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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유괴범모바일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10 21:15:47
조회 640 추천 30 댓글 7
														

텅 빈 폐건물에서 눈을 떴다. 낡은 기둥에 몸이 묶여 있었다.



  바닥에 가득 쌓인 먼지 탓인지 기침이 났다. 부러진 갈비뼈가 아팠다. 입 속에서 비릿한 쇠 맛이 났다. 식지 않은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그러게 죽일 작정으로 덤볐어야죠.”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앳 된 음색과  어울리지 않는 덤덤한 어투였다.



  “그러면 안 되지. 난 경찰인데.”



  짐짓 태연한 척 맞받아쳤다. 움직이려는데 그제서야 숨어있던 상처들이 비명을 질렀다.



  “말은 참 잘하시는데…….”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목소리만큼 앳 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껏해야 고등학생 쯤 됐을까, 아직 살결도 하얗고, 눈도 맑은데, 볼에는 피가 튀어 있다. 아마도 내 피가.



  “꼴이 말이 아니시네, 형사 언니.”



  “네가 생각보다 버르장머리가 없더라고.”



  정혜은. 나리여고 이 학년 일 반 이십 삼 번. 뒷골목에서 교복 단정하게 차려입고 담배를 피우던 비행청소년. 계도하려고 말을 걸었다가 친해졌다. 어쩌다 친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얼굴이 생각보다 예뻐서? 아니면 같은 담배를 피워서? 아니, 그냥 눈에 자꾸 밟혔다.



  자꾸 마주치고, 마주친 만큼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한 만큼 얘가 다가왔다. 그러다가 고백을 받았다. 그 고백을 받아들이기까지 세 달이 걸렸다.



  정혜은은 버려진 고양이 같은 구석이 있는 애였다. 처량맞으면서 뻔뻔하고, 하는 짓이 제법 귀엽고, 얼핏 속이 깊나 싶다가도, 자세히 보면 그냥 그 나이대 애였다. 어딘가 상처를 숨긴. 나만이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래서 고백을 승낙했다.



  오만이었다. 그런 애가 사람을 죽였으니까. 정혜은의 상처는 나 따위가 감당 못할만큼 곪아 있었다.



  “먼저 나 잡으러 왔잖아요.”



  “그거야 당신이 사람을 죽여서고.”



  “내 이야기는 들어 볼 생각도 안 했어.”



  “웃기는 년이네 이거. 네가 죽인 사람 이야기는 들어 줬고?”



  “한 대도 못 때렸으면서 입은 참 걸쭉하시네.”



  “안 때린거지.”



  “네에, 어련하시겠어요.”



  정혜은이 내 앞에 쪼그려 앉아 내 갈비뼈를 꾹 눌렀다.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았다. 그랬더니 이년이 씨익 웃는다. 내 꼴 보고 웃는 모습이 지나치게 천진해서 참 무서운 년이구나 싶었다.



  “내가 왜 언니를 살려뒀는지 알아요?”



  “그게 좋은 일은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다시 부러진 갈비뼈에 통증이 느껴졌다. 이 악독한 년이 또 내 갈비뼈를 누른 것이다.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조금 흘렸다.



  “왜 살려줬냐고 물어봐요.”



  말없이 노려보고만 있었더니 다시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졌다.



  “……왜 살려줬는데?”



  “언니가 타 준 유자차 맛이 좋아서.”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기억 안 나요? 내가 지금보다도 어렸을 때, 언니가 나보다도 어렸을 때, 내가 심한 감기에 걸렸을 때…….”



  처음엔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그러다 아주 오래 묻어 두었던, 없던 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던, 달갑지 않은 추억이 다시 떠올랐다. 떠오르고야 말았다.



  “언니가 나를 유괴했을 때.”



***



  나는 하나의 유괴범이다. 내가 고등학생 때 하나를 유괴했다. 그때 하나는 열 살이었다.



  내가 그 애에게 했던 짓은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나의 죄이지만, 그래도 변명은 하고 싶다. 그래야 늘 꾸는 악몽을 견딜 수 있으니.



  때는 내 몸이 성할 날 없던 시절이었다. 사업에 실패한 아빠가 엄마와 함께 목을 매고, 시골에 살던 이모가 나를 거두었다. 어느 산동네의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단 둘이 살았다.



  그 자그마한 가정이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었는지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냥 돈과 사랑이 늘 모자랐다고만 언급하겠다.



  이모부에게는 빚이 많았다. 그래서 어느 날엔가 어떤 애를 유괴할 계획을 짰다. 그 애 아빠가 이모부가 일하는 공장의 공장장이었다. 그 애가 하나였다.



  이모부는 나에게 하나를 유괴하라고 했다. 싫다고 말했다가 얼굴에 멍이 늘었다. 그래도 일주일동안은 계속 안하겠다고 버텼다. 이모부가 내 목에 칼을 들이밀고 나서야 말을 들었다.



  이모부의 말을 듣지 않았으면 나는 이모부에게 죽었을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믿었다.



  하나를 유괴하던 날에 나는 결석했다. 감기에 걸렸다는 핑계를 댔다.



  하나를 유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애가 순하고 착했다. 이모부가 늘 씹어대던 공장장과는 영 딴판이었다. 혼자 하교하던 하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네가 하나니?”



  긴장 탓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야구모자에 검은 마스크, 겉모습이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누구세요?”



  “언니는 네 아빠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인데…….”



  “아빠요?”



  하나는 아빠라는 말에 반응했다. 조금 뒷걸음질을 치고, 나를 올려다보던 눈에 공포가 담겼다. 나는 하나의 모습에서 까닭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그제서야 하나가 안대를 찬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눈병에 걸린 것인줄 알았지만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 그게 아니었다. 무릎에 멍이, 종아리에 몽둥이 자국이, 목덜미에 손자국이, 그제서야 보였다.



  하나에게 잘 먹힐 거짓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도망치자.”



  “네?”



  “손 잡아, 얼른. 꾸물거리다가 아빠한테 들킬지도 몰라.”



  하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내 손을 잡았다.



  “가자.”



  그렇게 나는 하나를 유괴했다. 하나의 유괴범이 되었다.











집으로 데려오는데 하나가 자꾸 기침을 했다. 꼭 잡은 손에서 미열이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고나서 그 미열은 고열이 되었다. 숨 넘어가는듯이 앓는게 곧 죽을 듯 여렸다.



  “얘 죽으면 너도 죽는다.”



  나는 일부로 이모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모부는 나를 한 번 쏘아보다가 이내 집 밖으로 나섰다. 공중전화로 돈을 요구할 거라고 했다.



  “이제 여기서 사는 거에요?”



  그 말에 가슴이 쿡쿡 쑤셨다. 이마에 젖은 수건을 올려 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제 아프지 않아도 된다고, 언니가 지켜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하고, 또 하고, 그래도 하고……. 내 입이 역겨울 지경이었다.



  그래, 그때 하나에게 유자차를 타 줬다. 유자차에 이모가 마시던 소주를 조금 탔다. 하나가 이대로 잠들면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이거, 감기에 좋대.”



  이내 집 안이 고요해졌다. 여전히 위태로운 숨결을 내뿜으며 하나는 잠에 들었다.



  하나의 몸에 새겨진 상처를 봤다. 안대 아래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목에는 손자국이, 종아리에는 몽둥이 자국이…….



  잘못했어요. 하나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잠꼬대였다.



  “잘못했어요.”



  하나의 손을 잡고 따라 말했다. 목소리가 많이 떨렸다. 하나의 작은 손이 내 손을 꽉 움켜잡았다.



  마음이 지푸라기처럼 바스라졌다. 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잘못했어요.”



  하나의 손을 부여잡고 소리죽여 눈물을 흘렸다. 짐승같은 울음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



  “날 구하러 온 사람인 줄 알았어요.”



  할 말이 없다. 아니,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근데 아니더라고.”



  혜은, 아니 하나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 뺨을 쓰다듬었다.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뭔 말이라도 해 봐요.”



  “나는…….”



  “뻔한 변명 말고.”



  하나의 손길이 내 턱을 매섭게 움켜잡았다.



  “그 거칠던 입이 왜 이렇게 조신해지셨을까?”



  “네가 정말 하나야?”



  “아, 이름.”



  하나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봤던 그 유순한 얼굴 그대로.



  “언니처럼 되고 싶어서 바꾼 거에요. 혜은 언니. 잘 바꾼 것 같아. 하나보다 이름이 훨씬 예뻐요.”



  그래, 혜은은 내 이름이다. 정혜은이던 시절의 하나와 친해지게 된 것은 이름이 같았다는 이유도 있었다.



  “내가 그 새끼 왜 죽였는지 알아요?”



  대답을 하지 않았더니 하나가 다시 내 갈비뼈를 세게 눌렀다.



  “왜 죽였는데?”



  “나쁜 새끼라서.”



  나쁜 새끼이긴 했다. 최근 유흥가에서 벌어진 강도살인사건의 용의자였던 것이다. 다만, 범행 대상이 조직폭력배 용의를 받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적대 조직의 살인청부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언니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 새끼가.”



  그 사건을 맡았던 사람이 나였다. 살인청부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도 나였다.



  “그러니까 내가 언니 생명의 은인인 셈인데, 왜 자꾸 살인자 취급해요?”



  “하나야, 이런 식으로는…….”



  “혜은이에요.”



  대답하는 목소리에 냉기가 어려 있었다. 동그랗게 뜬 눈이 섬짓했다. 처음으로 장난이 섞이지 않은 대답을 했다.



  “바꿨다고 말했잖아요. 당신한테 속아서 유괴나 당하던 순진한 하나가 아니라고.”



  하나가 떠올랐다. 예전의 그 어린애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던, 나와 닮은 내 범죄의 피해자.



  경찰이 되려고 했을 때 내가 자격이 있는지 의심했다. 나 때문에 하나는 죽을 뻔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이미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고.



  아주 오랫동안 사과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과로 내 죄를 덮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저지른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나쁜 놈들을 떄려잡더라도, 수없이 많은 선행을 하더라도 내가 하나의 유괴범이었다는 건, 유괴범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내 눈 앞에 있는 하나, 아니 정혜은이 결코 지워지지 않는 증명이었다.



  “언니가 날 만들었어요.”



  눈물이 났다. 내가 비겁한 사람이란걸 알았다.



  “고마워요, 언니.”



  ***



  죽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심을 하다가 해가 졌다. 깨진 창문 너머로 희미한 그믐달이 반짝였다. 그 곁에 매달린 별 두엇이 반짝였다.



  하나를 업었다. 아직도 하나는 잠들어 있었다. 이 애를 다시 돌려보내기로 했다. 여기 있으면 죽을테니까. 이모부는 애초에 하나를 살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오늘이 지나면 죽일 거라고 했다. 산 너머에 충분한 깊이의 개천이 있었다.



  모든게 순조롭던 이모부의 계획과는 달리 내 계획은 시작부터 꼬였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돌아온 이모부와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어디가려고.”



  이모부는 전후사정을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은 듯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이모부는 내 뺨을 후려쳤다. 하나를 업은 채로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나가 눈을 떴다. 등 뒤에서 조그만 몸이 움찔거리는게 느껴졌다.



  “이 짓 안하면 내가 너 죽인다고 했지.”



  이모부는 주저앉은 나를 내버려 둔 채로 성큼성큼 부엌으로 향했다. 까만 흙자국이 지나간 자리마다 남았다.



  “언니……?”



  하나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내 머릿속 공포를 몰아냈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하나야, 언니 말 잘 들어.”



  이윽고 부엌에서 뭔가를 뒤지는 소리가 났다. 그릇이 몇 개 깨지고 찬장 문짝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서야 이모부는 모습을 드러냈다. 왼손에 시퍼런 식칼을 든 채였다.



  “도망쳐. 뒤도 돌아보지말고. 알았지, 절대로 뒤돌아보면 안 돼.”



  “아, 아빠가 왔어요? 언니는요?”



  대답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할 겨를조차 없었다.



  “얼른 도망치라니까!”



  망설이는 하나를 떠다밀었다. 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도망쳤다. 이모부가 내 뒷덜미를 잡아채는 순간이었다.



  “이 개새끼가 진짜!”



  이모부는 서둘러 하나를 쫓으려고 했다. 나는 얼른 이모부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이모부는 욕설을 내뱉으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내 몸을 짓밟았다.



  절대로 놓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손에 힘이 풀렸다. 이모부는 바닥에 널부러진 내 머리채를 잡고 나를 억지로 일으켰다.



  “생각해보면, 네가 이 집에 오고나서부터 일이 잘 안 풀렸던 것 같아.”



  칼을 쥔 이모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에는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손가락으로 이모부의 왼쪽 눈을 찔렀던 것 같다. 피와 체액이 뒤섞인 그 때 느낌이 아직도 선하다. 이모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팔에 왼 어깨를 베였다.



  이모부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도망쳤다. 하나가 갔을 거라고 추측되는 시내쪽 반대방향으로 내달렸다. 이모부는 왠지 나를 쫓아올 것 같았다.



  예상대로 이모부는 나를 쫓아왔다. 그때 몰골이 어땠는지는 생생하게 기억하나, 떠올리고 싶진 않다.



  숨이 넘어갈 때까지 도망을 치다 개천 앞에서 넘어졌다. 이모부의 손길이 다시 내 뒷덜미를 낚아챘다.



  그 때 이모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것같다. 그저 나를 죽이는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칼을 처들을 때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어, 어어어언니한테서 떨어져요!”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다. 이모부는 내가 아니라 하나를 보고 있었다.



  “떨어져요!”



  이모부가 나를 놓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넌 나중에 보자.”



  이상한 일이었다. 평소였다면 온 몸이 얼어붙도록 공포에 질렸을 것이지만,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나는 하나를 보고 있었다.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아직 너무나 어린, 그 조그만 애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모부는 하나를 손쉽게 붙잡았다. 마침 하나를 유기하려던 개천 옆이었다.



  오른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다. 뭐라도 잡혀라, 제발, 제발 저 괴물을 죽여버릴 뭔가가……. 기적처럼 손에 뭔가가 잡혔다. 벽돌이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이모부에게 달려들었다. 무방비한 이모부의 뒤통수를 벽돌로 찍었다.



  찍고, 찍고, 또 찍고, 마치 망치질을 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벽돌을 휘둘렀다. 이윽고 거구가 쓰러졌다. 이미 이모부는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눈을 뜰 듯했다. 그러면 다시 악몽이 시작될 것 같아서 손을 멈출 수 없었다. 멈추지 못했다. 그러다 더 돌을 휘두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지고 나서야 손에서 돌을 떨어뜨렸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숨을 쉬려고 애를 쓰다가 의식이 멀어졌다. 시야가 꺼지기 전에 희미한 미소를 짓는 하나를 본 것 같았다.



***



  “그 때 집에 가기 싫어서 개천으로 도망쳤어요. 집에선 아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빠는 중학생이 되자마자 죽였어요. 제가 직접.”



  내가 하나를 유괴하지 않았더라면 하나는 여느 또래 애처럼 멀쩡하게 자랐을까, 담배를 피우는 일도 사람을 죽이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그게 뭐가 자랑이라고 떠벌려?”



  “칭찬 안 할 줄 알고 있었어요.”



  하나, 아니 혜은이 씨익 웃었다. 예전에 본 그 미소와 닮은 미소였다. 그래, 그 때 하나는 틀림없이 웃고 있었다. 내가 하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내가 괴물을 만들었다. 내가 만든 괴물을 사랑했다.



  “언니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그런 귀여운 표정을 짓는 거죠?”



  “뭐?”



  “귀엽다구요. 그 표정이. 꼭 잘못한 아기 같아. 날 유괴하러 왔을때 지었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아주 오랫동안 내가 언니처럼 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나는 그냥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언니가 귀여웠던거야.”



  혜은이 내게 입을 맞췄다. 천천히, 아주 감미롭게. 혀가 녹을 듯 달콤하다가도, 마음이 얼어붙도록 냉랭했다. 저항하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소용없었다.



  “좋아해요, 언니.”



  눈물이 났다. 마음이 지푸라기처럼 바스라졌다.
















ㅡㅡㅡ
폰쓰는 시간 넘 짧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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