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따라 아가씨의 옆자리가 비여 보이는 건 왜일까. 요즘 따라 아가씨의 옆자리가 쓸쓸해 보이는 건 왜일까.
사쿠야는 한숨을 쉬며 홍차를 탔다. 매번 똑같은 잎의 무게, 물의 온도, 시간. 그리고 마시는 사람까지 같은 일상 속에서 자신만 이상했다.
"사쿠야. 무슨 고민 있어?"
"네? 무슨 일로···."
"평소의 홍차보다 조금 떫어서."
사쿠야는 고개를 푹 숙였다. 소쇄한 메이드가 이런 걸 실수하다니. 빨개진 볼을 시간을 멈춰 식힌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홍차를 내오겠습니다."
"아냐, 피곤해 보이는데 들어가서 쉬어. 내일은 더 맛있는 홍차를 주라고?"
레밀리아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인 사쿠야의 콧잔등을 톡 쳤다. 사쿠야는 쿵쾅쿵쾅대는 심장을 애써 침착시키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시간을 멈추고 자기의 방으로 돌아간 사쿠야는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털썩 누웠다. 빨개진 얼굴이 화끈화끈했다.
눈을 감으니 레밀리아의 생각에 사쿠야는 벌떡 일어나 다시 시간을 풀었다. 요즘 자신이 이상한 건 확실하다. 근데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사쿠야는 알 수 없었다.
무엇이 자신을 초조하게 만드는지. 무엇이 자신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무엇이 레밀리아를 떠오르게 하는지.
물어봐야 하나? 사쿠야는 마음속으로 물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왠지 이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기에는 쑥스러웠다. 좀 더 지켜봐도 되겠지. 그녀는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심장이 크게 뛰었다.
*
"그럼 이제 가실까요, 아가씨."
"근데 파체는?"
"먼저 가셨어요. 저희가 늦게 출발하는 거랍니다."
"지금에서야 밤이 되었는걸!"
레밀리아는 씩 웃으며 사쿠야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사쿠야는 눈을 떼지 못했다. 반짝반짝. 그럴 리 없겠지만 레밀리아의 옆에서 빛이 보이는 건 무엇일까. 눈이 멀 거 같아서, 눈을 꾹 감았다 뜨니 앞에 보이는 건 레밀리아 뿐 빛 따위는 없었다.
"사쿠야, 어디 아파?"
"아뇨, 아가씨. 이제 가실까요?"
"좋아!"
웃음을 지은 사쿠야는 이번에도 레밀리아 한 발짝 뒤에서 날았다. 달빛에 비추는 레밀리아의 모습에 또다시 눈이 부셨다. 사쿠야는 자신도 모르게 시간을 멈췄다.
어째서, 어째서. 또다시 그 옆자리가 비여 보이는 걸까. 아무도 없는 그 자리가 쓸쓸해서, 하지만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아가씨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닿지 않는다. 자신과 아가씨에 관계는 이 정도. 한 발짝 뒤에서, 손을 뻗어도 아슬하게 닿지 않는 그 자리에서 자신은 서있어야 했다.
"정신 차려 이자요이 사쿠야."
아가씨께서 지어주신 이름. 자신의 주인, 자신을 거둬주신 분. 주인은 짐승을 거느리고 짐승은 주인께 복종을 바친다. 자신은 옆자리에 서는 사람이 아닌, 한 발짝 뒤에서 서는 존재.
"난 아가씨의 곁에 서고 싶은거야."
하지만 그걸 깨달았다고 달라지는 점은 없었다.
"나 왔어!"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즘 레밀리아와 사쿠야가 신사에 도착했다. 레밀리아는 총총총 뛰어가며 레이무에게 안겼다. 그 순간 따끔하고 아파오는 불편한 느낌에 가슴 부근을 문질렀다.
"메이드장은 어디가 불편한가 봐—?"
술을 끓어안고 나온 마리사에 사쿠야는 한숨을 쉬었다. 빨개진 볼과 나른한 말투를 봐선 취한 것인데, 얼마나 마신 건지. 사쿠야는 다시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그러고 보니 레이무도 답지 않게 얼굴이 빨갰지. 사쿠야는 신발을 벗고 신사 안으로 들어갔고 마리사 역시 사쿠야를 따라가며 재잘거렸다.
"그냥 연회 전에 레이무랑 딱 한잔했지—."
"한 잔?"
"응···, 한 잔은 아니고 좀 여러 잔?"
도대체 뭐에 웃음이 터진 것인지 마리사는 웃으며 사쿠야의 팔뚝을 마구 쳤다. 사쿠야는 이 주정뱅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쯤 누군가 사쿠야를 불렀다.
"사쿠야—!"
아가씨였다. 마리사 때문에 안 좋아진 기분이 레밀리아에게 이름 한번 불러졌다고 기분이 좋아진 사쿠야는 고개를 저으며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따끔—. 또다시 가슴 부근이 따끔거렸다. 도대체 마리사랑 얼마나 마신 건지 레이무가 레밀리아 무릎 위에 누워있었다.
또다시 나빠지는 기분에 그녀는 혹시 자신의 아가씨가 눈치챌까 봐 재빨리 웃음을 지었다. 그것을 눈치 못 챈 레밀리아는 그 짧은 사이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사쿠야에게 즐거운 듯 말했다.
"그래서 말이지, 레이무가 졸리다면서 내 무릎을 벴어."
"그러신가요, 즐거웠겠네요."
사쿠야는 억지로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또 무슨 일이 없었나요?"
"음, 레이무가 누울 때 텐구가 와서 사진을 찍었어."
텐구가 사진을···. 사쿠야는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베개를 찾아 레이무를 눕힌 후 텐구를 찾아 나섰다. 기분이 좋지 않은 그녀는 근처에 있던 술병을 들어 그대로 원샷을 했다.
아가씨를 파츄리님이 있는데 두었지만 불안한 건 불안한 것이다. 얼른 텐구를 찾고 돌아가야...
"에헤헤, 역시 연회는 특종거리네요!"
때마침 찾고 있던 존재가 있었다. 바로 칼을 던질까 생각했지만 사쿠야는 카메라만 뺏을 뿐이었다.
"겍, 메이드장이 왜 이곳에···."
"당연히 당신을 찾기 위해서죠, 텐구씨?"
아야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사쿠야에, 헛웃음만 지을 뿐 딱히 뭘 하진 않았다. 사쿠야는 사진기를 요리조리 돌리며 레밀리아가 찍혀있던 사진을 찾았다.
아, 찾았다. 무릎을 벤 레이무와 빨개진 얼굴로 카메라 쪽을 바라보는 아가씨. 그 어느 것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질투하는 자신이었다.
한심해, 한심해서 자기 자신이 싫어진다. 레이무에게 질투하는 자신은 정말 꼴 보기 싫을 정도로 꼴불견이겠지.
일단 이것을 삭제해야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한 문외한인 사쿠야는 아야에게 카메라를 넘겨주며 말했다.
"지워."
"아, 네···."
아야는 다행히 다 날아가지 않는 자신의 데이터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레밀리아가 찍혀있던 사진을 지웠다. 지우는 동안 아야는 힐끔 사쿠야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억누른 듯,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거 같은 아이처럼. 아슬아슬하게 쌓아져있는 탑 같았다. 아야는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질투하신 건가요?"
아야는 말하자마자 입을 닫았다. 그 얼굴이, 눈빛이 모두 알려주었으니깐.
"아아, 그런가요. 뭐, 그럼 전 이만."
아야는 바람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피곤해···."
한 것을 별로 없었으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레이무는 언제 일어났는지 다시 스이카, 마리사와 함께 술을 마셨다. 사쿠야는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아가씨를 찾았고, 파츄리 옆에서 아까 그녀가 베어줬던 베개를 벤 상태로 자고 있는 레밀리아가 보였다.
갑자기 오르는 취기에 사쿠야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파츄리는 그런 사쿠야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레밀리아는 아까 공격을 당했어."
"공격이요?!"
"응, 술 취한 오니들에 공격을 말이야."
아아, 그런 뜻이구나. 사쿠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회까지 와서 책을 보는 파츄리는 그런 사쿠야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따가 가긴 할 건데, 너도 좀 놀다 오지 그래?"
"예? 아뇨. 전 아가씨 곁에서···."
"어차피 지금은 안 보살펴도 괜찮아. 사쿠야도 놀긴 놀아야지."
"아, 네."
아가씨 곁에 있는 게 더 좋은데. 사쿠야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 그걸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없었다. 그녀는 꾸벅 인사하며 아까 레이무와 마리사가 있는 데로 갔다. 그렇게 걷다 보니 아까 전 편해 보이는 레밀리아의 모습이 생각나 사쿠야는 생각에 잠겼다.
아가씨와 파츄리님이 친구니까 옆에 선적도 많겠지? 자신도 꽤나 본 적이 있고. 메이링은 어떠려나. 메이링도 종자이긴한데 요괴에다가 오래 알고 지냈으니 옆에선 적도 있을 것이다. 여동생님은···, 옆에 보다는 앞에 서있을 거 같은데.
"사··· 쿠···."
몇 번이나 홍마관을 상상해봐도 레밀리아 옆에 서있는 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였다.
"사··· 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자신이 아가씨 옆에 설수 있을까. 좀 더 힘을 키워도, 좀 더 어른이 돼가도 그저 자신은 충성을 바치는 종이었다.
"사쿠야——!!!"
"깜, 깜짝이야···."
진짜 소리 지를 뻔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며 두근두근거렸다. 마리사는 볼을 부풀리며 사쿠야의 팔을 붙잡고 끌고 갔다. 아까 그 멤버에 도망쳤던 텐구, 아야까지 포함해 있었다.
"내가 데려 왔다제—!!"
하하, 웃는 마리사에 사쿠야는 엥, 하며 이게 무슨 일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아야는 그런 사쿠야를 보며 술내기라고 짧게 말했다.
"안 해."
"왜애애애."
"텐구랑 오니 상대로 어떻게 이겨!!"
꼬마라도 알 정도로 텐구와 오니에 주량은 엄청났다. 바위에 계란치기와도 같은 것이다.
"아냐 벌칙은 5등이랑 4등만 받으니까아아."
어이구, 벌칙도 있어? 사쿠야는 몸을 휙 돌렸지만 마리사에 의해 억지로 돌려지며 자리에 앉혀졌다.
"룰은 간단해! 술을 마시고 먼저 기절하거나 자는 사람 두 명은 여기 있는 텐구가 찍은 사진 중 가장 부끄러운 사진을 신문에 쓸 거야! 만약 아야가 지면 모든 사진 데이터들을 지우는 거다제!"
"갈래."
"안돼! 앉을 때부터 시작한 거니까!"
"그딴 룰이 어디···, 웁——!"
레이무는 냅다 사쿠야 입에 술을 넣었다. 어쩔 수 없이 꿀꺽 삼킨 사쿠야는 히죽 웃는 레이무에 열받아 바보 같은 술내기가 벌어졌다.
*
"겨, 겨우 이겼다아···."
오니랑 텐구를 이긴다는 상상은 전혀 한 적도 없고 이미 술 취한 레이무와 마리사만 이기면 되겠지 했는데... 왜 이렇게 쌘지, 같은 인간이 맞나 할 정도로 안 끝났다. 5명에서 40병은 마신 듯 자신들이 있던 방에는 술병이 너무 많아 마당에도 굴러다닐 정도였다.
사쿠야는 술병을 싹 민후 마리사와 레이무를 눕혔다. 자신도 눕고 싶었지만 여기서 눕는다면 못 일어날게 뻔했다. 오니와 텐구는 또 술을 마시러 갔는지 사라져있었다.
울렁거리는 속에 비틀거리며 벽을 잡고 이동했다. 어질어질, 세상이 돌아갔다가 비틀어졌다가 사라졌다가 원상태가 됐다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겨우 레밀리아가 있던 방에 돌아간 사쿠야는 술이 다 깼는지 연회에 있던 음식을 먹고 있던 레밀리아를 보곤 벽에 기대 주르륵 미끄러졌다.
졸려···. 꾸벅꾸벅 고개가 흔들렸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 때문에 잘 수가 없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고개에 레밀리아는 자신의 어깨를 내주었다. 우응, 거리며 칭얼거리는 사쿠야에 레밀리아는 웃으며 사쿠야를 토닥거렸다.
"왜 이렇게 취했어. 얼마나 마셨길래."
"애들, 이랑···, 술내기 해써요오···."
웅얼거리는 말에 레밀리아는 키득키득 웃었다. 사쿠야는 이마를 비비며 술내기 전까지만 해도 있던 파츄리가 어디 갔는지 둘러보고 있었다. 레밀리아는 그런 사쿠야의 마음을 읽은 듯 답을 해줬다.
"먼저 갔어. 난 사쿠야를 기다리느라 있는 거고."
"죄송해요···."
레밀리아는 일어나 사쿠야를 일으켜 세웠다. 사쿠야는 감겨오는 눈꺼풀에 눈을 비볐지만 금방 감겨버렸다.
레밀리아는 사쿠야의 손을 잡고 날기 시작했다.
"저어···, 손은 놔도 되는 데에···."
"아냐. 지금의 사쿠야는 손 놓으면 뚝 떨어질 거 같아."
그 정도?! 사쿠야는 마음속으로 반문했다.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홍마관으로 향했다.
"사쿠야, 요즘 무슨 일 있었어?"
"네? 아, 아뇨오···."
하마터면 진짜로 털어놓을뻔했다. 다시는 술에 취하면 안 되겠어. 사쿠야는 자신의 이성에 대해 칭찬과 함께 다짐하며 화제를 바꾸려 했다.
"근데 오늘 진짜 달이···."
"사쿠야."
"네?"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꼭 말해줘."
사쿠야는 자신의 손을 꽉 잡은 레밀리아를 쳐다봤다. 어째서.
"꼭이야."
저는 그저 종자일 뿐일 텐데.
"사쿠야가 힘든 건 싫으니까."
어째서 그렇게 상냥한 눈으로, 저를···. 사쿠야는 눈물이 차오를 거 같아 눈을 꾹 감았다. 눈물이 나오는 이유는 달빛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래 그뿐이었다.
*
그날 이후로 며칠이나 지났다. 그 다음날 숙취로 인해 정말 죽어버릴 것만 같았고 그 이후론 할 일이 많아 레밀리아랑 말할 틈이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떨어져 이따 보니 사쿠야는 편했다. 옆에 서고 싶다는 주제넘은 생각도. 따끔거리는 이상한 느낌도. 반짝반짝하는 빛도. 그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원을 걸으며 할 일을 생각하자 옆에 갑자기 나타난 메이링에 인해 사쿠야는 아픈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것들이 다 깜짝 놀라게···."
"사쿠야씨 어디 아프세요?"
사쿠야는 화를 내려다 메이링의 말에 말을 멈췄다. 갑자기 행동을 멈춘 사쿠야에 메이링은 당황하며 주저리주저리 말했다.
"아니면 무슨 고민이 있는 건가요?"
정곡이었다. 하지만 사쿠야는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근데···."
"예?"
"나 뭔가 아파 보여?"
분명히 자신은 기분이 좋았다. 레밀리아도 만나지 않아 그때 그 이상한 느낌도 없어 편했고 딱히 그것 외엔 고민도 없었다.
"음···. 아프다기보단, 만나지 못해 안달 난 느낌일까요. 초조한 느낌?"
제 생각을 읽는 것도 아니고 어쩜 이리 잘 맞출 수가 있을까. 사쿠야는 메이링의 평가를 일 안 하는 문지기에서 감 좋은 문지기로 바꿨다.
그녀는 고민하다가 결국 조금 바꿔 메이링에게 털어놓기로 했다.
"만약 어떤 존재가 반짝반짝하고 누군가 그 옆에 있다 생각하면 뭔가 따끔거려."
"네."
"그리고 내가 그 옆에 서있고 싶다 생각하면 그건 도대체 무슨 감정일까."
메이링은 음—, 거리며 고민을 했다. 그리고 생각난 듯 아! 라고 외쳤다.
"그건 분명 동경일 거예요!"
"동경?"
"예! 상대가 반짝반짝 보이는 이유는 자신이 존경해서 그렇고 누군가 옆에 있을 때 따끔거리는 건 자신이 아니라서, 그 옆에 서고 싶은 건 인정받고 싶어서 가 아닐까요?"
메이링은 웃으며 조잘조잘 떠들었다. 사쿠야는 동경을 중얼거렸다. 예전부터 레밀리아를 동경했다. 자신을 구해준 인물. 하지만 그건 예전부터 그랬을 텐데 이제 와서 이렇게 변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이야. 사쿠야씨가 동경할만한 인물이라니... 얼마나 강한지 저도 한번 싸워보고 싶네요!"
물론 지겠지만···, 이라는 메이링의 말에 사쿠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메이링 평가를 싸움 바보 문지기라 고치고 관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한번 다 물어볼까.
"어떤 존재가 반짝거리고 그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뭔가 따끔거리며 자신이 그 옆에 서고 싶은 감정이 뭐냐고?"
"요약 고마워."
사쿠야는 신사에 앉아 마리사를 바라보았다. 마리사는 끙 하는 앓는 소리와 함께 벌러덩 누웠다.
"레이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
마리사는 결국 레이무한테 물었다. 자신의 머리로는 돌출해내지 못하는 답이었다. 레이무 역시 인상을 구기곤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거 좋아하는 거 아냐?"
"풋——!"
푸하하하하! 마리사는 배를 잡고 굴렀다. 무엇이 그렇게 웃긴지 마리사는 눈물을 훔치며 숨을 골랐다.
"저 메이드장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풉, 큭···. 다시 생각하니 웃음이, 켁!"
마리사는 결국 레이무에게 맞았다. 빨개진 얼굴의 레이무는 시, 시끄러워라며 투닥거렸다.
사쿠야는 그런 둘을 보다가 잘못 골랐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은 뒤 그나마 믿을만한 마법의 숲으로 향했다.
"여긴 언제 와도 똑같네."
사쿠야는 창문을 열며 말했다. 앨리스는 그런 그녀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따라 사쿠야가 이상하긴 했지만 레이무와 마리사를 닮아간다니···. 앨리스는 끼리끼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왜 왔어?"
"응? 물어볼 게 있어서."
사쿠야는 앨리스에게 똑같이 물어봤다. 앨리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그건 네가 알아야지 다른 사람이 알려주는 게 아냐."
"그런가?"
"그런 거야."
사쿠야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문을 열고 앨리스에 집을 나왔다. 앨리스는 올 때도 정상적으로 와주지 생각하며 또 한 번 끼리끼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쿠야는 마법의 숲을 걸으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파츄리님도 비슷한 말을 하셨지. 나보고 깨달으라고. 음... 모르겠단 말이지.
아가씨를 동경은 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요즘 따라 그러는 것 들이었으니 동경이 아니었다. 좋아한다라···,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 그것도 역시 동경과 비슷한 이유로 땡처리였다. 네 번이나 물었는데도 답은 없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빗자루로 낮게 날고 있는 마리사가 보였다. 신사에 있는 거 아니었나?
"마리사?"
"으엑!!"
쿵 하고 떨어진 마리사에 사쿠야는 웃음을 터트렸다.
"신사에 있는 거 아니었어?"
"···쫓겨났다제."
아하, 그렇게 된 거구나. 사쿠야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리사는 치마에 묻은 흙먼지를 탈탈 털며 사쿠야를 바라봤다.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거야?"
"···그래. 어떻게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마리사는 웃으며 빗자루에 올라탔다. 그리고선 사쿠야를 태우고선 높이 날았다.
"정말! 태울 땐 말 좀 해줄래?!"
"미안 미안. 뭔가 이래야지 멋있어 보이잖아?"
말로 한순간부터 멋이 없어지는 거다, 키리사메 마리사. 사쿠야는 빗자루를 꾹 쥐었다. 그런 사쿠야를 본 마리사는 웃으며 말했다.
"굳이 정답을 찾아야 하는 걸까?"
"뭐?"
"정답이 없을 수도 있고 복수 정답일 수도 있다제."
마리사는 빗자루에 속력을 올렸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과 시원한 바람이 기분이 좋아 잠시나마 고민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굳이 한 가지 정답으로 좁힐 필요가 없다제. 시험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은 정답이니깐, 그렇지 사쿠야?"
"그건 그렇네 마리사."
어느 순간 도착한 홍마관에 사쿠야는 폴짝 뛰어내려 난간에 착지했다.
"난 그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한번 부닥쳐봐. 그러면 그것이 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마리사는 몸을 반대로 돌려 다시 날았다.
"그럼 난 이만 간다제!"
하하, 웃는 소리가 들리며 점점 멀어져 갔다. 마리사의 말이 가슴 깊이 남는다. 시험이 아닌 이상 다른 건 있어도 틀린 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레밀리아에게 달려갔다.
그 순간 사쿠야는 틀림을 느꼈다. 레밀리아를 보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리며 반짝반짝했다. 한번 부닥쳐보라는 그런 다짐과는 다르게 자신의 몸은 레밀리아의 반대로 향해 이윽고 도망쳐 버렸다.
왜 그랬지, 왜 그랬지?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된다. 굳이 도망치지 않았어도 될 것을 도망쳐 분위기가 엉망이 돼버렸다. 분명 아가씨께선 자신을 보았다. 그때 그 눈빛이 잊히질 않는다.
침대를 팡팡 치던 사쿠야는 잠시 멈추다가 다시 후회가 돼 침대를 팡팡 쳤다.
이제 아가씨 얼굴을 어떻게 보지. 왜 달려갔냐 물으면 대답할 수 없었다. 정말 자신도 자신이 왜 달려갔는지 모르겠으니까.
하아···. 한숨을 내쉰 사쿠야는 그나마 믿을만한 메이드 요정을 불렀다. 어차피 자신이 아가씨와 만날 일은 아가씨를 깨울 때나 식사를 가져다 드릴 때밖에 없었다. 아님 아가씨께서 티타임을 가지자 하거나.
깨우는 건 메이드 요정으로 해두고, 식사 같은 경우는 요즘 여동생님께서 가지고 가시니까 괜찮고···. 티타임 경우는 소악마에게 차를 타는 법을 알려줘야겠어.
사쿠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레밀리아를 점점 피하기 시작했다.
피한지 2주째 자신이 아가씨를 만나지 않아도 홍마관엔 별문제가 없었다. 그저 무기력해진 사쿠야와 무언가 짜증이 난 레밀리아뿐.
파츄리는 더는 못 봐주겠다 생각하며 사쿠야를 불렀다. 사쿠야는 소쇄는커녕 죽을 거 같은 상을 한 채 파츄리 앞에 나타났고 파츄리는 원래 하려는 말 대신에 차 한 잔을 타 달라는 이상한 말을 하고는 그대로 돌려보냈다.
"하아···. 아가씨가 보고 싶어."
사쿠야는 자신에 뺨을 짝 소리 나게 쳤다. 아가씨를 봐도 아가씨 생각. 아가씨를 안 봐도 아가씨 생각. 자신이 미친 게 틀림없었다.
"왜 내가 피하면서 내가 힘들니···."
아가씨를 볼 때 따끔했던 느낌은 답답함으로 바뀌었다. 숨을 거세게 내쉬어도 막힌 것처럼 답답한 가슴이 꽉 조여와서 괴로웠다.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 주르륵 벽을 타고 주저앉았다. 너무나도 괴롭고 아팠다.
"아가씨···."
"왜?"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사쿠야에 입에선 비명 아닌 비명이 나왔다. 환상도, 환청도 아니었다. 자신이 피했던 아가씨가 이곳에 있었다.
"많이 아파?"
"네? 아, 아뇨."
레밀리아는 벽에 박은 사쿠야의 뒷머리를 살살 만져주면서 휙 자신에게로 끌어안았다. 사쿠야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장 난 듯 아가씨를 외치고 있었고 레밀리아는 놔주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듯 더욱 세게 사쿠야를 끌어앉았다.
"어째서 날 피하는 거야?"
"피, 피하다뇨. 제가 아가씨를 왜 피하겠어요."
약간 말이 떨렸지만 의외로 또박또박 말했다. 사쿠야는 레밀리아에게서 나오려 하지만 그럴수록 레밀리아는 더욱 세게 끌어않았다.
"정말? 그럼 어째서 날 깨울 때 요정 메이드가 오고 티타임 땐 소악마가 오는 거야, 사쿠야?"
아, 화나셨구나. 알 수 있었다. 어째서 화내는지는 몰랐지만 화났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제가 좀 바빠서 맡겼을 뿐이에요."
"그래? 그럼 다 빼고 나만 담당해."
"아가씨!"
"반론은 받지 않겠어. 사쿠야 네가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너는 그냥 나만 신경 쓰면 되는 거니까."
레밀리아는 끌어안은 팔을 내리며 말했다. 사쿠야는 입술을 세게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고 레밀리아는 시원한 웃음과 함께 사쿠야를 일으켰다.
"자, 그럼 가볼까!"
"···네, 아가씨."
사쿠야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레밀리아 한 발짝 뒤에 섰다.
*
싫다. 버려보려 했던 이 감정은 계속해서 키워나갔고 뭔지 모르는 답답함만이 머무를 뿐이었다.
이것은 주제넘게 아가씨 옆에 설려 했던 자신을 벌하는 것일까. 이게 벌이라면 자신은 얼마나 잘못한 것일까.
아가씨를 보고 싶어. 아가씨를 보고 싶지 않아.
이 감정이 뭔지 알고 싶어. 이 감정이 뭔지 알고 싶지 않아.
이 감정을 버리고 싶어. 이 감정을 버리기 싫어.
사쿠야는 가슴팍을 꾹 쥐었다. 이것이 벌이라면 자신은 과연 한 발짝 뒤에도 서있을 자격이 있긴 있는 것일까.
사쿠야는 알 수 없었다.
"사쿠야, 잠 잘 못 잤어?"
"네? 아뇨."
레밀리아는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차가 떫은 것일까.
사쿠야가 안절부절못하자 레밀리아는 풋,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차는 안 떫어. 그냥 사쿠야가 피곤해 보여서 물어본 거야."
사쿠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밀리아는 찻잔을 가볍게 내리더니 벌떡 일어나 문쪽으로 도도도 뛰어갔다.
"아가씨?"
"갑자기 도서관에 가고 싶어졌어!"
"그렇다면 간식을···."
"아니! 괜찮아. 같이 가자, 사쿠야."
네,에···. 사쿠야는 레밀리아에 뒤를 따랐다.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와 어린애의 흥얼거리는 소리.
사쿠야는 모든 게 꿈만 같았다. 드디어 벌이 끝난 것일까. 자신이 그 감정을 버려서, 주제넘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래서, 그래서 그런 것일까.
한 발짝, 두 발짝, 세 발짝. 사쿠야가 가만히 멈추니 레밀리아와 그녀의 거리는 점점 벌어져갔다. 어릴 때부터 한 발짝 그 이후론 가지 않으려 했는데.
"사쿠야?"
휙—. 레밀리아는 사쿠야를 끌어당겼다. 세 발짝, 두 발짝, 한 발짝. 그리고 한걸음 더.
"오늘따라 사쿠야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쿵— 쿵— 쿵—. 심장이 거세게 울렸다. 자신이 아가씨 옆에서 걷는 게 어색하고 이질적이었다. 요즘 따라 괜찮아졌던 이상한 느낌들이 다시 되살아 나기 시작한 거 같았다.
어째서, 버렸다 생각했는데. 아직 그 미련을 붙잡고 놔주지 못 했던 것일까.
반짝반짝 눈이 부셨고 따끔따끔한 느낌과 함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느낌이 그녀를 괴롭혔다.
알고 싶지 않아. 귀를 막고 싶었다. 그 감정을 알고 싶지 않아. 눈을 막고 싶었다.
풀썩 주저앉은 그녀는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눈물에 입을 깨물곤 소리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사, 사쿠야?"
왜 그렇게 상냥하게 대해 주시는 거예요.
"어디 아픈 거야?"
저는 한낱 인간인데.
"왜 울어."
레밀리아는 사쿠야는 살며시 끌어안았다.
'그거 좋아하는 거 아냐?'
레이무의 말이 떠오른다. 부정하고 부정했지만 자신의 머리로는 알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가씨를 좋아한다는 것을.
주제넘은 감정인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도, 모든 것을 알았지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모든 감정을 울음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처럼.
오늘 딱 하루만. 사랑이란 감정을 울음으로 내보내도 될까요.
좋아해요. 좋아합니다. 차마 말로 할 순 없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가씨를 꼭 끌어안았다.
"사쿠야···."
차라리 알지 말걸. 차라리 깨닫지 말걸. 차라리 버려버릴걸.
그녀는 매우 구슬프게 울었다.
사쿠야의 지독한 짝사랑이 시작됐다.
—————
시발 맞춤법 검사 하려고 한글썼다가 되도 않는 노가다를 했다 새벽에 쓴거라 새벽감성이 아주 잔뜩 묻어 있음 후편은 있지만 나중에 올려야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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