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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여행] 약해진 틈을 타서 下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28 21:26:34
조회 760 추천 55 댓글 6
														


전편


-



#3 사야


사랑하는 일레이나 씨와의 재회는 결코 우연이 아니였습니다.


의뢰를 끝내고 협회로 돌아와보니, 의뢰로 자리를 비우고 계신 스승님이 언제 돌아오신건지 절 호출하신 상태였습니다. 벌써 다음 의뢰를 부탁하려는걸까요? 돌아온지 얼마 안됐으니까 봐줬으면 하는데요, 투덜거리면서 정문쪽으로 나가자 평소처럼 담배를 태우시면서 스승님이 손을 흔들고 계셨습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너, 휴가 줄테니까 여기좀 다녀와라."


"네?"


저를 보시자마자 길게 말씀하시지 않으시겠다는 듯 스승님이 다짜고짜 종이쪽지를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말에 제가 말 끝을 흐렸습니다. 뭔가 이유라도 있는걸까요? 스승님이 그제서야 설명이 부족하셨다는걸 눈치챘는지 담배를 한모금 후 내뿜고, 사정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사정이라 함은, 바로 마이 러블리 엔젤 일레이나 씨에 대한것이였습니다.


스승님의 말씀에 따르면 의뢰를 위해 들렀던 어느 마을에서 우연히 일레이나 씨를 만났다고 하셨습니다. 잿빛 머리카락에 유리색 눈동자, 제가 평소에 하도 입에 달고 살다보니까 보자마자 누군지 한 눈에 알아차렸다고 하셨습니다.


"그 마을에 살인귀가 나타나서 말이다."


머리를 긁적이신 스승님이 연기를 후 내뿜으신 다음 설명을 계속 하셨습니다.


여성의 머리카락을 전문적으로 잘라가서 고액에 팔아버리는 범인을 잡아달라, 그것이 의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때 우연히 일레이나 씨를 만났다고 하셨습니다. 피해자 중에는 일레이나 씨도 있었고, 제가 평소에 그렇게 떠들고 다닌 만큼 실력을 한 번 볼 작정으로 기왕 피해를 입은 김에 겸사겸사 협력을 요청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사야의 아내가 될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내 눈으로 상태를 보고싶었어. 그렇게 덧붙이시는것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협력을 요청할 상태가 아니였다고 합니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상태였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긴 여행으로 여독이 덜 풀렸겠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아니였습니다. 머리가 잘렸다는 소식을 듣고 스승님이 직접 만나러 간 일레이나 씨의 상태는, 도저히 말을 걸 만한 상태가 아니였다고 하셨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죽어버린 눈동자로, 구석에 묻힌 일레이나 씨는 끝없이 무슨 말을 중얼거리셨다고 했습니다. 자세히 가서 들어보니 죄송해요, 미안해요, 저는 구하지 못했어요 같은 죄책감 가득한 말 뿐이여서, 이거 일났구나 싶었습니다.


"머리카락이 잘려도 반항하지 않고, 범인을 잡았는데도 머리카락을 돌려받을 생각도 안하고...이거 위험하다 싶었지."


"그래서, 제 마이 러블리 엔젤 일레이나 씨의 머리를 잘라간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감히 제 사랑스러운 일레이나 씨의 머리카락을 자르다니! 저도 아직 느긋하게 만져보지 못한건데! 하지만 지금은 일레이나 씨에 대한 사랑으로 눈이 돌아갈 상황이 아니였습니다. 그것보다도 그녀의 상태가 더욱 신경이 쓰였던 것입니다. 그래서요? 제가 뒷내용을 묻자 스승님이 끄덕이셨습니다.


"일단은 일레이나의 스승...프랑한테 잘 좀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망친 모양이야. 아직 트라우마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도망쳐서 프랑도 찾아다니고 있다고 하고."


"그럼 이건..."


제 추측에 스승님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과연, 일레이나 씨가 묵고있는 장소로군요. 이해했다는 제스처를 취한 제가 곧장 빗자루를 타고 일레이나 씨한테 날아갔습니다. 이야기로 듣건데 일레이나 씨의 상태는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그럴때야 말로 사랑하는 제가 곁에 있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일레이나 씨, 일레이나 씨, 기다리세요 마이 러블리 엔젤 일레이나 씨! 당신의 사야가 갑니다!


"어머나, 사야 씨.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나요?"


그렇게 해서 오랜만에 본 일레이나 씨의 상태는 놀랄만큼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머리가 단발로 잘리신 것만 제외한다면 스승님이 말씀하신 것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상태였습니다. 설마 스승님이 저한테 거짓말을 하고, 휴가를 내서 일레이나 씨와 만나게 하려고 그런걸까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 그대로여서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만, 괜히 그런 말을 하셨을리는 없을거라 생각했기에 며칠 여유를 두고 그녀를 천천히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새벽, 누군가가 제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습니다. 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니 일레이나 씨가 서계셨습니다. 아니 일레이나 씨를 꼭 닮긴 했지만 머리카락이 분홍색이였습니다. 즉, 일레이나 씨가 아니였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요, 전에 본 적이 있는 일레이나 씨의 빗자루 씨, 였습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빗자루 씨가 말 없이 제 손을 꼭 붙잡고, 그녀의 방으로 끌고가기 시작하셨습니다.


"빗자루 씨?"


"사야 님, 조용히 해주세요." 


그렇게 말한 빗자루 씨가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었습니다. 제일 먼저 보이는건 악몽에 시달리는지,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신음소리를 흘리는 일레이나 씨의 모습, 놀란 제가 아무 말도 안하고 숨을 들이키자, 옆에서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해주었습니다.


"로스트루프에서의 그 일이 있은 다음부터, 일레이나 님은 쭉 저 상태에요. 프랑 님 덕분에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괜찮으시지만..."


밤만 되면,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저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천천히 일레이나 씨의 옆으로 다다가서, 꼬옥 껴안아주었습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끝없이 울면서 사과를 읊조리는 일레이나 씨를 품에 껴안자, 이윽고 조금씩이지만 떨림이 멎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빗자루 씨한테 듣기로는 제가 없는 동안은 자기가 쭉 이런 식으로 사람으로 변해서 달래주고는 했다고 하셨습니다. 일레이나 씨가 잠들기 전 마다 마법을 걸어주었다고 했습니다. 과연, 효과가 있던건지 다음 날 아침 일레이나 씨의 눈은 조금 붓기는 했습니다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컨디션이였습니다.


그 이후로 매일 밤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일레이나 씨가 잠든걸 확인하면 빗자루 씨가 절 깨우고, 두 사람이서 번갈아가면서-때로는 둘이 동시에 껴안아주었습니다. 약해진 틈을 타서 일레이나 씨와 진도를 좁히는건 조금 비겁한 짓 같았지만, 그것보다도 일레이나 씨의 건강이 더욱 걱정이였습니다. 대체 로스트루프에서 무슨 일이 있던걸까요, 그것만큼은 몇 번을 물었지만 빗자루 씨도 대답해주지 않아서-


"죄송, 해요..."


마지막 말을 내뱉고 이내 편안한 기색으로 숨을 내쉬는 일레이나 씨를 보면서 살며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루빨리, 그녀가 트라우마를 고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


#4 암네시아


밤만 되면 악몽에 빠지는 소녀, 일레이나 씨와의 만남은 우연이였다.


기사단에서 휴가를 받아 고향 에스트를 떠난지도 수 주, 제법 먼 곳 까지 여행을 왔다고 생각했다. 마이 시스터, 아빌리아도 같이 오고싶어했지만 휴가 날짜를 맞추지 못해서 오지 못한 관계로 혼자 여행, 떠나기 전에 자기도 데려가 달라면서 울부짖는 여동생의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응, 다음에는 꼭 데려와야지.


몇 년 동안 나가지 못한 휴가를 한 번에 받아서일까, 기간은 제법 넉넉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볼 생각이였다. 그런 식으로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던 도중 일레이나 씨를 만났다. 첫 만남도 똑똑히 기억한다, 모퉁이를 돌던 와중, 서로 보지 못하고 부딪힌 것이 원인이였다. 


죄송합니다, 서로 가볍게 사과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서 갈 길을 갔는데 아뿔싸, 일기장이 바뀌어버린게 아닌가! 그 날 저녁 숙소에서 평소처럼 일기를 쓰기 위해서 가방을 연 순간 눈치챌 수 있었다. 돌려줘야 하는데, 남의 일기장을 보는건 취미가 아니였기에 푹 덮은 채 어떻게 돌려줄지 생각하다가, 결국 일기장을 펼치기로 했다. 여기에 뭔가 힌트가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 아닌가.


그리고 직후, 난 이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었다.


일기장에 적혀있는건, 죄책감과 후회의 기록이였다. 


앞부분은 평범한 여행 이야기, 일기장이 아니라 마치 소설책을 쓴 것 처럼 써져있어서 나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이런 여행을 했으면 좋겠네, 웃으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분위기가 180도 뒤바뀐 것은 시계마을, 로스트루프에 들린 다음부터.


그 다음부터는 명백하게 일기장이 아니였다. 매일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기록이, 매일 밤마다 꾸는 악몽이, 피가 베일 때 까지 미안하다고 종이 위에다 적은 흔적이, 눈물 자국이 모두 뒤섞여서, 펼친지 한 시간도 되지 않은 나조차 일레이나 씨의 후회화 통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결국 채 끝까지 보지 못한 내가, 그대로 책을 덮었다. 


다행히도 마지막 페이지는 슬쩍 봤기에 이 일기장을 어디에 돌려줘야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이 마을의 어디서 묵는지, 숙소 번호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내일 아침 일찍 돌려주기로 하고 일찍 자기위해 누웠지만, 어째서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아까 읽은 그 일기장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감은 채 끙끙거렸다. 


그 날 밤은, 가보지도 않은 로스트루프에서의 악몽을 꾸는 바람에 잠을 통째로 설칠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책을 들고 숙소로 향하려 했지만 그것보다도 일레이나 씨를 만나는 것이 더 빨랐다. 그녀도 날 찾고 있던걸까, 우연히 숙소 앞에서 마주친 것이였다. 다행히도 바로 옆에 있는 숙소였던 것이다. 그녀가 내 일기장을 건내주면서 짐짓 태연한 척 웃었다.


"찾아서 다행이네요. 멋대로 봐서 죄송해요, 일기장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 응!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일기장을 건내받고, 나 역시 그녀의 일기장을 꺼내서 건내주었다. 서로 돌려받을건 다 돌려받았고, 이대로 헤어지면 끝이다. 끝일 터였다.


하지만 그녀를 그냥 보낼 순 없었다. 내 머리속 어디선가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지 시작했다. 어제 일기장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 애썼지만, 그녀는 아직 마음의 상처가 다 낫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면서 잠들지 못한다는 글이 뚜렷하게 적혀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잠시 고민하던 내가 손을 뻗어서 곧장 그녀를 붙잡았다.


"저기, 난 암네시아라고 하는데."


이건, 사죄였다. 그녀는 모르는-내가 멋대로 할 뿐인 사죄.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식으로라도 사죄를 해야했다. 하다못해, 그녀가 악몽을 꾸지 않았으면 했다. 그럴려면? 생각을 마친 내가 살짝 미소지었다.


"나랑 같이 여행을 다니지 않을래?"


그녀는, 옆에 누군가를 껴안고 있으면 그 악몽의 정도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그녀가 악몽을 꾸지 않도록 내가 도와주자. 그렇게 생각하며 활짝 미소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답대신 미소가 돌아왔다.


*


암네시아 망각귀향으로 쓰면 어려울거같아서 그냥 평범하게 휴가나온걸로 바꿔봄


원작 : 아침마다 기억을 잃는 소녀를 일레이나가 구원해주는 이야기

단발일레 : 밤마다 악몽을 꾸는 소녀를 암네시아가 구원해주는 이야기


그런 느낌으로 변형해봄


너무 뇌절같긴 했는데 단발일레가 구원받는거 보고싶어서 열심히 노력해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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