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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달이 뜨고 질 때까지 - 1모바일에서 작성

키시베로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10 01:55:50
조회 200 추천 12 댓글 3
														




길드에서 대규모 토벌 계획을 세우던 거대 괴수를 단신으로 물리치고 온 날, 길드의 접수원에게 어쩌다가 모험가가 되었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이후로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야 뭐, 흔해 빠진 이야기라는 겁니다

어느 날 마을을 습격한 마물의 무리에 가족을 전부 잃고 가까스로 살아남게 되었는데, 지침과 굶주림으로 죽음의 문턱을 건너던 도중 그럴싸한 스승을 만나 자신도 몰랐던 전투와 마법의 재능을 깨우치고 어느 정도 성장해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던 와중에 길드를 떠올렸습니다

사람들은 마물을 두려워하고, 그런 사람들은 마물 퇴치에 보수를 걸었고, 저는 마물을 퇴치할 능력이 있고, 이거야 뭐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었네요

그렇게 강한 마물들을 퇴치하여 현상금을 받아내고, 받아낸 돈으로 그럭저럭 생활하다 돈이 떨어지면 다른 마을로 가 마물을 퇴치하며 살아가는 그런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특별히 마물을 증오하거나 원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물에게 가족을 잃었다고 해도 이젠 그다지 기억도 안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인걸요

그리하여 저는 복수를 포함한 어떠한 삶의 의미도 발견하지 못한 채로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간다는 느낌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감정이 점점 무뎌지기 시작하고 위험해 보이는 임무도 점점 거리낌없이 몸을 던지는 등 자신에 대해 소홀해져가만 가는건 덤이구요



===============



자, 과거의 일은 여기까지로 해두고, 전 지금 흡혈귀 퇴치 의뢰를 받아내 토벌하러 가는 중입니다

흡혈귀란 종족은 각 개체별 차이가 정말로 큰 편에 속합니다. 쓸데없이 많은 약점 중에 하나만 걸리기만 해도 픽 쓰러지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낮에도 자유롭게 활보하고 비상식적인 힘을 발휘하는 그런 인간 상휘호환과 같은 개체도 있습니다

이번에 토벌하려는 흡혈귀는 소문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후자에 가까운 쪽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보수는 확실하니 저는 상관없지만요

흡혈귀가 있다는 숲속을 파고든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는 초승달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벌써 해가 떨어진 것인가요... 오늘은 이제 은신처를 만드는 게 나아 보이네요.'


개체마다 차이가 극단적인 흡혈귀라 하더라도 피 빨고 야행성인건 어느 개체나 같습니다. 그러니 밤에 흡혈귀를 사냥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행위이지요

주변을 살펴보니 조그마한 동굴을 발견해서 오늘은 거기서 하룻밤 머물고 내일 아침에 다시 수색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세상 만사가 전부 계획대로 흘러가는 법은 없었습니다



==================



눈을 떠 보니 가장 먼저 보인 풍경은 꽤나 정성들여 만든 동굴 속 은신처가 아닌 희미하게 빛나는 쇠창살이었습니다

강한 흡혈귀가 산다는 위험한 숲에 노예 상인이 굳이 이곳을 지나갈 이유는 없을테고, 아무래도 기습을 당한 듯 합니다

일단 일어서서 주변을 살펴보려고 하니, 경쾌한 사슬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손발이 묶여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쩐지 마법을 쓸 수 없다고 했더니 마력제어항쇄라니... 이래서야 마법에 상당히 의존하는 마검사는 아무것도 못하겠네요.'

주저앉아 가볍게 한숨을 쉬고 앉은 상태에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창살. 적어도 지하는 아닌 모양이군요
간신히 알아차릴 수 있는 옅은 피비린내. 역시 흡혈귀의 집인가보군요
싸늘한 느낌을 주는 돌로 된 바닥. 쇠창살과 함께 보니 감옥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흑발 적안의 미소녀. 외형으로 봐서는 저랑 비슷한 18세 전후로 보이는군....요?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미소녀는 제 앞에 서서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라, 벌써 깨어났어? 누가 업어가도 눈치 못 챌 정도로 깊게 잠들어 있었던데."


아무래도 그 무시무시하다던 흡혈귀의 정체는 가녀린 미소녀였나 봅니다
하지만 그런 외모로도 숨기지 못하는 포식자의 기백은 2년 전 토벌했던 거대 괴수보다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싸움을 걸기도 전에 먼저 잡혀버렸네요. 죽일 것이라면 최대한 안아프게 부탁드려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너처럼 맛있어 보이는 인간을 허무히 죽여버릴 리가 없잖아."


아, 저 여자 흡혈귀였죠. 말을 끝낸 흡혈귀는 점점 제 목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아픈 건 어느 쪽인가 하면 싫어하는 편인데, 흡혈은 얼마나 아프려나 따위의 생각을 하나보니 흡혈귀의 송곳니가 어느새 제 피부에 닿는 감촉을 느꼈습니다

흡혈귀의 송곳니는 툭, 툭, 간 보듯 물 자리를 잡더니 제 피부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으읏, 햐앗...! 잠깐, 이거 무슨...!"

"괜찮아. 아프지는 않을 테니깐. 어느 쪽인가 하면 기분 좋은 거니깐 안심해."


잠깐 입을 떼고 안심하라는 듯 말을 꺼낸 흡혈귀는 다시 송곳니를 제 목에 박아넣기 시작했습니다


"아앗.. 으으...하아... 뭐야,. 이거... 으읏...!"


몸 속에 있는 액체가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정체불명의 뜨거움으로 채워지는 느낌
떠돌이 모험가 생활을 하며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낯선 감각이 온 몸에 전율하며 제 몸을 흔들었습니다


"흐읏.....!! 하아... 잠깐,... 으으.. 읏... 흐읍...! 그만,.. 흐아아.... 하.... 아... 으아..."


흡혈귀는 이유도 모른 채 신음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고 더욱 심취했는지, 흡혈의 강도가 세지기 시작했습니다


"흐얏..! 햐아앗...!!! 우... 아... 아앗... 으읍...! 후으... 흐아아..앗...!!"


흡혈은 몇 분이고 지속되더니 제 입과 눈이 액체로 엉망진창이 되고나서야 드디어 멈췄습니다.


"흐으.... 하아... 하아...."

"역시 생각했던 대로 맛있는 피네.... 이렇게 달콤한 피 살면서 먹어본 적 없어..!"

"흐아...  으으..."

"좋아, 정했어! 널 권속으로 삼을거야!"

"......"


이런 이상한 기분으로 희롱당하며 매일같이 흡혈귀한테 피를 조공해야 한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 흡혈귀는 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저를 그냥 죽게 두진 않을 것 같습니다

...쉽고 편한 자살법이라도 익혀두는게 좋았으려나...


===============


순애 흡혈귀가 떠돌이 모험가를 함락시키는 이야기인데 1편은 흡혈귀 묘사가 많이 부족하네요

2편은 쓰고싶을 때 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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