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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불건전] 언니가 죽어버렸다앱에서 작성

키시베로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24 17:03:15
조회 1029 추천 29 댓글 8
														

언니가 죽어버렸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것은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날


그 이후로 3개월이 지나도록 언니를 보았다는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벌써 3번째


어쩌다가 이렇게 되고 만 것일까


나는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회사에서 눈을 감아 추억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





나와 2살 차이나는 내 언니는 현실에 강림한 천사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순수하고 착한데 조그만 일에도 베시시 웃으며 기뻐하는 것이 곁에 두고 있으면 치유가 되는 계열의 사람


언니가 웃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도 미소가 번졌으며 언니만 있으면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편안하게 꿈 속에 잠길 수 있을 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언니가 어느날, 연인이 생겼다고 내게 말했다




===============




"있지있지, 오늘 세은이가 말이야~"



"네이, 네이. 정말로 좋겠네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세은이라는 애인 자랑을 하는 언니를 적당히 맞장구치는 것이 어느덧 자매의 일상이 되었다


연인의 이야기를 하는 언니는 평소보다 더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그런 언니가 싫지 않아서 반쯤 흘려들으며 언니와 어울리곤 했다



"...라고 말하지 뭐야. 정말이지, 처음 들었을 때 깜짝..."


"언니, 최근에 더 자주 웃는 것 같아서 나까지 행복해지는 느낌이야."


"그래? 너무 자랑만 해서 지겨워할줄 알았는데, 하은이도 즐거워한다니 다행이네~"


"내가 이런 천사같은 언니한테 어떻게 정이 떨어지겠어. 언니의 이야기는 의식의 흐름이어도 4시간은 들을 자신 있다구?"


"에헤헤~ 고마워."



하고 미소를 띄며 내 머리를 상냥히 쓰다듬는 언니

정말로 좋아하는 언니였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이 들었다
저런 눈같이 새하얀 언니가 더러운 신발로 짖밟히게 되면 어쩌지 하는 그런 걱정들


하지만 언니의 성격이 성격이기에 언니에게 상처줄만한 사람은 딱히 없었고, 나도 그런 불온한 상상은 걱정에서 끝마치고 있었다




언니가 참혹하게 실연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니 언니가 사귀던 세은이라는 여친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주제에 적반하장으로 언니가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한게 잘못이라니 뭐라니하며 뻔뻔한 태도로 언니를 매몰차게 차버린 것이다


나조차도 상사상애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끈끈하고 깊은 관계가 모래성처럼 파도 한 번에 무너지고 말 줄은 상상도 못했다

순진한 언니에게는 푹 빠진 애인이 보이는 냉혹한 태도는 깊은 상처를 남겼고 언니는 그 날 이후로 언니는 집에 돌아오면 이불에 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태양같던 언니의 웃음이 환상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생기를 잃어버린 언니



언니의 마음은 잔혹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언니가 한 번의 시련으로 주저앉을 정도로 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언니가 이대로 세상의 그림자로 유폐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매일같이 언니의 이불 속에 들어가 포옹해주며 이따금씩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2주일 정도 지나자 언니는 활력을 되찾기 시작하였다


언니는 점점 본래의 생활을 되찾기 시작하였고, 한 달 정도 지난 후에는 완전히 평소의 언니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언니를 되살릴 수 있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대학생이 되고 저 멀리 대학교에 들어가버린 언니


나는 언니의 발자취를 쫒아 2년 뒤 같은 대학에 들어가 함께 자취를 하게 되었다


사람을 치유하는 언니의 매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시들 기미가 없었으며, 오히려 전보다 더 사람을 빠지게 만드는 매혹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런 언니를 과연 누가 미워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볼 정도로 언니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의문은 익명으로 올라온 하나의 글을 통해 해결되고야 말았다




===============




  언니의 대한 근거도 없는 뒤틀린 소문들이,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쪼가리의 형태로 온 세상에 퍼져나갔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언니에게 질투하는 세력들이 이때다 싶어 너도나도 전염병처럼 음해를 퍼뜨리기 시작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흘리는 가벼운 험담이 서슬 퍼런 비수가 되어 언니라는 표적에 꽃히기 시작했다


언니에 대한 인상을 담은 도화지는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기고 모두의 눈에는 조각난 언니의 조각만이 비치게 되었다


언니의 친구라는 사람들은 눈치채기도 전에 신기루처럼 흩어졌고, 언니는 결국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일이 커지고 말아 자퇴를 하고 말았다



언니는 그렇게 누군가가 적어내린 글자 몇 자 만으로 사회적으로 죽어버리게 되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언니를 미워하는 사람들 중에는 금전적으로 꽤나 높으신 분들이 섞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찌저찌 증거들을 모아 언니를 매장한 사람들을 매장시키고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언니의 상처는 꽤나 깊어 보였다 




===============




"...언니."


"...응..."



언니의 대한 소문은 주범이 밝혀지게 되자 순식간에 사그라들었지만, 언니에게서 예전과 같은 밝은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그 때는 연인 한 명이었지만 이번에는 나를 제외한 주위의 전부가 언니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것이 너무나 컸던 것일까


이런 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은 몇 번을 봐도 너무나 고통스럽다


더 이상 언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언니가 죽어나가는 이 기현상을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언니같은 천사가 행복하게 살기에는 너무나 잔혹했다


분명 이대로 언니가 다시 일어서 예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고 사회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또 언니를 음해할 것이다


언니는 또 상처받고, 죽어버리고, 심연에 잠기고, 겨우 다시 일어서게 되면 또 누군가에게 심장을 찔릴 것이다


이 세상은 언니가 살기에는 너무나도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언니의 동생인 나는 필사적으로 언니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몇 달이나 지나고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에, 나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언니가 망가지는 것이 보기 싫다면 언니에게 망가질 마음이 없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이 그렇게나 부조리하다면 애초에 이 세상으로 내몰리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훌륭한 해결책이었다


제대로된 마음과 정신이 있는 한 사람은 언젠가 무너지고 만다


이 사회는 언니를 이해해주기엔 너무나도 뒤떨어졌다


그렇다면 그 근원을 제거해버리면 간단하게 풀리는 문제인 것이었다


희망의 실마리를 얻은 나는 천천히 언니의 행복을 위한 발판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




눈을 감고 키보드를 치다보니 어느덧 오늘 해야 할 분량은 끝나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먼 길을 걸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손으로 언니를 죽인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그래도 결국 언니만의 낙원을 만드는 것을 성공했다



언니가 기다릴까 나는 재빨리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집을 향해 나아갔다


걸어서 8분거리 정도에 있는 집의 현관문을 열면 언제나 그랬듯이 언니가 나를 반겨주었다



"다녀왔어, 하은아?"


"응. 다녀왔어, 언니."


"오늘은 왜 이렇게 늦은거야... 언니 정말로 걱정했다고?"


"미안, 미안. 외롭게 만들어서 미안해?"


"응... 정말로 외로웠으니깐... 하은이가 없으면 언니 살아갈 수 없으니깐..."


"미안. 항상 일찍 돌아오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깐."


"그렇게 미안하면..."


"알겠어. 오늘도 잔뜩 사랑해줄 테니깐. 걱정하지 마."


"응... 고마워... 사랑해..."



언니의 눈에는 더 이상 나밖에 비치치 않는다


언니에게는 더 이상 나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언니를 받아주지 못하는 세상따위 배제해버리고 나와 언니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어내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언니에게 화살을 쏘는 어리석은 사람들 대신 내가 언니가 받아야 마땅한 사랑을 전부 주게 되었다



이제 언니에게는 무너져내릴 정신도, 언니에게 상처입히는 쓰레기들도 없다




더 이상 언니는 죽지 않아도 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언니는 드디어 행복해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젠 그 누구도 언니를 상처입힐 수 없어


이젠 그 누구도 언니를 빼앗아갈 수 없어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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