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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하늘을 달리다

L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6 08:32:37
조회 164 추천 11 댓글 2
														

  사랑해. 서윤아.”


  금요일 하굣길의 폭탄선언이었다.


  친구가 아니라, 애인으로 사랑해. 진짜야. 이제야 얘기를 꺼내는 거지만, 정말로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혹시나 하는 마음도 다음 말로 모두 치워버렸다.


  그러니까 그만큼 앞으로도 사랑할 수 있어. 아니 그보다 더 사랑할 수 있어. 평생 너만 볼 수 있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걱정 안 해도 돼. 지금 대답 안 해도 돼. 그냥 내일 늘 모이던 공원에, 나오면 받아들이는 거로 알게. 기다리고 있을 거야. 11시야. 잊으면 안 돼?”


  내 말은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 달려가 버렸다. 둘이 남자마자 쏟아진 고백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옛날부터 그랬다. 따라잡기 힘들게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다녔으니까.


  얼른 뛰어! 늦으면 못 산다니까!”


  아파!”


  넌 어디든 날 못 데리고 다녀서 안달이었다. 레인지에 돌리는 핫도그 하나가 뭐가 그렇게 맛있다고 그렇게 팔렸는지. 너는 또 왜 안달이 나서 내 손목을 아프도록 잡고 뛰었는지.


  또 다 팔렸네.”


  못 사면 엄청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프다니까 진짜.”


  매일 뛰어다니는 너를 내가 따라잡을 수도 없으니 거의 그랬다.


  뛰어도 다 팔리는 데 걸으면 절대 못 산다니까.”


  내가 뛰어봐야 느려서 안 된다니까.”


  에이, 다음엔 되겠지. 이거 진짜로 맛있어. 너도 먹어보면 반할 거라니까?”


  살 거 없으면 얼른 나가! 자리 없어!”


  워낙 바글거려서 숨도 못 고르고 매점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그러면 네가 사 오…”


  막 돌렸을 때가 진짜 맛있다니까. 교실 안 그래도 멀어서 가면 다 식어.”


  너는 내 입술을 집으며 말했다.


  그새 쉬는 시간도 끝나가네. 얼른 가서 쉬자.”


  아니, 그러니…”


  왜 그렇게 손을 못 붙잡고 뛰어서 난리인지. 처음에는 멍도 들었었다. 그다음엔 잡는 힘이 약해지긴 했어도 아프긴 매한가지였다. 더 느려지니 결국 네가 낸 대책이라는 …….


  먼저 가서 데우고 있을 테니까 얼른 뛰어와야 돼? 진짜로 뜨거울 때 먹어야 되거든?”


  내ㄱ…”


  아예 말도 듣지 않고 뛰어갔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마라톤을 해야 했고. 심지어 내가 반쯤 뛰어갔을 때 네가 돌아와서 뜨거운 핫도그를 내 입에 꽂았으니까.


  , 맛있지?”


  뜨것!”


  워낙 뜨거워서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떨어트릴 뻔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쥐고 뛰어왔는지.


  맛은 있…”


  그치? 약간 매워서 느끼하지도 않고, 치즈도 많고 그래서 좋다니까.”


  너만 있으면 늘 머리가 지끈거렸다. 쉬려고만 하면 자꾸 어딜 끌고 가려 하고, 말은 제대로 듣기도 전에 자기 할 말을 쏟아버리고, 손목을 잡고 막 이리 저리 휘두르고……. 심지어는


  빨리 입고 가자니까!”


  내가 체육복을 갈아입는 것도 못 참아서 내 교복을 네가 벗기고 옷을 뒤집어씌웠으니까. 아니 그 짧은 시간에 자기 옷은 언제 다 갈아입고 나한테 그런 건지 참.


  나도 손…”


  가자!”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내 옷을 입히고 후다닥 뛰어가던 너였다. 끌려가는지 업혀 가는 지도 모르게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잠깐만 기다리면 될 것도 못 기다려서 그렇게 안달이었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고서 한 건 쉬는 시간부터 나랑만 짝지어서 배드민턴을 친 거였던가.


  좀 쉬자니까…….”


  미안, 미안. 생각보다 잘 치길래.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덕분에 쉬는 시간에는 옷도 못 갈아입고 엎어져 있었다. 좀 랠리라도 하면 뭐 나쁜가. 왜 꼭 진심으로 그렇게 여기 저기 쳐 대는지.


  그래도 무지 재밌지 않았…”


  너는 그러고도 체력이 남아서 쉬는 내 옆에서 계속 조잘거리기도 했으니까. 도대체 힘이 다 어디서 난 건지. 좀 자지도 못하게 말이야.


  어디가!”


  수학여행 때도 엄청 달라붙었다. 버스 타려고 한 줄로 서라니까 헤매기도 전에 날 잡아당겨서 뒤에 세우고.


  천천히 안쪽부터 채워 앉아라.”


  선생님이 그렇게 말을 해도 넌 칸을 비우고 나를 당겨 둘이 앉았으니까.


  좀 적당히 잡아당기라니까.”


  에이, 너 또 저기서 그냥 채워 앉으려고 했잖아. 어차피 쟤네도 알아서 다 채워 앉으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까.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


  도리어 자기가 삐진 것처럼 말하기도 했고.


  몰라, 나 잘 거니까 건드리지 마.”


  진짜 자게? 가면서 얘기라도 좀 하자. 기왕 옆에 앉았는데 자기만 하면 아무 의미 없잖아. 간식도 좀 먹고. 넌 뭐 좀 챙겼어? 난 이 가방이 다…”


  아침 일찍부터 깨운 게 너잖아…….”


  , 알았어.”


  도대체 늘 할 말이 뭐가 그렇게 많았는지. 그러면서도 내가 눈을 감으니 쥐 죽은 듯 조용해지기도 했고.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안 내는 게 웃겨서 피식 소리가 새어도 화 하나도 안 내고.


  잘 잤어?”


  ! 뭐야, 갑자기!”


  그래도, 눈 뜨자마자 얼굴이 큼직하게 시야를 가린 건 좀 놀랐다. 자고 있던 나를 그렇게 뚫어지라 보고 있던 걸까.


  네 친구.”


  아니, 그게 그런 얘기가……. .”


  물 마실래?”


  제안보다는, 반강요였다. 이미 생수병 입구는 내 입술에 닿아있었으니까. 늘 그랬다.


  내가 마실게.”


  진짜, 너 몇 시간이나 잤는지 알아?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 벌써 반 넘게 왔는데 한 번도 깨지도 않고. 내가 너를 왜 여기 앉혔는데.”


  잘 땐 조용하더니. 깨자마자 말을 쏟아붓는 게 너였다. 너다웠다.


  이거 줄 테니까 잠깐만 조용히 해 봐.”


  물을 마시다 체할 지경이었다. 사탕 하나로 입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와작 깨물어 먹는 탓에 길지는 않았다.


  그러면 이빨 상한대.”


  괜찮아. 튼튼해.”


  남은 한 시간은 네 웃는 얼굴을 보면서 깨어 있어야 했다. 어차피 한번 시작하면 너는 쉽게 멈추지를 않았으니까.


  숙소도 버스랑 똑같았다. 방 정할 때 그냥 막 끌어들인 거였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차피 너랑 제일 친한데. 늘 그랬다. 내가 뭘 하려고 하면, 아니 하지 않아도 넌 앞에서 나를 보챘다. 아무리 달려도 따라잡긴커녕 겨우 따라가는 정도였는데. 네가 자꾸 손목을 잡아채지 않았다면 그대로 드러누웠을지도 모른다.


  왔어?”


  평소에도 붕붕 뛰더니, 공원 앞의 너는 아주 날아갈 듯 들떠 있었다. 평소에 입던 교복도 아니고, 심지어 잘 안 입던 치마를,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이 추운 날씨에 겨우 스타킹이랑 코트 정도로 될 리도 없는데 너는 그러고 있었다. 뭘 입을까 고민하면서도 추위에 못 이겨 두껍고 긴 치마를 고른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얼른 가자.”


  어딜?”


  넌 대답도 않고 나를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 정신이 없었다. 평소에 놀던 것과 많이 다르지는 않았지만, 너무 달라졌었다. 네 고백을 받아버려서, 내 대답에 기뻐서. 평소에는 태연하던 얼굴이 붉었고, 나는 말이 더 없었고, 너는 두서마저 없이 말을 쏟아냈다.


  오늘 부모님 안 계시니까 괜찮을 거야.”


  심지어, 네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런 말까지 했으니까.


  어차피 친한 거 다 아시잖아.”


  그래도 이제 그냥 친한 게 아니잖아. 둘이 이렇게 됐고, 나중에 결혼이라도 하면근데 갑자기 엄마아빠한테 사귄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엄청 놀라실 텐데. 너도 알지만 나 거짓말 잘 못 하잖아? 근데 부모님이 분위기 뭐 이상하다느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나도 할 말이…”


  됐어, 알았으니까.”


  벌써 결혼이라니. 무슨 상상을 하다 거기까지 뻗어 나간 건지. 벌써 손자들이랑 놀고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저녁은 간단하게 라면이나 먹자. 나 진짜 잘 끓여.”


  확실히, 맛있는 라면이었다. 문제는


  잠깐! 잠깐만! 대체 뭐하…!”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는 거다. 게다가 눈을 떠 보니 혼자 알몸으로 축축한 침대에 누워있었고. 하루 사이에 뭐가 그리 익숙해졌는지, 너는 태연하게 같이 씻을까 물어보기까지...


  다음 순서는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두 신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축복해주시길 바라며…”


  그래도, 이미 여기까지 와 버렸다. 평생 뛰어가던가, 목줄을 확 매어 놓던가. 수를 내기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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