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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불건전]정말로 사랑한다면

L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26 09:32:21
조회 383 추천 19 댓글 13
														

  가끔 생각한다. 열기가 전부 식은 게 아닐까. 귀에 사랑을 속삭이고, 팔로 서로를 끌어안고, 입술을 맞추는 와중에도. 이젠 더 나아가질 않는다.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보고 기뻐하던 날은 기억에서도 흐려질 정도였으니까. 처음은 열일곱 고등학생과 스물넷 대학생, 지금은 스물넷 대학생과 서른 하나 사회인. 너무 길었을까, 아니면 새삼 어리게 느껴지는 걸까.


  잘 갔다 왔어요?”

  너는 잘 있었고?”


  작은 원룸을 한달음에 뛰어가 안았다. 돌아온 건 이마를 스치는 입술. 나는 아이가 아닌데. 서른과 스물, 대학생과 직장인. 오히려 터울이 커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키마저 작았으니까.


  과제하고 있었죠?”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긴 머리카락을 흘려 목을, 헐렁한 옷을 늘어트려 어깨를 드러냈다.


  고생이었네. 그래도 감기 걸리니까 집에서도 잘 챙겨 입어야 돼.”


  기다란 손가락이 내 옷을 여민다.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그냥 웃는다. 언제부터 저 손이 이렇게 정중했다고.


  저녁은 먹었어요?”


  언니는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쉬며 남은 국이라도 데워 상을 차렸다.


  고마워. 오늘도 맛있네.”

  “늦게 오니까 제때 좀 챙기래도요.”


  벌써 10시가 넘어가는데, 상사 얼굴도 보기 싫고 내 밥이 맛있다면서 매번 이런다. 해봐야 그냥 자취 요리인데. 항상 남기는 일 없이 먹어 치운다. 그리고 꼭 하는 말, 고마워.


  이제 뭐 할래요?”


  머리를 기대고 팔을 끌어안았다. 차가운 덩어리가 품을 얼렸다.


  영화라도 볼까?”


  팔이 빠져나갔다. 언니는 나를 데리고 침대에 앉아 이불을 둘러줬다. 이건 배려일까, 거리감일까. 언니가 고른 영화는 블록버스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역시나, 둘러준 이불 안으로 언니를 끌어들여도 아무 일이 없었다. 이쯤 하면 일부러 그런 것들만 하나 싶었다. 이런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까.


  재밌었지?”


  이불 째로 같이 누우며 하는 말이 겨우 저거였다. 어찌나 평범한 말인지. 별일 없는 하루를 확인해버리는 말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재밌었죠.”


  한 집, 한 방, 한 침대, 한 이불. 정말 사랑한다면 쉴 새 없이 불이 붙어야 하는 게 아닐까. 도리어 같이 자취를 시작한 이후론 쭉 이랬다. 며칠도, 몇 주도 아니고 달, 년 단위로 세어야 할 정도였으니. 이 언니는 이젠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드는 건가 싶었다.

  언니가 짐을 싸고 출근해버리면 집에 남는 건 나 혼자다. 오늘처럼 공강이면 하루 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같이 덮은 이불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꽉 끌어안아도 외롭다. 어딘가에선 이러면 연인의 냄새가 난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느껴지는 건 이불 냄새 뿐이었다. 직접 닿지 않으면 살냄새조차 맡을 수 없었다.

  남는 건 한숨으로 열기를 식히는 방법이다. 나는 미칠 것 같은데, 언니는 늘 태연하다. 이제 와서 혼자 위로하기도 자존심이 상한다. 저번은 어땠더라, 크리스마스 때 졸라서 간신히, 그것도 내가 덮치는 식이었던가. 지금이 12월이니 나만 따지면 1년이 넘어간다. 언니만 해도 1년이고. 도대체 그 긴 시간 동안 어떻게 태연한지.

  이번에도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달라붙어야 할까. 노골적으로 그랬다 어색한 분위기여도 곤란한데 슬쩍슬쩍 하는 건 알아보지도 못하고. 남들은 키스만 해도 흥분되어 죽겠다는데 여긴 사춘기 애들도 아무 생각 없을 가벼운 쪽 뿐이다. 무슨 애들 재우는 것도 아니고.

  몇 날 며칠을 혼자 낑낑대고 있자니 언니가 어디 안 좋냐고 묻는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품에 기대어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하고 천진하게 말하는 게 제일 답답하다. 눈치가 너무 좋으면 없는 척을 한다는 그런 건가?

  괜히 화가 나 목을 물었다.


  ?!”


  누구는 제대로 예쁜 몸인데, 누구는 키도 작고 볼륨도 없어서 이렇다고 생각하니 속이 끓었다. 목을 지그시 깨물면 흐르는 허덕임도, 밀어내지도 않고 부드럽게 감싸는 손길도,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든다.

  긴 목엔 이빨 자국이 남았다. 언니도 나한테 잔뜩 흔적을 남겨주면 좋을 텐데. 그어진 점선을 손끝으로 쓸었다.


  ?”


  언제 신음을 흘렸냐는 태연한 미소. 그냥 맞춰준 게 아닐까. 정말 느끼긴 한 걸까.

  부드러운 아랫입술을 입술로 물었다. 반응이 없다. 한 번 더. 입술을 오물거렸다. 내 등을 토닥이는 손. 목을 조르듯 안았다. 고개를 기울이고 입술을 비틀어 열었다. 하얀 장벽에 붉은 노크를. 그제서야 문이 완전히 열린다. 토닥이던 손길은 어느새 쓰다듬는 손길로 변해있었다. 천천히 작은 공동을 채운다. 겨우 찾은 꼬리. 닿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덩어리가 엉켜 들었다. 뜨겁고, 말캉하고, 촉촉하게. 혓바닥도, 그 밑도, 천장도, 잇몸도. 엉키고 돌아다니면 어느새 뒤집어져 있었다.

  내가 아래, 언니가 위. 열기가 내 속으로 넘쳐온다. 부드러웠던 움직임은 어디로. 꿈틀거리는 살결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미처 채우지 못한 공간엔 언니의 맛이 스며들었다. 민감한 부분을 스칠 때마다 움찔하는 몸. 점차 도망갈 곳은 사라지고 숨이 막혀온다. 삼키지 못한 액체가 가득하고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떨어질 것 같은 기분에 목에 매달렸다. , 최대한 꽉. 턱 끝까지 차오른 숨. 팔이 흘러내리니 그제야 입술이 떨어졌다.


  예뻐


  이마에 입술이 닿았다. 완전히 힘이 빠진 나와 부드럽게 웃는 언니. 목을 놓치자마자 떨어진 입술. 연인의 바람을 들어주는 배려일까, 아이의 장난에 맞춰주는 어른일까. 입안 가득한 흔적을 삼키고 지친 몸을 기대 잠들면서도 알 수 없었다.

  일주일이 끝나는 금요일. 언니가 돌아온 시간은 12 47. 세수만 겨우 하고 침대에 쓰러졌다. 다가가 머리를 품에 안아도 으응하는 소리만 겨우 낼 정도였다.


  뭐 해줬으면 좋겠어요?”

  으응, 괜찮아.”


  너무 피곤했던 걸까. 뒤에서 안아도, 허벅지 베개를 해 주어도 지친 목소리로 고마워, 고마워 그렇게만 말했다. 성가신 얘기에 답하는 것처럼. 이불을 덮어주고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언니는 실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자기 직전에나 겨우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건 어떤 사랑인 걸까. 연인? 친구? 동생? 자식?

  계속 달라붙고, 입 맞추고, 매만져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입술을 졸라 겨우 조금 진한 입맞춤을 해도 그 끝은 태연한 미소였다. 다가가야 쓰다듬는 손, 입술이 닿아야 돌아오는 열기. 그저 돌려줄 뿐일까. 내가 아닌, 언니의 마음은 거기에 있는 걸까. 심장이 비었다. 정말로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바라는 게 아니라, 내 바람을 들어주는 거라면.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배도, 허벅지도 드러나는 산타 옷은 쇼핑몰 장바구니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 검푸른 하늘에 내리는 빛나는 눈을 보면서, 쓰다듬어질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몸이 어디 안 좋아?”

  “…괜찮아요.”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아서인지 목이 잠겼다. 같이 두른 이불을 더 싸맸다. 고개를 돌려 어깨에 입술을 맞추었다. 언니는 웃었다. 어깨를 물어도 웃었다. 입술을 맞추고는 웃었다. 심심한 크리스마스 명작선을 보고도 웃었다.


  좋다. 그치?”

  그러게요.”


  방 안이 따듯하기는 했다. 가까이서만 맡을 수 있는 살냄새, 닿아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온기도 있었다. 가장 부드러운 곳, 드러내기조차 부끄러운 곳까지 알 수는 없었지만, 조금은 웃을 수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아마, 아무 일 없는 새해를 맞겠지. 끌어들인다면, 위로를 얻겠지. 결국 아무것도 알 수는 없겠지만.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내가 문제일지도 모르지. 아이에게 그런 키스를 할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 이러는 게 바보일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너무나 사랑해서 조르는 걸 모두 들어주는 거라면. 그렇다면 당신에게 나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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