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45화

커틀러스 · 2020.12.31 20:09:09

A블록 2차전 4회전. 시라사키 고교 대 유라 고교의 1회 초.

[1번, 2루수. 혼죠 선수.]

초구야 뻔하다. 그런 생각에 타석 안으로 깊숙히 들어와 준비하는 카에데.

“스즈 짱네 팀인가.”

쇼요가 료를 맘에 들어하는 이유는 꽤나 심플하다. 열심히 하니까. 그리고 도도하게 구는 게 귀여워서. 그 정도다.

그녀 또한 제법 계산적이다. 료가 학교를 벗어나 클럽 팀에서 직접적으로 프로를 노렸다면 쇼요는 학교에서의 길을 찾은 것.

유라는 실력과 비례하면 역사가 상당히 짧은 팀. 그 덕분에 작년부터 에이스를 해 왔다. 도쿄 최속 타이틀에 많은 출전 기회. 주목받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승부하는 건 기쁘지만.”

노려보는 카에데에게 미소로 대답하며 천천히 와인드업. 구속의 비결은 피지컬이 전부가 아니라 피지컬을 완전하게 살리는 것. 그것을 항상 명심하며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스트레칭을 해 왔다. 그 덕분에 체간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이 부드럽다.

“짓밟아 줘야겠어.”

컨디션 최고! 스파이크가 흙을 긁는 소리가 어쩐지 그렇게 들린다. 그대로 몸을 맏겨 릴리스.

‘역시.’

카에데는 부동. 자연스러운 스리쿼터 폼에서 각도가 만들어진 공이 카에데의 등을 찌를 듯이 다가온다.

“볼!”

그녀의 허리와 이웃집 같은 느낌으로 들어오는 공. 카운트 1-0.

그리고.

“초구부터 130km...!”

스피드 건으로 보면 소수점은 겨우 넘긴 느낌이지만. 중요한 것은 압력을 체감할 수 있던 것.

‘건드렸으면 분명 땅볼이었다.’

아이나가 초대형의 발리스타라면 이쪽은 동급의 파성추. 중량과 예리함의 차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괜찮아, 여기서부터 공격적으로 간다.’

유격수인 리나나 벤치의 등번호 11번 등 투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더 있지만, 쇼요 쪽이 더 확실하다. 그리고 시라사키도 그걸 예상한 상태.

순수하게 정면 승부로 뛰어넘어야 하는 적. 그렇기에 투구수를 늘리고 최대한 체력을 빼려는 것이 오늘 시라사키의 공격 접근법이다.

물론 쇼요도 선발 경험과 완투 경험이 풍부하기에 그렇게 두지 않을 생각이다.

‘타순 한 바퀴까지는 직구 위주로 가자.’

아카리의 앉은 자세는 그대로. 2구 째.

‘왔다!’

두 물체가 같은 허공을 지나고.

“스트-라이크!”

인 로우. 보더라인 근처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코스. 구속은 129km/h. 카에데가 배트를 냈지만 늦었다. 이걸로 카운트 1-1.

‘빠른 진행으로 압박하자.’

미트는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스트라이크-투!”

“큭.”

아웃 로우 직구. 반응에 실패했다. 카운트 1-2.

마무리는 조금 대담하게. 미소지으며 사인을 정하는 배터리. 4구 째.

예로부터 파이어볼러의 고전적인 투구패턴이라고 하면 투 피치.

‘맞는다?’

옆구리 높이. 이번에야말로 등에 맞기 직전. 떨어지면서도 확실히 휘어들어오고.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존 밖에서 몸쪽으로 들어오는 프론트도어 슬라이더. 꼼짝없이 지켜본 카에데는 루킹 삼진.

이걸로 원 아웃에 주자 없음.

“느린 릴리스에 빠른 구속...타이밍 잡기 힘들어. 긴장 늦추지 마라.”

“라져.”

표현하자면 경운기가 갑자기 레이싱 카트가 되어 급가속 하는 느낌. 속도가 0에서 100이 되는 아이나의 타이밍과도 또 미묘하게 다르다.

거기에 평균 구속이 아이나보다 4~6km/h 빠른 편. 그 차이는 꽤 크다.

직구가 중요시되는 건 타격이 가능한 시간이 짧고 구위가 가장 강하니까. 따라서 더 빠른 직구가 물리적으로 더 치기 어려운 건 당연한 거다.

“제구가 예상 이상이야. 카운트가 몰리면 그냥 덤벼들어.”

즉 눈에 보이는 스탯으로 따지면 아이나의 상위 호환. 다른 팔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2번, 유격수. 오오토리 선수.]

‘노리고 쳐 주겠어, 130.’

직구의 단점은 이름 그대로 구종들 중에서 가장 곧은 궤적을 보인다는 것. 맞추기 쉽기 때문에 힘에서 밀리더라도 익숙해지면 기술로 안타를 만들 수 있다. 직구의 중요성도 변화구의 중요성도 강조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모델 같은 선이구만.’

쇼요의 잡생각은 루틴과도 같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긴장을 비우는 것. 덕분에 확실하게 발을 디딜 수 있고.

‘즉, 근육이 부족해!’

한가운데 직구. 카나의 오른 다리가 지면을 떠난다.

“저 녀석?”

원래 카나는 밀어치기를 선호한다. 공을 한계까지 보고 짧게 휘둘러 배트 컨트롤에 주력하는 스윙 방식. 변화구 대처에 좋고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류오전 영상을 본 3루수 마이와 좌익수 아즈사도 타구가 올 가능성을 생각해 대기하고 있던 상황. 그러나 카나는 미츠키와의 승부로 깨닫고 있었다. 밀어치기로는 빠른 공을 상대할 때 얻을 수 있는 기대값이 적다는 것을.

여기선 카에데를 본받아서 공격적으로.

[오오토리 쳤다!]

낮지만 빠르게. 1루수 머리 위를 통과.

우익수 유이 앞. 꽤나 앞에 떨어졌건만 원바운드로.

‘빠르다!’

어차피 세이프인 건 알지만 다소 급하게 1루 베이스를 밟는 카나. 조금만 타구가 높았다면 잡혔을 거란 생각에 오싹해진다. 무서운 수비 범위.

그러나 이걸로 원 아웃에 주자 1루.

“나이스 배팅!”

솔직하게 외치는 카에데.

“나이스 히트, 카나!”

‘행복해.’

몇 번이고 쳐 주겠어. 다소 속이 보이지만 카나의 사기가 올랐다.

[3번, 중견수. 스즈키 선수.]

“변화구를 조금 보고 싶었는데.”

슬라이더는 중학교 시절에 실컷 봤다. 더 빨라지고 더 많이 휘어질 뿐이다. 물론 대단한 거긴 하지만, 궤적의 이미지는 머리속에 들어왔다.

“위험하네~. 나카무라는 상대하기 싫은데.”

해석하면, 료는 확실히 처리해주겠다는 뜻. 공사 구분은 확실히다.

‘원래 초반에는 빠른 공을 선호했지.’

카나도 쳤다면 나도 칠 수 있다. 료의 마음속에는 어느정도 그런 마음이 있다. 경력자의 자부심. 그리고 패스트볼 히터로서의 의지. 재능에 대한 대항감. 복잡한 감정이 섞여있는 것.

그때 벤치에서 사쿠타의 사인이 나오고.

‘좋아.’

구종이 정해지고.

‘리드는...’

카나를 한번 보는 쇼요. 눈이 맞는다. 그렇지만 계속 옆으로 움직여 2루로 나아간다.

‘귀루 특화인가. 허세로군.’

팀이 도루를 선호하니 알 수 있다. 지나치게 큰 리드는 보통 1루로 돌아오기 위함이다. 투수의 신경을 끌고 다른 작전을 덮는 것.

금방 고개를 돌린다. 료가 직구를 노리는 것은 알기에 슬라이더 개(改)를 바깥쪽으로.

다리를 들어올리는 순간 1루로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틸!”

카나는 달리고.

“앤드 런...!”

료는 평소의 스타일을 버리고 밀어치기. 배트 끝에 맞은 타구는 1루 쪽으로 구르고.

“1루만!”

카나는 이미 3루로 파고든다. 1루수 아이가 타구를 몸으로 막아내어 1루로.

“아웃!”

투 아웃에 주자 3루. 도루 센스는 카에데에게 뒤처지지만 단순 속도라면 카나 쪽이 더 빠르다. 쇼요가 견제를 했다면 몇 번을 견제해도 리드를 벌릴 작정이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하나. 하지만.

[4번, 1루수. 나카무라 선수.]

득점권에서 유우키. 귀중한 찬스다.

“나카무라 선배!”

“부탁합니다!”

“가라, 유우키!”

단타 하나로 득점 가능. 그리고 팀 최고 타율에 최고 장타율. 열이 오르는 것도 당연하다.

“타격을 빼면 시체니까 뭐~.”

‘어쩔래, 오키타?’

‘변화구를 예술적으로 처리하는 아티스트야. 직구로 덤빌 수 밖에.’

유우키의 고타율에는 이런 점도 있다. 변화구에 강하다. 그러니까 수비를 믿고 빠른 공을 던질 수 밖에 없다. 혹은 구위가 약하다. 그러니까 여러가지 변화구로 피하면서 싸워보자.

투구 스타일을 보면 어떤 선택을 할지 대충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공략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힘 대 힘. 스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과정의 설명은 불필요했다.

‘어중간한 코스 노리기는 좋지 않아. 전력으로 가겠어.’

‘중앙으로 날아가면 좋겠는데.’

외야수 정위치. 내야는 전진. 당겨치기를 경계하여 오른쪽으로 이동.

[유라의 에이스 오키타, 나카무라한테...던졌다!]

타구는 낮지도 높지도 않게. 발사각이 모자라지만 히팅 포인트에 완벽히 명중시켜 빠르다. 2루 베이스를 지나고.

“저거라면 담장까지 가겠어!”

타구의 궤적을 따라 달리는 중견수 노조미.

“아니...저대로는.”

료를 비릇한 외야진은 직감했다.

담장 코앞. 공의 그림자를 갈색의 글러브가 지운다.

매트릭스에 격돌하는 소음.

“아웃!”

역동작으로 잡고 정면으로 충돌. 하지만 공은 놓지 않았다.

[히지타카 파인 플레이! 나카무라의 100점 짜리 타구를 훔치는 101점의 수비! 시라사키, 큰 찬스를 놓쳤습니다!]

“어떠냐!”

외야의 끝에서 터져나온 기합.

쓰리 아웃 체인지. 시라사키 덕아웃의 모두가 멈춘 상황에서 유우키가 돌아온다.

“유우키...”

“요즘에 너무 쳐대서 BABIP 신이 노하셨나~. 하하.”

스코어 0 대 0. 팀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틀어막자. 그리고 반격하자, 모두!”

“오!”

수비라면 뒤지지 않는다. 그저 그 일념으로.

본격적인 시합을 향해서. 백지의 마음으로 더없이 맑은 그라운드로 나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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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 한 분이 고맙게도 표지를 만들어주고 계심! 이건 수정 전의 초기 스케치!

힐링 애니 보면서 끄적이니까 어떻게든 힘낼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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