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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엘.컴플렉스13 (part2 시작)

우드포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3 15:54:07
조회 271 추천 17 댓글 6
														

유신은 레이가 자신에게만 특별히 친절한 거라고 한 앨리의 말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앨리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했다.

그 날 결혼식장에도 앨리 대신 레이가 나와 줬고, 끝나고 밥도 같이 먹어 줬다. 영화까지 보며 손도 잡아 줬다. 레이 때문에 그 날 덜 비참했다. 다음날 죽도 끓여 줬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키스하니까 레이가 정색했잖아. 베개까지 던지고 얼굴도 장난 아니었어. 날 좋아한다면 왜 그렇게 싫어했을까? 키스를 싫어하나? 내가 키스를 잘 못하나?'


레이 성격상 키스를 못 한다고 그렇게 화를 낼 것 같진 않았다. 그동안 레이가 누굴 사귀는 것도, 키스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인기 많다면서 왜 그런 걸까? 갑자기 레이가 어떤 사람인지, 혼자 있을 때는 뭘 하는지 궁금해졌다.


"지금 뭐해? 보고 싶어."

수민에게서 메시지가 들어왔다. 답장하지 않았더니 전화 벨이 울렸다.

"왜 대답이 없어?"

"너 결혼했잖아. 이러는 건 정말 아닌 거 같아."

"이제 와서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좀 양심없다는 생각 안 들어? 연락해 준다면서 하지도 않고. 벌써 며칠이나 지난 줄 알아?"

"너 누구 만나니?"

"무슨 말이야?"

"혹시 그 사람 때문에 그래? 결혼식에 네가 데려 온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너랑 같이 온 거 그때도 이상했어."

"레이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그 사람하고는 상관없어. 내가 끝내고 싶어서 그래, 내가."

"나중에 만나서 얘기해."

"아니, 이제 만나기도 싫어. 연락하지 마. 핸드폰 끌 거야."


유신은 전화를 끊고 핸드폰 전원을 off 시켰다.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어. 그때 거절했어야 했어. 이런 건 사랑이 아니야. 여기서 멈춰야 해.'


다음 날 핸드폰을 켰더니 수민에게서 메시지가 무수히 많이 들어와 있었다. 아직도 마음 속에 수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 교차된다. 차단할지 말지 망설였지만 결국 차단해 버렸다.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더 미쳐 버리기 전에 멈춰야 했다.


===================


유신,레이,앨리,주영 네 명이 테이블을 잡고 앉아서 각자의 핸드폰만 보고 있다. 그 때 앨리가 목을 가다듬더니 침묵을 깼다.


"얘들아, 시간은 소중한 거야. 의미없이 낭비하지 말고 우리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 보는 게 어떨까?"

"우리끼리 그런 걸 뭐하러 해?"


핸드폰 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주영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앨리가 주영의 발을 지그시 밟았다.


"그동안 다들 너~무 자기 일에만 바빠서 서로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 안 드니? 사랑도 중요하고, 일도 중요하지만 우정도 중요하지, 안 그래? 요즘 관심있는 거 하나씩 얘기해 볼까? 나부터 할게. 난 맛집 다니고 카페 다니면서 사진 찍는 거 좋아해. 그리고 여기서 작업거는 게 내 일생의 낙이야"

"그런 거 말 안 해도 다 알아."


주영이 여전히 게임을 하며 투덜거리자 앨리가 이번엔 더 세게 발을 밟았다.


"아파...하지 마."

"그래서 너는 뭘 좋아하는데?"

"게임하고 있는 거 보면 몰라? 게임이 젤 재밌어. 작업거는 건 그 다음이야."

"그래. 넌 열심히 게임 많이 하고 입좀 다물어. 그럼 레이 너는?"

"나?"

"너 뮤지컬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같이 보러 갈 사람 있으면 좋겠다고 그랬잖아."

"아... 그래... 맞아."


레이가 눈치채고 호응했다.


"지금 보고 싶은 뮤지컬이 뭔데?"

"'못된 여자들', 너무 보고 싶은데 보러 갈 사람이 없어."

"아~ 그렇구나. '못된 여자들'이 보고 싶은데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구나. 어쩌지? 난 뮤지컬 시끄러워서 별론데.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볼까?"

"왜 나는 안 물어 봐? 나도 너처럼 맛있는 거 좋아해. 맛집 많이 알고 있으면 같이 가."


앨리가 자신에게는 물어 보지 않자 유신이 스스로 답한다.


"하하.;;; 뭐든 같이 먹으면 더 맛있겠지?"

"응."


유신은 대답하고 레이를 봤다. 앨리에게서 그 말을 듣고 난 후로 자꾸 레이가 신경쓰였다. 지금 레이의 행동을 보면 딱히 자신에게 관심있어 보이지 않았다. 관심있다면 지금쯤 눈이 여러 번 마주쳤을텐데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지금까지 경험상 자신에게 관심있는 사람은 일부러 가까운 곳에 앉거나, 터치를 시도하는데 레이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레이는 보통 앨리 옆에 앉았다. 오늘도 그렇다. 얘기도 앨리와 주로 한다.

둘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다고 한다. 영어로 대화할 때도 있다. 발음이 좋아서 마치 미드 보는 것 같다. 어쨌든 레이는 바에 있을 땐 편하게 얘기하는데, 일 끝나고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땐 거리를 두는 편이다.


혼자 생각에 빠져 레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레이가 갑자기 유신을 보고 웃었다.


'어? 지금까지 저렇게 웃어 준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레이는 잠깐 유신을 보고 웃더니 다시 앨리와 얘기했다. 얘기 중에 틈틈이 유신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었다.

유신의 가슴이 또 두근거렸다. 나비 백 마리가 한꺼번에 파닥거리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레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작게 웅크렸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까 뭘 좋아한다고 했더라... 못된 여자들... 누가 나오는 거지... 무슨 내용이지... 재미있을 것 같다... 같이 가자고 할까...'


앨리가 화장실 간다고 일어 났다. 레이가 유신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유신의 심장이 다시 쿵쾅거린다.


"뭐하고 있었어?"

"그냥 뭐 좀 검색 중..."

"나도 좀 봐."

"아...아냐. 별 거 아냐."


유신은 성급히 화면을 닫았다.


"왜 그렇게 놀래? 이상한 거 보고 있었던 거야?"

"아니라니까."

"요즘 수민씨하고는 어때?"

"끝냈어."

"진짜? 순순히 정리하겠대?"

"헤어지자고 말했어. 난 정리했어. 걔도 정리하겠지."

"괜찮아?"

"응. 네 충고 덕분에 정신차렸어. 고마워."

"언제든지."


레이가 웃었다. 저렇게 웃고 있는 걸 보니 앨리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근데 쉬는 날 없어? 레이는 매일 일하는 거 같아."

"월요일에 쉬어."

"왜 몰랐지? 저기...이번 월요일에 뭐 할 거야?"

"그냥 집에 있을 거야."

"어... 그렇구나."

"왜?"


레이가 아까보다 더 가깝게 다가왔다. 조금만 움직여도 팔이 닿을 것 같다. 레이에게서 좋은 향기가 난다.


"뮤지컬 말야... 같이 볼 사람 없으면...나...나랑 같이 보는 거 어때?"


유신은 갑자기 말을 더듬었다. 손에서 땀이 나고 스스로의 호흡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오감이 예민해지고 목이 간질간질하더니 기침까지 나오려고 했다. 마른 침을 삼키고 소리 내지 않고 심호흡을 했다.

레이는 대답하지 않고 물끄러미 유신을 보고 있다. 레이의 시선 때문에 가슴이 쿵쾅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얼굴에 열이 오르고 다시 기침이 나오려고 하자 유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만... 나 물 좀 마시고 올게."

"내가 갖다 줄게."

"아...아냐... 내가 가서 마시고 올게."


유신은 출구를 향해 달렸다. 문을 열고 나가 크게 기침을 했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심장도 편해지고 열도 내리고 기침도 멎었다.

다시 들어가 물을 한 잔 마시고 맥주를 한 병을 가지고 레이 옆에 앉았다.


"물 마셨어?"

"응."


맥주를 차가운 잔에 가득 따랐다. 흰 거품이 올라오더니 방울방울 터졌다. 아직도 목이 마른 듯 벌컥벌컥 마시고 잔을 얌전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저기 입가에..."

"응?"

"거품 묻었어."


레이가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엄지로 유신의 입술 위에 묻은 거품을 닦아 줬다. 레이의 향기가 유신의 코 안으로 들어온다.


'레이가... 이렇게 예뻤나?'


유신의 심장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방망이질 친다.


"괜찮아?"


유신의 시선이 레이의 입술에 고정되고 동공이 반쯤 풀렸다. 머리로는 이미 레이와 키스하는 상상을 하고 있다. 다시 얼굴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열 있는 거 아냐?"


레이가 이마에 손을 대려고 하자 유신이 화들짝 놀라며 피한다.


"괜찮아. 신경쓰지 마."

"근데... 좋아."

"응? 뭐가?"

"같이 보러 가고 싶다구."


레이가 웃으며 얘기하자 유신의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오케이. 그럼 예매할게. 나 지금 가봐야 할 거 같아. 내일 전화할게."


유신은 속사포처럼 말하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재밌는지 레이가 큭큭거리면서 웃었다. 앨리가 레이 옆에 와서 앉는다.


"유신이 없네? 어디 갔어?"

"몰라. 근데 데이트 신청 받았어, 드디어."

"정말?"

"응. 너무 귀여워. 걔가 그렇게 귀여운 줄 몰랐어. 그 사람하고는 정리했대."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날 좋아하는 거 같아."

"이번엔 가드 확실히 내리고 다이브 인해. 좋은 애잖아."


=============================================================================================


유신이 가는 길에 꽃 뿌려줄 거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9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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