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리우스, 여신님은 날 견녀라고 부르신다. 이제 완전히 변신해서 낮에도 개가 아닌 사람의 모습이다.

여신님은 아직도 노여움이 풀리지 않으셨는지 오늘도 사냥에서 나를 제외시키셨다. 그래서 지금 딱히 할 일이 없다. 마냥 놀고 있을 순 없어서 신전 바닥에 엎드려 열심히 바닥을 문지르며 광내고 있는 중이다. 

'바닥을 반짝거리게 하면 여신님이 노여움을 푸실지도 몰라.'  

한참 문지르고 있는데, 강의 님프 히아님 소속 요정 타야님이 다가왔다.

"타야님, 속옷은 저녁에 빨게요. 지금은 바닥 청소가 급해요."

"견녀, 도와줄까?"

"요정님이 이런 일을요? 고맙지만 혼자 할 수 있어요." 

"어제 너네 자매 중 셋이 죽었다면서. 안됐다. 많이 힘들지?"

죽은 자매를 생각하니 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근데 이젠 낮에 개로 변신하지 않는 거야? 계속 이 모습인 거야?"

"그런가 봐요. 훌쩍."

"견녀, 너 청소 끝나면 뭐할 건데?" 

"여신님이 사냥에서 돌아오실 때까진 할 일이 없어요."

"그럼 요정들 모임에 같이 갈래? 일 도와줄테니까 얼른 끝내고 가자. 친구들이 너 데려오라고 성화야."

타야님은 팔을 걷더니 나처럼 엎드려 바닥을 열심히 문지르셨다.

아르테미스 여신은 시리우스의 자매들을 데리고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리우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넌 사냥 금지'라고 하자 상처받은 표정으로 쓸쓸히 떠나던 시리우스의 뒷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다.  

시리우스는 강아지 시절부터 여신을 좋아하고 달라 붙었다. 낑낑거리며 무릎 위에 기어 올라가 여신의 얼굴을 핥곤 했다. 여신은 다프네의 딸들 중 시리우스를 가장 많이 귀여워했다. 간식도 따로 챙겨 줬다. 

'아, 진짜 신경쓰이네. 그러게 오지 말라는데 왜 와?'

아르테미스 여신은 시리우스의 자매들을 돌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너희들도 변신해서 아직 사냥에 적응하기 힘들지?" 

여신은 사냥을 일찍 끝내고 신전으로 돌아왔다. 일찍 와서 그런지 신전 안에는 시리우스가 없었다. 여신은 땀에 젖은 사냥복을 벗었다. 옷 시중을 드는 네펠라이에게 시리우스가 어딨는지 물어 봤다.

"시리우스는 좀전에 히알레 소속 요정 숙소로 간다고 말하고 나갔습니다."

"그래? 요정들하고 뭘 하는데?"

"거기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나가 봐."

시리우스가 요정들하고 뭘 하는지 궁금해진 여신은 요정들의 숙소로 갔다. 그곳에서 시리우스는 요정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마음에 걸려서 사냥도 일찍 끝내고 들어 왔는데  요정들하고 놀고 있네. 아~ 진짜 짜증나.'

여신은 여기까지 온 김에 시리우스가 요정들과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 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견녀, 네가 여신님을 거기를 핥았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거지?"

요정들 중 한 명이 나에게 물었다.

"거기가 어딘데요?"

"네가 핥았으면서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 말해 봐. 어딘데?"

"제가 여신님 목욕 시중드는 건 다들 아시죠?"

요정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겠지만, 사냥이 끝나면 여신님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많이 생겨요. 긁힌 거죠. 우리 자매들끼리는 서로의 몸에 난 상처를 핥아 줘요. 그러면 낫거든요. 그래서 여신님 무릎에 상처가 보이길래 핥은 거예요. 핥은 건 맞아요. 거기가 무릎인 거구요."

'어라, 완전변신하니까 거짓말이 술술 잘 나오는데?' 

나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여신님이 그 일은 절대 비밀이라고 했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그러니까 요정님들도 괜히 이상한 소문 퍼뜨리지 마세요."

"정말 그게 다야?" 

"우리 히알레 님께서 견녀 너 때문에 대노하셨는데 고작 그런 걸로 그러셨다고?"

"고작이라뇨? 여신님의 신성한 무릎에 제 혓바닥이 닿았는데 그게 고작이에요? 여신님이 이걸 들으시면 요정님 경을 치실 거예요."

'거짓말도 계속 하니 느는구나.'

나는 다시 한 번 스스로가 대견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냐아냐... 견녀 네 말이 맞아. 이 얘기 절대 여신님께 하지 마."

방금 말했던 요정이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그럼 여신님을 덮친 게 아냐? 소문은 그렇게 났는데?"

타야님이 말했다.

"아녜요. 감히 어떻게 제가 여신님을 덮쳐요... 근데 타야님, 덮치는 게 뭐예요?"

".........!"

나의 말에 요정들이 수근거리더니 실망해서 하나둘 일어났다. 남은 건 타야님와 나뿐.

"견녀, 너 진짜 덮치는 게 뭔 줄도 몰라?"

"네... 물론 덮친다는 말은 알지만 제가 아는 것과 좀 다른 거 같아서요."

"그래? 너 진짜 순진하구나. 마음에 들어. 완전히 변신하고 나더니 키도 더 커지고. 거의 여신님만하잖아."

"타야님은 제가 좋으세요?"

"응."

"그래도 제겐 여신님뿐이에요. 어머니 출산을 도와 주셨고 고아가 된 저희 자매들을 다 거둬 주시고 이름도 주신 걸요. 비록 제 이름을 잊어 버리셨지만..."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시리우스예요."

"시리우스? 이제부터 이름으로 불러 줄게."

"고맙습니다. 타야님."

얘기를 다 듣고 신전으로 돌아온 아르테미스 여신은 네펠라이를 불렀다. 

"네펠라이, 소문에 대해 조사하라고 한 건 어떻게 되었지?"

"누가 소문을 퍼뜨린 건지 아직 찾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분명 그 자리에 있었던 님프들 아니면 시리우스 입에서 나온 말인데..."

"됐어. 그만 조사해. 견녀는 아냐. 그리고 견녀가 해결했어."

"네? 시리우스가요?"

"응. 그러니까 이제 그만 조사해도 돼. 오늘은 목욕하고 일찍 자야겠어. 목욕 준비 서둘러 줘."

"시리우스도 부를까요?"

"...아직은 아냐."

"네. 여신님."

"아... 그리고, 내가 안 입는 옷 있지? 그거 견녀 주도록 해. 견녀가 다프네를 많이 닮았어. 다프네가 살아 돌아 온 줄 알았다니까."

"여신님, 지금도 다프네의 딸들이 견사에서 살고 있는데 숙소를 옮겨 줄까요? 이제 변신해서 더 이상 개가 아닌데 아직도 그런 곳에 머물게 하기가..."

"그래? 네 소속 요정숙소로 옮겨 주도록 해."

"네, 여신님. 숙소도 옮기고 옷도 주도록 하겠습니다."

"아~ 피곤해. 빨리 목욕하고 자야지."

아르테미스 여신은 목욕을 하기 위해 터마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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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컴플렉스 33화도 올렸으니 같이 봐 줘.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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