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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 여행] 사랑스러운 내 딸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08 17:49:54
조회 2877 추천 360 댓글 9
														


딸을 처음 낳았을 때의 일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품에 앉겨있는 자그만한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기억한다, 나를 쏙 빼닮은 유리색 눈동자의 아이가 꺄아 거리면서 내 자그만한 손가락을 잡았을 때의 일도 똑똑히 기억한다. 방금 전 까지 태어난 것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우렁차게 울던 아이가, 나를 보자마자 금새 미소짓던 그 아름다운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딸이 처음 말한, 엄마라고 외친 그 울림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걸었을 때의 일, 처음으로 요리를 배웠을 때, 처음으로 책을 읽었을 때-그 모든 광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일레이나가 태어나던 해, 그 이를 보내고 쭉 같이 살아온 내 딸, 일레이나는 나에게 있어서 자랑이오, 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영원히 딸과 이렇게 단 둘이 있고 싶었다.


내 사랑스러운 딸을 어디로 보내지 않고, 우리 집에서 쭉 같이 있고 싶었다.


"엄마! 나 니케처럼 여행을 떠날래!"


그랬기에 딸이 그런 단어를 입에 올렸을 때에 내 표정이 어땠을지 상상하는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얄궃은 운명이였다. 다른 책도 아니고 하필이면 과거의 자신이 쓴 책을 보고 딸아이는 여행을 동경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어린 아이의 꿈을 짓밟고 싶지 않았기에 일부러 무리한 조건을 걸기로 했다.


"그러면 니케처럼 훌륭한 마녀가 되어야 겠네?"


"마녀가 되면 여행 보내줄거야?"


"물론!"


마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스스로 겪어서 잘 알고있었다. 꽤 많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마녀 견습 시험, 거기다가 마녀로 인정받으려면 괴팍한 스승 밑에서 기약없이 졸업날을 기다려야 한다. 몇 년 정도는 열심히 하겠지만 결국 부당한 대우를 이기지 못하고 마지막에 포기한 아이들도 많이 봐왔다.


조금 어려운 조건이라는건 알고있었지만 이정도가 아니면 안됐다. 아마도 이쯤되면 딸아이도 순순히 꿈을 포기하고 나와 같이 산다고 해줄 것이다,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어디 나가지 않고 모녀끼리 둘이서 느긋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차라리 현실을 직접 깨닫게 해주는 편이 더 효과적일것이라고 생각했다.


"마녀 견습시험에 합격했어요."


그랬기에 딸 아이가 열 네살이 되던 해, 그런 소식을 꺼내왔을 때에는 아무리 나라고 해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얄궃게도 딸아이는 대마녀인 내 마력과 지식을 그대로 물려받앗던 것이다. 그 어렵다는 마녀 견습생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할 줄이야, 계획 밖의 일에 살며시 땀을 흘렸다.


하지만 합격한 것은 합격한 일. 그랬기에 그 날 밤은 둘이서 시험 합격을 성대하게 축하해주었다. 그 어렵다는 견습시험에 한 번에 합격이라니, 너는 내 자랑이란다 하는 말을 덧붙여가면서 힘을 낸 요리를 차려주자 우리 딸은 금방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요리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또 퍽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뺨에 입을 맞춰주었다.


"꺄...왜그래요?"


"사랑스러워서."


"이젠 어린애가 아닌데..."


뺨에 입맞추는 것 정도로 뭐가 부끄러운걸까, 일레이나가 뺨을 붉힌 채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워서 찰싹 붙어서 입을 두어번 더 맞춰준 다음 내 자리로 돌아가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먹는 내내 부끄러운게 가시지 않았는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내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언제쯤 스승을 찾으러 갈거니?"


"내일부터 바로 갈거에요!"


내 말에 일레이나가 곧장 대답했다. 조금 쓸쓸해지겠구나, 내가 외롭다는 듯이 중얼거리자 상냥한 우리 딸이 잠시 생각하다가, 오늘 밤은 같이 자자고 해주었다. 그걸 거부할 어머니는 없었기에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 밤은 오랜만에 모녀끼리 같이 씻고, 같이 잠들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일레이나가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그렇게나 빨리 마녀 타이틀을 달고 여행을 하고싶은걸까, 이해가 가지 않는건 아니였지만 일레이나를 내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굳이 말리지 않은 이유는 마녀가 되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 지를 알고있기 때문이였다. 니케로써 여행을 다니던 시절, 내 제자 두 명의 모습만 생각해봐도 뻔했다.


하루빨리 포기해주고 돌아오면 딸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딸아이가 언제 돌아와도 괜찮도록 딸이 좋아하는 음식만 꽉꽉 준비해놓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그리고 마침내 꼭 일 년이 되던 해였다.


"다녀왔습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를게 없었다. 오늘은 딸아이가 오려나? 해서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하고, 창고에 가서 물건들을 손질하고 아침을 만들어먹으려는 차에 문에 벌컥 열렸던 것이다. 오늘로 꼭 일 년 째, 아무리 생각해도 마녀가 될만한 기간은 아니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자존심 쌘 마녀들이였다, 왠만큼 착해빠진 마녀가 아니라면 순수히 실력을 인정하고 일 년 만에 주는 일은 없을 것이였다. 


아마도 등쌀에 이기지 못해서 돌아왔으리라 생각한 내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일단 우리 딸아이를 그렇게 괴롭힌 마녀는 나중에 찾아서 손을 좀 봐주기로 하고, 오랜만에 집에 온 딸한테 양 팔을 벌려서 껴안아주려고 했다.


껴안아주려고 했었다.


"이거봐요 어머니!"


날 보자마자 기쁜듯이 웃으면서 일레이나가 손에 별을 본뜬 브로치를 쥐고 뱅뱅 흔들었다. 그렇게나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 평소 어른스러웠던 딸아이의 표정은 어디에도 없고, 아이처럼 순진한 표정만이 남아있었다. 당황한 내가 살며시 입술을 비틀었다.


"벌써 마녀가 된거니?"


"네! 로베타의 마녀들은 안받아줘서 곤란했는데, 숲에 훌륭한 마녀님이 여행을 왔다고 하셔서요, 곧장 가서 부탁하니까 받아주셨어요!"


상냥한 선생님이였어요, 그렇게 덧붙이면서 딸아이가 내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오랜만에 한껏 어리광을 피우려는걸까, 뺨을 비비거나 목이며 볼에 입을 맞추기는 했지만 더 신경이 쓰이는건 그 숲의 마녀였다. 그 마녀만 아니였어도 딸아이가 금방 포기하고 내 품 안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대체 어떤 멍청한 마녀가 눈치없이!


"참고로 묻겠는데, 그 선생님의 이름은 뭐였니?"


"프랑 선생님이였어요! 별무리의 마녀, 프랑 선생님!"


그리고 그 어떤 멍청한 마녀는 수행 시절의 내 제자 중 한명이였다.


이를 아득아득 갈면서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것을 일레이나는 내가 기뻐서 우는걸로 생각한건지 더 강하게 내 품 안에 안겨들었다. 딸의 상냥함에 눈물이 다 날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였기에, 일레이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우리 딸, 정말 축하한단다. 선물이 있는데 잠깐만 앉아서 기다려줄 수 있니?"


"아, 네!"


내 말에 아무것도 모르는 일레이나가 품에서 떨어지더니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눈은 꼭 감고! 그렇게 말하는 것을 잊지 않으며 곧장 창고로 내려갔다.


이것만큼은 쓸 일이 없기를 바랬는데.


창고 안에서 물건을 챙겨든 내가 다시 거실로 걸어갔다. 이건 내가 나쁜게 아니다, 전부 다 일레이나가 나쁜거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우리 딸이, 여행같은 불결한 것을 나가려고 하는게 문제다. 내 품 안에서 벗어나려고 했던게 문제다.


이건 전부, 우리 딸이 잘못한 것이였다.


*


어머니의 말에 따라 의자에 얌전히 앉아서 눈을 감았습니다.


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주 어린시절부터, 어쩌면 태어날 때 부터 저에게는 어머니 한 분 밖에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홀몸으로 열심히 절 키워주신 어머니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존경하고, 감사하고 있으며,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두고 혼자서 여행을 간다는건 굉장히 가슴이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꼭 떠나고 싶었습니다. 최대한 어머니를 혼자두고 싶지 않았기에 마녀 견습 시험도, 마녀가 되는 과정도 있는 힘껏 노력해서 최단기간으로 따는데에 성공했습니다. 프랑 선생님이 어머니의 제자였다는 것은 조금 놀랐지만요!


"어떤 선물일까~"


콧노래를 부르면서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었습니다. 마녀 기념으로 어머니가 주시는 선물이라니, 대체 뭘까요! 벌써부터 가슴이 설랬습니다. 어쩌면 모자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니케처럼 일기장을 주시면서 일기를 쓰라고 하실 수도 있지요. 무엇이든 어머니가 주시는 선물이라면 기쁘게 받을 생각이였습니다.


"우리 딸, 절대로 눈을 뜨면 안된단다?"


"네에~"


가지고 돌아오신걸까요? 제 옆에서 속삭이시는 어머니의 말에 한치의 의심도 없이 눈을 감은 채 어머니의 말대로 양 손을 쭉 펴서 내밀었습니다. 잠시동안 아무 소리도,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걸 보니 어머니가 무엇인가 마법을 거신 것 같았지요. 얼만큼 저를 놀래켜주실려고 그러는걸까요! 지팡이를 꺼내서 마법을 푸는건 간단했지만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해서 얌전히 있기로 했습니다.


"다 되었단다, 눈을 떠보렴."


어머니의 말에 선물을 기대한 제가 곧장 눈을 떴습니다.


그것은, 마녀 구속구였습니다.


예전에 프랑 선생님과 수행하던 시절에 책으로 본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수갑처럼 손목 사이에 채워진게 하나, 그리고 손가락 하나하나에 쇠사슬이 달려서 뒤로 넘겨진 열 개의 줄. 수행 시절에 듣기로는 마녀는 손만 휘둘러도 지팡이를 꺼낼 수 있으니까 이렇게 손가락 자체를 봉한다고 들었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으로밖에 보지 못하던 물건이, 지금 제 손에 채워져 있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나, 어머나. 우리 딸이 나쁜거란다."


믿었던 어머니한테 이런 구속구가 채워졌으니 당황해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였습니다. 제가 놀라서 어머니와 구속구를 번갈아가면서 보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제 뺨을 쓰다듬어주셨습니다.


"우리 딸은 있지, 날 닮아서 정말 예뻐."


"그야, 어머니가 예쁘니까..."


그러더니만 갑자기 제 외모를 칭찬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질세라 어머니의 외모를 칭찬해주자 뭐가 그렇게 기쁘신지 웃으면서 제 뺨에 연거푸 입을 맞추셨습니다. 어쩐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보이셔서,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이 장난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제가 풀어달라고 말하려는 순간이였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내보내면, 이상한 여자한테 우리 딸아이를 뺏길것만 같았단다."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뒤틀리시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딸은 내 거란다, 어디 내보내고 싶지 않았어.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에는 조금 놀랐지만 보내고 싶지 않아서 조금 어려운 조건을 걸었는데 설마 한 번에 합격해 버릴줄은, 우리 딸, 누굴 닮아서 이렇게 머리가 좋은걸까!"


"그건, 전부 다 어머니가 쓸쓸해하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 지팡이를 휘두르자 제 입에 재갈이 물려졌고 곧 목소리 대신에 읍, 읍 하는 신음소리밖에 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우신 듯 절 조심스럽게 껴안아주신 어머니가 이번에는 묵직한 것을 꺼내들었습니다.


그것은, 목줄이였습니다.


마치 제 머리카락에 맞춘듯한 잿빛의 목줄에 커다란 개가 맬 법한 사이즈였습니다. 거기다가 쇠사슬까지 정중하게 달려있었지요. 그것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어머니가 제 목에 채우셨습니다. 양 손의 구속구에 목줄까지, 마치 감금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등골이 오싹해진 제가 어머니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슬프게도 제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목줄까지 다 채운 다음에야 만족하신듯 어머니가 뒤틀린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곳에는 평소에 자애로우신, 존경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독점욕에 사로잡힌 모습만이 있었을 뿐이였습니다.


"그래서 내보내지 않기로 했단다. 우리 딸, 쭉 나랑 이곳에서 사는거야. 어때? 기쁘지? 어머나, 팔이 이러면 음식도 못먹겠구나. 내가 일일이 먹여줄 수 밖에 없겠네. 목욕도 못하겠구나, 우후후,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걸? 너무 걱정하지 마렴 우리 딸, 딸이 어렸을 때 다 해봤던거야..."


서늘한 손놀림으로 제 뺨을 매만지면서 어머니가 즐겁다는 듯 웃으시기 시작해서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살려주세요 프랑 선생님! 속으로 아무리 외쳐보아도 이미 원래 일터로 돌아가신 선생님이 저희 집에 올 일은 없었지요.


그러면, 마녀가 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어머니한테 이야기하러 왔다가, 되려 어머니한테 감금당해서 어디로도 나가지 못할 처지가 되어버린 마녀는 대체 누구일까요?


그래요, 바로 저였습니다.


*


원래 일레아빠 = 토기설로 쓰려다가 분량 길어져서 그냥 처음부터 없는걸로 썼음


일레이나 엄마가 일레이나 감금하는 대충 그런 글


원작과는 몇군대 다르게 쓰긴 했는데 잘 써졌을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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