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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불건전] 남의 일에 상관하기 싫은데.1

우드포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1 20:44:26
조회 530 추천 17 댓글 4
														




지금 열차가 들어 오고 있다는 방송을 듣고 전력 질주하며 계단을 뛰어 올랐다. 문이 닫히려는 아슬한 순간 몸을 문 안으로 밀어 넣고 주변을 둘러 봤다. 빈 자리가 있길래 얼른 가서 앉았다. 이제부터 내리는 곳까지 눈을 감고 가면 된다. 눈은 감았지만 귀는 열어 뒀다. 겉으로 보기엔 자는 것같지만 실제로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을 감고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열차 안으로 들어 오는 사람이 나가는 사람보다 많아지고 사람들 간격은 좁아졌다. 중심가에 가까워질수록 열차 안은 붐비고 사람들의 몸이 부딪혔다. 그 와중에 꼭 이상한 짓을 하는 놈이 있기 마련이다.


갑자기 어색한 분위기를 느낀 건 자리에 앉은 후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내 앞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가방을 메고 한 손에 파일을 들고 서 있었다. 그 여자가 내 앞에 서 있을 땐 사람이 얼마 있지도 않았는데 30대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너무 가까이 서 있었다. 그런 쪽에 관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달라 붙게 되었다. 의도적으로 추행만 안 한다면 자연스러운 상황이지만 문제는 남자의 불순한 손놀림이었다. 몸을 지나치게 밀착시키며 즐기고 있었다. 여자는 당황해 얼어 붙었다. 수치심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듯했다.


얼마나 불합리한가? 범죄적 상황을 만든 가해자는 마음껏 즐기고 있고 피해자는 수치심을 느끼며 무기력해 하고 있다. 가해자는 이익을 얻고 피해자는 고통스러워 한다.


나는 둘째로 태어났다. 둘째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상황을 자기 일처럼 과민하게 반응한다. 일면식도 없는 생판 남의 일에 끼어 들면 시간 낭비라는 거 잘 알지만 그렇게 태어난 건 어쩔 수 없다. 가벼운 입은 계산하는 뇌보다 빨랐다.


"야 이 새끼야. 좋니? 좋아?"


짜증 가득한 목소리가 입에서 튀어 나왔다. 반경 5미터 내 사람들의 시선이 나와 내가 쳐다보고 있는 그 새끼에게 집중됐다.


눈을 감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즐기고 있던 그 자는 내 목소리에 놀라 눈을 떠 둘러 봤다. 마치 자기가 아닌 듯 시치미를 떼며.


"그래 너. 방금 눈 뜬 새끼, 너 말야. 좋냐고?"


주변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그 자에게 꽂혔다. 그 자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과 수근거림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아무 짓하지 않았는데 시비 걸렸다는 표정으로 어처구니 없다는 듯 피식 피식 웃고 있다.


"웃겨? 지금 웃음이 나와? 너 신음소리도 내더라. 야동찍니?"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칠고 퉁명스러웠다. 시선이 집중되자 당한 여자는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남자는 끝까지 아닌 척하다가 문이 열리자 사람들을 마구 밀치더니 내렸다. 부끄러움은 남은 자의 몫인가?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여자는 여전히 훌쩍거렸다.


이 모든 귀찮은 것을 차단시키기 위해 다시 눈을 감았다. 정의의 사도? 영웅심리? 그런 것하고 거리가 멀다. 그냥 그 상황이 짜증났을 뿐이다. 여자가 저항하지 못 하고 당하고만 있는게 짜증났다. 그 추잡한 상황이 하필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짜증났고 내가 받은 더러운 기분을 고스란히 그 자에게 돌려 주고 싶었을 뿐이다.


이제 거슬리는 물건은 치워졌고 여자의 훌쩍임도 멈췄고 나를 둘러 싼 작은 세상은 이전으로 평화로운 상태로 돌아갔다. 내려야 할 지점을 안내하는 방송이 들리자 눈을 떴다.



"저기요... 아까는 고마웠어요."


뒤돌아보니 아까 전철 안 그 여자였다. 커피를 사려고 회사 근처 카페에 줄 서 있었는데 그 여자가 내 뒤에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고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어요 그런데 도와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네?"


"그럼 제 커피 계산좀 해 주실래요? 아무리 찾아 봐도 지갑이 없는데 배는 고프고... 샌드위치도 먹고 싶은데."


샌드위치를 하나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려 놓고 그 여자를 쳐다봤다.


"아... 네..."


여자는 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넸다


"그럼 잘 먹을게요."


샌드위치는 가방 안에 넣고 커피는 손에 들었다.


"아... 혹시 사진 좋아해요? 증명 사진 뭐 그런 거 말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사진 찍고 싶으면 연락해요. 정말 예쁠 때잖아요? 느낌있는 얼굴인데."


네임카드를 건네 줬다.


"온...유신씨?"


" 네. 시간나면 꼭 연락해요. 그 땐 제가 밥 살게요."


예쁘고 순수했다. 귀 밑으로 뽀송뽀송한 솜털이 햇빛에 금빛으로 반사될 정도로 어린 얼굴이었다. 하지만 매력적이면서 순진하다는 건 죄다. 포식자에게 너무 쉬운 먹잇감이 된다. 스스로 방어하지 못 하면 포식자에게 잡아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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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불건전 마감이라길래 써 봄


이름만 같지 엘.컴플렉스 주인공과 같은 사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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