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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 여행) 일레이나가 체포되는 이야기

Icefra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17 22:26:12
조회 1524 추천 2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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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망각보빔 일레이나 썰에 쓰려던 설정이었는데

너무 히토미엔딩이라 바꿔썼더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신기해라


스고이



* 이 팬픽에는 에스텔에 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거슬러 오르는 한탄, 넘쳐나는 재의 마녀 에피소드를 먼저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


한 죄인이 포승줄에 묶인 채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잿빛 머리카락에 검은 로브를 입은 죄인은, 눈앞의 현실을 믿지 못하겠다는듯 멍한 표정으로 그저 터덜터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내밀어진 양 팔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줄로 연결되어 있었고, 특이하게도 열 손가락에 하나씩 고리가 채워져 수갑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마법사를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수갑으로, 불행히도 저 또한 한 번 같은 종류의 구속을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지만, 지금 이곳에서 끌려가는 죄인에게 도와줄 사람 따윈 없었습니다.

절체절명입니다.


그렇다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채 터덜터덜 끌려가는 저 죄인은 누구인가.

네, 바로 저입니다.

...

...

어떡하죠?




조금 전, 저는 우연히 시계 마을 로스트루프에 재입국하게 된 참이었습니다.

한 번쯤은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께 얼굴을 보여드리라는 프랑 선생님의 말씀도 있고 해서, 빙 둘러 로베타를 향하다 보니, 로스트루프를 다시 거쳐가게 된 것입니다.

저는 감회에 젖으며 저 유명한 로스트루프의 시계탑과 아름다운 거리를 구경하며, 다시금 이 나라의 길을 걸었습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에스텔 씨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 "2번가의 에스텔"을 관람했었습니다만, 그럭저럭 재밌게 보긴 했어도 굳이 다시 볼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번에는 빵집과 시장을 중심으로 탐방해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본인과 딱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2번가의 에스텔"의 주인공, 라벤더의 마녀 에스텔 씨와.

연보라색의 단발에, 머리색에 맞춘 듯한 연보라색의 로브와 모자를 쓰고 있는 에스텔 씨는, 제가 알고 있던 에스텔 씨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만.


모자에 마녀를 상징하는 별 모양 브로치와, 아마도 로스트루프를 상징할 시계 모양 장식물이 달려 있는 것을 보며, 저는 약간 복잡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연극 속의, 그리고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을 실제로 만났으니까요.

그것뿐이라면 그냥 "신기하다"로 끝날 일이긴 합니다만, 저는 이 에스텔 씨가 다른 세계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리고 이 세계에서 어떤 일을 겪었을지 대강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이 만남이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터라, 적당히 마녀로서 인사나 하고 지나가는 것이 좋겠지요.

그래서 저는 그녀와 엇갈려 지나가며 무미건조한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음...?"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생각한 그때.


"잠깐."


그녀가 저를 불러세웠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저와 그녀는 서로 모르는 사이일 터인데요.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을 느낀 저는 못 들은 척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습니다만.


"거기 지금 지나간 마녀 님! 잠깐 나 좀 보지."


그런 제 노력도 소용없이, 에스텔 씨는 돌아서서 따라와 저를 붙잡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향해 돌아보자, 그곳엔 심각한 얼굴로 저를 뜯어보는 에스텔 씨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뭘까요?

나쁜 예감밖에는 들지 않습니다만.


"무슨 일인가요?"


제가 불쾌감을 표시하며 그렇게 묻자, 에스텔 씨는 그것을 무시하고 제 가슴께로 시선을 옮겨 별 모양의 브로치에 적힌 글씨를 읽었습니다.

제 마녀명을.


"재의 마녀 일레이나."

"...그런데요?"


슬슬 짜증이 난 제가 반문한 다음 순간--

번쩍이는 빛과 함께, 제 몸은 구속당하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아무 경고도 망설임도 없이, 에스텔 씨는 저를 곧장 공격한 것입니다.

어이가 없어 어쩔 줄을 모르게 된 저를 내려다보며, 에스텔 씨는 차갑게 말했습니다.


"재의 마녀 일레이나, 너를 체포한다."


라고.




체포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요.

솔직히 말해서 체포될 만한 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로스트루프에서는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지난번 방문에는 순수하게 관광만 하고 갔었고, 이번에는 지금 막 입국한 참입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데요?

제 그런 의문에 답하듯 에스텔 씨는 줄줄 말을 이어가며, 품속에서 도르르 말린 문서를 꺼내 펼쳤습니다.


"지명수배범 재의 마녀 일레이나, 당신을 로스트루프 및 주변국가에서 벌인 난봉 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당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나, 특별수사관의 즉결심판 기간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질문 있나?"

"쓰레기 법이잖아요!"

"국가 모독죄도 추가해야겠군."


아.


"아니, 애초에 난봉죄란 뭔가요? 그런 죄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요!"

"순수한 여성의 마음을 빼앗아놓고 책임도 지지 않고 도망치는 자는 여성의 적이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우리 로스트루프에서 그런 짓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아. 거기에 피해자 대부분이 미성년자더군. 정말 최악이야. 보고서에 따르면..."


손에 든 문서를 곁눈질하며 내려간 에스텔 씨의 눈빛이 이윽고 번득이더니, 곧 심각한 경멸의 시선으로 변화했습니다.


"최연소 피해자의 경우 만 10세의 마도사라고 적혀있군.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인가?"

"아니, 무슨!"


짐작이 가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만, 터무니없는 날조입니다! 음해입니다!

오해라고 에스텔 씨에게 탄원했습니다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변명이라면 수사실에서 듣지. 지금부터 당신을 수사실로 연행하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결백을 주장한 저였습니다만, 에스텔 씨가 귀찮다는듯 꺼낸 말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난봉죄를 제외하더라도, 당신은 주변국에서의 사기죄로도 피소되어 있다. 동전 한 닢짜리 물건을 금화 한 닢에 팔았다더군. 난봉죄가 가장 중한 죄목이었기에 난봉죄로 체포했을 뿐, 원한다면 죄목은 얼마든지 있다. 아직도 더 할 말이 있나?"

"...저는 이제 어떻게 되나요?"

"조사 결과에 따라 특별수사관의 즉결심판을 거쳐 처벌받게 될 것이다."

"...그 특별수사관은 누구인가요?"

"나다."


역시 쓰레기 법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저는 수사실로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에스텔 씨는 제게 낯익은 얼굴들의 사진을 연거푸 들이대며 이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여행 중에 제가 만났던 여성들이었고, 저는 그럼에도 모른다고 발뺌하려 했습니다만,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을 들이대며 "위증이로군. 가중처벌 대상이다."라는 에스텔 씨의 으름장 이후로는 그저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며 심문에 응했습니다.

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요...


조사 끝에 제게 내려진 판결은 징역 3년.

터무니없는 폭거였습니다.

정식 재판을 받고 싶으면 법원으로 넘겨주겠다고 말한 에스텔 씨였습니다만, 저는 그것을 거절하고 처분을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하나는 난봉죄 이외의 죄목에 대해서는 물증이 이미 확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팔았던 허술한 잡화들을 꺼내 보이며 피해자의 자필편지를 들이대는 데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제게 소송을 진행할 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야기해봐야 슬퍼지니 이 이야기는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 이것이야말로 사실 제가 순순히 처분을 받아들인 이유였습니다.

난봉죄의 경우,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자 중 한 명과 결혼하여 난봉생활을 청산하면 사면된다는 이상한 단서조항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요컨대 적당히 사과하고서 결혼한 척하면 풀려난다는 이야기니까요.

적당히 썩어빠진 생각이었습니다만, 애초에 무고한 사람을 엉터리 죄목으로 처벌하려 하는 것이 나쁜 것이니, 제 양심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저는, 에스텔 씨가 보여준 "피해자 및 잠정적 피해자 목록"에 나열된 이름들을 쭉 훑어내려가다가, 프랑 선생님과 실라 씨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날조잖아요 이거?

하지만 마침 잘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부탁을 드릴 수 있는 분, 이런 부탁을 드려도 오해하지 않을 수 있는 분을 찾는다면, 아마 이 두 분이야말로 적격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이 두 분 중에서는 어느 분께 부탁을 드려야 할까요?


잠시 생각한 저는, 이내 프랑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실라 씨에게 부탁하는 편이 좀 더 편리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솔직히 진지하게 도와주실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야 씨에게 이 일을 알리기라도 했다간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프랑 선생님께 구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고, 구치소에서 끔찍한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제 편지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와주신 프랑 선생님 덕분에, 저는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아, 사기죄에 관해서는, 어차피 푼돈이니 상관없다며 에스텔 씨의 재량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것이 부자의 금전감각이라는 걸까요, 아니면 연극 속의 "정의감에 넘치는 열혈 마녀 에스텔"과 현실의 괴리인 걸까요?

그런 것 치고는 꽤 심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묻자, 에스텔 씨는 "그야, 자기 나라에는 난봉죄 따윈 없다면서 귀찮게 구는 범죄자들을 간단히 입다물게 만들 수 있잖아?"라며 웃었습니다.

적당히 썩어빠진 마녀로군요.

제겐 다행이었지만요.


그러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구치소에서 풀려난 뒤엔,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의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들 앞에서 프랑 선생님과의 결혼을 발표해야만 했습니다.

어젠 이런 이야기한 적 없었지 않냐고 항의한 저였습니다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자회견 내내 얼굴을 가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저를 대신해서, 프랑 선생님이 저것은 자책으로 인해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보충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엉터리 같은 설명이었지만 그것은 한편으로 진실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요.

저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날 밤을 이불을 걷어차며 깨어나야 할까요.

솔직히 죽고 싶었습니다만.


영겁의 시간이 흘러 결국 기자회견은 끝나고, 저는 이 나라를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시뻘게져서는 물고기처럼 입만 뻐끔거리고 있던 저를 대신하여 프랑 선생님이 수속을 마치고, 우리는 에스텔 씨와 함께 국경으로 향했습니다.


"결혼 축하해.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나쁜 짓 저지르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알겠지?"

"..."


헤어질 때가 되자, 에스텔 씨는 따뜻한 미소와 함께 저희를 축복해 주었습니다.

프랑 선생님은 인자하게 웃으며 답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저는 두고보자든가 험한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참는 것만으로 한계였기 때문에, 인사 비슷한 말을 웅얼거리는 것으로 답례를 대신했습니다.

에스텔 씨는 그런 저를 보며 웃더니, 막 생각났다는듯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습니다.


"아, 적당한 시기에,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잘 보내고 있는지 확인하러 사람이 갈 테니까, 그땐 잘 부탁해?"


아.

아아.

아아아...


이것이, 저와 프랑 선생님의 두 번째 동거가 시작된 경위였습니다.

이후, 제 결혼발표는 기사화 되어 널리 알려지고, 여러가지 말썽을 일으키게 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엉터리 죄목으로 체포되어 날림수사를 받은 끝에 사랑하는 스승님과의 결혼 발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재의 마녀란 누구인가.

네, 저였습니다.


아직도 종종 기자회견 할 때의 악몽을 꾸곤 합니다만.

그런 것은 제쳐두고 순수하게 지금 어떤가를 묻는다고 한다면.

그, 여러가지 큰일이기는 해도.

그러니까 그게...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일레이나~"

"네, 프랑 선생님."

"정말, 이젠 자기야라고 불러야죠. 자, 따라해 보세요. 자기야~"

"농담은 그만둬 주세요 선생님."

"농담이 아니에요. 언제 로스트루프에서 감독관이 찾아올지 모르잖아요? 미리미리 연습해 둬야죠."

"으윽..."

"자, 어서요. 자기야~"

"자, 자, 자, 자자, 자기야..."

"네~ 참 잘했습니다~"


프랑 선생님은 저를 꼭 껴안아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덤으로 머리도 슥슥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최근 스킨쉽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은데요.


"..."


아마도 로스트루프에서 감독관이 찾아와 이 모든 연극이 끝나고 나면, 저희 사제관계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겠죠.

그때가 되면, 선생님은 다시 선생님으로, 저는 여행하는 마녀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그때까지만이라면,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저는 선생님의 품안에 안겨 생각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그때까지만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저는 아주 조금 프랑 선생님의 품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역시 조금 행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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