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냄새야?"

유신이 코를 킁킁거리면서 레이가 있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그러다 몸 상해."

"나 주려고 끓인 거야?"

레이는 북어와 콩나물을 넣고 해장국을 끓이고 있었다. 마지막에 계란을 풀었다.

유신은 냉장고를 열고 어제 레이와 장보면서 산 몇 가지 반찬을 꺼냈다. 그리고 보온상태 중인 밥을 퍼서 식탁을 차렸다.

"레이, 나 눈물 나오려고 해."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레이가 보니 진짜 유신의 눈에서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국 하나 끓인 건데 너무 감동하네. 밥이야 밥솥이 했고."

유신은 밥을 한 공기 다 먹더니 일어나서 밥솥을 열고 밥을 더 담아 왔다.

"밥이 적었어? 국도 더 줘?"

"응."

"참 신기한 일이야. 많이 먹는데 다 어디로 가는 거지?"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라고 하던데?"

"어렸을 때도 많이 먹었어? 그랬으니 키가 큰 거겠지?"

"그 땐..."

유신이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고개를 숙이고 다시 밥을 먹었다.

"맛있게 잘 먹었어. 설거지는 내가 할게."

유신이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유신이 설거지하는 동안 레이는 소파에 앉아 TV 를 켰다.

"밥도 먹었고 설거지도 했고 이제 뭐하지?"

유신이 기지개를 켜며 다가와 앉았다. 레이를 빤히 쳐다보는데도 레이가 반응하지 않자 레이의 허벅지에 손을 얹더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도 레이가 반응하지 않자 가슴으로 손을 옮겼다. 그제서야 레이가 큭큭 거리더니 유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꾸 만질래? 드라마에 집중을 못 하겠잖아."

"내가 드라마만도 못해?"

"요즘 최고 인기 있는 드라마야. 난 일하느라 본방을 못 보니 재방이라도 봐야지."

유신이 입을 삐죽거리더니 레이가 보는 드라마를 같이 봤다.

"어, 내가 아는 사람이 나오네?

"누구?"

"여주. 전에 사진 찍어 준 적 있어. 이름이 뭐더라..."

"연채린?"

"맞다. 연채린. 드라마 떴나 보네."

"이 드라마 요즘 인기 엄청 많아. 그래서 광고도 많이 찍어."

"그래? 잘됐네."

드라마가 끝나자 이번엔 레이가 유신을 빤히 쳐다봤다. 유신은 드라마에 몰입했는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와... 대박. 연기 잘해. 연채린 인기 많을 만해."

레이보다 유신이 더 재밌게 본 모양이다.

"넌 눈물이 많구나."

"감정이입을 잘해서 그래. 주인공이 울면 같이 울어. 근데 이 드라마 진짜 재밌네. 이전 것도 봐야 겠어."

"그건 나중에 봐."

레이가 일어나려는 유신의 손을 잡아 다시 소파에 앉혔다. 유신의 허벅지 위로 타고 올라가 유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레이가 위에서 내려다 보며 눈을 맞추자 유신의 심장이 빨리 뛰고 동공이 풀리기 시작했다.

"레이..."

유신이 레이를 올려다 봤다.

"나보다 드라마가 더 좋아?"

"레이... 갑자기 이러면 내 심장이 힘들어..."

레이가 그대로 몸을 숙이더니 유신에게 키스하고 유신은 눈을 감은 채 레이의 키스를 받았다.

한차례 사랑이 끝나고 레이가 유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머리 쓰다듬어 주면 좋다고 했지?"

"응. 기억나? 예전에 레이 집에서 처음 키스했을 때. 그 때도 레이가 머리 쓰다듬어 줬잖아."

"그건 첫키스라고 할 수 없어. 네가 술 마시고 억지로 했잖아."

"억지로 한 건 미안해. 근데 술김에 그런 건 아냐. 너한테 많이 끌렸어.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앨리나 주영이한테는 끌린 적 없어. 걔들은 그냥 친구니까. 그러면 우리 첫키스가 언제야?

"뮤지컬 본 날 차 안에서."

"맞다. 뮤지컬 보는 내내 너하고 키스하고 싶었어. 그 때 생각하니 또 설렌다."

유신이 웃자 레이도 따라 웃었다.

"너 웃을 때 진짜 예쁜 거 알아? 처음 플레저 온 날도 이렇게 웃었어. 혹시 그 때 반했던 걸까?"

"그래? 내 웃음이 너한테는 그렇게 예뻤구나.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랬는데."

"누구 말하는 거야?"

유신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너 계속 궁금해 했지? 내가 어렸을 때 어땠는지."

"...응.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해. 사진 있으면 보고 싶어. "

"알았어. 보여 줄게."

유신이 일어나 작은방으로 가더니 사진 몇 장을 들고 나왔다. 아주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역시 귀여워. 근데 이게 다야? 더 없어?"

"레이."

"응?"

"내 가족에 대해 알고 싶은 거잖아. 언젠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어. 레이는 돌아가신 부모님 보고 싶을 때 있어?"

"많아.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날 특히 더 생각나."

"너 혹시... 내가 너에게 가족 보여주지 않으면 서운해 할 거야?"

"널 이렇게 잘 만들어 주신 분들이잖아. 보고 싶어."

그 말에 유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괴롭힘 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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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채린은 6화에 나옴

그럼 편안한 밤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