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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렇게 옷을 빼앗다니... 로즈는 난폭하게 구는 게 취향이야? (2)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4 18: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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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술집이라는 곳의 아침은 그 이름에 맞지 않게 조용한 것이 보통이다. 이 빡빡한 도시 안에서 대낮부터 술을 찾는 한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탓에. 그리고 그것은 묘하게 후미진 곳에 있어 손님이 그리 많지 않은 마담 마젠타의 주점도 마찬가지였다. 되려 더 그랬다면 더 그랬지. 아니지는 않았다.

  " 햐, 여기는 늘 적당히 파리날리는 게 좋단 말이야. 마젠타, 나 왔어. 맥주 한 잔만 내주라. "

  셀렌은 그런 한적함을 깨는 데에는 도가 튼 인물이었다. 어디서든 그리 눈치를 보는 성격도 아니었던 것이 친구의 사업장에 올 때는 오죽할까. 덕분에 의뢰인과의 접선 문제로 이곳을 들릴 땐 항상 몇 없는 사람의 눈총을 받게 되고는 했다. 로즈도 처음에는 그 점을 번번히 꼬집었다. 다만 이 시점에서는 슬슬 자신과 적당하게 타협을 마친 뒤였기에 별 말은 없었다. 그저 모르는 사람인 척 대여섯 걸음즈음 거리를 은근슬쩍 벌리는 게 다였다. 그러는 게 셀렌에게는 잔소리보다 훨씬 마음아프기는 했지만...

  " 오랜만인 걸, 셀렌. 그리고 로즈 양도. " 둘에게는 낯익은 목소리였다. 마젠타,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 주점의 마담. 선홍빛 머리카락이 특징인 신비스러운 여인이었다. 로즈는 그리 자주 만나는 건 아니긴 해도 일단 상대가 워낙 미인인 덕분에 한결 기억하기 편했다.

  셀렌이 삐딱하게 자리에 앉아 까딱거리는 정도로 화답해주는 반면, 로즈는 고개를 살짝 숙여 예절에 맞게 인사했다. 셀렌이 " 나한테 안 저러면서... " 라며 투정부리듯 구는 것에는 두 사람 다 관심을 보여줄 기미가 없었다. 셀렌을 뺀 둘이 오랜만에 본 기념으로 간단한 안부인사쯤을 마친 뒤에는 그제야 자리에 셀렌의 맥주를 담은 잔이 나왔고, 그 자리까지 온 이유도 화제로 나오게 되었다. 잔을 기울이려는 셀렌의 등 뒤에서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가 있던 것이다. " 저, 저기요... 혹시 그 탐정 님이세요? "

  셋의 시선이 한 군데로 쏠렸다. 척 보기에도 앳된 소녀였다. 아무리 동안이라고 해도 스물도 못 넘긴 건 분명해보였다. 셀렌의 첫마디는 다소 장난스러웠다. " 로즈는 이렇게 작은 꼬맹이를 두고 술집에 오게 하는 사람이었- " 옆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찔려버려 그 이상으로 장난을 계속하지는 않았다.

  셀렌은 그 자리에서 소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말을 꺼내는 데에는 한참 걸렸다. 다시 장난치려는 듯 굴지는 않아 조용히 있음에도 로즈는 아무 말 없었다. " 요즘에 말 많이 나오는 그 살인사건 말이지. 대충 무슨 말하려는지는 알겠어. 일단 네 자세한 의뢰 내용을 듣는 걸로 시작하자. " 건성에 절은 태도였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불안했던 표정이 한층 나아지는 것이 보였다. 셀렌은 옆에 앉아있는 로즈마저 모를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받은 술잔을 금세 다 비워버리고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문제의 살인사건은 대강 그랬다. 밤거리에서 몇몇 여성을 노려 납치한 뒤 끔찍하게 살해해 전시하는 살인범이 최근 나타났다. 뭣 하나라도 특정되는 것이 없는 녀석에게 있는 한가지 특징은 여성이 사라진 곳의 벽이나 바닥 등등이 무언가가 할퀸 듯 자국이 깊게 나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흡혈귀라거나 하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나. 어쨌든 그것은 슬슬 이 도시 사람들의 공포로 자리잡아버린 사건이었다.

  그리고 저 소녀의 언니가 며칠 전 피해자였다. 그때마다 차이가 있긴 하더라도 사라진 여자는 며칠은 지나야 살해되어 발견되는 게 보통이었으므로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다. 소녀도 나름 알아보고서 성격이 문제있기는 해도 이 근방 실력있기로 정평이 난 셀렌에게 일을 맡기기로 한 것이었다. 그 얘기는 조금 긴 흐름으로 이어졌다. 꽤 유명하기는 했으나 소문에 민감하지 않은 셀렌은 잘 모르는 일이었던 탓에 그에 따라서 설명도 길어진 것이다. 그 때문에 한숨도 깊게 됐지만, 셀렌은 이해됐다는 듯 끄덕였다.

  "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겠어. 한마디로 네 언니가 미친 살인귀한테 잡혀갔다. 그래서 나랑 내 조수가 찾아주면 한다. 대충 그런 얘기잖아, 맞지? "

  의뢰인인 소녀는 그렇게 설명하다가 언니가 걱정되게 된 건지 좀 시무룩해진 기색이었다. 아직 어린 그녀가 마음 아파하는 걸 안타깝다고 여긴 로즈가 대신 말했다. " 정리하자면 그런 내용이 되네요. 그럼 어서 가보자고요.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잖아요. " 다만 그런 로즈도 조금 목소리를 떨었다. 여러 감정이 떠오른 것 같았다. 그런 로즈를 셀렌은 흘끗 쳐다보고는 무슨 생각인지 한참 뜸을 들였다. 결심을 한 듯이 입을 연 것은 눈앞의 소녀가 조금 울먹거리는 걸 보고 나서였다. 셀렌은 졸듯이 눈을 감았다.

  꽤 기다려서 나온 것치고는 짧았다. 심지어는 모인 사람들의 기대에 빗나가는 말이기도 했다. 셀렌은 잔인하게도 " 안 할래. " 따위로 자기 의사를 일축했다. 길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맹이를 차듯이 무심하게 뱉은 말이었으나 로즈와 소녀에게는 큰 충격이었던 듯 보였다.

  곧 로즈의 손이 셀렌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 셀렌, 저 얘기를 듣고도 지금 장난이 치고 싶어요? 좀 제대로 해요! " 소녀의 사정은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도 딱한 것이었다. 저렇게 어린 시기에 가족이 그런 자에게 납치된 건 슬픔이자 공포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었다. 로즈의 말에 질타가 섞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셀렌은 쓴 커피를 입에 댄 것처럼 잠깐 찌푸리며 어깨에 놓인 로즈의 손을 느리게 치운 뒤 한숨을 쉬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는 한숨은 내뱉으면 뱉을수록 더 깊어져가는 중이었다.

  " 장난치는 거 아니야. 살인 사건이라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온 거지만... 내 생각보다 너무 위험이 큰 사건이라 섣불리 손대기는 어려워서. 그래서 물러나려고. "

  그즈음되니 언성이 높아졌다. " 지금 겁먹었다는 거에요? 저 어린애가 얼마나 맘고생하며 셀렌을 찾게 됐을지는 눈에 뻔히 보이잖아요! 그런데 그냥 무섭다고 거절하는 게 뭐에요! " 주변 사람도 좀 놀랐지만 로즈 자신이 스스로가 이렇게 화낸다는 사실에 가장 놀랐다. 그럼에도 눈은 곧바로 셀렌을 보며 대답을 재촉하고 있다. 셀렌도 평소처럼 가벼운 분위기로 건성건성 굴지는 않았다.

  셀렌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 목숨이 여럿이지는 않아. 아무데나 걸 정도로 가볍지도 않아. 자신을 탓하게 될 선택은 안 하는 게 나은 거야. ... 이쯤 말하면 무슨 뜻인지 알겠지? "

  " 셀렌 말대로 목숨은 여럿 있지도 가볍지도 않은 것이죠. 그런데 저 애가 찾아달라는 사람의 목숨도 그렇지 않아요? 정말 이대로 내버려 둘 셈이에요? " 차분하게 들린 셀렌의 말에 로즈도 조금 평정심을 찾고 얘기했다. 그러나 감정이 묻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의 원망이 새어나왔다.

  셀렌은 그 얘기를 다 듣고 나서는 눈을 감아버렸다. 빈 주점에 무거운 적막이 깔렸다. 이제 한숨마저 나오지 않게 된 셀렌은 몹시 무심하게 말했다. " 그렇게 되겠지. "

  그 말이 화근이 되어 로즈는 애써 낮추었던 언성을 다시 높여갔다. " 셀렌, 당신 그 정도로 정이 없는 사람이었나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실망했어요. 어떻게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저런 어린 여자애 부탁을 그런 식으로 내쳐요! 당신은 저 애나 그 언니가 정말 하나도 안타깝지 않은 거냐고요! "

  " 이름도 모르는 녀석 살리자고 너랑 네 목숨을 걸고 뛰라니. 난 싫어. 애초에 내 눈으로 보면 너도 저 애랑 다를 거 없는 어린애야. 널 데리고 그런 녀석을 쫓을 수는 없어. "

  둘의 의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서로의 감정이 다소 격해져가는 걸 알아도 두 사람 다 굽힐 생각은 없어 감정싸움으로 번진 것조차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성적으로 잘 설득해보려던 셀렌도 나중에는 로즈처럼 상대를 몰아붙이는 말을 뱉어버리고는 했다.

  " 경찰도 실마리를 못 잡는 사건에 네가 나선다고 뭐가 바뀔 것 같아? 너랑 난 일개 탐정이야! 네가 내 조수라고 자각하고 있다면 탐정으로서 내린 내 결정에 얌전히 따라, 로즈쿼츠! "

  소리친 뒤 셀렌은 눈을 돌려버렸다. 주점에 짧은 시간 무거운 적막이 깔렸다. 셀렌은 답이 들려오지 않자 두 사람이 싸우는 걸 불안스럽게 보던 소녀를 보며 " 미안하지만 그 일은 못 맡겠다. " 정도의 말로 소녀를 돌려보내 이 쓸데없는 싸움을 끝내버리고자 했다. 그때였다. 셀렌의 뺨에서부터 몹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주점을 채웠다. 짜악!

  턱이 살짝 돌아간 셀렌이 눈만 움직여서 로즈를 바라봤다. 손을 휘두르고 흥분 탓에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말을 꺼내야 한다고 생각을 했으나 무슨 말일지는 몰랐다.

  그리고 로즈는 이번에는 셀렌의 말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자리를 박찬 뒤 일어난 로즈는 다른 사람들 입에서 뭐라 말이 나오기도 전에 소녀의 손을 낚아챘다. 엄포를 놓았다. " 그렇게 무서우면 혼자 떨고나 있던가요. 셀렌 없이도 할 거에요. 전 애초에 그럴 수 있으니까. " 그리고는 다른 말을 꺼내거나 붙잡기도 전에 소녀와 함께 주점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셀렌은 마지막 한숨을 뱉으며 뺨을 만졌다.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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