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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총수를 찾아서앱에서 작성

FemaleOnl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30 23:41:43
조회 971 추천 45 댓글 5
														

미스김은 카드 리더기도 없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는 산촌의 유일한  읍내 다방 웨이트리스였다.

라일락.

쨍한 보라색의 간판에 글자가 촌스러운 다방은 원색의 싸구려 시트지와 너덜너덜한 꽃 그림이 발린 유리창 너머로 교성이 그치지 않는 가게였다.

우리 마을의 성인이 된 여자라면 미스김에게 커피를 부탁하는 것은 당연했다. 티스푼으로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 누가 타도 맛있을 다방 커피지만 미스김이 타준다면 누구라도 맛을 모르면서 마셨다.

미스김의 손맛을 보지 않은 여자는 있어도 손맛만 본 여자는 없었다.

그녀는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는 고급브랜드의 찻잔에 담긴 커피를 저으며 버릇처럼 언젠가 마을을 떠나 세계를 여행하며 살 거라고 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다방에 주문이 드물어지는 주말이면 라일락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단골들도 마다하고 여자들을 불러들이기로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미스김이 어느 날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단순한 변덕이거나 그냥 헛바람이 들었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계절에 한 두번 미스김은 술이 진탕되어서는 인적이 드문 길가를 산발로 휘청이다 발견되곤 했으니까.

처량한 모습에 으레 집에 데려다주겠다 손목을 잡히기 마련이지만 미스김은 미소를 흘리며 몸을 녹이고 가시라 낯선 여자를 커피 한 잔으로 불러들였다. 상대가 누구였든 미스김은 며칠 후엔 돌아와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종적을 감추고 5일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여고생들이었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금단증상에 시달리며 자기들끼리 깔고 눕히는 등 말썽을 부렸다. 이집 저집 경찰은 눈에 뵈는 게 없는 애들을 떼어놓으랴 잘 타이를 테니 한 번만 봐달라는 어른들의 눈치를 보랴 진땀을 빼야 했다.

다음으로는 아직 시집을 못 간 처녀들이 씨근덕거렸다. 읍내 최고 미녀 미스김이 타주는 커피만 마시다 보니 밤이고 낮이고 티격태격 부대끼던 친구들이 이제 와서 결혼 상대로 보일 리가 없었다.

연중무휴 주말까지 읍내로 향하던 처녀 몇은 아주 가관이었다.  앓는 소리를 내며 제자리에서 말라죽든 눈이 벌게져서 미친 사람처럼 거리를 헤집든 죽을 맛이었다.

결국, 2주가 넘어가자 참다못한 각 마을의 어른들이 오일장에 모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를 짜서 상가와 거리를 헤집었고 부녀회는 라일락으로 향했다. 다방의 사장은 나이 든 여자로 미스김 전에 은퇴한 총수였다.


그녀는 미스김이 이렇게 떠나면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게 손버릇 좀 고치고 잘해주지 그랬냐고 핀잔을 줬고 손이 거친 몇이 찔려서는 언성을 높였다.

그래 봐야 때맞춰 미스김이 뿅 하고 나타날 리 없었다. 그것도 작정하고 사라진 거라면. 사장은 미스김의 고급 찻잔처럼 정교하게 위조된 이력서를 한숨과 함께 건넬 뿐이었다.

확인이랍시고 전화로 들쑤셔도 고향의 주소나 학교, 전화번호 어느 것 하나 미스김과 일치하는 게 없었다. 허탕만 친 부녀회 몇 사람은 사장의 힘없는 미소를 보자 눈에 불똥이 튀더니 부엌으로 끌고 갔다. 잠시 후 늘어진 발 너머로 책임을 지라 다그치는 소리와 마찰음이 들렸고 사장은 사과하며 자비를 구하더니 마찰음이 이어지자 체념한 듯 흐느꼈다.

부녀회 여자들은 어느새 라일락 안은 찾는 둥 마는 둥 부엌이 빌만 하면 사장을 추궁해보겠다고 들어갔다. 만족스러운 표정의 여자들이 드나들며 걷히는 발 너머 간간이 보이는 사장의 왼쪽 엉덩이는 검푸른 살 위로 흰 물감 방울을 덧칠해갔다.

부녀회가 다녀가고도 이주 후. 사장은 몸살을 핑계로 새로운 다방 레지를 여럿 뽑았다. 고수입을 보장한다는 말에 혹한 타지역의 아가씨 몇이 걸려들었지만 사장이 타준 커피를 따를 새도 없이 불려 다니며 찻잔을 눈물로 채우고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야반도주했다.

미스김 실종 후 한 달.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하건만 집요하게 드나들며 비교하는 단골들 탓에 좀처럼 적응하는 레지가 없었다. 라일락의 사장은 일주일 사이 한 손에 가득 찬 이력서 다발을 수동 파쇄기에 넣으며 맥없이 손잡이를 돌렸다.

마지막 신입 레지가 치맛단이 찢긴 채로 돌아와 고향의 어머니가 찾으신다며 사직서를 내고 간 참이었다. 돌아서는 그녀의 올이 나간 치마 사이로 자리를 지켜야 할 천 조각 대신 둔덕이 비쳤다. 이대로 농번기가 끝나고 한가해진 농부 수십까지 라일락에 들이닥칠 때가 되면 자신마저 야반도주해야겠다 다짐하려던 차였다.

유리문이 열리며 싸구려 종이 뎅그렁 소리를 내자 사장은 오늘은 더 손님을 받을 수 없다 외쳤다. 씨알도 안 먹힐 말에 날아올 쌍욕을 대비하며 귀를 막았지만, 인기척은 그대로였다.

의아한 사장이 고개를 들자 그곳엔 피부가 잔뜩 그을리고 탄탄해진 미스김이 서 있었다. 챙이 넓은 밀짚모자에 하와이안 패턴 원피스 차림은 계절감이 조금 지난 듯 했지만 아무렴 어떨까. 감격한 사장은 벌떡 일어나 미스김을 끌어안았고 그간 고통을 위로하듯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흐느꼈다.


기쁨과 슬픔의 파도 속에서 사장이 정신을 차린 건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스김의 토닥이던 손길이 어느새 쓰다듬다가 점점 손바닥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는 곡선에 농밀함이 더해진 탓이다. 사장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봤을 때. 미스김은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 한 손으로 사장의 속옷 버클을 풀었다.

불이 꺼진 라일락의 굳게 닫힌 유리문을 보고 전화통에 불이라도 낼 듯 걸어대던 산촌의 여자들은 버스를 기다릴 시간도 아까워 차와 트럭에 낑겨타서 읍내로 향했다.

다방 레지를 더는 못 뽑았다더라. 사장마저 야반도주했다더라. 말이 많았지만 속 시원히 내막을 밝혀줄 사람 하나 없었다.

상가 주인마저 건물을 부수면 안 된다 다방을 대신 열어주기 싫다. 사장은 찾지 마라 고개를 젓자 읍내 유일의 다방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정적을 집어삼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여든 여자들은 서로서로 탐색하며 약점을 찾기 시작했다. 다음 총수를 찾는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상대를 살피면서도 자신을 숨기려는 미묘한 기 싸움 사이에서 마침내 모두의 시선이 키가 작고 어려 보이는 아가씨에게 멈췄다.

아가씨는 주변의 시선을 눈치채자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지만 이미 굶주릴 대로 굶주린 여자들에게는 귀여운 저항에 불과했다. 자리를 비켜주는 듯 빈틈 하나 없이 둘러싸는 군중에 총수로 선출된 아가씨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굳게 닫힌 라일락의 유리문이 열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리바리한 여자들이 미스김을 알아보고 탄성을 뱉었다. 곱디고운 미모에 그녀들이 가질 수 없었던 흰 피부는 아니었지만 낯선 매력에 구미가 당기는 눈치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게로 들이닥치려 했지만, 미스김은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으로 제지하더니 한 명씩 예약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중에서도 방금 총수가 될뻔한 아가씨부터라는 말에 노성이 터졌지만, 누군가는 대신 체면을 살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렇든 저렇든 대다수의 단골들은 미스김이 돌아왔다는데 안심하며 예약명부를 적고 돌아갔다.

제자리를 되찾아 아가씨는 의기양양하게 라일락에 들어섰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뭐 대수냐 마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에 일어나는 역사도 있기 마련.

낡은 가죽 소파에 앉아 턱을 치켜든 채 다리를 꼰 아가씨가 그늘진 라일락 안을 둘러보던 차. 뒤로 돌려진 맞은편 소파 팔걸이로 힘없이 늘어진 다리를 발견했다. 아가씨가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소파 너머를 보자 담요 하나만 덮은 채 기절하듯 잠든 사장이 보였다.


그것도 담요의 위아래는 모두 살결이 드러난 채로.

설마가 사람을 잡을까. 등골이 서늘해진 아가씨의 귀에 유리문이 철컥ㅡ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미스김이 돌아온 후. 라일락의 커피값은 두 배로 올랐지만, 여전히 주문은 이어졌다. 달라진 점이라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말까지 출근하는 미스김이었다. 불러들이지도 않았는데 손맛 좋은 여자들이 한약이니 영양제를 들고 찾아온다나 뭐라나.

단골들은 주문 전화를 사장이 받으면 누구라도 금세 시기 어린 목소리로 바뀌곤 했다. 제아무리 혈기왕성한 여고생들이라도 미스김 앞에 서면 순한 양이 되어 몸을 배배 꼬기 바빴다.

카드 리더기도 없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는 산촌.

미스김의 손맛을 본 여자는 있어도 손맛만 보지 않은 여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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