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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불건전]후계의식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9 02: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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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시죠?”

 

미슈키나 준위는 난생처음으로 어머님께 되물어보았다. 그만큼 대장의 명령은 믿기 힘든 것이었다. 10살의 미슈키나를 군대로 던져넣었던 것보다도 더.

 

묻고 나서 준위는 호통을 예상하며 몸을 움츠렸다. 자신은 그러한 적이 없었지만, 어머님의 명령에 한 번씩 딴소리를 하던 여동생이 혼나는 장면은 여러 번 보아왔다. 자신에게도 그때와 같은 불호령이 떨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장은 준위에게 다가와 손수 마석을 쥐여주셨을 뿐, 특별히 화가 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여느 때 성과를 보인 준위를 칭찬하던 것과 같은 목소리, 같은 어조로 거짓이 아니라 다시 설명하셨다.

 

미슈키나가의 오랜 전통이다. 나도, 내 선대께서도, 미슈키나가의 후계라면 모두 해왔던 일이지. 이젠 네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도 준위는 대장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후계자가 되기 위한 전통이 이러한 것이라면, 가주가 되어서는 얼마나 더한 짓을 벌여야 하는가. 지금껏 존경하던 어머니의 상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평민살해가 불법이 된 지 백여 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살인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황실에서도 윤허하신 일이다. 게다가 넌 군인이다. 그것도 장차 육군 대장이 되실 몸이지. 겨우 평민 하나 못 죽여 벌벌 떨어서야 어찌 군대를 지휘하겠나.”

 

대장은 무뚝뚝하고도 단호한 말투로 검지를 들어 준위의 뒤에 무릎 꿇은 시종을 가리켰다. 몸에 실오라기 하나, 밧줄 한 가닥 걸치지 않고서도 바닥 위에 꼿꼿이 허리를 펴고서 고개만 떨구고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이미 감내하기로 한 사람처럼. 그것이 가장 준위에게 못마땅한 일이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대장 노릇 하느라 바쁘신 어머님 대신 장녀의 곁을 지킨 시종이었다. 몇 번의 불미스러운 일로 유모가 바뀌었을 때도, 육군 대장의 장녀라는 직함을 달고 군사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곁에 있었으며, 준위로 임관했을 때조차 집에서 반겨준 것은 시종이었다.

 

언제나 함께하리라 생각했던 시종이었다. 황녀님도, 여동생도 언젠가는 자신을 떠나갈 테지만, 그래도 최후에 남는 것은 그 뿐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너는 내 손에 죽을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바로 어젯밤에 내가 속삭였던 이야기를 어떤 생각을 하며 들었을지조차 예상할 수 없었다.

 

못하겠어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시종에게서 겨우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바닥을 향한 시야에 대장의 군화가 불쑥 끼어든다. 반짝반짝 광을 낸 신발코에 준위의 노란 눈동자가 콕콕 박혀있다.

 

군화의 눈동자가 준위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다. 준위의 머리 위에서는 대장의 눈동자가 저 눈동자와 같이 내려다보고 있을 터다. 시종도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등에 감각을 집중해보아도 주뼛거리는 느낌만이 들 뿐이다.

 

내일 아침 다시 왔을 때는 너 혼자만 살아있기를 기대하마.”

 

한참의 침묵을 뚫고 대장이 그렇게 말했다. 군화가 시야에서 빠져나가고, 그 딱딱한 밑창이 돌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끼익, 녹슨 경첩이 몸을 폈다가 오므리는 소리가 났다. 뚜벅, 그런 소리가 문에 가로막혀 조그맣게 났다. 그렇게 준위는 한참을 서 있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결국 시종이었다. 차가운 바닥에 오랜 시간 무릎 꿇고 앉아있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다리에 감각이 없는 것도 한순간이다. 결국엔 신음을 흘리며 몸을 틀어 바닥에 엉덩이를 댄다.

 

처음에는 차디찬 돌바닥이었으나 점점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원인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준위는 시종을 죽이라고 준 마석으로 시종의 바닥을 데워주고 있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시종의 곁으로 다가온 준위는 제 제복을 벗어 시종의 몸에 덮어주었다. 시종은 몸을 움찔거리며 제복에 손을 대었으나 결국 그것으로 제 몸을 감쌌다.

 

왜 말 안 해줬어?”

 

시종은 침묵했다. 준위가 그의 얼굴을 보고자 했지만,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아버리는 탓에 결국 시종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준위의 몸속에서 배신감이 부글거리며 끓어오를 뿐이다.

 

왜 어제 말하지 않았어! 왜 어제 좋다고 대답한 건데. 여기서 죽어버리고, 영혼이라도 나와서 혼자 비참하게 술이나 들이키는 날 바라볼 생각이었던 거야?”

 

시종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어떤 변명도 쓸모없다.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손을 대었으나, 그의 아가씨께서는 제 몸을 핥으며 다음을 이야기했다.

 

사실은 그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보다 훨씬 전, 유모가 사형을 당했을 때 아가씨께서 항상 내 곁에 살아있어 달라 울 때, 그럴 수 없다고 털어놓아야 했다. 애당초 자신에게 매질하는 아가씨를 가엽다 여기지 말았어야 했다. 아가씨가 내게 의지하도록 두어서는 안 되었다.

 

정말 내가 널 죽였으면 좋겠어?”

 

한참을 씩씩거리던 준위가 다시 호흡을 가라앉히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종은 침묵을 고수했다.

 

이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당신에게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거운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 분명했다.

 

그의 아가씨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군인으로서는 썩 바람직하지 않을지도 모르나 지휘자가 된다면 더 나으리라 생각했다.

 

참다못한 준위가 시종의 어깨와 턱을 잡고 자신을 보도록 했다. 시종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게 추위 탓인지 두려움 탓인지는 알 수가 없다.

 

시종은 눈을 꼭 감고서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아래로 축 처져서 잘 보이지도 않는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이따금 미간에 주름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을 시종은 모르는 듯했다.

 

서로 잘 안다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숨기는 일 따윈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모든 것을 네게 털어놓았는데, 너는 가장 중요한 것을 내게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째서인지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정말 느닷없지만, 문득 시종의 혀가 잘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주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대장은 부하들의 신체조직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미슈키나 저택에는 대장의 명령으로 혀를 잘린 사람이 준위가 아는 것만으로도 3명이었다.

 

준위는 턱을 잡고 있는 손의 엄지를 슬그머니 올렸다. 서로 맞붙은 입술의 가운데를 누르고, 위로 들어 올린다. 열린 것은 입만이 아니다. 거의 동시에 시종의 눈이 떠졌다.

 

겨우 하루 보지 못했던 눈동자였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았다. 놀란 듯 한껏 확장된 동공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엄지로 네 입술을 문질렀다.

 

키스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네 눈동자를 더 바라보고 싶었다. 엄지를 떼었다가 다시 입술 사이로 집어넣었다. 손톱으로 이빨을 두드리고, 아랫니를 눌러 턱을 벌렸다.

 

시종은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거부하려는 듯 눈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약간 틀었지만, 겨우 그걸로 저항이라 할 수는 없지. 준위는 그렇게 굳게 믿고서 제 몸을 시종에게 더 가까이 대었다.

 

준위도 곧 성인이 되어가는 몸이었지만, 시종은 그보다 더 커서 꼭 안기는 듯한 모양새였다.

 

엄지의 첫마디, 아직 손끝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마디를 가볍게 물고 있는 이와, 입안의 축축함만이 느껴질 뿐이다.

 

엄지손가락은 먼저 입천장에 닿는다. 손톱으로 막혀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오돌토돌한 느낌이 들었다. 입이 더 벌어지면서 신음이 새어 나온다.

 

엄지의 끝마디, 준위의 검지가 시종의 얼굴에 완전히 밀착한다. , 말캉한 혀가 느껴진다. 그 작고도 사랑스러운 것은 제 몸을 누르는 것에 놀란 듯 잠시 경직되어 있다가 천천히 손가락을 제집 밖으로 밀어내려 들었다.

 

시종의 어깨에 올라있던 준위의 손이 시종의 목덜미에 가닿았다. 시종이 목을 비틀 때마다, 준위의 손이 가로막는다. 그래도 팔을 들어 밀쳐내지 않았으므로, 준위는 여전히 시종이 저항하지 않고 있다 여긴다.

 

혀와 손가락이 서로 우위를 점하려는 듯 엎치락뒤치락한다. 제 몸을 감싸는 혀를 맘껏 누린 손가락은 불시에 목젖으로 내달린다. 준위의 눈에 엄지의 뿌리까지 집어삼킨 시종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 고통으로 일그러지고서, 두 손을 들어 준위의 몸을 밀친다.

 

준위의 몸과 준위의 겉옷이 동시에 바닥에 닿았다. 막 열의를 품기 시작한 준위의 눈이 다시 드러난 시종의 알몸을 훑었다.

 

시종은 그저 자리에 굳어버린 채 고개를 돌린다. 가리지 않은 두 젖가슴이 고스란히 준위의 시야에 담긴다.

 

인형이 되어버리기로 결심한 거야?”

 

으르렁거리듯 준위가 물었다. 아니, 으르렁거리는 것으로 보이고 싶은 듯이 물었다. 시종은 준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뭐라고 말 좀 해보지? 네가 잘하는 거 있잖아.”

 

그리 말하며 준위의 양손이 시종을 움켜쥔다. 시종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준위가 고개를 숙여 목덜미에 제 얼굴을 묻자 조용히 침음했다. 살갖에 와 닿는 느낌이 축축했다. 제 이름을 웅얼거리는 소리가 젖어있었다.

 

죄송합니다.”

 

잘 새어 나오지 않는 공기를 억지로 밀어내어 그렇게 말했다. 준위의 팔이 시종을 꽉 껴안았다. 사랑하는 이를 안는 것보다는 무거운 것을 안아 올려야 할 것처럼 안았다. 시종은 자연스레 공기를 내뱉고서, 척추뼈가 안으로 으스러질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러길 한참, 결국엔 준위의 팔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중력이 준위의 팔을 잡아당기며, 시종은 반쯤 반대로 접힐뻔한 허리를 뼈가 원하는 방향대로 구부릴 수 있게 되었다.

 

무슨 생각 해?”

 

준위가 물었다. 시종은 더 침묵할 수 없음을 알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어 어쩌면 준위의 어머니 또한 바라고 있을 답을 내놓았다.

 

아가씨께서 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내가 널 죽일 거라고 생각해?”

 

죽이셔야 해요. 설령, 제가 이 방을 살아서 나가더라도 전 죽어요.”

 

내가 모르는 사실이 또 있어?”

 

주인님께서 제가 아가씨께 손댄 사실을 알아요. 제가 처음 손을 댔던 날부터 알고 계셨어요. 평민이 귀족에게 손을 대면…….”

 

사형이지. 난 미성년이었으니까 손을 댄 게 나였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테고.”

 

준위가 시종의 말을 가로채며 침음했다. 시종이 조용히 자세를 바꾸어 준위의 입술을 제 입에 가져다 대었다. 혀를 내어 그의 입술을 핥다가, 준위의 입에서 혀가 마중 나오자 제 입안으로 초대했다.

 

고개를 비틀고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한참을 함께 뒹굴었다. 점점 자극이 옅어지고, 몸이 달아오를 즈음 결국 정신을 차린 것은 준위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준위가 제 마석이 빼앗긴 사실을 알아차렸다.

 

뭐 하는 짓이야?”

 

정말로 화가 난 듯 준위가 물었다. 그가 알기로 시종은 글은 몰랐으나 어깨너머로 마술을 쓰는 법은 알고 있었다.

 

아가씨께서 못 하는 일은 제가 해야죠. 이번이 마지막일 테고.”

 

준위는 시종이 바들거리며 입꼬리를 올리는 것을 보았다. 단순한 협박이었다. 시종이 정말로 그렇게 할 용기가 있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시종은 반드시 제 손에 죽으려들 것이다. 준위는 그렇게 손을 내밀었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하자. 그러면 내가 죽일게.”

 

시종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으나 순순히 준위의 손에 마석을 내려놓았다. 거의 동시에 준위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바닥은 생각보다 차지 않았다.

 

시종은 능숙하게 준위의 옷을 벗겼다. 누구랄 것 없이 달뜬 숨을 내뱉었다. 둘 중 누구도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배꼽을 맞대고, 여느 때와 같이 살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만족하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 시종은 조용히 준위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그가 처음에 제게 덮어주었던 제복의 단추까지 완벽히 채우고서, 준위의 손에 마석을 쥐여주었다.

 

뭔가 유언이라던가, 남기고 싶은 말 같은 건 없어?”

 

시종은 한동안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절대로 사랑하지 마. 네가 날 죽였다는 걸 기억해줘.”

 

아무것도 네게 약점이 될 수 없도록 말이야. 그 말을 속으로 삼키고서, 시종은 눈을 감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일 없이, 신음이 하나 새어나갈 일 없이 조용히 잠들었다.

 

약속대로 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방문을 연 대장은 반쯤 식어가는 시종과 그에게 꼭 안긴 채 잠들어있는 준위를 바라보았다.

 

곧바로 뒤따라온 부하를 부르려는 듯 입을 열었으나, 결국 혼자 방안으로 들어와서는 문을 닫았다.

 

가장 먼저 바닥에 떨어진 마석을 주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시종의 몸을 쓸어 그의 사망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딸에게 후계의 반지를 손수 끼워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후계자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린다. 방안에 아주 미약한 온기가 맴돌도록 하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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