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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조난자를 위한 안내자 4-1화

ㅇㅇ(223.62) 2021.01.03 21:43:09
조회 94 추천 11 댓글 1
														

희원아...? 윤희원괜찮아?”

 

 

조심스럽게 괜찮냐고 물어오는 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희원은 저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고통은 없었고 여전히 사라가 말하고 있었다죽은 건 아닌 것 같았다.

 

희원의 눈이 살며시 뜨여졌다.

 

그러자 거대한 지렁이가 옆으로 쓰러져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희원이 질겁해서 뒤쪽으로 기었다그 앞을 누군가가 막아섰다.

 

희원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복잡한 표정을 한 사라가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저거 왜-”

 

이제 괜찮아다 끝났어.”

 

 

사라가 나지막하게 말하면서 힐끗 지렁이를 쳐다보았다

희원의 눈이 사라의 시선을 뒤쫓아가자기다란 무언가가 햇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눈이 부셔 잠시 꿈벅거리던 희원이 깜짝 놀랐다.

 

지렁이의 몸통에 기다란 검이 박혀 있었다.

햇빛에 반사된 검의 모습이 얼핏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무슨... 누가누가 저렇게 만든 거지?’

 

설마 지렁이가 알아서 검에 몸을 박았을 리는 없었다

순간 희원이 동그래진 눈으로 사라를 돌아봤다.

 

 

네가 한 거야?”

 

희원의 물음에 사라가 입이 달싹이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사라의 고개가 가로 젖혀졌다.

 

 

안타깝게도 내가 아니야저 양반 짓이지.”

 

 

사라의 손가락이 몸통의 끄트머리를 가리켰다.

 

그 말을 끝으로 큰 키의 여자가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높게 묶은 적갈색 머리카락이 여자의 걸음에 맞춰 흔들렸다사라의 옷 색과는 대조적으로 짙은 색의 옷이었다.

엄격함을 담은 푸른 눈이 마치 타오르는 불을 연상케 했다.

 

 

미안하지만 이건 내 사냥감이다네 몫은 줄 수 없어.”

 

 

여자가 검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희원의 귀에 유령이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짓는 게 들렸다.

 

 

이거 아주 웃기는 양반이네미끼로 써놓고는 그렇게 말을 하신다?”

 

 

사라의 말투는 자신을 대하던 것과는 다르게 빈정거림이 가득했다

희원은 사라가 무슨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인상을 찌푸렸다.

 

미끼미끼라고시발무슨 말이야 이게저 여잔 또 누구고?’

 

희원이 여자를 힐끗거렸으나 여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여자가 지렁이에게서 검을 뽑아내더니 조그맣게 몸통 부분을 조그맣게 잘라내기 시작했다.

 

자신을 잡아먹으려 하던 지렁이의 최후였다.

 

 

양심이 있으면 적어도 나눠주긴 해야 할 것 아냐.”

 

 

어쩐지 핀트가 엇나간 말에 희원이 인상을 찌푸렸다사라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니그렇긴 하잖아... 저거 생각보다 구하기 어려울걸상도덕 없는 새끼네아주.”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내가 죽을 뻔했는데 그런 말이 나와?!”

 

 

희원이 울컥해서 사라에게 윽박지르자 여자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게 한 말인가?”

 

“...아니... 그게...”

 

그렇게 말 해도 소용없어처치한 건 나였으니.”

 

 

여자가 품 안에서 작은 천을 꺼내더니 잘라낸 지렁이 조각을 감싸며 말했다

희원이 말문이 막히는 것을 억지로 끄집어냈다.

 

 

아니... 그게 아니라저기저기요?”

 

 

희원이 몇 번이나 여자를 불렀지만 여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렁이 조각을 챙겨 들고는 검을 털어 등 뒤의 검집으로 꽂아 넣을 뿐이다

금방이라도 떠날듯한 모습에 희원이 다급히 외쳤다.

 

 

아니구해줘서 고맙다고요저기 제 말 좀-”

 

 

희원의 외침에 여자가 한숨을 쉬었다희원에게로 돌아서는 모습에 짜증이 서려있었다.

 

 

공치사를 해도 돌아가는 건 없을 텐데무슨 목적이지?”

 

 

의도를 가늠하려는 것처럼 희원을 훑어보던 여자의 눈이 한순간 커다래졌다

여자는 희원의 머리카락과 옷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놀랍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지구인인가?”

 

“...?”

 

지구인이라니 30년 만이로군이번 일식도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랬것만...”

 

 

여자가 혀를 찼지만 희원은 신경 쓰지 못했다지금 저 여자가 말한 지구인이라는 단어가 중요했다.

 

 

지구인방금 지구인이라고 한 거 맞아요?”

 

눈이 있다면 그 복장을 못 알아볼 수 없겠지너희 지구인들은 그런 복식을 즐겨하더군.”

 

지구인들다른 사람들이 더 있다고요?! 설마 여기가 이 세계가 아니라-”

 

 

희원이 커져가는 희망에 목소리가 높였으나 여자가 희원의 말을 중간에 잘라냈다.

 

 

아니이곳은 샐레스틴이다안타깝게도 네가 있던 지구가 아니야.”

 

 

“...그럼 왜 그런 말을... 도대체 무슨 의미로 한 거예요그럼제대로 설명 좀 해봐요

갑자기 여기로 떨어졌는데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다고!”

 

 

잔뜩 흥분하여 소리친 희원이 숨을 헐떡였다죽음의 위기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희원이 씨근덕거리며 숨을 몰아쉬자 둘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유령이 입을 뗐다.

 

 

“...진정해천천히 숨 쉬어봐윤희원.”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고너 같으면 그럴 수 있어?!”

 

 

그 말에 여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그리곤 묘한 얼굴로 희원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거기에 뭔가 있나?”

 

그거야 당연히-”

 

 

희원이 사라가 서있는 자리를 가리키려고 하자 사라의 손이 막았다.

 

 

그러지 마네가 그렇게 말해도 저 사람한테는 나 안 보여까먹었어나 유령이잖아.”

 

 

사라가 흐리게 웃음 지었다희원이 아차 싶어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는 여전히 묘한 낯빛으로 희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 앞에 있는 당신한테 하는 말이죠그것보다 지구에 대해서 알아요샐레스틴 이라니 무슨 말이에요?”

 

 

희원이 재빠르게 말을 바꾸자 여자는 의심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그리고 이내 복잡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뭔갈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했고후회하는 것 같아 보이는 그런 표정을

희원이 영문을 몰라 다시 한번 여자를 부르려던 차에여자가 대꾸해왔다.

 

 

“...안다정확히는 지구인을 알았지.”

 

정말요?! 그럼 언닌 그 사람 친군가요?”

 

 

희원의 말에 여자가 멈칫거렸다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는 것처럼

여자의 고개가 천천히 가로저어졌다.

 

 

친구는 아니었다.”

 

...”

 

이런 식으로 엮이는 건 더 이상 없길 바랬는데이게 너희들이 말하는 업보라는 건가 싶기도 하군.”

 

 

여자가 피곤한 듯 눈가를 주물렀다한참을 그렇게 눈가를 매만지던 여자가 한숨을 쉬었다

희원은 여자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이 사람 뭐지 대체?’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그런 희원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가 희원에게로 다가왔다.

 

 

“...이것 또한 내 책임이겠지설명이 길어질 거다앉아라.”

 

   

여자는 희원을 지나쳐 바위의 그늘 쪽에 자리 잡았다희원이 엉거주춤 여자를 따라 그늘이 닿는 곳에 주저앉았다

바위 아래로 겹쳐진 두 사람의 그림자가 모래 위에 뒤섞여 있었다.

 

어느새 해가 모래 언덕 위로 솟아나 차가웠던 바람에 조금씩 열기가 묻어 나왔다사막의 낮이 다가오는 중이었다.

 

희원은 사라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그러나 모래 바닥에는 두 사람 분의 그림자만이 있을 뿐이다

사라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가 허리춤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수통을 꺼내 목을 축이고 말을 꺼냈다.

 

 

너희 지구인들은 이곳을 이 세계라고 부르는 모양이더군여긴 샐레스틴이라고 한다.”

 

...레스틴이요?”

 

그래이 대륙을 가리키는 명칭이다이 세계라니 참 그럴듯한 단어야너희가 있었다는 지구야말로 우리에겐 이 세계인데.”

 

 

여자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마나 고갈도지옥 같은 미로도 없는 세계 말이다.”

 

 

판타지스러운 단어에 희원의 입이 벌어졌다여자가 힐끗 희원의 반응을 보더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너희에겐 낯선 단어라고 들었다너흰 던전이라고도 부르던데 사실 명칭이야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너희가 나타나면서 미로를 발견했다는 사실이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우리가 나타났다고요?”

 

 

희원이 이해할 수 없어 여자를 쳐다보았으나 여자의 눈은 사막을 향해 있었다

먼 옛날을 돌아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이윽고여자가 어린애에게 이르듯이 천천히 목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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