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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 출생의 비밀을 안 마왕은 백합 돼지가 되었습니다.

진정한진정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03 17:49:27
조회 1034 추천 35 댓글 12
														
2탄 - 출생의 비밀을 안 마왕은 백합 돼지가 되었습니다.






최근 4대 마왕으로 즉위한 '세라 베익데이지'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인간과 마족의 혼혈이라는 것.

3대 마왕인 어머니에게서 그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겉모습은 영락없는 악마 그 자체. 머리에 자그마한 뿔 두 개도 분명히 있고, 엉덩이 꼬리뼈 쪽에서 돋아난 두 갈래의 검고 가느다란 꼬리조차도 인간에게는 달려 있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마족의 상징인 붉은색 눈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는 자신이 분명 마족과 마족 사이에서 태어난 순혈 마족임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녀에게 사실 자신이 인간과 교미를 통해 낳은 아이가 세라였고, 게다가……


"그리고 사실 엄마는 인간 남자랑 교미해서 너를 낳은 것이 아니고 인간 여자랑 교미해서 너를 낳은 것이란다~"


4대 마왕.

저, 세라 베익데이지.

인생이 얼마나 혹독한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어머니에게서 제가 인간의 여자와 어머니 사이에서 낳은 마족임을 알게 된 이후.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였습니다.

아무리 어머니께 그 인간 여자가 누구예요? 라고 물어보아도, 그녀는 그건 절대 말해줄 수 없어! 라는 답변만 내놓을 뿐. 그 어떠한 단서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또 다른 어머니, 인간 어머니가 누구인지 궁금해진 저는 그 흔적을 쫓아보았습니다. 사실 뒷조사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마왕이라는 위치, 마족 중에 가장 높은 곳에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모든 간부를 소집해 이전 마왕이었던 어머니와 접촉한 인간은 누가 있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딱 한 사람. 마왕성의 최상위에 도달했던 한 인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설의 용사 '엘라 올 어테커', 그녀 한 사람만이 마왕성의 최정상에 도달해 그 당시 마왕이었던 어머니와 조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딱 20년 전쯤. 그러니까 제가 태어난 시기쯤이 되겠네요. 이런 젠장.

인제야 어머니가 어떤 년이랑 쳐 교미해서 저를 낳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네, 뭐. 진짜 염병할 이야기네요.

지금 당장 어머니께 달려가서 '미쳤습니까 마덜?' 이 한마디를 외치고 싶지만, 그래도 저는 효녀이므로 어머니를 향한 쓴소리는 마음속으로만 담아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래도 저의 의문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 남은 의문은 바로 어머니가 어째서 인간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는가입니다. 물론 단순한 호기심일 뿐입니다. 전혀 제가 여자에게 흥미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진짜예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당장 요즘 마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백합책을 부하를 통해 사 오도록 명령했습니다. 아, 참고로 백합은 마족 여자와 마족 여자의 로맨스를 다룬 서브컬쳐계 단어입니다.

대관절 그렇게 부하의 픽을 통해 백합책을 손에 넣은 저. 마왕이 이런 것을 읽는다면 평가가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부하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말한 뒤에 몰래 제 방에 숨어서 읽어보았습니다. 제목은…… '감귤'? 참 이상한 제목이네요. 제목만 들어서는 내용이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과소비는 좋지 않기에 1권만 사 와달라고 했는데, 뭐 일단 읽어보죠. 마왕인 제가 겨우 이런 책에 흥미를 느낄 리는 없지만요.





다음권은 어디 있을까요? 부하 새끼가 눈치가 없어서 한 권만 사 오라고 했더니 정말로 한 권만 사 왔네요. 나중에 극형에 처하도록 하고, 일단 저는 다음권이 필요해요. 그래서 저는 다시 그 부하를 불러서 극형을 받을래? 아니면 네 월급 써서 나머지 책 다 사 올래? 라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월급을 통해 나머지 책을 다 사온 부하 덕에 저는 그날 밤을 세워서 그 백합책을 다 읽었습니다.

그런데 젠장 다시 생각해보니 빡치네요. 왜 하라는 교미는 쳐 하지를 않는 걸까요? 디질 때까지 키스만 할 생각인가 봅니다. 물론 키스도 좋아요. 하지만 교미를 해야죠 교미를. 키스가 그렇게 좋으면 교미를 하면서 키스를 하라고요. 참내. 어이가 없어서.

아무튼, 그날 이후로 저는 여러 백합책을 읽었습니다. 그중에는 마족 여성과 인간 여성의 백합책도 있었습니다. 종족 차이를 극복한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정말로 재밌었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이 어머니와 똑같고 히로인의 이름이 전설의 용사 이름과 똑같다는 점을 빼고는요. 그런데 이것도 제목이 특이하네요. 어머니의 책장에서 몰래 훔쳐 왔는데 제목이 '일기'였습니다. 저자가 적혀있지 않는데 누가 썼는지 참 궁금하네요. 어머니에게 들키기 전에 다시 책장에 넣어둡시다.


이젠 대부분 백합책은 다 읽은 것 같습니다. 이제 더는 먹을 게 없네요. 빨리 새로운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용사가 나타났다던데,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이번에도 여성이 용사가 되었다던데, 혹시 파티원 중에 여성이 있지는 않을까요? 용사와 용사 파티원의 백합…… 귀하네요. 회로가 돌아가는 것 같아요.







물론 저 세라 베익데이지, 마왕으로 해야 할 역할도 충실합니다. 오늘은 얼마 전 새롭게 형성된 용사 파티가 마왕성 외부의 4대 구역 중 한 구역을 괴멸시켰다는 보고가 있어 그에 대한 마족 회의를 하는 날입니다.

저는 마왕이니까 마왕의 왕좌에 앉아 부하들의 보고를 들으며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왕성에 있는 7인의 고위 간부들이 전부 모이는 날인 만큼 제대로 마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렇게 혼자 생각을 하거나 어머니 앞에서는 존댓말을 하지만, 나머지 부하들 앞에서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잔혹하고 극악무도한 마족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왕님, 이번에 새롭게 형성된 용사 파티…… 범상치 않다고 합니다. 파티가 결성된 지 한 달 조차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 구역을 괴멸시키다니, 이 정도라면 이전 전설의 용사와도 같이 마왕성까지 도달할지도 모릅니다."

"그래? 그럼 대책이 필요하겠구나. 이번에 형성된 용사 파티는 어떤 구성이지?"

"아, 그게…… 용사와 도적, 흑마도사 그리고 격투가였습니다."

"더 자세히 말해 보아라"

"도적은 수인족으로 엄청 빠르다고 합니다. 들리는 후문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상대방의 무기와 장비를 빼앗는 것이 특기라고 합니다."

"그런 건 궁금하지 않다. 성별은?"

"네?"

"내가 성별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느냐?"

"여성 수인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성별이 왜……"


여성이라고 하네요. 와! 이거 정말로 회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들리는 후문으로는 용사가 금발의 엄청난 미인이고 그 누구에게나 상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인족의 소녀…… 귀엽겠네요. 복슬복슬하고, 강아지 같은 스타일일까요? 모험 중 지친 용사님을 치유해주기 위해, 밤에 베게 하나만 들고 용사님의 침실로 들어와 함께 같은 침대에 누운 뒤에 용사의 품 안에 안겨 서로를 치유해주는…… 아, 좋아요. 이거 좋네요. 수인족은 꼬리가 성감대라고 하던데, 만약 용사가 그것도 모르고 만지는 감촉이 좋다며 그 부드러운 꼬리를 계속 어루만지는데 몇 번이고 발정한 수인족 소녀는 차마 자신이 발정했다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신음을 참는…… 이거에요. 제가 원하던 그림이네요.


"마왕님? 괜찮으십니까? 얼굴이 붉습니다만……"

"아아, 괜찮다. 다음 흑마도사는 어떤 자인가?"

"흑마도사…… 그자는 혹시 마족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극악무도한 자라고 합니다. 숨통을 끊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오히려 고통을 주며 쾌락을 느끼는 자라고 합니다."

"성별은?"

"여성입니다만……"


좋네요! 이거에요! 저번에 읽었던 소설에서 약간의 가학적인 묘사가 포함된 소설이 있었어요! 가학은 애낌이라는 말도 있듯, 흑마도사는 그런 쪽 취향인가 보네요. 상대방을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고통을 준다…… 흑마도사라면 분명 마법을 사용할 거예요. 그리고 흑마법인만큼 상대방을 구속하거나 감각을 제어하는 것도 할 수 있겠죠. 어느 날 용사를 괴롭히고 싶어진 흑마도사는 밤에 몰래 용사의 방에 들어가 용사를 속박하는 거예요. 그리고 속옷만 입고 있는 용사의 몸을 천천히 강제로 탐구하는 거죠. 그리고 탐구할 때면 그녀의 감각을 제어해서 몇 배는 더 쾌락에 민감하게 만드는 거예요. 쾌락에 민감해진 용사는 처음엔 그 사실을 부정하지만, 몸은 솔직해서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지 못하는 거죠. 결국에 흑마도사의 속박 플레이로 쾌락에 져버린 용사. 평소에는 동료처럼 지내다가 밤이 될 때면 흑마도사의 충실한 암캐가 되는 그런…… 하아……


"배불러……"

"마왕님?"

"아, 미안하구나. 오늘 점심이 꽤 마음에 들어서 말이지. 마지막은 격투가라고 했던가?"

"네, 격투가도 꽤 골치 아픈 존재입니다. 물리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신체 능력은 발군. 혼자서 100명의 마족과 일당백을 펼쳐서 상처 하나 나지 않고 쓰러뜨릴 정도로 강자라고 합니다."

"…………"

"여성입니다."


이것으로 전부 여성! 4명이 전부 여성인 용사 파티라니! 이거 귀해요! 최고예요! 오늘 저녁은 굶도록 하죠! 분명 용사는 격투가와 평소에도 함께 단련하는 사이일 거예요. 모험하면서 틈틈이 운동을 거르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는 동료애 이외에도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는 거죠. 오늘도 어김없이 함께 단련하는 두 사람, 서로를 스트레칭해주다가 자신의 신체에 접촉하는 가슴을 의식하게 되는 거예요. 평소에는 그냥 넘어가다가 묘한 감정이 생긴 이후에는 그럴 수 없죠. 그런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엔 서로에게 토로하고, 서로의 마음이 닿은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이제는 침대 위에서 단련하는 거죠. 이런 순애도 좋아요. 겉으로는 와일드 해 보이지만, 속은 소녀소녀한 두 사람의 순애…… 감사합니다. 태어나줘서.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습니다. 과연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드디어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낸 용사 파티는 어떤 모습일까요. 방금은 용사와의 커플링을 생각해 보았지만, 다른 커플링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미 두 사람씩 나누어져서 서로 사귀는 사이일 수도 있겠네요. 어머, 그러면 결혼은 언제 할까요?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아이를 낳는 건 어머니가 저를 낳으셨듯 아마 마법의 힘으로 어찌어찌 가능할 거예요. 다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왕님, 용사 파티에 관한 사소한 정보도 하나 있습니다."

"무엇이냐?"

"최근에 용사 파티에 새로운 후보가 있다고 합니다. 직업은 궁수, 엘프족으로 상당한 실력자라고 합니다. 수백 미터의 거리에서도 정확히 머리를 명중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장거리 공격에 능한 자라고 합니다."

"흐응? 엘프 궁수라……"


엘프는 귀가 성감대라고 하죠. 용사가 엘프 궁수의 귀를 핥는 모습. 엘프 특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혀를 이용해서 간지럽히듯 궁수의 귀를 공략하자……


"그리고 이번엔 남성이라고 합니다."


죽여버리도록 하죠.


"제 1간부 '나브', 제 2간부 '가므', 제 3간부 '조'. 너희 셋은 당장 그 용사 파티 후보라고 불리는 엘프를 처단해라."

"마왕님, 단순한 후보일 뿐입니다. 굳이 저희 최상위 간부 셋이 벌써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요?"

"내 명령에 의문을 제기하지 마라."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마왕님."


백합에 끼어드는 남자는 사형이다…… 는 말하지 않도록 하죠.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아요. 미리 죽여두는 것으로써 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최선일 거 같아요. 참 눈치가 없는 건지. 여자들 사이에 남자가 끼는 건 정말이지 참을 수 없네요. 앞으로 수시로 확인해서 그 사이에 남자가 낄 여지가 있다면 바로 죽여버리도록 하죠.


"회의가 끝나면 당장 죽이러 가도록."

"그럼 이 기회에 차라리 그 엘프를 죽이러 가는 김에 용사 파티도 저희가 처단할까요?"

"아니, 용사 파티는 더 지켜보도록 하지. 그들은 재밌는 장난감이 될 것 같거든."


사실입니다. 즐길 준비 완료에요.


"마왕님,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만."

"뭐냐?"

"마왕님께서 즉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아직 인간들에겐 마왕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마왕님께서 직접 나서서 맛보기로 인간들에게 새로운 마왕에 대한 공포심을 경각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그럴까요? 그런 건가요? 솔직히 인간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마왕으로서 그래야 하는 걸까요? 공포만 심으면 되니까 딱히 죽일 필요는 없겠죠? 그러다가 만약 여성 커플을 실수로 죽이기라도 한다면 저는 더는 살아갈 수 없어요. 이건 백합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아무리 인간이더라도 백합은 백합이란 말이에요……


"알겠다. 고려해보도록 하지. 그런데 현재 2 지역은 누가 지휘하고 있지?"

"물의 여제인 '레비 토탈워터' 입니다."

"레비…… 인가……"


레비 언니, 제가 어렸을 때 자주 놀아주셨죠. 날이 더워질 때면 함께 물놀이를 했던 기억도 있어요. 참으로 예쁜 언니였어요. 머리색이 푸른 바다를 담은 것처럼 아름다운 파란색이었죠. 음, 확실히 인간들에게도 예쁘게 보이겠죠? 그렇다면 2 지역에 도달한 용사 파티와 눈이 맞을 수도 있네요. 그리고 마족치고는 상냥한 성격이시니까, 어쩌면 오늘의 적은 내일의 동료라는 말이 있듯이 용사 파티에 합류할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에 용사 파티가 2 지역을 공격한다면 한번 몰래 가서 지켜보도록 하죠. 눈앞에서 백합을 보는 것은 귀한 경험일 거예요.


"흐흐흐……"

"마왕님, 무슨 즐거운 생각이라도 하셨습니까?"

"그래, 아주 즐거운 생각을 떠올려서 말이지."


부하와 용사의 백합이요.


"좋다. 이것으로 오늘 회의는 마치도록 하겠다."


휴우…… 회의가 이토록 즐거웠던 적이 있었을까요. 점심식사 이후 디저트로는 최고였네요. 너무 많이 먹어서 돼지가 되어버릴 것 같아요. 그나저나 아까 부하의 제안대로 인간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을 가장한 2 지역 용사와 마족의 백합을 직관하도록 하죠. 기대돼요. 얼른 용사 파티가 2 지역으로 쳐들어왔으면 좋겠네요.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한층 더 성장한 용사 파티는 마왕성 외부에 존재하는 제 2 지역에 도착한다.

용사, '엘린 올 어테커'를 필두로 도적 '마히 조스터', 흑마도사 '케일 가하그', 격투가 '리나 레사크'. 이 네 사람은 끈끈한 동료애와 협동심으로 똘똘 뭉쳐서 기세등등하게 지역의 보스인 '레비 토탈워터' 앞에 선다. 그녀들의 눈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마왕을 무찌르는 것일 뿐이므로 여기서 두려움을 느낄 일은 없었다.


"네가 이 지역의 보스?"

"맞아, 용케도 찾아왔구나. 용사와 그 동료들이여. 하지만 이 몸 앞에서 무릎 꿇게 만들어 주도록 하지."

"훗…… 예쁜 여자의 모습이라 봐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네."

"그건 아쉽구나. 나도 꽤 너희가 귀여워 보여서 그냥 돌아간다고 하면 그냥 놓아줄 생각이었거든?"



'오오! 드디어 붙었어요! 그나저나 레비 언니! 그게 뭐예요! 사실 별로 싸우고 싶지 않을 뿐이잖아요! 그냥 용사에게 동료로 맞이해달라고 부탁하세요!'


마왕, 세라는 결국엔 몰래 2 지역에 숨어들어 왔습니다. 그녀의 주변에 맴돌던 불온한 검은 아우라로 몸을 감싸 기척과 형체를 숨기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이 사랑에 빠져가는 모습을 관찰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마왕.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숨겨도, 그녀의 강한 마력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던 용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케일, 혹시 이곳에 다른 누군가가 있어?"

"그러게~ 아주 강한 힘이 느껴지는데. 저 언니에게서 나는 힘은 아닌 거 같아~"

"난 전혀 모르겠는데~"

"나도"


아마 마력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두 사람만 마왕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한 사람 더 있네요. 세라가 이곳에 숨어들어왔다는 것을요.


'마…마왕님?! 어찌 이런 곳에 오신 거예요?!'


세라의 머릿속에 텔레파시가 들어옵니다. 이것 참, 곤란하네요. 힘이 너무 강해서 자신의 힘조차 그것을 억누를 수 없는 것은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자신의 존재를 눈치챈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세라는 자신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는 레비에게 답을 합니다.


'레비 언니~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그냥 놀러 왔어요!'

'놀러…… 오시다니. 그리고 존댓말은 이제 쓰지 마세요. 이제 마왕이시잖아요! 좀 더 품격을 유지하도록 하세요.'

'레비 언니한테 혼났어요……'

'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주제도 모르고……!'

'그나저나 레비 언니, 어서 싸워서 용사와의 유대감을 높이세요!'

'네……?'


레비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겠네요. 왜냐하면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안 마왕은 이제 백합 돼지가 되어버렸거든요. 백합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요. 그야말로 인생이 백합이 되었어요.


"어딜 한눈파는 거지?! 간다!"


그때였어요! 갑자기 선제공격을 시작한 용사! 그와 동시에 다른 파티원들은 하나씩 뿔뿔이 흩어지면서 이전에 세운 용사의 작전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해요!


"칫…… 가소롭군!"


오오오! 레비의 물기둥! 그녀의 능력은 주변의 그 어떤 장소라도 물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덕분에 용사의 바로 앞 바닥에서 생성한 거대한 물기둥으로 그녀의 접근을 막아냈어요!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죠. 다른 세 동료는 이미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죠.


"어이, 나도 있다구!"


이번엔 마히의 공격! 그녀는 어느새 그 장소를 크게 돌아 레비의 왼쪽에서 단검으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순식간에 레비의 목을 노리듯 단검을 휘두릅니다. 그리고 단검이 레비의 목에 닿는 순간! 갑작스럽게 레비의 몸은 물이 되어 형체가 흐트러집니다. 그리고 그 물은 마히의 몸에 달라붙습니다.


"아흣~!"

"어머~ 귀여운 수인 씨. 손버릇이 좋지 않네? 목을 공격하는 척을 하면서 은근슬쩍 내 몸에 폭약을 심어놓다니~ 하지만 화약이 젖어버려서 터지지 않네?"


역시 레비는 강했습니다. 순식간에 액체 상태로 마히의 몸에 달라붙은 그녀는 강력한 수압으로 그녀의 몸을 꽉 조였습니다. 그러자 마히는 고통의 신음……? 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음을 내네요.


"마히! 지금 구해줄게!"

"괜찮아……! 엘린…… 괜찮아…… 아앙~"


저년이 미쳤나 보네요. 아무래도 이대로라면 용사파티가 전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비도 사람을 죽이는 것이 썩 유쾌하지 않았는지 바로 그녀를 죽이지 않고 조금씩 고통을 가하며 누군가가 그녀를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참으로 상냥하네요. 이래서 마족이 아직 인간들을 지배하지 못했나 봅니다.


'마왕님?! 어쩌죠?! 이러다가 얘 죽겠어요!'

'괜찮아요~ 지금 그보다 뒤를 조심하세요 레비 언니.'


그때였습니다. 마히의 몸을 가두던 수중감옥에 당당히 손을 뻗는 리나. 보통이라면 같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몸을 구속당할 테지만 그녀의 몸은 너무나 강하게 단련된 상태라 그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고 마히를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마히는 수중감옥에서 탈출한 뒤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괜찮아 마히?!"

"응, 최고였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레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의 전력의 40%만 사용하는데도 잘 대처하지 못하는 용사 파티의 모습이 실망스러우면서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적당히 끝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자만심은 역시 패배로 이어진다고 하죠.


'아…… 이건 좀……'


한참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흑마도사 케일이 어디에 있는지 도통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녀는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영창의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용사와 다른 두 사람이 시선을 끌었던 겁니다. 그리고 지금, 케일은 거대한 검은 구의 생성을 끝마쳤습니다.


"뭐야 저건?!"

"글쎄~ 뭘까? 언니가 좋아하는 짜릿짜릿한 거~?"


케일은 특유의 길게 끄는 말투를 사용하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웃자, 그 거대한 구체 안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그것은 케일이 만들어낸 거대한 전기 구름인가 봅니다. 레비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네요.


"칫……! 전기까지 만들 수 있다고?! 다재다능하구나!"

'꺄아~ 마왕님! 저 좀 구해주세요! 저거 겁나 아파 보여요! 전기는 싫단 말이에요!'


레비는 여유를 부리는 척을 했지만 아무래도 여유가 전혀 없었던 모양입니다. 뭐어, 세라 역시도 레비가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이쯤에서 모습을 드러내도 괜찮을 것 같네요. 비록 용사와 레비의 백합은 보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레비를 심하게 다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요.







이 몸! 등장! 입니다. 저는 레비 언니를 향해 날아오는 구체를 그대로 검은 아우라를 이용하여 삼켜버렸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거대한 구체는 그저 제 마력의 양식이 될 뿐입니다. 그리고 저의 등장으로 용사 파티 전원이 큰 충격에 빠진 것 같습니다. 저의 멋진 등장과 압도적인 힘 앞에 벽을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너…… 넌……!"

"처음이구나, 용사여. 나는 이번에 새롭게 즉위한 4대 마왕, '세라 베익데이지'다."


그런데 보기보다 용사, 정면에서 보니 정말로 예쁘군요. 고풍스럽다고나 할까. 저 찰랑거리는 금발과 고운 외모,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불편해 보이는 갑주와의 갭이 좋네요. 백합에 최적화된 외모에요. 이것으로 더 회로를 잘 돌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마왕……?! 혹시 방금까지 느꼈던 기척이 너……?!"

"그렇다. 왜, 두려운가? 용사답지 않구나."


용사는 아직도 큰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제가 그렇게 두려운 걸까요? 그래도 저 나름 외모에는 자신이 있습니다만, 인간들이 보기에도 예쁘게 보일 자신도 있습니다만, 이건 조금 슬프네요. 물론 위압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마왕으로서 기쁘지만요. 하긴, 제 외모에 반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네요. 저는 백합을 먹는 파. 직접 백합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럴 바에는 다른 사람이랑 꼼냥꼼냥 거리는 것을 보고 싶거든요. 저는 그냥 관엽식물처럼 무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왕님……! 방금 정말로 위험했거든요."

"그래, 너는 이만 물러가보도록 해라. 여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제 말에 레비 언니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자신의 몸을 물로 변환시켜서 이 장소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이것으로 이 장소에 남은 것은 저와 용사 파티 넷. 그런데 다들 무슨 일일까요? 그렇게 무찌르겠다고 신신당부를 하던 마왕이 눈앞에 있는데 다들 아무것도 하지를 않아요. 역시 겁먹은 걸까요?


"뭣들 하지? 너희가 그렇게 무찌르고 싶은 마왕이 눈앞에 있는데?"

"…………"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어요. 이거 무시당하는 거 같아서 슬프네요. 저랑 대화하기 싫다면 차라리 서로 비비기라도 하세요. 빨리 백합을 저에게 보여달란 말이에요. 아니면 조금 상처를 줘서 애틋한 분위기를 만들어 볼까요? 오, 제가 오작교가 되어 드리겠어요!


저는 그다음 여전히 제 몸에 감돌던 검은 아우라를 다시 한번 방출시켰습니다. 그 검은 아우라는 거대한 돔 형태가 되어서 이 장소를 가두었고, 그 안에는 제 주변에서 느껴지는 불온한 기운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아마 이 불편한 기운을 용사 파티는 전부 감지한 모양입니다.


"이거 뭐야…… 답답해……!"

"몸에서 힘이……?!"

"이것이 마왕의 힘……!"


다들 당황하고 있네요. 당연하죠. 이 공간에서는 상대방의 마력과 힘을 빼앗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강한 사람일수록 더더욱 힘이 빠져나가서 힘들 거에요. 그럼 이제 보여주세요. 위기의 순간, 사랑의 힘으로 빠져나오는 거예요. 얼른요. 용사님! 빨리 저에게 백합을 보여주세요!

그때였습니다. 일어서기조차 힘들어하는 세 사람과는 다르게 당당히 일어서는 한 사람. 그것은 바로 용사. 그녀는 자신의 몸보다 살짝 작은 대검을 땅에 꽂아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이거 이대로라면 극복할 수 있겠는데요? 동료를 지키기 위해 보여주세요!


"마왕……!"

"훗~ 이제야 싸울 의지가 생겼나 보구나!"

"으아아아아아아아앗!!!!"


용사의 외침과 동시에 그녀와 용사의 검에 커다란 황금색 빛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건 각성?! 물론 각성도 좋지만 그런 건 사랑의 힘으로 해주세요!

결국엔 그 빛은 제가 만들어낸 돔을 박살 냈습니다. 물론 일부러 그녀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약하게 설정하였습니다만, 그래도 극복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싸울 의지를 되찾았던 것일까요. 저의 검은 아우라를 파훼한 그녀는 한 손으로 그 커다란 대검을 들고 저를 향해 내밀어 보입니다. 그리곤 아직도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던 대검은 서서히 빛의 일부가 되어…… 엥? 사라지고 있네요?


"오늘로 결정했어 마왕……"

"응?"

"이제 널 무찌르지 않겠어. 대신 널……"

"음?"

"함락시키겠어!"


…………네?


"사실 처음 너를 봤을 때,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어. 그 누구에게도 느낄 수 없던 이 감정…… 이건 분명 사랑이야."

"아닐……껄?"

"나도야 용사! 마왕 외모가 너무 귀엽고 고압적이라서 주인님으로 삼고 싶어졌어!"

"그건 옆에 있는 흑마도사에게 부탁하는 건……"

"내 마법을 그렇게 쉽게 깨트린 자는 당신이 처음이야 마왕~ 나도 널 괴롭히고 싶어졌어~"

"…………?"

"마왕! 섹스하자!"

"…………?!?!"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아요. 분명 서로의 유대감을 끈끈하게 하기 위해서 등장했는데, 용사 파티 전원이 저에게 반한 거 같네요. 이거 X됐나 봅니다. 백합 보기는커녕 아무래도 제가 백합을 당해버릴 것 같습니다. 이건 최악이네요. 전 먹기만 하고 싶은데 말이죠.


"3년 뒤, 반드시 귀여운 너를 따먹으러 가겠다 마왕!"

"그러지 마…… 제발……"

"그때까지 끊임없이 단련하고 또 단련하겠어. 그리고 반드시 널 함락시키겠어!"


아, 이건 더는 안 되겠네요. 솔직히 무서워요. 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그녀들의 의지가 너무 두려웠어요. 여기선 물러나도록 하죠. 이미 마왕으로서의 힘은 보여줬으니까 괜찮겠죠.

저는 곧바로 아까와 같이 제 몸과 기척을 아우라로 숨겼습니다. 용사 파티도 지금 당장은 저를 쫓을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표정이 사랑에 빠진듯한 표정이네요. 제가 그렇게 매력적이었을까요. 이건 곤란하네요.






마왕성으로 돌아온 저는 방구석에 콕 박혀서 제 미래에 대해 낙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백합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용사 파티는 이제 저를 따먹으러 온다고 하네요.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걸까요. 정말 앞으로의 일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네요.







그렇게 3년이 지난 지금. 용사파티는 파죽지세로 마왕의 4 지역을 전부 격파한 다음에 드디어 마왕성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치유사 씨도 함께 왔다던데, 그녀도 저를 따먹으려고 하는 걸까요?

진짜 미치겠네요.

그나저나 용사의 이름이 분명 '엘린 올 어테커'였죠. 성이 어머니와 교미했다는 전설의 용사와 성이 같네요. 우연일까요? 나이대도 저랑 비슷해 보이는데……

설마? 아니겠죠.

아닐 거에요.

아니여야만 해요……






________________________
원래 단편으로 기약된 소설
다음편은 대회 내에 못쓸 거 같으니
창작으로 올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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