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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여행] 사랑스러운 주인님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22 12:14:47
조회 1290 추천 37 댓글 3
														


일레이나 납갑조 시리즈


[일레니케] 사랑스러운 우리 딸


[일레프랑] 사랑스러운 스승님의 딸


[일레사야] 사랑스러운 여행자 씨


*


아침에 눈을 뜨자, 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를 어떻게 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지요. 이게 어떻게 된걸까요, 이래서야 지팡이를 불러내려 해도 불러낼 수 없었습니다. 일단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야지 싶어서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는 무리였습니다. 다리로 밀어내면서 억지로 일으키려고 했지만 다리조차 말을 듣지 않았지요. 하루사이에 어떻게 된걸까요, 하지만 예상외로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답니다.


"음냐아...일레이나아...언니가 잘해줄테니까 가지마아..."


사야 씨였습니다.


어제 저녁에 저를 숙소로 안내해주고, 제가 처음으로 도착한 나라에서 처음으로 맺은 인연인 사야 씨가 제가 잠든 틈에 들어온건지, 제 위에 올라탄 채로 새근새근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나이를 듣자마자 자기를 언니라고 불러보라면서 눈을 빛내시더니, 나중에 가서는 진짜로 친언니처럼 말씀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와 단 둘이서만 커온 저한테는 조금 낯선 감각이기는 했습니다만, 꼭 나쁘지는 않은 울림이였지요.


"사야 언니?"


마지막에 가서는 몇 번인가 그렇게 불러주니 어째서인지 홍조를 띄운 채 조금 위험한 눈동자를 하시긴 했습니다만. 이야기를 듣자하니 그녀한테는 여동생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동생은 먼저 견습생에 합격해서 떠났고, 언니인 자신은 남아있다고. 정말로 그리운지 눈물마저 살며시 글썽거리셨기에 외로움을 많이 타는구나 싶었습니다. 세상에는 누군가한테 의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이러니까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가 없죠, 살며시 웃으면서 잠든 사야 씨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사야 씨."


"일레이나아...언니 여깄어..."


"사야 씨."


"마이 러블리 엔젤 일레이나아..."


잠꼬대로 의미불명의 소리를 지껄이는 그녀를 내려다보던 제가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면서 특단의 대책을 쓰기로 했습니다. 언제까지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있기도 조금 그랬거든요. 배가 조금 고파오기 시작했으니 빨리 깨울 생각으로 귓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언니?"


"네! 당신의 사야 언니가 여기있습니다!"


제대로 먹혔습니다. 제 말을 듣자마자 눈을 뜨면서 곧장 제 목에 팔을 두르시고 꼭 껴안기셨습니다. 듣기로는 자매끼리 당연히 해야될 행동이라나요? 그래도 일단 일어나준걸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그녀가 제 품에서 떨어지기를 조금 기다렸습니다.


"슬슬 떨어져주시지 않을래요?"


하지만 견디려고 해도 슬슬 한계였기에 조심스럽게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습니다.


"싫어! 일레이나는 이제 내거인걸!"


사야 씨의 말을 알아듣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요, 제가 장난치지 말고 비켜달라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그녀는 말 대신 이불을 벗기고, 제 상체를 들어올려서 제가 조금 더 보기 쉽게 해주었습니다.


그것은, 테이프였습니다.


손과 발이 움직이지 않는건 단순히 사야 씨가 누르고 있어서가 아니였습니다. 손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꼼꼼하게, 손가락 전체가 테이프로 감쌓져있었습니다. 발도 마찬가지로 움직일 수 없도록 양 발목이 테이프로 묶인 채, 이게 무슨 장난일까요. 제가 사야 씨를 노려다보면서 말하자 그녀가 장난이 아니라는듯 고개를 저은 뒤, 저를 꼬옥 껴안았습니다.


"이제 어디도 못 가, 일레이나는 내 것, 일레이나는 나만의 것, 에헤헤, 에헤헤헤..."


그렇게 말하며 저를 내려다보는 사야 씨의 눈동자는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위험하고,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보여서-


슬프게도 그녀는 자신의 말을 철처하게 지키는 타입이였습니다. 여관의 빈 방에 저를 감금한 다음, 양 손발을 쓰지 못하는 저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면서 나가지 못하게 가둬놓았습니다. 친언니처럼 정말로 잘 대해주셔서, 언니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지요. 지금이 감금 상황이라는 것만 제외하고는요.


나갈 방법은 딱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양손발이 테이프로 묶여서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여기가 여관의 빈 방이라는게 중요했습니다. 창고로 쓰던건지, 옆 방은 늘 빈 방 이었습니다. 창문도 없었습니다, 몇 번인가 소리쳐서 알릴려고 했지만 방음이 잘되서인지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대로 제 여행길은 끝일까요? 처음 간 나라에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여성한테 납치당하고, 감금당한채로 나가지도 못한 채 평생 돌보아지다가 결국은 함락당해서, 사야 씨와 결혼하고 끝나고 마는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이대로 평생 어머니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조금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런 가정은 어떨까요.


제가 만약 그 때, 사야 씨와 만나서 평범하게 만나서 평범하게 헤어지고, 무사히 다른 나라로 계속해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더라면-


이것은,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


*


저의 사랑스러운 주인, 일레이나 님한테는 위기 의식이라는게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여행을 시작한지도 일 년이 지난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주인님한테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잿빛 머리카락,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색 눈동자, 길가던 여성들은 누구나 한 번씩 돌아보면서 손키스를 날릴법한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 그랬기에 가는 나라마다-아니, 집에서부터 수많은 여성들을 꼬시고는 하셨습니다.


주인님은 눈치채지 못하셨을지는 몰라도, 빗자루에 불과한 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집에 있으실 때에는 주인님의 어머님한테 몇 번이나 덮쳐지실 뻔 했습니다.


예를들어 수행시절, 주인님의 선생님은 밤 중에 몇 번이나 알몸으로 숨어들어오고는 했습니다. 


예를들어 수행시절, 사물을 물건으로 만드는 마법을 개발했다가 선대 지팡이 언니한테 덮쳐질 뻔했지요.


예를들어 여행을 시작하고 얼마지나지 않았을 때, 사야 님이 테이프를 들고 일레이나 님을 속박하기 위해 들어온 적도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지금도 여행을 하고 나라에 들어가는 족족, 수많은 여성분들이 일레이나 님한테 꼬이고는 했지요.


그 때 마다 빗자루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레이나 님을 지켜드리고는 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는 그저 도구, 그저 빗자루, 할 수 있는거라고는 해봤자 실수인 척 가장해 일부러 바닥에 떨어져서 큰 소리를 내서 잠든 일레이나 님을 깨우는 것이 전부였지만 의외로 잘 먹혔습니다. 이걸로 몇 번이나 위기를 넘겼는지 모릅니다.


제가 대충 기억하는 것 만으로 십 수번, 그런 위기를 겪고 나서도 주인님은 정말로 아무 자각이 없으신지 방에서 기분좋게 콧노래를 부르시면서 무방비하게 씻으시고, 무방비하게 잠드시고는 했습니다. 이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 년이나 지났는데도 자신의 매력에 대한 자각 없이 저렇게 무방비하게 여행을 계속 다니신다면, 어떤 여성분한테 납치 감금당할지 두려워서...


한 번은 일레이나 님이 주무신 시간, 다른 물건 분들한테도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일레이나 님이 다른 여성한테 납치 감금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러자 다양한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선대처럼 우리가 덮치자는 지팡이 언니.


일레이나 님의 몸에 매일 감쌓여있어서 좋다고 이야기하는 로브 언니.


일레이나 님의 머리냄새가 달콤하다는 모자 언니.


확실히 알았습니다, 외부를 걱정할게 아니라 내부의 적이 문제였습니다. 이 사람. 아니, 사물들은 몸만 생긴다면 당장이라도 일레이나 님을 덮칠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어찌 비통한 일일까요, 이렇게 많은 사물들 중에서 일레이나 님의 안위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은 저 밖에 없다는 게 너무나 슬펐습니다.


그래서 저는 홀로 생각했습니다.


일레이나 님을 다른 여자한테 뺏기지 않을 방법을 홀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


빗자루 씨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조금 고민해보았지만 뭔가 이렇다 할 대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원래라면 오늘은 빗자루를 타고 관광을 할 생각이였는데, 말을 듣기는 커녕 공중에 뜨지도 않으면 조금 곤란했습니다. 뭔가 제가 잘못한걸까 싶어서 몇 번이나 달래도 보고, 토닥여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우우,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면 조금 쯤은 편했을텐데요...생각하다가 수행 시절에 만들었던 마법이 생각났습니다. 사물을 사람으로 바꿔주는 마법-이 마법에는 조금 트라우마가 있기는 했지만, 사물한테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을 지금부터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랬기에 마력을 적당량만 담아서 그대로 지팡이를 휘둘렀습니다.


펑, 소리가 나고 잠시 후에 지팡이 씨가 있던 자리에 예쁜 소녀가 앉아있었습니다.


주인을 닮는걸까요, 푹신푹신한 분홍색 머리카락에 저와 꼭 닮은 소녀가 앉아있었습니다. 사람의 몸을 가진게 신기한건지 자신의 손을 몇 번인가 내려다보다가, 이내 저를 쳐다보고 방긋 웃었습니다.


"당신은 제 빗자루...지요?"


"네, 만나서 반가워요 일레이나 님."


순진무구하니 티끌하나 없어보이는 그 미소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수행 시절, 이 마법을 개발한 직후에 제 지팡이 씨한테 덮쳐졌을 때를 생각해보면...응, 빗자루 씨는 정상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제가 커흠 하고 헛기침을 해서 주의를 환기시킨 뒤 빗자루 씨한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면 빗자루 씨, 어째서 날지 않은건가요?"


정상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한 제 기대를 배신하기라도 하듯 방금 전 까지 온화하게 웃으시던 빗자루 씨의 초점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그야 이대로 날아버리면 일레이나 님, 또 자각없이 다른 여성분들을 꼬실거 아니신가요?"


그런 말을 남긴다음에 번개같이 제 위로 올라탄 그녀가 양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눕혔습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안간힘을 써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완력은 저쪽이 위인듯, 순식간에 양 손목이 묶인 채 침대 위로 살포시 내려놓아졌습니다. 아직 사태파악을 못하는 절 내려다보면서 그녀가 말했습니다.


"일레이나 님은 자각이 너무 부족하세요."


"네? 어떤 자각 말인가요?"


"자신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 여자들을 꼬시고 있다는 자각이요."


자기 빗자루한테 칭찬을 받는 감각은 조금 낯부끄러웠지만 대화는 어디까지나 눈속임이였습니다. 손목이 묶이기는 했지만 손은 자유로웠기에 얼마든지 지팡이를 불러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화로 시선을 속이면서, 묶인 손을 배게에 집어넣고 그대로 손을 어떻게든 흔들어서 지팡이를 슬쩍 꺼냈습니다. 


"어머님, 프랑 선생님, 사야 님, 그리고 수많은 여성분들...그래서 일레이나 님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덮쳐질지 몰라서 저는 빗자루인 상태로 늘 조마조마 했답니다."


"그래서 일부러 날지 않은건가요?"


"네, 상냥한 일레이나 님이라면 반드시 대화를 들어주실거라고 생각했어요."


거짓 한 점 없는 그 말에 제가 슬쩍 고개를 돌렸습니다. 도구한테 까지 이렇게 사랑받다니, 이 얼마나 죄많은 여자일까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수 없었기에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듣기로 하고, 제가 배게에서 손을 꺼내서 지팡이를 빗자루 씨한테 들이밀었습니다.


"어머나."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제...이제..."


마력을 끊고 도구로 다시 돌릴 생각이였습니다만, 이번에는 지팡이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 손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빗자루 씨한테 마력을 흘러보내고 있는게 느껴졌지요. 제가 당황하는 틈을 타서 제 위로 올라온 그녀가 무엇보다 사랑스럽다는 듯 제 뺨을 쓰다듬으면서 혀로 입술을 핥았습니다.


"소용없어요, 지팡이 언니한테는 이미 이야기 해놓았답니다. 일레이나 님, 그래서 빗자루인 상태로 저는 생각했어요. 일레이나 님이 다른 여자한테 덮쳐지지 않을 방법이 뭘까, 일레이나 님이 다른 여성들을 꼬시지 않게 할 방법이 뭘까...그것만을 오로지 쭈욱, 함께 다니면서 계속해서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생각해냈어요, 손뼉을 치면서 빗자루 씨가 그대로 침대에 눕더니 제 옆에서 저를 꼬옥 끌어안았지요.


"이대로 일레이나 님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덮쳐질 일도, 꼬실 일도 없는거잖아요. 어쩜 이렇게 기특한 생각인지!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일레이나 님, 저는 오로지 일레이나 님의 안부만을 생각해서 내린 결과랍니다. 우후후...우후후후..."


어딘지 모르게 비틀린 미소를 짓더니 뭔가 까먹었다는 제스처를 취하시고는 이번에는 밧줄로 제 발목을 정성스럽게 묶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나가지 못하게 하도록 중점을 두겠다는 것인지 과도하게 묶지는 않았지만.


지팡이를 놓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계속 그녀한테 마력을 줘서 사람으로 유지시켜야 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소리를 친다고 한들 누가 올 것 같지는 않은 방이였습니다. 문은 굳게 걸어잠겨있었습니다. 즉, 마법을 쓰지 못하는 채, 양손발이 묶인 상태로 이 방에서 나갈 방법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일레이나 님은 아무 걱정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옆에서 쭈욱 돌보아드릴께요."


그렇게 말하면서 빗자루 씨가 제 품 안에 다시 껴안긴 채로 새근새근 잠들어서-


그러면 문제입니다.


여행을 떠난지 이제 일 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도구한테 감금당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평생 도구들한테 관리받으며 살게 될 이 비련하고도 가여운, 아름다운 외모의 마녀는 대체 누구일까요?


그래요, 저랍니다...


*


일레이나 납감조 시리즈 4탄


빗자루 씨한테 비뚤어진 연심을 받으면서 그대로 어느 나라의 어느 여관방에 납치 감금당한 일레이나


니케 -> 프랑 -> 사야 ->  빗자루 순으로 썼으니까 이제 암네시아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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