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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란모카] 전할 수 없던 한 마디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6 23:38:44
조회 464 추천 14 댓글 3
														

"란 짱~?"


눈을 뜨자, 평소 보던 흰 머리카락이 시야를 덮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뿌얘지기 시작하더니 눈에서 뜨거운것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갑자기 울어서일까, 눈 앞의 소녀, 모카가 당황한 듯 당황한 티를 내더니 이내 소매로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어째서 갑자기 눈물이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카가 눈 앞에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해서 그 자리에서 모카를 꼭 껴안아주었다.


"모카..."


"맞아~방금 이야기한 모카 짱이랍니다~"


방금 이야기 한대로? 모카의 말에 잠깐 제정신이 돌아온 내가, 눈물을 슬쩍 닦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옆에 서계신 아버지, 나와 모카를 둘러싸고있는 히마리, 토모에, 츠구미 세 소꿉친구들. 하나 다른점이 있다면 어린 시절의 모습이였다.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 하나도 다를게 없는,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의 친구들이 서있었다.


자각하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도 그럴만도 했다, 상황을 따라잡을 수 친구들의 입장에서 보기엔, 나는 만나서 자기소개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모카를 다시 만났다, 모카와 다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거면 충분했기에 조금 이상한 아이 취급받는건 감내하기로 했다.


"우리 란이 처음 친구를 사귄거에 감격하는 모양이구나."


내 울음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신건지, 아버지는 그런 식으로 말씀하셨지만 아니였다. 이 울음은 그런 의미가 아니였다, 처음 친구를 사귀어서 흘리는 그런 어설픈 눈물이 아니였던 것이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내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졌기에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나는, 모카를 눈 앞에서 잃었었다.


꼭 지금으로부터 십 년 후의 일이였다.


*


그 날은 모카랑 싸웠다.


뭐 때문에 싸웠을까,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날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날 중 하나였으니까. 평소처럼 우리 집에서 둘이 같이 아침을 먹고, 둘이 같이 손을 잡고 나란히 등교를 하는-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상이였으니까.


그 평번한 일상이 피로 얼룩지기 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화 내용은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정말로, 정말로 사소한 말다툼이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평소처럼 나는 살짝 삐져있고, 모카는 내 팔에 달라붙어서 뺨을 콕콕 찌르면서 그런 나를 달래주고, 학교에 갈 때 즈음이면 서로 싹 풀려서 다시 웃으며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었어야 했다. 분명히 그랬어야 했다.


"라안~이제 화 풀렸어~?"


이제 슬슬 풀렸어, 웃으면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시 모카와 화해하려고 했다. 웃으면서 모카 쪽으로 고개를 돌린 다음 순간, 내 표정에서 웃음기가 싹 빠졌다. 피해 모카, 입 밖으로 외치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서, 불빛은 우리 눈 앞에 있었다. 결국 최소한의 방어로 모카를 지키기 위해서 그녀를 품에 꼬옥 껴안았다.


트럭이였다.


갈 곳을 잃은 트럭이 나와 모카를 거칠게 덮친 것이다.


몽롱한 의식속에서 간신히 손을 뻗었다. 피투성이로 점칠된 시야 너머에서 모카의 희고 고운 손만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 손을 쭉 뻗어서 모카의 손을 꼭 잡아주려 했건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입술이 열리지 않았다,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사과해야 하는데.


방금 전 평소처럼 퉁명스럽게 대한거,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런걸 주마등이라고 하던가, 의식이 끊기기 직전 모카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맨 처음 만났을 때, 중학교 때의 모카, 처음 라이브를 했을 때, 고등학교에 올라왔을 때...떠오르면 전부 모카에 대한 것이였다. 모카, 모카, 모카, 머리속에서는 온통 그녀 생각 뿐이였다. 어째서 모카만 이렇게 떠오르는걸까, 아니. 사실은 알고있었다. 겁쟁이라서, 미약한 나는 겁쟁이라서, 이 마음을 전달하면 지금까지의 관계가 박살나버릴 것 같아 고백하지 못했을 뿐 처음부터 자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모카를 사랑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마지막으로 이 말 만큼은 전하고 싶었다. 마지막 힘을 짜서 손을 뻗자 이상하게도 방금 전 까지 움직이지 않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카의 희디 흰 손에 그대로 내 손이 겹쳐졌다. 드디어 손을 잡았네, 웃음을 지으면서 자그만한 입을 움직였다.


사랑해.


사랑해, 모카.


간신히 전했다, 왠지 모르게 후련하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의식을 부여잡지 못하고 흐려져가는 시야 속,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적어도.


적어도 내 입으로 이 말을 직접 전할 수 있었더라면.


*


정리해보자.


아버지의 필사적인 변명이 먹힌걸까? 다행히도 친구들은 옛날 그대로 나를 다시 친구로 받아주었다. 나 역시도 어느정도 상황을 이해했기에, 적당히 수습하고 그대로 모카한테 찰싹 달라붙어 있을 수 있었다.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구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곧장 방 안으로 돌아온 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나, 그 사고 직후 나는 십 년 전,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왔다.


하나, 다른 친구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째서 과거로 돌아온 것인가, 그것은 알지 못했다. 어쩌면 이 상황 자체가 죽기 전 내가 꾸는 꿈일수도 있었고, 어쩌면 미래에서 왔다는 것 자체가 허무맹랑한 망상일 수도 있는 노릇이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자그만한 손을 내려다보았다. 십 년 전의 모습인만큼 손도, 발도 평소 이상으로 자그만했다. 그것을 꽉 쥐었다.


중요한건 두 번째 찬스를 붙잡았다는 것이였다. 그랬다, 모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죽기 전에 전한 말을-살아 생전에는 전달하지 못했던 그 말을, 십 년 전으로 돌아온 지금이라면 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모카한테 자신의 감정을 전할 수 있었다.


모카한테, 사랑한다고 전할 수 있었다.


"모카..."


나즈막히 이름을 부르면서 눈을 감았다 떴다. 모카, 모카, 모카, 모카...몇 번이고 이름을 부른 내가,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서 웃음을 지으며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사랑한다는 그 한 마디를 할 것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


생전에 사랑한다는 한마디 못하고 죽음 -> 후회하면서 과거로 돌아가서 그 상대한테 무진장 잘해주고 고백함


원래는 한 3개로 나눌까 했는데 너무 뻔한 스토리라 그냥 한편으로 쓰고 끝냄


이런거 나만 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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