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용의 도서관_3-2

무나강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6 19:11:31
조회 92 추천 11 댓글 0
														


viewimage.php?id=21b4dc3fe3d72ea37c&no=24b0d769e1d32ca73cec82fa11d02831da48f5f7e7e334e6e7e5e9c8fbda62f23d4a0ad9a08d4902f50a84bc08942f6da11df05084d55b0ab90907a65f7e4cb1fa0bd3775c









# 도서관_옥상


"자, 아-"


"아-"


"어때 맛있어?"


엘리는 입안 가득 우물거리느라 대답을 못 했다.

조금 너무 많았으려나.


"...음, 맛있어.

그래도 혼자서 먹을 수 있다니까..."


"한 입만 더. 아-"


"아-..."


엘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시 입을 크게 벌려 숟가락 한가득 담긴 반찬을 받아들였다.

다람쥐처럼 볼이 빵빵해진 엘리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었고, 엘리도 나를 따라 수줍게 미소지었다.




그 사건 이후, 열흘 남짓 지났다.

'그 단서'를 찾았을 때처럼, 우리의 관계는 급변했다.

더 이상 도시락이 식는 일은 없었고, 하루 백 마디 아래로 대화하는 날이 없었다.

엘리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지지 않은 날이 없었다.


"옥상은 오랜만이네."


엘리는 내게서 숟가락을 뺐어 들고는 또 한 입, 도시락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오후 5시경의 하늘은 눈 부신 햇살을 사방에 퍼트렸고, 

옥상의 돌 벤치에 나란히 앉은 우리는 그 따사로운 주홍빛 천막을 그대로 덮어썼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려다가 강렬한 빛에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그렇네. 요즘은 계속 방안에만 있었으니까.

많이 더워?"


"설마. 이곳 날씨에는 이미 예전에 익숙해졌어.

그냥 밖에서 C의 도시락 먹는 건 참 오랜만이다 싶어서."


"이번 건 어때? 맛있어?"


"지금까지 먹은 것 중 제일 맛있는 거 같아.

자, K도 한 입."

 

"잠깐, 아-

음... 확실히, 네 말대로야."


엘리가 갑작스레 내게 음식을 한 움큼 떠먹여 줬다.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다.


난 입안 음식을 열심히 씹어 삼키고 이어 말했다.


"더운 날씨든 C의 도시락이든 지금 많이 즐겨둬.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못 만날 거니까."


"응?"


또 한 입 숟가락을 입에 담던 엘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같이 우리 집으로 가니까.

물론 내 고향도 더운 날씨는 있고 맛있는 음식도 있지만...

이곳 날씨나 C의 도시락만큼은 아니거든.


...설마 같이 가는 걸 잊은 건 아니지?"


"아, 아냐 기억해.

하지만 괜찮아? 나 데리고 가는 거..."


"걱정하지마. 잘 진행되고 있어.


사실... 조만간 발굴단에서 나오려고 해. "


"뭐?"


엘리가 놀라 물었고, 그 바람에 숟가락을 거의 떨어트릴 뻔했다.


"그냥 그렇게 그만둬도 돼?

하지만... 네 일이잖아... 커리어라던가 성과 같은 게 필요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괜찮을까?"


"괜찮아. 어차피 지금은 주방 외엔 맡은 일도 없고, 앞으로도 뭔가를 맡을 거 같지는 않아.

이런 상황에서 내가 빠져봤자 아무런 차질도 없을거고.


아무튼, 조만간 나 혼자 발굴단에서 빠져나와 먼저 돌아갈 텐데, 그때 같이 가면 될 거야.

공항까지의 이동, 비행기 시간 등 계획은 전부 짜 놨어.


다만 네 여권이 문제인데..."


"그거라면 괜찮아.

아직 유효한 여권이 있거든."


어느새 도시락을 싹싹 비운 엘리가 숟가락을 든 채 밝은 얼굴로 말했다.


"'아직 유효한'...?"


"아, 그게, 

이런 몸으로 오랫동안 온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니 여권 문제가 많았어.

그래서 자연스레 위조 여권을 찾게 됐고, 겨우 찾은 어떤 브로커를 통해 몇십 년간 사용할 여권들을 구해놨어.

대부분은 만료된 것들이지만...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여권이 하나 있어."


엘리는 숟가락과 도시락을 한쪽에 내려놓고는 즐겁다는 듯이 얘기를 계속했다.


"재밌는 건, 그 여권엔 '내 이름'이 적혀져 있다는 거야."


"...?"


"그러니까, 다른 여권은 다른 사람의 여권에 내 사진이랑 날짜만 위조한 것뿐이지만

이건 이름까지 위조돼있는 거라 만드는 데에 돈이 좀 들었어."


"왜 그것만 본명으로 한 거야?"


"이걸 사용할 때쯤이면 고향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고향 땅을 밟을 때는 내 진짜 신분으로 가고 싶었어...

...물론 지금은 그냥 옛날 이야기일 뿐이지만..."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얘기였는지 엘리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잠겼다.

방금까지 즐거워하던 표정은 어디 가고 눈동자는 마냥 아래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하얀 무릎 위에 살포시 올려진 엘리의 작은 두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말했다.


"엘리, 아직 고향에 가고 싶어?"


엘리는 말없이 내 손을 맞잡더니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운은 없었지만 차분하고 침착한 어조였다.


"아니, 괜찮아. 네가 날 데려가 준다고 했잖아.

네가 있는 곳이 내 고향인걸.

...그렇지?"


"...응. 맞아.

내가 네 고향이 되어줄게.

약속할게."


엘리의 손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

엘리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내 뺨에 백금빛 머리칼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엘리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목소리에서는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몇십 년간 찾았던 고향인데, 하루아침에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괜찮아. 엘리 말대로 내가 그녀의 새로운 고향이 돼주면 돼.


"...요즘 네 친구들, 발굴단은 어때?"


황금빛 햇살 속에서 반짝이던 침묵을 깨트리며 엘리가 물었다.


"응? 음, 특별한 건 없어. 평소랑 같아."


"그... 발굴단원들이랑은 잘 지내?"


"뭐... 그렇지.

요즘 유독 자주 일을 빠지긴 했지만 C 혼자서도 잘하고 있고

다른 팀원들과도 사이 괜찮아. 저번엔 같이 조촐하게 회식도 했구.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아, 아니... 그냥 궁금해서..."


"정말? 아닌 거 같은데...

진짜로 묻고 싶은 게 뭐야?"


내가 장난스레 웃으며 묻자, 엘리는 무척이나 어려워하면서 입을 열었다.


"...저번에 그날 이후에 무슨 일 없었나 싶어서..."


"저번? 아..."


확실히. 엘리가 현장 한복판에서 들켰던 사건은 어느 정도 소문이 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으로만 떠돌 뿐, 이상하게도 공식적인 얘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교수의 귀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그렇길 바랄 뿐이다.


"K?"


"응? 아, 응. 그 일 말이지.

아니 별 얘기는 없었어."


"정말?"


"뭐, 뜬 소문 정도는 있었지만...

발굴 현장이 워낙 바쁜 탓에 공론화되지는 않은 것 같아.

걱정하지 마. 무슨 일 생기면 내가 바로 알려줄 테니까."


"응... 고마워. K."


엘리는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작은 입가에 부드럽고도 소박한 미소가 번져갔고

그 입술은 어느새 찾아온 붉은 노을의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노을?


잠깐, 지금 몇 시지?


나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19시 10분.

지금부터 돌아가도 주방 일엔 지각이다.


"돌아가는 거야?"


"응 그래야 할 거 같아.

도시락은 내일..."


빈 도시락통을 챙기며 다급히 일어나는데 뭔가가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엘리가 말없이 내 옷깃을 잡고 있었다.


"저... 엘리?"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될까?"


엘리가 애틋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아.

그런 눈으로 볼 때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바쁜 건 알지만 그래도-"


"응, 같이 있을게."


"정말?"


내 한 마디에 엘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녀가 솔직해지면 솔직해질수록 내 자제력도 점점 무너져갔다.


"응. 나도 그러고 싶어."


나는 그렇게 웃으며 다시 엘리의 옆에 앉았다.

조금 전보다 훨씬 가깝게, 서로의 살갗이 닿을 정도로.


광활한 사막이 이제 곧 내려앉을 밤을 기다리며 당장이라도 검푸른 색으로 얼어붙으려 했지만

맞닿은 두 어깨는 아랑곳 않고 저녁놀의 붉은 빛 아래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엘리와의 밀회를 끝내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10시가 되기 조금 전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시간 때면 다들 숙소에서 쉬거나 이른 잠을 청하고 있었을 텐데,

요즘은 발굴에 진척이 생긴 것인지 몇몇 팀들은 조명까지 설치해가며 아직까지 발굴을 진행하고 있었다.


협곡의 입구에서 숙소까지 오는, 그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길 동안 

나와 마주친 팀원들 몇몇이 나를 무심하게 흘겨봤다.


그들과는 더 이상 인사도 나누지 않는다.

그 사건 이후로 난 뭔가 수상한 일탈자라는, 소문의 가장 안 좋은 역할에 배정됐고, 

나의 적극적인 방종은 그런 편견을 한없이 굳혀갔다.


"저, 실례하겠습니다."


숙소 문 앞에서 웃으며 잡담을 하던 두 팀원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자, 

그들은 정색한 채 나를 한 번 힐끗 보고는 다시 잡담하며 자리를 비켰다.

나는 차갑게 식은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이제 나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발굴팀에도 속하지 않으니, 그럴 일도 없었고 그러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사실상 동료라는 것이 없었고, 그렇기에 간간이 있는 조촐한 팀 회식에도 초대받은 적이 없다.


물론, 몇 없는 주방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을 빼먹었던 터라 오히려 그들과의 관계가 가장 험악했다.

다만... C를 제외하고 말이다..

C는 여전히 내게 상냥하게 대해줬다.


"언니."


방문을 열자, 내 침대 위에서 다소곳이 앉아있던 C가 내 쪽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목소리는 침착하다 못해 약간 침울한 느낌이었다.


"아, C."


C는 평범한 듯이 말을 걸었지만, 그 표정은 상당히 지쳐 보였다.

눈가에는 옅은 다크써클이 생기려 하고 있었고 머리는 푸석푸석하게 헝클어져 있었다.

하얗고 여린 팔에는 고무장갑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지만,

동시에 손가락 마디마디에 습진이 터 있는 것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늦게 오셨네요.

아직 저녁 안 드셨죠? 식당에 언니 몫 남겨뒀으니까. 드세요.

...드시고 싶으시면요."


사실, 내 초라한 평판이 바닥 밑으로 추락하는 데에는 C의 존재가 가장 컸다.

언젠가 의도치 않게 엿듣기를, '버려진 조강지처'라고 하더라.

당연한 얘기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도, 그럴 수밖에 없다.


"C... 오늘도 빠져서 미안해...

꼭 오려고 했는데..."


나는 죄지은 강아지처럼 어깨를 떨어트리고 힘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으응, 괜찮아요. 원래는 언니 일도 아닌걸요.

그리고 오늘은 일도 별로 없었어요."


C는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에선 피곤이 깊게 깔려있었다.

혹시라도 C의 기분을 돋울 수는 있을까 싶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아, 그렇지. 오랜만에 같이 샤워할까?

최근 전혀 못 했으니까.

이번엔 내가..."


"저, 감사하지만...

전 이미 씻었기도 하고...

아, 지금 생각났는데 교수님이 언니 부르셨었어요."


"교수님이?"


"네, 9시쯤에.

미안해요. 이걸 먼저 말씀드려야 했었는데..."


"아, 아냐. C가 미안해할 건 전혀 없어.

내가 늦게 온 탓인걸..."


무릎 위에 얹어진 내 양손은 어느새 불안한 듯이 서로의 손가락을 만지작대고 있었고

눈앞에는 온갖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교수님이...

저... 혹시, 무슨 얘기 하시려는지 들었어?"


"아... 아뇨.

여쭤볼 걸 그랬네요. 미안해요."


"아냐, 아냐. C가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다니까."


나는 조금 당황해하며 일어났다.


"아무튼 그럼...

음... 가볼게..."


"네. 다녀오세요."


C의 목소리는 끝까지 잠겨있었다.

나는 누구를 걱정해야 할지 모른 채로, 등을 돌려 방을 나섰다.






# 숙소_교수의 집무실


똑똑


"들어오게."


두어 번의 노크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나?

그래, 거기에 앉게"


교수는 커다란 갈색 책상 앞에 앉아 서류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말했다.

등 뒤에는 칙칙한 색깔의 두꺼운 책들이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었고, 

왼쪽 벽에는 황무지의 지도와 그 위에 덕지덕지 붙은 낡은 포스트잇들이, 

오른쪽 벽에는 육중한 적갈색 옷장과 짙은 녹색의 긴 직사각형 모양을 띤 미니 골프대가 있었다. 

최근부터 밤마다 들리던 따악따악 소리의 정체를 알게 됐다.


나는 작은 티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는데

그 의자는 교수의 의자보다 훨씬 낮아서 나는 자연스레 교수를 올려다보게 되었다.


"예 교수님... 무슨 일이신지..."


교수의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은 이걸로 다섯 번째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이 간이숙소에 어떻게 이렇게 어엿한 가구와 책들을 들여온 건지. 바로 지금 대학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교수는 조용하지도 크지도 않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늦은 시간에 불러내서 미안하네. 바빴나?" 


"아닙니다.

늦게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네. 그래, 자네가 주방에 배치된 지 얼마나 지났지?"


교수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가는 화법을 구사했는데

이런 기습하는 식의 대화는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화법보다는 예상되는 내용이 날 강하게 짓눌렀다.

그동안의 땡땡이를 생각하면 징계 정도는 가벼울 것이다.


"그... 11주 정도 됐습니다." 


"충분히 오래됐군. 

이제 슬슬 발굴팀으로 돌아올 때도 되지 않았나?"


예상치 못한 전개.


"네? 아, 그... 

아직... 팀에서 성과라 할 만한 것은 못 낸 걸로 알고 있는데... 

아, 대학에서 지원을 해주기로 했나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역시 한 사람을 장기간 배제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교대제로 하려 하네. 

자네도 돌아오는 게 좋지 않나?"


교수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쳐다봤고

그 시선 때문인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제안 때문인지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워하며 횡설수설했다.


"하... 하지만... 주방 일이란 건 익숙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고, C도 제가 더 편하다고 할 거고... 

그리고 발굴도 저보다는 다른 분이 더-"


"그 소녀 때문인가?"


순식간에 뒤바뀐 목소리가 내 말을 끊었다.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목덜미에 차가운 소름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나?

유적지 한복판에서 자네랑 관련된 외부인이 모두에게 목격된 지 열흘,

난 자네가 직접 와서 설명하기를 기다렸는데...

지금 반응으로 보니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나 보군."


"교, 교수님 그 소녀는 이 근방에 사는 주민일 뿐입니다.

산책을 다니다가 친해졌는데 제가 경솔하게 발굴 얘기를 해서... "


당혹감을 숨기지도 못하고 말을 더듬으면서까지 한 말은 내가 들어도 허황된 거짓말이었다. 

이 근방에는 민가조차 없는 데다가 땅 파는 게 취미인 소녀라니. 

하지만 이때는 이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그 구덩이는 그냥 우리를 따라 하며 판 것뿐이고?"


"네, 그렇습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나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그 탓에 제대로 보지는 못했는데, 교수가 책상 서랍에서 무슨 육면체를 꺼냈다.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 소녀는 미치도록 운이 좋은가 보군."


"네?"


무슨 말인가 싶어 숙이던 고개를 들어보니,

교수의 고급스러운 책상 위에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된 밀폐 상자가 올려져 있었고

그 투명한 상자 안에는 낡은 두루마리가 은근한 황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두루마리였다.


군데군데 해졌지만 아직 온전한 금박 글자가 남아있고

그 글자가 며칠 전까지 밥 먹듯이 봤던 그 글자와 언어였고

제목으로 보이는 단어의 의미가 '민족의 역사 : 고향'이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그저 평범한 두루마리였다.


"이 유물은, 그 소녀가 한창 파던 구덩이를 우리 단원들이 더 파고 내려가서 발견한 것이네. 

사실 처음엔 뭔갈 묻기 위해 구덩이를 판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우리가 발굴해낸 건, 간단하게 검사해봐도 몇 천년 전에 파묻힌, 아주 상태가 좋은 이 두루마리였네."


혈관이 수축했고

동공이 확장됐다.

가벼운 전기가 온몸을 지나가는 듯했고

머릿속은 순간적인 공백으로 가득 찼다.

방 안의 모든 공기가 정지했다.


"자네가 왜 거짓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유물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겠지. 

이 유적지에서 처음 발견한 물건일뿐더러, 나조차 처음 보는 문자로 적혀져 있었으니 말이야.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내가 정말로 신경 쓰는 건, 이 유물이 아니라 그 소녀야.

만약, 아니 절대로, 그 소녀는 알고 구덩이를 팠을 테니, 이 문자를 해독할 수 있을 것이고

그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까지 알고 있겠지."


교수는 말을 잠깐 멈추고는 그의 커다란 두 손으로 깍지를 끼며 상체를 내 쪽으로 기울였다.

그의 부릅뜬 두 눈은 그 육중한 책상을 넘어올 듯했고,

초라한 의자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나를 압도하듯이 내려다봤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나를 그 소녀와 만나게 해주게. 

혹시라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거나 그 정도로 친하지 않다는 거짓말을 할 생각은 말게.

내 손녀에게 모든 일을 떠넘기면서까지 밤낮으로 찾아갈 정도라면 그만한 친분이 있겠지.


걱정 말게. 책망하는 건 아냐. 

분명, 자네의 행동은 더 알게 된다 해도 나아질 것 없을 것이고 또 어떻게 봐도 문제지만,

적어도 결과는 성공적이지 않은가? 

이 일이 잘만 된다면 오히려 자네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걸세. 


...조교, 괜찮나? 손을 떨고 있는데?"


또다시, 그는 또다시 엘리를 위협하려 한다. 

내가 그녀를 지켜야 하는데... 오히려 나 때문에 엘리가 잡힐 상황에 놓였다. 

이제야... 이제야 겨우 엘리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게 됐는데.


교수는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자세를 편안하게 고친 후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조교... 자네와 그 소녀가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고 그 소녀가 누구인지도 전혀 모르겠지만... 

알다시피 우리는 고고학자야. 공무원도 강도도 아니란 말이네. 그녀를 잡아먹지는 않을 거야. 


그냥, 정보만 얻으면 그걸로 끝이야. 

그럼 자네는 그동안의 징계감을 모두 벗어던지고 경력을 얻을 수 있고, 

어쩌면 그 소녀에게 우리가 뭔가 도움을 줄 수도 있어."


나는 눈에 띄게 떨리는 오른손을, 그보다는 덜 떨리는 왼손으로 붙잡으며 최대한 침착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뭐라 대답을 하려고 했으나 말이 나오기는커녕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나는 두려웠었다.


한동안 답답한 침묵이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멈춰버린 공기를 움직이기라도 하려는 듯,

교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알았네. 적어도 생각은 해보게. 

알겠지만 자네는 이미 문제를 많이 일으켰고, 또 발굴단에서 협곡으로 탐사대를 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이건 그냥 자네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하는 일이라는 점을, 그러니까 배려라는 걸 기억해주길 바래. 


그럼 나중에 또 얘기하도록 하지. 

피곤할 텐데 나가보게."


교수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배려'는 사실상 협박이었지만 어쨌거나 날 해방시켜주었고

나는 여전히 입을 열지도 못한 채로 목례를 하고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교수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나와서 문을 닫는 동안에도 온몸은 계속 떨렸고 

그보다 더 심하게 후들거리는 다리는 몇 발자국 걷지도 못하고 복도 한가운데에서 주저앉았다.

팔에 겨우 힘을 줘 땅을 짚은 채 간신히 몸을 지탱했지만

고개는 힘없어 떨어져 차가운 바닥에 처박혔다.


시간이 없다.


얼마 안 있으면 그 신성한 도서관은 먼지투성이 고고학자들로 가득 찰 것이다.

그들의 손 아래에서 모든 유물은 완벽하게 관리된 채 낱낱이 파헤쳐지겠지.

용의 민족도, 그들의 역사도, 그들의 고향도 

그리고 엘리 조차도.


엘리도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안 된다.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


떨리던 손은 어느새 힘으로 가득 찼다.

부서질 듯이, 주먹을 쥐었다.


엘리. 엘리에게 가야 한다.

지금 당장.






#


내가 몰래 숙소를 나섰을 때, 사막의 밤은 푸른 빛이 조금 섞인 검정 얼음이었다.

발굴팀은 모두 철수를 했는지 눈에 보이는 빛이라곤 하늘 저편에서 밤을 지새우는 보름달뿐이었고시간마저 서리가 낀 듯, 사방이 공허했다.


숙소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졌을 때, 더 이상 조용히 움직일 필요가 없어 뛰기 시작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얼음 알갱이 같은 모래가 밟혔고 어떤 건 부츠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끝날 즈음에 나는 협곡 속으로 들어왔다.



협곡은 깊었고 하늘은 멀었기에

보름달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졌고

나는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가 달빛으로 나오기를 반복했다.


두 다리가 끊임없이 서로 교차하며 밤 중의 차가운 공기를 가로질렀고

헉헉대는 숨소리가 좁다란 어둠을 가득 채우는 모든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


교수의 집무실에 그 두루마리가 있다.


C에게 부탁하면, 아니 여차하면 내가 직접 가서 훔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엘리는 고향으로 갈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게 정말 엘리에게 좋은 걸까?

정말로 엘리가 그걸 원할까? 정말로 엘리에게 그게 필요할까?

이미 엘리가 포기한 것인데, 그걸 가져다주는 게 잘하는 일일까?


아니, 그걸 판단하는 건 엘리다. 내가 결정할 권한은 없다.

엘리가 몇십 년간 찾아다닌 것인데 이 열흘 남짓 동안 마음에서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두루마리가 진짜일까?

거기서 가리키는 곳이 두 번째 고향일 수도 있고, 설령 진짜 고향이라고 하더라도 

그곳에 엘리의 민족과 부모님이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혹시 엘리에게 또 다른 허황된 희망과 절망 그리고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정황과 시대상으로 보면 거의 확실하다.

설령 아무도 없다고 하더라도, 엘리의 뿌리를 증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엘리에게 필요한 게 고향일까? 엘리도 말했잖아, 내가-


그 순간 돌부리에 걸려, 달빛 한가운데로 넘어졌다.

모래와 흙먼지가 온몸에 묻었고 옷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팔꿈치가 까진 듯했다.

쓰라렸다.


나는 문득 뒤를 돌아봤다.

발자국이 거뭇한 그림자와 은색 달빛 위를 번갈아 가며 어지럽게 찍혀있었다.

마치 두 사람의 것 같은, 아니 그보다는 광인이 남긴 흔적인듯했다.


나는 그 잠깐동안 나의 발자국을 응시하다가,

다시 앞을 보고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일어났다.

작업복에 묻은 그림자와 달빛을 무심하게 툭툭 털어낸 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협곡을 빠져나왔고, 검푸른 빛의 초목 사이에서 도서관의 검정 실루엣과 마주쳤다.

언제봐도 압도되는 규모지만 빛 하나 없는 밤에 볼 때면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 육중한 건축물의 밑동 한쪽에서, 아주 작은 불빛이 노랗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직 엘리가 깨어 있는 건지, 굳게 닫힌 나무 창문 사이로 엘리의 방으로부터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온 것이다.

평소에도 늦게까지 연구를 했던 만큼 자는 시간이 많이 늦는 걸까.

지금은 뭘 하느라 깨어 있는 걸까.


나는 나도 모르게 살금살금 도서관으로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경첩이 끼익 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크지는 않았다.


문의 틈으로 보이는 엘리는, 

그저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정자세로, 미동도 없이, 그저 앉아서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무언가를 하다가 멍 때리나 싶었지만 애초에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엘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 얼굴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무표정이었고

그 어떤 흔적도 감정도 묻지 않았다.

마치 시간은 정지한 듯했고 공간은 죽어버린 듯 했다.


"엘리?"


내가 조용히 부르자, 엘리는 빠르게 뒤돌아봤다.


"K!"


엘리가 나를 보자,

방금까지의 무표정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듯이 사라졌고

반가움으로 들썩이는 어깨와 밝은 미소로 가득 찬 표정이 나를 반겼다.

그제야 정지된 시간은 다시 흘러갔고 죽었던 공간은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리가 의자에서 힘차게 일어났다.


"K! 이 시간에 웬일이야?

날 보러 온 거야?"


엘리는 평범하게 얘기했다.

무언가를 들킨 사람 같지도 않았다.

그냥 그게 정말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이라는 듯이.


"아, 혹시 자고 가려고?

이불은 저번에 네가 가져다준 것 하나밖에 없는데

괜찮다면 같이-"


"엘리, 지금 당장 짐을 싸.

얼마 안 있으면 사람들이 들이닥칠 거야."


갑작스레 말을 끊겼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 무거운 목소리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문장의 내용 때문인지,

엘리가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고 되물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디로 가는 건데?"


"우리 집."


나는 엘리의 가녀린 두 팔뚝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걱정 마. 내가 널 지켜줄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우리 둘의 사이와 주변과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밤은 이제 깊어지기 시작했다.



자, 끝이 가깝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1

고정닉 7

1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스타보다 주목 받는 것 같은 반려동물은? 운영자 25/10/20 - -
- AD 은퇴한 걸그룹 출신 엑셀방송 출연 후 수익 공개 운영자 25/10/24 - -
- AD 월동준비! 방한용품 SALE 운영자 25/10/23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51229 100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0949 120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0]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200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6779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3336 39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581 68
1331450 공지 공지 [3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9136 53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6552 10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4961 6
1817678 💡창작 방송하면서 그린 그림 사이다중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42 22 0
1817677 일반 하.. 백봉!!!! [1] 아다시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42 14 1
1817676 일반 예전엔 연애가 인생 낭비라 생각했었는데 [1] ㅇㅇ(1.221) 16:38 40 0
1817675 일반 에마히로는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36 31 0
1817674 일반 흑발 적안 레즈 << 특징이 뭐임? [2] ㅇㅇ(122.42) 16:33 45 1
1817673 일반 레나코는 똥차인가 ㅇㅇ(121.162) 16:28 37 1
1817672 일반 마녀재판스포) 키스해줘, 부드럽게 다정하게 잔혹하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28 45 2
1817671 일반 카호짤 왜짤려? [6] 퇴근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26 57 1
1817670 일반 마재스포) 작가가 개고수 백잘알이네 [3] 룩루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26 70 0
1817669 일반 오늘밤부터 개추워진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24 62 4
1817668 일반 상처받아도 만약 다시 상처 입혔다고 해도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21 44 0
1817667 일반 마재스포) ? 이모티콘 너무 귀여움ㅋㅋ [6] 룩루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8 93 1
1817666 일반 고! 고! 카스밍 이츠닷테 쇼타임! [4] μ’s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3 70 0
1817665 일반 와타나레 단체일러 나올려나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3 65 0
1817664 일반 섹스안했잖아 왜짤러~ [2] 소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3 77 0
1817661 일반 “빵셔틀 시키니까 제빵 시작한 빵집 딸 음침이” 특징이 뭐임? [2] ㅇㅇ(175.122) 16:08 43 0
1817660 일반 와타나레에서 르네여왕님이 제일 힘들어보임ㅠㅠ [6] 아삭AS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6 89 0
1817659 일반 론리걸 봐야겠다 [1] 치요치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 55 0
1817658 일반 왤케 마이사츠같지... [7] 0000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0 90 0
1817657 일반 니지동 커플링은 공식이 이미 고정해줬는데? [4] 소리야겟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9 79 0
1817656 일반 마마마 tva 다 봤는데 바로 극장판 보면 됨?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7 69 0
1817655 일반 엄마가 미코 목소리 시끄럽다고 끄래....... [5] ㅇㅇ(219.254) 15:56 113 0
1817654 일반 음주앤솔 작가진 맛있겠네 [1] Yur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5 68 0
1817653 일반 "자꾸 어깨랑 목에 모기물리는 음침이" 특징이 뭐임? [3] ㅇㅇ(182.218) 15:52 46 0
1817652 일반 백붕쟝한테 추근대고 싶다 [3] ㅇㅇ(14.56) 15:50 65 0
1817650 일반 이게 닞동 커플링 총집편임 [6]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9 73 0
1817649 일반 중국어 고인물 찾습니다(해줘) [14] 소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9 122 1
1817648 일반 젠장, 백붕! 이 립스틱 지운 마이는 뭐냐! [7] FelisKat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49 88 0
1817646 일반 “빵셔틀 시키니까 성심당 간 음침이” 특징이 뭐임? [4] ㅇㅇ(175.122) 15:35 104 0
1817645 일반 오늘부터 마이사츠 지지하기로 했어 [8] 문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5 99 0
1817644 일반 ㄱㅇㅂ) 단백질 음료수 개맛없어 [4] 비파여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1 94 0
1817643 일반 ㄱㅇㅂ)오늘 한화 번역 안 올라올 것 같군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30 92 0
1817642 일반 니지동에서 제일 맛있는건 시오뽀무임 [5] plyf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24 75 0
1817641 일반 1기 본 백붕이가 정리해주는 니지동 커플링 [14] 마찰열을이용한빙하녹이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3 119 0
1817640 일반 이거 번역있음? [6] 소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2 172 0
1817639 일반 면참기 0일차 ʕ ×ᴥ×ʔ [5] 퇴근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66 0
1817638 일반 카 호 [1] 만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 71 0
1817637 🖼️짤 점점 친해지는 레나카호 [3] 두라두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 115 0
1817636 일반 일본여행왔는데 ㅇㅇ(61.123) 15:04 83 0
1817635 일반 얼클메 소설판은 작가가 진짜 연재 안하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3 102 0
1817634 일반 마재)2차창작을 볼때마다 약간머리에혼란이오네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2 11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