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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현수지] 달이 참 예쁘네요 - 4앱에서 작성

공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1 03: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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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익숙한 알람 소리에 눈을 뜬 수지는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커튼을 치고 밖을 바라보자 늘 보던 풍경이 오늘따라 아름답게 보이고, 하늘은 어쩐지 분홍색을 띄는 듯했다. 또한 출근 준비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콧노래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

출근을 하자 평소보다 기운이 넘쳐 보이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모두 좋은 일이라도 있냐며 한 번씩 물어보았고, 그때마다 수지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녀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은 어젯밤에 생긴 일, 그녀에게 소현이라는 첫사랑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사랑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아름답고 핑크빛으로 보인다는 게 정말이었던 모양이다. 비록 그것이 전할 수 없고, 전해서도 안 될 마음일지라도.

수지는 얼른 저녁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늘은 일요일. 즉, 주말 저녁 수영 수업을 듣는 소현이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지의 설레는 마음은 더욱 커졌다.

***

드디어 저녁 수업 시간이 되었고, 수지는 소현이 걸어 나올 통로를 주시했다. 그런 수지 덕에 수영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마주친 소현이 눈을 접어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수지야 안녕."
"어.. 어! 안녕..."

그러나 막상 소현을 발견한 수지는 오늘 하루 기운 넘쳤던 것이 마치 거짓말처럼 뻣뻣하게 몸이 굳으며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실제로 소현을 마주하자 그녀의 심장이 쿵쿵 거리고 피가 역류하듯 흐르는 것 같았다. 부끄럽다는 의미이다.

*

초심자용의 풀에서 킥판을 이용해 수영을 하는 소현은 수영을 하고 있다기보단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할 정도로 언제봐도 수영 실력이 처참했다. 한껏 수영장 물을 마신 소현은 지쳤는지 결국 바닥에 발을 딛고 일어나 수지를 바라봤다.

그것은 아무리 해도 수영 실력이 늘지 않아 속상하다는 시선이었으나, 수지의 눈엔 그저 똘망똘망한 것이 귀엽게만 보여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수지야, 네가 보기엔 나 어때?"
"어...? 어?"

소현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수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ㅁ... 뭐가?"
"수영 실력 말이야. 전보단 나아진 거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그녀에게 수지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재빨리 손등으로 제 얼굴을 가리며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시 시선을 주며 말했다.

"으응... 뭐 많이 좋아진 거는 같은데..."

손등에 닿은 제 얼굴에서 열기가 느껴지는 거 같아 수지는 차마 제 손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의아한 소현은 한번 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곧 눈을 날카롭게 뜨며 말했다.

"수지, 너 혹시..."
"응...?!"

엄지와 검지만 세운 손으로 제 턱을 받친 소현은 유능한 탐정 같은 흉내를 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자연스레 숨을 삼킨 수지는 긴장하였다.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지?"
"응...?"
"아닌가? 아, 그럼 나 관둘까 봐 그러는 거구나!"

손바닥을 짝 부딪치며 소현이 말했다. 수지의 이상한 행동이 아무리 해도 실력이 안 느는 제가 수영을 관둘까 봐 억지로 하는 거짓말 때문에 나타나는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다행히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린 수지는 곧, 들켰다며 그녀의 말에 일류 강사라도 맥주병은 못 살린다며 맞장구를 쳤다.

제 맞장구에 뾰로통하게 얼굴을 부풀리는 소현을 본 수지는 키득키득 웃으며, 입고 있는 강사용 후드의 지퍼를 내려 그것을 벗었다. 그리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 소현이 쥐고 있는 킥판을 빼고 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번엔 내가 잡아줄게. 다시 해보자."
"응."

고개를 끄덕인 소현이 수지가 내민 양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 수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소현의 발장구에 맞춰 걸음을 움직였다.

***

모든 수업이 끝나고, 직원들만 남은 체육관에 유일한 수강생 소현만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수지와 함께 돌아가기 위해 뒷마무리를 하는 그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평소보다 배는 빨리 돌아온 수지를 보자 소현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많이 기다렸..."
"수지 너 머리!!"

평소도 머리가 덜 마른 채로 나타나는 그녀였지만, 이번은 방금 막 물을 뒤집어 쓴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물기를 떨어트리고 있는 탓에 소현은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다. 어제만 해도 조금 덜 마른 것으로 추워했으면서, 오늘은 더 물기를 머금고 나타난 그녀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의 얼굴을 한 소현은 이번만큼은 못 참겠다며 그녀의 손목을 끌고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어엇, 전소 어디가..?!"
"잔말 말고 따라와."
"넵."

한껏 가라앉은 소현의 목소리는 한 번만 더 물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목소리였다.

*

소현이 수지를 데리고 온 곳은 회원 전용의 탈의실이었다. 난데없이 이곳으로 끌려와 멀뚱멀뚱 서 있는 수지를 뒤로하고 소현은 제 락커를 열어 뒤적거리더니 그 안에서 헤어드라이어를 꺼내었다.

"여기 앞에 서 봐."
"어어, 응..."

소현이 가리킨 대로 움직인 수지는 그녀를 마주 보며 섰다. 그러자 소현은 이게 아니라는 듯, 그녀의 몸을 180도 돌렸고, 그러자 그녀의 눈 앞에 거울이 나타났다. 소현이 가리킨 곳은 콘센트와 거울이 설치된 화장대 앞이었다.

"수지야, 허리 숙여봐."

신장 차이가 제법 나는 탓에 소현이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수지가 허리 숙이자, 곧 소현이 드라이기의 전원을 키고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뜨거우면 말해."
"응..."

이는 수지를 직원실로 밀어 넣어봤자 제대로 안 말리고 올 게 뻔하다고 생각한 소현이 내린 결정이었다.

정면의 거울을 응시하자, 그곳엔 진중한 얼굴로 제 머리를 말려주느라 정신 없는 소현이 보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 고맙고 미안하고 또 부끄러운 감정이 든 수지는 괜히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그래야지."
"미안..."
"알면 잘해."
"나 허리 아픈데..."
"머리 안 말리고 온 벌이야."

소현은 수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전부 단호하게 받아쳤다.

머리가 다 마르고서야 허리를 피는 수지의 입에서는 자연스레 앓는 소리가 나왔다. 한편 그 옆에서 드라이기의 정리를 마친 소현이 그제야 평소와 같은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돌아가자 수지야."

저를 보며 웃으며 말하는 소현. 그녀의 얼굴을 보니 방금 전의 허리 통증은 싹 잊은 수지는 허리가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아까와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아, 벌써 달이 떴네."

체육관을 나서자, 해가 지고 나타난 달을 본 수지가 말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달을 발견한 소현이 어제 못다 한 이야기가 생각난 듯 수지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달 어쩌고 한 건 무슨 이야기야?"
"아, 어 그게..."

수지는 잠시 망설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소현을 향한 제 마음이 바뀐 탓에 그것을 이야기하기가 괜히 부끄러워진 탓이었다. 그러나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저를 빤히 쳐다보는 소현에 의해 수지는 결국 조심스레 그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윤호녀석이 그러던데... 달이 예쁘다는 게 좋아한다는 뜻이래. 알고 있었어? 몰랐지? 도윤호 자식 생긴거랑 안 맞게 별 걸 다 안다니깐."

낯부끄러운 탓에 괜히 횡설수설 말을 꺼내는 그녀에게 소현은 되려 차분하게 대답했다.

"응, 알고 있었어."
"어?"
"유명한 이야기잖아."

달빛 아래의 소현은 은은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순간 수지는 누군가 제 머리를 크게 한대 치는 기분이었다. 걸음을 멈춰, 제 앞을 걷는 소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얼이 나간 듯 보였다.

'알고 있었어.' 그 말이 제 귀를 맴돌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알고 있었다면, 그때 내게 했던 말은 설마.

"있잖아, 소현아...!"

수지가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던 그 순간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거세게 불어 두 사람을 덮쳤다. 영하의 온도 같던 그 차가움에 수지는 무심코 눈을 질끈 감고, 소현도 순간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곧 정신을 차린 소현이 뒤를 돌아 수지를 바라보자, 어느새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말했다.

"깜짝이야."
"응.. 수지 너 내가 머리 안 말려줬으면 분명 방금 꽁꽁 얼었을 거야."

다시 한 번 제대로 머리를 말릴 것을 신신당부하는 그녀의 모습에 수지는 무심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게, 전회원님께 무척 감사해야겠는걸."
"그러엄~ 나 같은 친구 더 없을 걸?"

수지는 말 없이 웃었다.

"그런데 수지야, 아까 나 부르지 않았어?"
"응? 아니?"
"그래? 바람 때문에 잘못 들었나보다."

소현은 다시 앞을 향해 걸어갔다.

큰일 날 뻔 했다. 말 없이 웃는 수지가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저지를 뻔한 제 행동이 얼마나 아찔한 것인지 떠올린 그녀는 겉옷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 제 옆구리를 쑤셨다. 스스로 정신 차리라고 하는 행동이었다.

소현이 방금 말한 '친구'. 그것은 현재 그녀들의 관계이자, 소현의 곁에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수지에게 허락된 유일한 것이다. 그리고 수지는 방금 자신의 착각으로 인해 그것을 잃을 뻔 했다며, 이번엔 조용히 입속 살을 깨물었다.

수지는 앞을 보며 걷는 소현을 향해 길쭉한 기럭지로 그녀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더니, 이내 그녀와 같은 보폭으로 걷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은 여느 때와 같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었다.

그녀들이 지나간 자리는 밝은 달빛과 모든 것을 얼릴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






글 잘, 빨리 쓰고 싶다...
바빠서 중단한 2차 단편 봤는데 내가 봐도 야하더라..
승지영원 완성못해서 못올린 2차... 이번 시험만 끝나면 얼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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