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정약결혼을 한 남편이 있다. 그의 아버지의 회사와 우리 아버지의 회사 두 회사의 암묵적인 협업을 위한 보증같은 것으로 기자나 세간에 표면상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같은 집에 살고 있긴 하지만 그는 출장때문에 한달중 4~5일정도만 집에 있고 집에 있을 때도 마주치는 일이 별로 없다. 아무래도 따로 만나는 여자가 있는 것 같은데 기자한테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들이 붙으면 지금까지 사이좋은 부부로 보이려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회사의 주가는 요동칠 테니까 말이다.

오늘은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사이좋은 부부로 보이기 위해 개설한 SNS에 남편을 기다리는 동영상을 찍고 있다.

"다녀왔어요."

"...."

"왜 그래요?"

"저 뒤에 있는 여성분은 누구?"

"네? 아무도 없는데요?"

그의 뒤에 서있던 여자는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마치 신기루였던 것 처럼 사라졌다.  

"아, 미안해요 제가 피곤해서 헛것을 봤나봐요." 

"... 그럼 들어가서 쉬어요" 

"네..."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맑은 편이었는데 그렇다면 내가 봤던 여자는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누웠을때 그 여자가 천장에 대자로 누워있었다. 사람이 극한의 공포를 느꼈을때 나타나는 반응은 여러가지다 나는 뜻밖에 상황이 닥치면 얼어붙어버린다.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고 얼어붙은 채로 천장에 누워있는 여자와 아이컨택을 하고 있었다.

"저기 언제까지 쳐다볼 꺼야?" 

"...마... 말...하네..." 

나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누군가 나를 흔드는 느낌에 눈을 떴더니 그 여자가 내 코앞에서 날 응시하고 있었다. 난 이번에도 역시 얼어붙었다. 

"저기 진정해 괜찮으니까" 

"...누... 누구세요?" 

"강유나 그게 내 이름이야" 

"가... 강유나씨는 귀신인가요?" 

"어 그런거 같에 어제 아니 하루 지났으니까 어저께 죽었거든" 

"저... 왜 나타나신 건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빨리 일어나! 놀이동산 가자구" 

"에? 놀이동산이요?" 

"그래 빨리 안 일어나면 너도 귀신으로 만들어 버린다?" 

"네"

공포영화에 나오는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변해 날 밀어붙이는 바람에 살짝 지려버렸다.

"어디에 전화 거는 거야?" 

"기사님이요. 전 운전을 할 줄 모르거든요" 

"흐음 버스타고 가면 안돼?" 

"네?"

"안 되냐고" 

"하.. 하하 당연히 되죠....."

다행히 놀이동산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두명이요"

"두명? 아가씨 혼자잖아?" 

"...아아... 네 맞아요 혼자에요"

"그럼 찍고 타"

"네..."

"푸흡.."

"왜 웃어요?" 

"아니 놀이동산에서도 자유이용권 두개 사는 거 아니야?" 

"안 그래요... 이제 알았으니까..." 

"그래 자유이용권은 네것만 사라고 난 네 무릎위에 앉아서 탈테니까" 

"에? 그건 위험한게..."

"위험하긴 난 귀신인데?" 

"아... 네..."

그렇게 나는 아무렇도 모른채 귀신과 함께 놀이동산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