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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불건전] 네? 제가 백합 영업을 한다구요? -3-

므므마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1 20:13:57
조회 464 추천 24 댓글 3
														








전편









두근두근


자신의 가슴 속에서 울려퍼지는 고동이 너무나도 빠르다. 


이 두근거림이 눈 앞에 있는 금발의 여성에게 들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아, 심장 소리 엄청나. 굉장히 빠르게 뛰고 있어."


들켜버렸다! 어째서?! 


"어, 어쩔 수 없다구요...!"


"어라..? 내 심장소리를 말한건데. 바다도 두근거리고 있나보네~?"


에? 에!? 설마 지금 내 무덤을 스스로 파버린거야?! 


"에, 아, 으아..."


당황한 탓에 언어가 되지 못한 말들이 내 입에서 튀어나온다.


언니는 그런 내 모습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고 있다.


부끄러워...  그보다 언니도 지금 두근거리고 있다고 말한 거 아냐..?





나, 윤성아와 연나랑 언니가 진행하는 세 번째 현실 합동 방송.


분명 처음보다 익숙해졌을 텐데도, 오늘은 다른 의미로 긴장되어 죽을 것만 같았다.


그게, 언니의 손을 잡고 있다구?


그것도 연인 손깍지를 하고...


"아. 시간 끝났네." 


눈앞의 미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잡고있던 내 손을 놓는다.


따뜻했던 그 빈자리를 차가운 공기가 채워버리는 탓에, 다시 그 손을 잡고 싶다는 충동이 올라온다.


물론 잡을 용기는 없지만은


"그렇네요."


고개를 돌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자, 화면에는 온갖 금액의 후원들과 손을 잡아달라는 글들이 적혀 있다.


두 번째 방송에서는 그냥 게임을 했었기 때문에 평범하게 지나갔지만 세 번째 방송은 라디오 형식이라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늘어났고, 그 탓에 시청자들의 요구도 늘어난 결과다.


정말로 이렇게 터져나올 줄은 몰랐다구? 갑작스레 언니랑 손깍지를 끼게 된 내 심정이 어땠는지 알려주고 싶을 정도니까?


심장마비에 걸렸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였다구!


마음 속에서 불평을 내뱉고 있자,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니는 여전히 즐거운 듯한 미소로 나를 향한다.


"어쩐지 아쉽네. 그냥 또 잡을까?"


"제 정신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나중에 부탁드릴게요..."


정말로 버틸 자신이 없으니까...


만약에 또 손을 잡는다면 이번에야말로 하와와 거리면서 고장나는 내 모습이 뻔히 보인다.


"어머. 나중이라면 괜찮은거야?"


그 눈동자는 즐거운 기색으로 "정말로?" 라고 물어오는 것 같다. 


묻지 마! 확인하지 말라구! 


하지만 방송이 켜져있는 이상, 무시한다는 선택지는 고를 수 없다. 


".... 저도 싫지는 않았으니까요."


방송을 의식하긴 했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그녀의 체온에 맞닿는 것은 작은 일부분이라도 기뻤으니까.


내 말에 채팅창에서 [ㅇ0ㅇ] 라는 이모티콘이 도배되기 시작한다. 


어이 너희들! 그렇게 반응하지 말라고! 


부끄러움을 감추듯 내가 시청자들 탓을 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자, 나랑 언니가 "우리 애가 쑥쓰러워서 저러는 거에요."라며 웃음을 자아낸다.


대화 주제가 민망하긴 하지만, 이러한 방송 특유의 분위기는 좋다.






그 이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아무래도 시청자들은 손깍지를 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더한 자극을 찾는 듯, 채팅창에서 그 이상의 진도를 언급하는 것이 보인다.


나한테는 이미 자극이 강한데...


"여러분 자꾸 포옹이라던가 그렇게 말하시는데, 어차피 해도 여러분들은 못보잖아요! 캠도 안켜져 있는데!"


그러니까 그런 말은 그만해주세요! 라고 소리치자


[마음의 눈으로 볼테니까!] [상상만으로도 좋아요!] 등의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마음의 눈으로 본다니... 개안이라도 하는거야? 평범하게 무섭다구 너희들...


"그게 더 소름끼치니까..."


"아하하~ 언젠가는 포옹도 하게 될 테니까?"


언니는 "나중을 기대해주세요?" 라며 채팅창의 분위기를 수습한다.


그 능숙함에 감탄하고 있자, 문득 의문이 올라온다.


어라? 첫 날에 이미 포옹은 하지 않았던가?


"애시당초, 포옹은 이미 방송에서 한 적 있잖아요?"


의문을 담아 그렇게 얘기하자, 채팅창에 [ㅇ0ㅇ], [언제요?!], [역시 그때네] [찐백] 등의 글자가 보였다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어, 어라?! 


"어, 언니?"


채팅창의 화력에 당황해 옆을 바라보자, "말하면 어떻게 해~" 라고 중얼거리며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짓는 언니가 보인다.


"이미 들킨 거, 이야기하자면 현실 합방 첫 날에 바다를 안아준 적이 있거든요."


"네 맞아요... 제가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


그 때는 긴장해서 생각 못했었는데, 시청자들 몰래 한거였구나.


"확실히, 언니가 안아주시니까 긴장이 풀리더라구요."


"후후. 지금은 긴장되지 않니? 또 도와줄테니까 편하게 이야기해줘."


"지금은 괜찮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자, 하나의 후원이 올라온다.


[두 분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가셨나요?]


"글쎄~. 방송에서는 포옹까지 나갔으려나~"


언니가 그렇게 말하자 [방송에서는?!], [그럼 현실은 ㅗㅜㅑ] 등의 채팅이 올라온다.


"현실에서는... 비밀이에요?"


살짝 속삭이듯 말하는 그 목소리는 독을 품은 것처럼 요염해서, 무심코 덮쳐버릴 정도다.


파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채팅창을 보자, 아니나 다를까 격렬한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자, 방금 전의 후원을 보냈던 사람이 다시 한번 후원을 보낸다.


[그럼 두 분은 방송에서 어디까지 진도를 나갈 수 있나요?]


후원 금액도 높았고, 나랑 언니가 읽어버렸기 때문에 방송의 분위기가 해당 후원에 쏠린다.


"진도라... 바다는 어디까지할 수 있어?"


"네?! 저요?"


"응응. 궁금한 걸?"


내용이 내용인지라 조금 민망한데...


백합 영업적으로는 어디까지 말해야 세이프지? 뭐든지 괜찮다고 해야하나?


"저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고민해도 곧바로 답이 나오질 않는다. 


아니, 애시당초 나는 언니한테 어디까지 허용해도 괜찮은걸까? 키스?


음... 어쩌지. 나, 키스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렸어... 


갑작스럽게 도달한 결론에 입만을 벙긋거리고 있자,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랑 언니는 웃기 시작한다.


"아하하~ 여러분, 바다가 고장나버렸어요~"


그리고는 시청자들에게 "바다는 아직 어리니까요." 라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지금의 바다를 생각하면 뽀뽀가 한계려나~"


어리지 않거든요! 하고 반론하고 싶지만, "그럼 어디까지 가능한데?" 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할 자신이 없어 입을 다물게 된다.


무엇이든간에 말하게 되면 분명 거기까지 해달라는 채팅이나 후원이 미친듯이 올라올 테니까.


조금은 방송적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으려나?


아니나 다를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뽀뽀라는 내용을 담은 후원이 미친듯이 쏟아진다. 


이 백합에 미친 녀석들 같으니라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언니를 바라보자, 눈 앞의 여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설마..." 


설마 하시려는 걸까.


"이리 와."


"언니?!"


갑작스런 상황에 머리가 따라가지 않지만, 언니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어서


어, 어디다가 하는 건데요?! 볼?! 이마?!


그 입술이 내 얼굴쪽에 가까워지기에, "아 볼이구나." 하고 생각해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린다.


"어딜 보는거야?"


"에?"


그 순간, 부드러운 손에 턱을 잡혀 강제로 언니를 바라보게 되자



내 입술에 그녀의 입술이 닿았다.


이것이 내 첫키스라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내 안에 무언가가 어긋나는 기분이 들었다.


살짝 붉게 물든 언니의 얼굴이 보인다.


그 뒤로 채팅창이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면, 아마 시청자들에게도 그 소리가 들렸던 거겠지.


자신의 입술을 살며시 매만져도 어쩐지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화상을 입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뜨거웠던 얼굴도, 어딘가 고장나버린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던 가슴도


내 마음과는 괴리감이 있어서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방송이 끝났다. 


그 이후에 어떤 대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방송임을 상기하면서 최대한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입맞춤을 한 다음부터, 계속 머리가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아서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언니."


"응?"


어쩐지 평소와 다름없는 언니의 모습이 싫다고 느껴진다.


"아까, 어째서..."


어째서 키스 같은걸. 


내가 그렇게 말하자, 언니는 아. 하고 깨달은 듯 입을 연다.


"어째서냐고 물어봐도, 방송이니까... 스킨십이 있을 거라고 말했었잖아?" 


"그렇네요. 들었었네요."


확실히, 말했던 적은 있었으니까. 


허락은 해놓고, 키스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내 책임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언니의 표정이 변한다. 


"혹시, 나랑 키스하는 게 싫었어?"


자신과의 키스를 싫어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늘 당당하고 자신에게 자부심이 있는 언니라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언니와의 키스 자체는 싫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나 처음이었다구?


"첫 키스... 였다구요?"


방송을 위해서 하고싶지는 않았단 말야.


첫키스는 어떤 걸까, 하고


아무리 평범 미만의 나라도, 동경하는 것 정도는 있어서


처음에 의미를 두는 게 바보같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어.


이런 식으로, 구경거리 취급을 받으면서 하고 싶지는 않았다구...!


"갈게요."


"성아야..!"


빠르게 짐을 챙겨 일어나자, 뒤에서 언니가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언니의 얼굴을 보면 더더욱 참을 수 없을 거 같아서.


언니와의 세 번째 방송이 끝을 맺었다.








"성아야 무슨 일 있어? 어쩐지 표정이 안 좋은데..."


옆을 돌아보자 하연이가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냐아냐 그냥 조금 피곤한가 봐."


"그래? 괜찮은 거지?"


"응.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것보다 얼른 가자구?"


"혹시라도 몸이 안좋으면 말해?"


"알았다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앞에서 걷고 있던 가람이와 은하에게 합류한다.


오늘은 자주 다니는 4명이서 노래방에 가기로 했으니까.


노래방에 도착하자마자, 가람이가 노래를 예약하고는 나에게 리모콘을 넘겨준다.


나는 적당한 곡을 예약하고는 가람이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바라본다.


그 화면에는 나랑 언니로부터 몇 개의 메세지가 수신되어 있지만, 마지막으로 만났던 3일 전부터 내가 답장은 한 적은 없다.


딱히 화가 났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다.


스킨십이 있을 거라고 미리 들었었고, 당시에도 키스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뿐, 딱히 거절한 적은 없으니까.


키스 자체가 싫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럼에도 연락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 날 그렇게 헤어진 데다가,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어딘가 답답한 마음도 남아있고.


"이번 곡 누구꺼야~?"


가람이의 말에 고개를 들자, 익숙한 곡 이름이 보인다.


아, 이번 곡 내 차례다.


"내꺼~"


나는 쓸데없이 차오른 생각들을 밀어내면서,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어라? 은하가 어디갔지?


노래가 끝나고 주위를 살펴보자, 한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보인다.


내 시선의 의미를 눈치챈 건지, 가람이가 내 귓가에 가까이 다가와 속삭인다.


"은하는 잠시 볼일이 있다고 나갔어."


몸을 떨어뜨린 가람이에게 나는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나서, 하연이의 노래를 계속해서 감상했다.


그 이후로 몇 곡 정도 노래를 부르고 있자, 갑자기 핸드폰이 작게 진동한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확인하자 역시나, 나랑 언니로부터의 메세지가 도착해 있다.


[성아야, 혹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그 메세지를 보자, 가슴이 꾸욱 하고 짓눌리는 것 같다.


언니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지금은 답장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자, 어딘가 답답한 기분이 든 탓에


"나도 잠깐만."


나는 친구들한테 양해를 구하며 노래방 밖으로 나갔다.









노래방 밖으로 나간 나는, 비상 계단에 큰 창문이 있는 것을 기억하고는 바람을 쐬고자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응?


비상 계단에 들어서면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바람에 그곳을 쳐다보자


거기에는 은하가 서 있었다. 그것도 다른 여자애랑 입을 맞추면서...


어?!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는 바람에, 지나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 비상 계단을 벗어난다.


놀란 마음을 추스리며, 비상 계단을 살펴보자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내려간건가..?


몇 초 정도 비상 계단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나는 본래의 목적지인 창문 앞으로 이동한다.


우와... 그보다, 은하의 상대방은 누구지?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었는데...


"다른 반 애였던가?"


"별이야. 윤 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자,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깜짝 놀라 목소리의 발생지를 쳐다보자 거기에는 은하가 홀로 서 있었다.


"봤었지?"


숨는다고 숨었었는데, 아무래도 들켰던 모양이다.


내가 아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자, 은하는 민망한 듯 볼을 긁는다.


"윽... 잊어줘..."


"걱정하지 않아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테니까."


나는 최대한 무해하다는 표정을 짓지만, 은하의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다.


어쩐지 조금 무섭네...


"여자친구야?"


"뭐 그런 거랄까."


"그런 거라니..."


"떠벌리고 다니면 가만 안둘거니까."


무서워! 말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사.. 살려주세요.."


"농담이거든."


고양이를 앞에 둔 쥐처럼 작게 떨자, 은하는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서로 넘어가는 듯한 분위기가 되었으나, 은하는 노래방 안으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나야 바람쐬러 나왔다고 해도 은하는 왜...


어쩌지,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은하가 벽에 몸을 기대더니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었어."


"응?"


"뭐랄까, 이런 소리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어쩐지 너는 벽을 치는 느낌이었거든."


예상 외로 본심을 찔러 오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윽. 그렇게 티가 난건가...


"최근엔 좀 괜찮아졌네 싶었더니 말야. 곧바로 이런 모습을 들켜버리기나 하고."


은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작게 한숨을 쉬더니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운을 뗀다.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두서없는 말이었지만, 불편해하는 나를 신경 써 주는 말이라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여전히 날카로운 분위기도 어쩐지 부끄러움을 감추고자 하는 거 같아서, '귀엽네' 하고 생각해버린다.


가람이가 은하한테 그렇게 장난을 치는 이유가 이거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쩐지 긴장이 풀려버려서


"그럼 사양하지 않고, 하나 물어봐도 괜찮아?"


"뭔데?"


"은하의 첫 키스는 어땠어?"


내가 그렇게 묻자, 은하는 푸흡! 소리를 내며 갑작스럽게 숨을 뱉는다.


"너어!"


"어라라~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거란 말야~"


익살맞은 표정으로 말하자, 은하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입을 연다.


".... 고 1때 과학실에서 했어."


"우와아~ 학교에서라니. 동경하게 되네."


"딱히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 굳이 따지자면 협박당한 것과 다름없었다구."


은하는 그렇게 말하지만 전혀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응? 협박?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첫 키스가 생겨..?


"그렇다면 싫지 않았어? 그런 식으로 첫 키스를 끝내더라도..."


은하는 살짝 생각하는 듯 하더니


"뭐, 이상한 사람이었다면 죽을만큼 싫었겠지만 좋.. 아니 싫지는 않았던 사람이었으니까."


어떤 상황이던지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해. 라며, 볼을 긁적인다.


"아 몰라! 민망하니까! 기껏 이야기한다 싶었더니 이런 주제라니... 나 먼저 들어갈 거니까!"


은하는 그렇게 말하며,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다가


"추우니까 너무 늦지않게 와."


그렇게 말한 후, 계속 발걸음을 옮긴다.


지금까지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구나.


오늘 이후로는 좀 더 은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첫 키스라..."


그것과는 다른 생각이 솟아오른다.


은하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분명 나도, 언니가 상대라면 설령 어느 상황에서라도 기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런 모순된 감정을 안고있는걸까.










그 이후로는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간단하게 쇼핑을 했다.


결국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오늘의 일정이 완전히 끝이 났다.


"쌀쌀하네."


"내 가디건에 손 넣을래? 따뜻하다구?"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하연이가 자신의 가디건을 펼치면서 말한다.


우으.. 역시 하연이는 상냥해...


"에이, 괜찮아. 금방 버스가 올 거 같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버스 정류장의 전광판을 가르킨다.


가람이와 은하는 집방향이 다른 탓에 먼저 가고, 나랑 하연이는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떼우고 있자


"이것 봐~"


하연이가 휴대폰을 나한테 들이민다.


그 휴대폰을 바라보자, 화면에는 최근에 유행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나온다.


남주와 여주의 키스씬


시선을 들자, 하연이가 선망의 눈길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인다.


"이런 키스, 동경하게 돼."


"그래? 하연이는 방송에서 하는 건,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아?"


"응? 방송에서 하는 걸 말하는게 아니잖아~ 드라마 이야기라구?"


하연이는 내 말에 "그게 뭐야" 라면서 작게 웃는다.


아무래도 내가 핀트를 잘못잡은 모양이다. 요즘 생각하는 게 계속 언니와의 일이다 보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하연이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물론, 키스하는 걸 방송으로 찍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불편하지~"


"그래? 은하는 좋아하는 사람이기만 하다면, 어떤 상황이라도 괜찮을 거라던데."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방송은 조금 다르잖아?"


어디가 다르다는 걸까.


그런 의문이 내 얼굴에 나타나 있던 걸까, 하연이는 조금 고민하더니 아이를 가르치는 듯 상냥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뭐랄까, 키스라는 건 좋아하니까 하는 거잖아? 그런데 방송에서 하면은 좋아해서가 아니라, 방송에서 보여주려고 일부로 하는 게 아닐까? 같은 의심이 생겨버리니까."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구. 라며, 작게 웃는다.


"그렇네."


그제서야 마음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구나.


나, 첫 키스라서 이런 감정을 느꼈던 게 아니구나. 


언니가 나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방송 때문에 키스를 했다고 생각하니까 그거에 상처받은 거구나.


겨우 내 마음을 알게 되었지만, 이런 생각을 더더욱 언니한테 말할 수 없다. 


그게, 백합 영업이니까. 


좋아하는 마음이 있고 없고는 신경쓰지 않는 일이니까.


"하연이는 키스해본 적 있어?"


내가 그렇게 묻자, 하연이는 고개를 살짝 가로젓는다.


"동경은 하지만, 그럴 사람도 없으니까."


"의외네. 하연이는 누구든 골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 버스 왔다."


마음 속이 어느정도 정리되긴 했으나, 심란한 것은 그대로인 탓에


다가오는 버스의 불빛이 너무나도 눈부셔 눈을 감고 만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순식간에 싸늘한 공기가 몸을 덮쳐온다.


여름이 끝났음을 실감하게 되는 기온이라, 나는 걸어가는 속도를 높인다. 


그렇게 아파트 부지 내에 들어서자, 공원에서 어쩐지 익숙한 금발이 눈에 보인다.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만나고 싶다고는 생각해도...


"성아야?"


그대로 공원을 무시하고 지나가자, 결코 헷갈리지 않을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오기에


"언니..?"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연나랑 언니가 서 있었다.


"왜 여기에...?"


예상 외의 상황에 사고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야기요? 미리 연락이라도..."


아, 내가 연락을 받지 않았었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경직된다.


"언니, 언제부터 기다렸어요?"


내가 그렇게 묻자, 언니는 조금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맙소사.


입고 있는 옷도 점심때라면 모를까, 지금 입고 있기에는 조금 추워 보인다.


게다가 언니는 우리 집을 모른다. 나를 바래다주면서, 내가 이 아파트 어딘가에서 산다는 것만을 알 뿐.


"설마, 저희 학교가 끝날 무렵부터 여기서 기다린거에요?!"


"미안해. 어떻게든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어째서..."


쓸쓸하게 보이는 언니의 손을 잡자, 그 손이 내 체온보다도 심각하게 차가워서...


"우으..."


내 눈가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언니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니를 기다리게 만든 미안함과 죄책감, 언니가 찾아와주었다는 안심감과 기쁨 등의 감정이 뒤섞인 탓에


"우리 집에... 가요..."


나는 언니의 손을 잡아끌고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언니가 당황해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이 손을 녹여주고 싶은 마음에, 그저 묵묵히 길을 재촉할 뿐이었다.







"눈물은 그쳤어?"


"죄송해요. 흉한 모습을 보여서..."


오후 8시 무렵, 나는 언니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집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언니를 내 방에 들이고, 나는 세수를 한 뒤 방으로 들아갔다.


그 시간동안 어떻게든 진정할 수는 있었지만... 아직 내 눈가가 붉게 물들어있어 민망하다.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오히려 내가 울려버린 것 같아서 미안한걸..." 


"그거야말로 전혀 언니가 신경쓸 일이 아니니까요."


서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마주치자, 어째서인지 서로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후후. 알았어 그럼 서로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알겠어요."


분위기가 누그러진 탓인지, 울어버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보다는 확실히 편안한 기분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다고..."


"응."


그리고는 언니의 부드러운 표정이 점점 진지한 표정으로 변해간다.


"먼저,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 첫 키스인지 몰랐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불쾌감을 줄 생각은 아니었어."


그리고는 내가 원한다면 방송은 그만두어도 괜찮고 혹은 방송은 하더라도 그런 스킨십은 없게끔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그 답을 하기 전에, 묻고싶은 게 있어요."


"묻고싶은 거?"


"네. 언니, 왜 저한테 키스하신 거에요?"


"그건.. 방송이었으니까..."


그 때에도 들었던 대답. 듣기 싫었던 이유인 탓에, 조금 가슴이 아려온다.


"그래도 원래는 뽀뽀였다구요? 단순히 방송때문에 키스하신 건지 궁금해서요."


내가 그렇게 묻자, 언니는 민망하다는 듯 고개를 떨군다.


한 눈에 보아도 말하기 꺼려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그게... 원래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그리고는 몸을 조금씩 베베 꼬아대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네 모습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미안해 불쾌했지..."


방송 때문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묘하게 텐션이 높아지기 시작해서


"그러면 저랑 또 하실 수 있겠네요."


"응? 뭐, 뭐라고..?"


언니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시 되묻는다. 


내가 그런 말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표정이다.


아마 언니는 내가 언니와의 키스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싫지 않았으니까, 그 생각 당장이라도 정정해주고 싶네.


"할 수 있죠?"


"하지만, 싫었던 게..."


지금껏 내가 화난 이유가 그거라고 생각했을 테니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면 조금 방법을 바꿔볼까.


"아아. 저는 이제 첫 키스가 언제야? 하고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방송 때문에 보여주기식으로 당했어... 라고 답할 수밖에 없네요..."


일부로 우는시늉을 하자, 언니가 미안한 기색으로 눈을 내리깐다.


"그러니까. 그 다음에 방송같은 거 없이 했다고, 보충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구요?"


그래야 동정섞인 시선을 받지 않을 테니까요. 어쩔 수 없죠? 하고 말하자 언니는 그제서야 내 뜻을 알아차린 듯 작게 미소짓는다.


"어쩔 수 없는 거구나."


"네.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미소짓는다.


귓가에 들리는 것은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와 누군가의 옷깃이 스치는 소리.


시야에서는 언니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보여, 나는 살며시 눈을 감는다.


두 번째 키스.


첫 번째와는 달리, 이제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만큼 점점 더 두근거리기 시작해서


쪽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무언가가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가득해져서 넘쳐버릴것만 같다.


시계의 초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두근거림만이 들려온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익숙한 내 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낯선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의 붉게 물든 얼굴.


언니는 부끄러움을 감추듯이, 부채질을 하면서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결국, 화났던 이유는 뭐였어?"


그 눈동자는 "키스가 싫었던 건 아니잖아?"라고 묻는 것이 보인다. 


"글쎄요..."


이것만큼은 말할 수 없어서.


언니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라니, 절대로 말할 수 있을리가 없다.


내가 언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나중에 말해드릴게요."


"꼭이야."


언니는 그 말을 끝으로, 나에게 더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을 다행이라고 느끼면서도 어쩐지 안타깝다고 느껴져서


"밥은 드셨어요?"


언니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도록 다른 화제를 꺼낸다.


아마 오늘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겠지만, 더 이상은 그 얘기는 꺼내지 않겠지.


언젠가 물어볼 수 있을까.


우리 둘 사이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단순한 백합 영업? 아니면 그 외의 무언가?


어느 쪽이든 지금의 관계가 끝나게 되는 것이 무서우니까.


오늘밤은 편히 잘수는 없겠지.





윤성아 / 연나랑 / 백하연 / 이은하 / 한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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