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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순애보 흡혈귀에게 감금당했습니다 - 1앱에서 작성

키시베로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8 18:51:45
조회 875 추천 39 댓글 7
														

정신을 차린 저의 눈에 처음 비친 것은 서늘해 보이는 쇠창살이었습니다


흡혈귀를 토벌하기 위해 안개가 자욱한 산을 오른 것까지는 알고 있는데 그 이후의 기억이 좀처럼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제 손과 팔, 발과 다리를 잇는 부분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색 쇳덩이가 묶여있었습니다


마력제어항쇄라니, 부족한 근력을 마법으로 떼우는 저 같은 마검사에게 있어서는 보고 싶지 않은 물질 0순위인데 말이지요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도중 문이 열리며 끼익끼익 거리는 철의 마찰소리가 저를 현실로 끌어당겼습니다


불쾌한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보자  화려하고 기다란 분홍빛 비단을 머리에 수놓은 붉은 눈의 여인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제 상태를 확인하듯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시선을 올리던 그녀의 눈이 제 얼굴에 도착하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아, 일어났어? 어딘가 아픈 곳은?"


"허리 부분이 조금 아픈 것 같긴 하지만... 돌바닥에 누워 있어서 그런 것 같으니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듯 하네요."


"그래? 다행이네! 아, 맞다. 내 소개를 안했었지. 나는 이 집에 살고 있는 흡혈귀인 아리아야! 네 이름을 알려주지 않을래?"


"...제국 수도의 사냥꾼 세야입니다. 어, 잘 부탁드려요?"


"응! 잘 부탁해!"




대체 뭘 잘 부탁한다는 것인지, 여러모로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이 기묘한 대화는 아리아의 경쾌한 박수소리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아! 그렇게 계속 사슬로 묶여 있으면 불편하겠지? 기다려봐, 빨리 풀어줄게."




아리아는 생긋 웃으며 저에게 다가오더니 마력제어항쇄에 연결된 쇠사슬을 서툰 손놀림으로 풀어냈습니다




"미안, 손목 아팠지? 이렇게 누군가를 묶는 건 처음이라서..."


"아...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그랬다면서 저는 왜 이렇게 가둬놓으셨나요? 혹시 피 수급용?"



가볍게 손목과 발목을 풀며 넌지시 던져본 말에 아리아는 고개를 거세게 도리도리하며 부정했습니다



"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고작 피 때문에 너를 감금하기엔 너무 아깝잖아!"


"흡혈귀가 피 때문에 감금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밖에 무슨 이유가 있나요?"


"아...으... 그거 굳이 말해야 하는거야?"


"말해주지 않으면 저는 아무 이유도 없이 납치당해서 감옥같은 방에 갇혀 추위에 몸을 떨고 있었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그러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요?"


"어, 그게... 으으,.. 부끄러운데..."




편견과는 다른 순진한 흡혈귀의 모습에 조금은 반항 섞인 질문을 해도 아리아는 고개를 붉히며 말을 더듬기만 할 뿐 저를 어떻게 해칠 생각은 없어 보였습니다



본래 흡혈귀라고 하는 것은 사람과 어울릴 수 없는 마물의 한 종류


인간의 피를 착취하며 인간보다 뛰어난 힘을 구사하는 흡혈귀는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또한, 흡혈귀는 개체마다의 차이의 편차가 심해 동네 성직자 한 명에게 토벌당할 정도로 약점이 많고 빈약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강한 흡혈귀는 정말 초월적으로 강해서, 태양빛으로 목욕을 해도 쓰러지지 않고 단신으로 왠만한 소국은 절멸하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토벌하기로 정한 이 아리아란 흡혈귀는 후자에 가까워서, 오랜 세월 동안 제국이 자리잡은 땅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거대한 공포였다고 합니다


거기다 이전에 한 번 나라를 궤멸시킨 전적도 있었는지라 안개산의 흡혈귀에 대한 질 나쁜 소문은 제국에 살면서 듣지 않는 것이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강력함과 악의는 생각보다 비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들은 이쯤으로 하고, 전 꽤나 재미있는 반응을 보이는 흡혈귀를 보며 좀 더 놀려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아~ 그러고보니 허리만 아픈게 아니라 목이라던가 머리도 점점 아파오기 시작하네요. 거기다가 몸도 으슬으슬하고 감기에 걸릴려나요~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봉변을 당하면 아무래도 너무 억울해서 목을 매달아 버릴지도 모르겠네요."


"흐으으... 알았어! 말할테니깐!!"




아리아는 벼랑 끝에 내몰린 채로 말을 내던지듯 소리치며 몸을 동글동글 말며 쭈구려 앉았습니다


저는 더욱 얼굴을 붉히는 아리아를 보며 대체 왜 저 같은 것을 납치했는지 더욱 궁금증을 키워가며 아리아의 대답을 기대했습니다




"어, 아, 으으... 그러니깐, 그게,.. 있잖아. 아으으...!"


"네, 그래서 이유가 무엇인가요?"


"ㅊ..처...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랑 사귀어주세요!..."


"네...에?"




대답은 의외로 지나가던 개한테 시켜도 납치 감금되서 받는 지금보단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프로포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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