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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 식어버린.

재미로참가하는윾동(125.180) 2020.12.02 01:56:00
조회 445 추천 1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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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정확히 2년이야.


나는 단호히 말했다. 그 아이의 눈망울 위로 벚꽃잎이 춤추며 내려왔다.


공원 밑 벚꽃나무 아래에서 고백받은 그 날.


내 친구의 두 살 연하 여동생에게.


내 고백을 거절한 사람의 여동생에게 고백받은 어느 봄날.


사랑이라는 감옥에 갇힌 그 아이에게 나는 2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물론 나에게 그럴 자격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감옥에 진정으로 갇힌 이는 


------------------------------------------------------------------------------------------------------


"벌써 오늘이네."


"그러게."


나는 무심한 척 대답했다. 끼익. 기타 헤드의 나사를 조여 기타 현을 조율했다.


"저기..."


"..."


"듣고 있는 거 맞지!?"


"네, 네."


"정말로..."


연아가 볼을 부풀린다. 부우우우. 그걸 힐끔 바라본 내 귀가 따끔거렸다.


뜨거워진 내 귀 끝이 들키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기타 조율에 집중했다.


끼릭, 끼릭.


마음을 비우는 데에는 기타 조율이 최고다. 그럼에도 오늘은, 혼란스러운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울리면 용서 안 할 거니까."


"수아 말이야?"


"알면서."


띵. 실수로 약지가 움직여 어긋난 음을 울렸다.


"오늘따라 왜 그래. 걔가 합주연습 늦는게 한두번도 아니ㄱ"


빠악.


아프다. 사실 너무 아파서 아픈 것도 안 느껴진다.


"딱밤을... 때리면... 어떻게 ㅎ..."


"눈치 드럽게 없는 놈한텐 벌이야."


"윽... 안다고... 안다고."


2년.


학교 옆 공원에서 우수아가 나에게 고백한 날.


어리석은 지금보다 한참 더 어리석었던 나는 '2년이 지나면' 그 대답을 해 주겠다고 했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는 우수아의 언니이자 나의 둘도 없는 밴드메이트, '우연아'에게 고백했었으니까.


...그리고 보기 좋게 차였으니까.


2년 전 그 일을 아무리 되감고, 되감고, 또 되감아봐도, 내가 멍청했다는 결론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울먹거리는 똘망똘망한 눈동자, 분홍색이 감도는 갈색 머리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래. 내 눈 앞에 이 모ㅅ...


"언니, 언니!"


"그래... 수아야...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하아, 하아... 미안해. 어제 새벽에 화장실에서 본 내 얼굴이 생각나서..."


"그건 또 뭔 소리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멋쩍게 웃어 보였다.


언제나처럼 지각한 뒤에 나한테 가까이 얼굴을 들이미는 수아. 


그리고 배시시 웃는 소악마적인 면모까지, 평소와 다름없었다.


잊었을까?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오히려 그렇기에, 저렇게 '평범함'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리라.


"정말, 오늘은 또 왜 지각한 거니?"


"아 그게! 영어쌤 정말 짱난다고! 쪽지 하나 틀린거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않아? 그쵸, 미나 언.니?"


"네가 평소에 수업시간에 퍼질러 잤겠지."


"아 정말!!! 친언니도, 미나 언니도, 왜 내 편은 없는 거냐고..."


부우우우. 수아가 볼을 부풀린다. 내 귀는 뜨거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러 눈을 피했다. 너무나도 닮았으니까. 그 모습은.


"자, 자! 다들 그만하고 연습해야지. 학교 문화제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에이, 그래도 방금 도착했는데. 준비 시간 정도는..."


"그 말을 늦은 사람이 그러는 거야? 정ㅁ... 아아아알겠어 이마는 때리지 마 니 언니한테 맞았단 말야"


"에이, 설마 제가 우리 미나 언니한테 그런 짓을 하겠어요?"


"그러면서 왜 딱밤은 날리는 건데..."


이젠 이마에 피멍이 들 지경이었다. 두 자매는 정말 비슷했다. 외모부터... 지옥불 딱밤의 위력마저도.


고통을 잊고자 연습을 마저 준비했다. 나는 기타와 마이크. 연아는 드럼. 수아는 베이스.


나와 기꺼이 함께하겠답시고 베이스로 들어가겠다던 수아의 고집 섞인 굵은 눈물방울이 떠올랐다.


2년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아.


"시작할까요? 미나 언니?"


난 작게 한숨을 쉰 뒤, 오늘따라 무거운 기타를 고쳐 매었다.


------------------------------------------------------------------------------------------------------


합주실의 작은 창문 사이로 뭉클한 노을빛이 스며들어왔다.


연아는 먼저 장을 보겠다고 집으로 들어갔다.


자매는 거짓말에 능숙한 것마저도 닮는구나, 눈치 빠른 연아와 소악마적인 수아를 보며 생각했다.


앰프를 끄고 기타의 코드를 뽑았다. 그리고 기타를 들어, 내 케이스에 넣었다.


그 순간, 수아가 보였다.


노을빛이 수아를 향해 비치고 있었다. 역광 때문일까, 수아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따가웠다.


수아가 내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움찔한 것이 느껴졌지만, 노을빛 합주실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역시 연상인 내가 먼저 말을 꺼내는 편이 낫겠지."


"..."


말이 없었다. 온화한 자기 언니와 달리 그렇게 방방 뛰어다니던 수아가, 이렇게 다소곳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놀랄 시간도 부족했다. 째깍. 째깍. 평소에는 들리지도 않던 연습실 시계의 초침 소리가 지진마냥 요동쳤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나는..."


"정말, 최악이네요."


"뭐가."


나는 저 둘과 달리 거짓말에 서투르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에 일가견이 있을 뿐.


"거절할 거 다 알고 있어요."


"..."


"언제나 제 언니를 보고 있던 거, 제가 모를 줄 아냐고요."


"들켰네."


"이 개새끼야!!!"


딱밤과는 다른, 날렵한 싸대기가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이유를 모르겠다. 너무 아파서? 내가 맞아도 싼 년이라서? 아니면 그 모습이...


"...사실은 다 예상한 일이긴 했어요."


초연한 표정으로 수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언니랑 닮았네. 


하지만 처음으로, 수아의 모습이 연아랑 겹쳐보이지 않은 순간이기도 했다.


"언니가, 미나 언니가, 당신이 죽을 정도로 미웠어요. 제 언니한테 꼬리쳐놓고, 거절까지 받아놓고선, 끈질기게 들러붙는 당신이."


"그래."


"그래서 떼어놓을려고 했어요. 우린 자매니까. 당신이 우리 언니의 외모만 보고 사귀려 든 줄 알았어요."


"맞아."


"당신이 착하고 띨빵한 언니 성격만 보고 만나려는 줄 알았어요."


"얼마 정도는."


"당신이 언니를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하하호호 지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줄 알았어요...!"


"..."


"그래서 내가!!!"


수아의 손이 올라갔다. 그걸 피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수아의 그 손은 매웠다. 그 매운 손으로, 나를 감싸안고는 엉엉 울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냐고요!!!!!!"


"...내가 이거까지 미안해야 돼?"


"죽어! 죽어버려요! 이 개새끼야! 쓰레기야! 씨발! 뒈져버려! 죽어!!"


"..."


이미 식어버린 내 마음에, 수아의 고함과 뜨거운 눈물만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우수아도, 우연아도, 2년 전의 약속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던 누군가의 모습도 내 심장과 함께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2년 동안 나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감옥에서의 시간은 의외로 괜찮았다. 때로는 철창 밖으로 날아가는 파랑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달콤한 자유를 꿈꾸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내게 감옥으로부터의 자유는 아무것도 아닌, 너무나도 가혹한 초가을의 추위다.


나는 수아를, 짝사랑한 연인의 모습을 포옹했다.


그 속에 벚꽃처럼 흩날리는, 이미 2년 전에 식어버린 따스했던 과거의 봄날을.


------------------------------------------------------------------------------------------------------


p.s.







원랜 델리스파이스 가사테마였는데 -틀- 음악 들으면서 하다보니 뭔가 많이 섞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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