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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현수지] 달이 참 예쁘네요 5앱에서 작성

공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4 2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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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과 달리 풀이 죽어 보이는 수지는 자그마치 5일이나 소현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만났을 때 좀 더 봐둘걸, 평일 하루 정돈 약속 잡아볼 걸 하고 후회하는 그녀는 소현과 나누었던 카톡 대화창을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약속을 잡아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그녀의 머리 속에는 자꾸만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순간의 착각으로 그녀와 관계가 틀어질 뻔했던 제 행동. 그것을 떠올릴 때면 수지는 자꾸만 작아지고 겁쟁이가 되었다. 그래서 평소 쉽게 보내는 '뭐해'라는 짧은 글자도 그녀는 차마 보내지 못했다.

'그보다 만나자고 할 명분 조차 없단 말이지.'

그때 텔레파시가 통하기라도 한 지 타이밍 좋게 소현의 문자가 왔다.

[수지야 혹시 내일 일 끝나고 바빠?]
[아니 전혀!!
하나도 안 바빠
왜??]
[그럼 내일 나랑 영화 볼래?]

갑자기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고 말하는 소현에게 수지는 뛸 듯이 기뻐하며 그녀와 곧장 약속을 잡기 시작했다. 언제 풀 죽은 사람이었냐는 듯 수지는 다시 기운을 차렸다.

***

"수지야,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왔어."

영화관에서 만난 두 사람. 소현보다 먼저 도착한 수지는 사실 30분 전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지의 퇴근 시간이나 준비하고 오는 시간을 고려해 넉넉하게 약속 시각을 잡았지만 그런 건 전혀 상관 없이 수지는 일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튕겨 나오듯이 체육관을 나섰기에 한참이나 일찍 도착하게 된 것이다.

반면 갑자기 눈이 내린 탓에 차가 막혀 약속 시각보다 일찍 오려던 소현은 오히려 빠듯할 정도로 약속 시각에 딱 맞춰 도착하게 되었다. 지각을 한 것은 아니나, 5분 전쯤 수지와의 연락에서 그녀가 벌써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 그녀는 수지가 더 오래 기다리지 않게 버스를 내린 것과 동시에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 탓에 제 머리나 어깨에 쌓인 눈을 알아차리지 못한 그녀의 몸을 수지가 털어주기 시작했다.

"아직 영화 시작하려면 시간 남아서 천천히 와도 괜찮았는데."

눈을 정면으로 맞아서 그런지 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춥지 않아? 묻는 수지에게 소현은 배시시 미소만 지었다. 그 미소가 "난 괜찮아."를 말하는 것 같았고 "너 기다리고 있었잖아."하고 자신이 뛰어온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수지 너 오늘은 머리 다 말리고 왔네."

소현의 시선이 수지의 머리칼에 닿았다. 보송보송한 머리칼을 보며 내심 오늘도 덜 말린 채로 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며 그녀는 안도하였다.

사실 수지는 오늘도 허겁지겁 준비하느라 머리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머리가 축축한 채로 사무실을 나서고, 체육관 복도에 설치된 거울을 본 그제야 머리가 덜 말린 것을 깨달은 수지는, 이래선 소현이 저번처럼 또 화를 낼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가 머리를 말렸다. 이 사실을 솔직히 전할 수 없는 수지는 그저 웃기만 했다.

자신을 보며 웃는 수지에게 소현도 웃음으로 답했다.

***

"영화 재밌었다, 그치?"
"응, 그러게."

영화가 끝나고 간단한 감상평을 주고받는 두 사람. 먹었던 팝콘과 음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실수로 음료를 제 손에 흘린 수지의 손이 끈적해져 버렸다. 그 탓에 수지는 잠시 손을 씻으러 갔고 소현은 근처에서 그녀를 기다리게 되었다. 손만 씻으러 간 덕에 금방 나온 수지는 소현의 앞에 웬 남성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좀 줄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마지막 대화만 겨우 들은 그녀였지만, 저건 누가 봐도 남성이 소현의 번호를 따는 현장임을 수지는 알 수 있었다. 소현의 단호한 거절에 다행히 쉽게 포기했는지 등을 돌리고 돌아가는 그의 모습을 수지는 째려보며 소현의 곁에 성큼 다가갔다.

"무슨 대화했어?"
"아무것도, 그냥 길 물어봤어."
"흐음."

그러나 소현이 그것을 숨긴 것에 수지는 괜히 기분이 언짢아졌다. 정확히는 소현에게가 아닌, 소현이 제게 거짓말을 하게 만든 남성에게서 불쾌감이 들었다.

"전소 우리 집 갈래?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수지가 말했다. 그녀가 소현을 제집에 초대한 것은 그녀와 헤어지기 싫은 것 뿐만은 아닌, 이런 식으로 소현을 제 곁에 두는 것으로 방금 전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본 남성에게 이기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소현은 수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우와, 수지 너 진짜 요리 잘한다. 나 평소보다 엄청 많이 먹은 거 같아."
"그럼. 내가 자취짬이 얼만데, 이 정돈 껌이지."

갑자기 초대한 것 치고는 수지는 꽤 호화로운 음식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냈고, 그것에 감탄하는 소현 덕에 그녀의 콧대는 한껏 올라갔다.

간단한 뒷정리와 함께 한참 수다를 떨고 나니 어둑해진 밖이 그만 헤어질 때라고 말하고 있었다.

"난 이제 슬슬 가야겠다."
"응... 정류장까지 데려다 줄게."
"아, 괜찮아. 너 피곤할 텐데."
"아니야, 어차피 나 내일 휴무라서 괜찮아."

겉옷을 걸쳐 입으며 외출 준비를 하는 수지에게 소현도 그만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밖을 나오자 아까보다 더 굵고 탐스러워 보이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와, 예쁘다."

어느 새 함박눈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소현. 펑펑 쏟아지는 눈 속에서 그녀의 모습이 겹치자, 차가운 눈들이 따뜻한 온기를 지니는 것 같았다.

"응... 예쁘다."

소현에게 매료되어 중얼거리는 수지는 마치 눈의 요정이라도 보고 있는 듯 했다. 수지의 시선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 한 소현은 걸을 때마다 뽀독뽀독 소리를 내는 눈길을 즐기며 신중하게 한걸음 한걸음 옮기고 있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 전광판에선 소현이 탈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를 띄고 있었다. 금방 헤어져야 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 수지는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제 눈에 담아두고자 하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수지가 저를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소현은 말 없이 미소만 그려주었다. 그 얼굴이 '할 말 있어?'를 묻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수지는 아까부터 계속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을 꺼내고야 말았다.

"있지, 전소. 아까 영화관에서... 그 남자 너 번호 따는 중... 이었지?"

모른 척, 없었던 일인 척 그렇게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스스로 못난 놈이라고 자책을 하기도 했지만, 시간을 되돌려도 분명 수지는 또 같을 것을 물어보았을 것이다.

"...응, 맞아."

몇시간이나 지난 일을 물어본 것에 당황한 듯한 소현이었으나, 그만큼 몇시간이나 지난 일을 물어볼 정도면 그녀 딴엔 중요한 일일까 싶어 소현은 결국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

소현의 대답을 들은 수지는 이번엔 다른 의문이 생겨났다.

"그럼, 왜 거절했어? 그 사람이 별로여서?"
"응?"

누군가를, 특히나 초면인 사람을 평가하는 소현이 아니기에 수지의 질문에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수지는 다른 이유가 있음을 곧 깨닫고, 이번엔 다른 질문을 했다.

"아니면 혹시...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질문을 던진 수지는 본인이 던져놓고 본인이 긴장하였다. 자꾸만 입술이 마르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소현의 눈치를 보았다.

방금 전의 질문은 수지에게선 이제껏 중에 가장 용기가 필요했던 질문이었다. 그러나 극심한 온도 차가 느껴질 만큼 소현은 제 질문이 아닌 다른 곳에 집중을 하는 듯했다. 먼 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수지가 따라보자, 그것은 마침 도착한 그녀가 타야 하는 버스였다.

하필이면, 아직 대답 못 들었는데. 다음 버스는 몇 분 후지? 소현이 이것을 탈까?

그녀가 수많은 생각을 하는 와중, 버스가 멈춘 것과 함께 소현이 그녀를 바라봤다. 언뜻 움직이는 입술이 제게 대답을 해줄 것 같아 그녀는 숨을 삼켰다. 

"글쎄에~"

그러나 그녀가 한 대답은 긍정도 부정도 아녔다. 웃고 있는 소현의 얼굴은 알아 맞춰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버스의 문이 열리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현이 탑승했다. 창문 너머로 작별의 인사를 나누자 버스가 출발했다.

홀로 정류장에 남은 수지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의자에 풀썩 주저 앉았다. 하늘을 바라보자 여전히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이 얼굴에 닿자 그녀의 체온에 금방 녹아 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물은 이상하게 뜨거웠다.

방금 전 소현의 의미심장한 대답, 수지는 그 대답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그녀가 짓던 얼굴은 저와 같은 사랑을 하는 얼굴이었으니까.

수지는 제 얼굴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물을 닦고자, 소매를 끌어내려 눈을 비볐다.

'이거면 돼. 난 이대로 친구 관계만 지키면 돼.'

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실연은 힘든 일이었다.

***

그날 밤 수지는 꿈을 꾸었다.

[일요일엔 보통 뭐해요?]
[요즘엔 별 거 없어요.]

'어라, 이게 뭐더라... 어디서 들어 본 거 같은데.'

[참 신기한 사람 같아요.]
[왜요?]

'아, 맞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전소랑 봤던 영화 대사였어. 이때 전소가 나한테... 나한테......'

[네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저런 사람이면 어떨 것 같아? 널 좋아하면... 어떨 것 같아? 그래도 괜찮아? ...기분나쁘지 않아?]

"허억...!"

번쩍 눈을 뜬 수지는 가위에라도 눌린 사람처럼 식은 땀을 한 가득 흘리고 있었다.

***




고구마 그만 넣고 싶은데 안 넣기엔 너어무 급전개고, 본편에서 소현이 수지 때문에 힘들었던 거 생각하면 또 그렇게가 안된다...
남수지는 좀 구르고 반성도 좀 해야 소현이 같은 여친 가질 수 있음 안되면 내가 그렇게 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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