 일이 없잖냐."


라고 실로 무책임한 답변을 하셨습니다.

하아...


"그래서, 너도 일레이나를 노리고 있는 거냐?"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에게는 언니뿐이에요."


뭘 어떻게 노리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라 씨의 질문에 아빌리아 씨가 탁자를 쾅 내리치며 분개했습니다.


"조용히 해주실래요?"

"시끄러워, 아빌리아."

"네, 네..."


옆에서 들어온 제지에 즉시 꺾이고 말았습니다만.

약하군요, 아빌리아 씨.


"시끄러워요."

"네..."


아, 제일 약한 것은 혹시 저였던 걸까요?.


그렇게 영문모를 시간이 흘러, 우리는 카페를 나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약 3명은 대체 뭘 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만.

기묘한 맞선 또는 면접을 마친 프랑 선생님은 암네시아 씨에게 자기 사무실 주소를 알려주시더니, 이윽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일레이나?"

"네, 네!"

"일레이나, 당신에겐 아무래도 지도가 더 필요했던 거 같네요. 앞으로 여자친구를 사귈 때는 제게 보고하도록 하세요. 당신의 스승으로서, 지금과 같은 문란한 관계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알겠나요?"

"여자친구라니요, 이건 그런 게 아니라..."


반론하려 하자 즉각 제재가 들어왔습니다.


"일레이나 씨? 나하고의 관계는 그저 장난이었다는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복잡해지니까 이상한 농담 하지 말아주세요, 암네시아 씨!"


다급해진 제가 그렇게 외치자, 주변은 찬물이라도 끼얹은듯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어째서 다들 제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쳐다보는 건가요?

늘 인자하신 프랑 선생님의 표정이 점점 차갑게 굳어가고 있었습니다.

항상 태양처럼 밝았던 암네시아 씨는 마치 크게 상처받은 듯 울상이 되었고, 아빌리아 씨에 이르러서는 쓰레기를 보는 듯한 경멸의 눈빛을 보내고 있군요.

...

어라? 저 혹시, 진심으로 매도되고 있는 걸까요?

어째서?


그 와중에 실라 씨만큼은 제게 다가와 호탕하게 웃으며 등을 팡팡 두들기며 말했습니다.


"하하하, 그야 물론 여자친구가 아니지! 일레이나의 여자친구는 우리 사야니까 말이야. 하하하하하!"


...실라 씨, 제발 분위기 파악 좀 해주세요.

아군인 줄 알았던 실라 씨의 폭탄발언에 이미 더 차가워질 수도 없었던 분위기는 한층 악화되어 일촉즉발이라고 할까, 이미 모두 끝나버린 다음이라고 할까.

저도 제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젠 모르겠습니다만.


"으윽, 우... 우아아아아아앙!! 일레이나 씨는 바보!!"


마침내 암네시아 씨는 울음을 터뜨리며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언니? 언니? 기다려요!"


뒤따라 달려간 아빌리아 씨 역시,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 이쪽을 향해 죽일 듯한 적의의 시선을 보내고는, 언니를 따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한편 프랑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없이 빗자루를 불러내고는, 작별인사도 없이 그대로 날아오르셨습니다.

실라 씨의 귀를 붙잡고는.


"아 아야야, 아야! 아파! 아프다고! 뭔데? 해보자는 거냐? 오랜만에 한판 뜰까 어?"


귀를 붙잡힌 채 끌려가는 실라 씨는 어떻게든 프랑 선생님의 빗자루에 매달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동문을 향해 할 말은 아닙니다만, 그야말로 바보로군요.

꽤 아파 보였습니다만, 솔직히 동정심은 들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제게 타인을 동정을 할 여유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구요.


그렇다면 거리 한복판에 홀로 남겨져 누구를 쫓아가야 할지도 알지 못한 채 망연자실하고 있는 이 가련한 마녀는 대체 누구인가.

네, 바로 저였습니다.


털썩 무릎이 꺾여 주저앉은 채, 저는 두 사람의 멀어지는 등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미 잃은 아기 새처럼,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후일, 저는 프랑 선생님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전략, 사랑하는 제자 일레이나에게.


지난번 일은 일레이나의 어머님께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곧 찾아가 보시겠다고 하네요.


그럼.


사랑하는 당신의 스승 프랑으로부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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