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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 새로운 여동생이 생겼다

ㅁㄷ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08 12:01:27
조회 885 추천 30 댓글 4
														

근친주의 (자매 백합)




1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59615&_rk=EYz&search_head=60&page=1










아버지가 죽었다. 제게 전화를 건 남자는 그리 말했다. 집을 나온 지 8년 만에 들은 아버지의 소식이었다. 하지만 슬프지도, 후련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이 죽었구나,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동생이 구청의 사회복지과에 맡겨져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세린은 평정심을 잃었다. 핸드폰을 잡은 손이 옅게 떨렸다. 8년 전 자신이 버린 동생. 아마 지금 동생의 나이는 가출했을 때 자신의 나이와 같을 것이다.



열여섯. 기억 속 동생의 모습이 흐릿했다. 그 뒤로 한 번도 못 봤으니 기억이 날 리가 만무했다. 지금의 모습은 어떨지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동생을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숨통이 조여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생은 분명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터였다. 세린은 그동안 잊고 살고자 했던 가족이란 존재를 다시 마주해야 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가족이란 이름의 족쇄가 싫었다.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강제적인 영역. 바꿀 수 없다면 끊어내기라도 하자 다짐하고 도망쳤지만 이 끈질긴 연은 끊을 수조차 없었다.




-----




아버지의 시신은 허름한 달동네에서 발견됐다. 빚쟁이를 피해 도망가다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호적 상 장녀인 세린은 아버지의 장례와 사망신고 밑 재산 상속 문제 해결. 혼자 남은 동생을 맡을지 안 맡을지 결정까지 해야 했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무빈소로 치러졌다. 빈소를 차린다고 해도 조문을 올 사람도 없었을 테고, 설령 조문객이 있다고 하더라도 세린은 상주를 맡을 마음이 없었다. 아버지 노릇도 한 적 없는 사람의 장례식에서 그런 책임을 떠안고 싶진 않았다.



아버지의 유골을 무사히 납골당에 안치한 뒤, 법원에 상속포기 심판 청구서를 접수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이 존재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세린은 아버지의 산더미만한 빚을 상속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상속 포기 결정은 매우 신속했다.



이제 세린에게 남은 일은 동생을 만나는 것이었다. 택시를 타고 동생이 있는 구청에 향하는 동안 세린은 밀려드는 긴장감에 깍지 낀 손에 힘을 준 채 창밖을 바라봤다.




-----




세린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자 안경을 쓴 중년의 여자가 서류를 펼치며 물었다.



함세린 씨, 맞으신가요?”


, 맞습니다.”



여자는 서류를 쭉 읽어보곤 고개를 들어 세린을 바라보았다.



성인에 직장도 있으시고 언니 분이시기도 하니 함세린 씨께서 함지윤 씨의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하네요.”



여자는 서류를 덮고 안경을 고쳐 쓰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오랫동안 가족과 교류가 없으셨던데 함지윤 양이 지금까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아시나요?”



여자의 질문에 세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모릅니다.”



세린의 대답에 여자는 책상에 두 손을 올려두며 말을 이어나갔다.



함지윤 양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학교를 다니지 못했어요.”


?”


함지윤 양의 아버지가 학교도, 병원도, 어디도 보내지 않으며 방치했어요. 때리지만 않았을 뿐이지. 방임도 아동학대예요.”


...학교도 안 보냈다고요?”



세린은 여자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말을 더듬었다. 세린은 자신이 떠난 뒤 지윤이 어떻게 살아왔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학교는 다니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윤은 모든 이들의 무관심 속에서 숨만 붙이며 살아오고 있었다.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들도 받지 못한 채.



또래에 비해 영양도 부족한 상태예요. 게다가 더 걱정되는 건.”



여자가 말을 잠시 말을 멈춘 동안 세린은 불안감에 몸서리 치고 있었다. 여자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지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는 건가?



무슨 일이던 감정적인 동요를 보이지 않아요. 감정둔마 증상이 의심될 정도로요. 4년 뒤에는 성인인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



여자의 얼굴은 심각해보였다. 세린은 여자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윤이 그러한 환경 속에 놓인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자신의 무책임함이, 자신의 비겁함이 아이를 내몰았다. 세린은 죄책감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세린 씨, 지윤 양과 함께 살게 된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 함지윤 양의 보호자가 되실 건가요?”



여자의 물음에 세린은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봤다. 세린은 여자의 눈에서 걱정과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여기서 지윤의 보호자가 되기를 포기한다면 아이는 보육원에 들어가게 될 터였다. 가족은 자신뿐이니까. 세린은 더 이상 지윤을 버리는 짓은 할 수 없었다. 여자가 제게 원하는 것은 확신이었다. 세린은 깊게 심호흡했다.



. 하겠습니다.”




-----




세린의 어머니는 늘 약을 달고 살았다. 오랜 시간 앓던 지병으로 병약했던 어머니는 잔병치레가 심했다. 잠깐 동안이라도 추운 바람을 맞으면 꼭 감기에 걸리곤 했다. 그럴 때면 세린은 학교 앞에서 받았던 플라스틱 돼지 저금통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지폐를 들고 가까운 약국에 뛰어가 해열제를 사오곤 했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와 어머니에게 밥을 달라한 뒤 드러누워 한숨 자다가 밥을 먹곤 다시 집을 나가 한 달 이상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엔 어머니가 집안일을 했지만 몸 상태가 안 좋아 움직이기 어려운 날은 세린이 청소와 빨래를 하고 밥을 짓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렸을 때, 세린은 왜 아빠는 엄마가 아픈데 집에 안 들어오는 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아빠가 약 살 돈을 사오느라 그렇다는 대답을 했지만 세린은 어린 나이에도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말하진 않았다. 어머니만 있어도 충분했으니까.



세린은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는 세린에게 동화책을 자주 읽어주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도 세린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밤마다 어머니와 함께 읽었다.



어머니의 포근한 품에 안겨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세린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따뜻하고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그 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하지만 나날이 심해지는 어머니의 병세에 세린은 더 이상 어머니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지 않았다. 앙상하게 말라버린 어머니의 모습이 마음 아파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밝게 행동했다.



세린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 했다. 어린 나이에 힘들 텐데도 웃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하는 그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너무 안쓰럽고 미안해서 가슴이 아팠다. 밤이 되고 자신의 품 안에서 잘 준비를 하는 세린을 보며 어머니가 속삭였다.



엄마가 많이 사랑해, 세린아, 정말 많이.”



그 말에 세린은 어머니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나도 사랑해. 엄마.”



다음 날 아침, 세린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세린이 열두 살 때의 일이었다.




-----




아버지가 지윤을 데려온 것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세린은 아버지가 데려온 아이를 바라보았다. 떡 진 머리카락에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아버지의 손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여자 아이. 갈색 눈동자인 자신과는 다른 검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




아빠, 누구예요?”


네 동생이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열두 살의 세린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네 살짜리 이복 여동생 지윤이라는 가족이.








*****



마감 전까지 결말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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