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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포피파의 수호천사 -2-앱에서 작성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30 21: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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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변은 그날 밤부터 발생했어요.

아니 이변일까요. 혹은 저도 몰랐던 저의 욕망이었을까요.

꿈을 꾸었어요. 포피파의 모두와 연주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행복한 꿈을요.

맞추던 세션이 클라이맥스로 가던 순간 창고가 새까맣게 변해버렸어요. 절정으로 치닫던 연주를 고요가 집어삼켰고 저는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모두의 이름을 불렀어요.

카스미 아리사 사아야 리미......

그러자 어둠 속에서 하나둘 멤버들의 모습이 드러났어요.


실오라기 하나 거치지 않은 모습으로 말이에요.

헐떡거리는 호흡, 상기된 얼굴, 꼭 감은 눈...... 손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감각 때문에 손가락을 보니 투명한 액체가 잔뜩 묻어 있었어요.


저는 충격을 받고 움직일 수 없었어요. 포피파 멤버들의 달뜬 호흡은 저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로 바뀌어 갔고 꿈은 그렇게 돌연 중단되었어요.


깜짝 놀라 일어나니 제 윗옷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어요. 찝찝해서 윗옷을 벗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침대에서 일어서자 가벼운 저혈압이 저를 덮쳐왔어요.


쓰러질뻔한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어요.


꿈의 내용은 짧았지만, 그 강렬한 감각만은 계속해서 저를 좀먹었어요. 포피파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게 이때까지 노력해왔는데, 이래서는 제가 꼭 포피파 멤버들이랑 그렇고 그런 짓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잖아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어째서 차가운 머리와 다르게 아랫배는 찌릿찌릿한 열기로 가득한 걸까요.


아, 이건 나쁜 마법이 걸린 게 분명해요. 한 달에 한 번 있는 마법. 아마 그럴 거예요. 컨디션이 나빠져서, 그런 거예요. 아리사가 주는 햄버그를 먹으면 나을 거예요. 아리사의 햄버그를 먹으려면 학교에 가야겠네요.



서둘러 땀범벅인 몸을 시원한 물로 씻어내고 교복을 차려입은 뒤 밖으로 달려 나갔어요. 달리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머리가 맑아지리라 생각하면서요.


질척하고 더러운 저주를 모두 씻어낼 기세로 전 학교로 달려갔어요.


맞다, 오늘 일요일이었죠. 교문 앞에 항상 있던 사요 선배가 보이지 않았어요.


부 활동을 하는 아이들 빼고 아무도 없는 학교는 고요함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어요. 기타를 메고 전속력으로 달려왔던 탓에 지쳐버린 저는 학교 뒤편 공터의 벤치에 기대듯이 걸터앉아 휴식을 취했어요.


멀리서 운동부의 기합 소리와 취주악 부의 연습 소리가 들려왔어요. 조용한 일상의 화이트 노이즈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아리사가 언젠가 말했던 게 떠올랐어요. 무슨 대화를 하다가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리사도 참 엉뚱하니까요.


안정을 취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어요. 요즘 들어서 이렇게 사람의 시선에 민감해진 것은 왜일까요. 역시 떳떳하지 않은 짓을 하고 다녀서일까요.


"하나조노 씨. 잠깐만 괜찮을까?"


고개를 돌려 보니 음..... 누구더라. 낯익은 얼굴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구면인데 이름을 물어보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해서 고민하고 있자 그녀가 등에 메고 있는 기타 케이스가 눈에 띄었어요.

아, 생각났어요. 경음부 아이였네요. 언젠가 기타를 가르쳐 달라고 했던, 모든 것의 시작을 열었던 그 아이.

그런데 제게 무슨 볼일일까요. 의문을 품은 채 그녀의 등 뒤를 따라갔어요.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로요.

그녀가 저를 이끈 곳은 빈 경음부 부실이었어요. 정리 정돈을 게을리하는지 먹다 남은 과자 봉지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기타라든가 베이스라든가 드럼이라든가 여러 악기가 어지럽게 놓여있었어요.


저는 만일을 대비해서 최대한 문 근처에 섰어요. 그러자 기타 케이스를 조심스레 바닥에 놓은 그녀가 돌연 제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양손을 잡혀버렸어요. 생각보다 그녀의 완력은 꽤 강했어요. 저번에 할 때는 안 그랬는데......


"하나조노 씨, 좋아해."


고백이라 하기도 민망한, 상대를 생각하지도 않고 밀어붙이는 말을 남기고 그녀는 제게 입술을 맞춰왔어요.

입술에 느껴지는 감촉으로 상황을 파악한 제가 발버둥 쳤지만, 손목을 꽉 쥐고 있는 힘이 너무나 강했어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입술을 피하는 게 고작이었어요.

당황해서 내는 저의 신음이 그녀를 더 흥분시켰는지 손목이 점점 아파졌어요. 계속 버티던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발로 그녀의 정강이를 걷어찼어요. 귀를 때리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녀가 정강이를 움켜쥔 채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덕분에 손목의 구속이 풀린 저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입가에 묻은 타액을 손등으로 닦아내 버렸어요. 덮쳐지면서 느낀 위기감이 아직도 거친 호흡 속에 남아 있었어요.


저를 덮치려 한 그녀는 아직도 통증 속에 신음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뼈를 때린 모양이에요. 당분간은 저항할 수 없겠죠?


저는 무저항 상태인 그녀에게 늘 하던 대로 벌을 주었어요. 몇 시간이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양손이 저리는 걸로 봐서 꽤 격렬하게 해버렸던 것 같네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얻어맞고 반강제로 당하면서도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건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분명 끝에 덮친 건 저인데도, 이상하게 자신이 더럽혀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언짢았어요.


일을 마친 저는 손이 벅벅 아플 정도로 씻어내고 기타 케이스를 들고 학교 밖으로 나섰어요. 해는 벌써 제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 있었어요. 꼭대기에 올라온 태양을 따라갈 수는 없었기에 저는 정처 없이 빙글빙글 해바라기마냥 태양만 바라보면서 동네를 돌았어요.


"오타에?"

그렇게 5바퀴를 빙글빙글 돌자 카스미가 나타났어요. 오늘도 고양이 귀를 하고 있었어요.

쫑긋쫑긋 반가운 듯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정말 기분 탓일까요? 한 번만 만져보고 싶어졌어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강아지처럼 달려오는 카스미의 머리에 손을 얹었어요.


보드라운 귀를 꾸욱 꾸욱 누르듯이 쓰다듬자 카스미가 에헤헤거리는 웃음을 흘렸어요. 기분이 좋은지 헤실헤실하는 카스미의 표정을 보자 조금 전까지 저를 짓누르던 불쾌감도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어요.


"카스미 귀는 옷짱같애."


"갑자기 무슨 말이야?!"


별이라면서 입술을 쭉 내밀고 항의하는 카스미가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볼록 튀어나온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었어요. 얼굴이 조금 붉어진 카스미가 간지럽다면서 몸을 떨었어요. 저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어요.

"오타에, 혹시 안 바쁘면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싱글거리는 목소리로 카스미가 말했어요. 조금 전까지 저를 짓누르던 피로가 깔끔하게 씻겨나가요. 카스미와 노는 건 항상 즐겁지만 이렇게 갑자기 집에 찾아가면 실례가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는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요? 카스미가 제 손을 꼭 잡고 부탁했어요.

"신곡의 가사가 잘 안 써져~ 그리고 내 파트에서 뭔가 연주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뛰쳐나와 버렸어! 오타에랑 같이 놀면서 완성하고 싶어!"

부모님도 오타에를 좋아하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덧붙이는 것도 카스미는 잊지 않았어요. 손을 깨끗하게 씻어서 참 다행이었어요. 더러운 손으로 카스미의 손을 잡을 순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저는 카스미의 제안을 수락했답니다. 피로는 씻겨나갔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카스미에게 치유를 받고 싶었으니까요. 방방 뛰면서 기뻐하는 카스미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강아지처럼 달려가는 건강한 고양이, 카스미의 뒤를 따랐어요.


혹시 여기서 카스미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조금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아니라고 봐요. 언젠가는 검게 더러워진 제 속마음이 다른 형태로 튀어나왔을 테니까요.


*

카스미의 부모님은 일이 있어서 내일까지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어요.
아스카는 수영부 합숙에 갔어요.

카스미와 단둘이서 우리는 과자를 먹고 라이브 영상을 보다가 가사를 고민했고 결국 한 줄도 쓰지 못하고 헤드폰을 낀 채로 기타 연주를 조금 했어요.

막히는 연주를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카스미네 집은 아리사네 창고와 달리 방음이 되지 않아 앰프를 켜고 라이브로 연주를 하기 힘들다는 걸 우리 둘 다 기타를 꺼내고서야 깨달았어요. 아리사나 사아야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러나 덕분에 저와 카스미는 흔치 않은 단둘의 시간을 가졌어요. 작년 봄, 가정 시간에 가정실에서 단둘이서 기타 케이스를 만들던 게 생각나서 잠깐 기타를 튕기던 손가락을 멈추고 추억에 잠겨 보았어요.

그때는 정말로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소중한 사람이 될 줄 전혀 몰랐었지요.

눈앞에 앉아 영상을 보던 카스미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어요. 고양이는 잠이 많다고 언젠가 유키나 선배가 말하던 게 떠오르네요.


"카스미, 졸려?"


"으...응? 아니야. 괜찮아. 안 졸려"


"졸리면 내 무릎에 누울래?"


무심코 생각하던게 입 밖으로 나왔어요. 제가 내뱉은 말에 당황하던 그 순간 카스미가 웃으면서 제게 가까워졌어요. 달콤하고 좋은 향기가 나서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답니다.


카스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제 허벅지에 닿았어요. 얇은 바지 위로 느껴지는 따뜻함이 못내 아쉬웠어요. 맨살로 느끼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어요. 다음부터는 치마를 입을까 생각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었답니다.


새근거리며 꿈속으로 빠져든 카스미. 카스미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생각하자 갑자기 어젯밤 꾼 불쾌한 악몽이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무섭다기보다는 추잡한 꿈. 눈앞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상처입히고 더럽히던 꿈. 가슴 속에서 응어리진 죄책감 때문에 저는 부드러운 카스미의 머리칼을 차마 쓰다듬지 못했어요.



시간이 멈춰버린 듯 카스미의 머리 근처에 손을 둔 채 저는 어쩔 줄을 몰랐어요. 닿고 싶지만, 닿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그 여자가 제게 걸어버린 저주와 추악한 꿍꿍이로 가득한 세상. 그런 것들이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면서 제 마음을 휘저어댔어요.

'할 때 누구를 생각해?'

침을 꿀꺽 삼키고 무릎 위에 누운 채 평화롭게 자는 카스미를 보았어요.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따라 조금씩 벌어졌다 닫혔다 하는 입술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저도 모르게 손을 대려다가 입술에 손가락이 닿기 직전에 겨우 멈췄어요. 체온이 높은 카스미가 달라붙어 있어서 그런지 제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어요.

카스미는 잠에 들면 잘 깨지 않아요. 그렇다면 슬쩍 손을 대도 카스미는 모를까요?


나쁜 생각은 한번 하게 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라나서 나락으로 끌어당기는, 마약 같은 매력, 혹은 마력이 있어요.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카스미의 입술을 향해 제 손가락이 빨려들듯 움직였어요.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손가락 끝에서 전해졌어요. 따뜻한 카스미의 숨결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어요. 카스미의 통통한 입술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만지자 간지러운지 카스미의 입에서 으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키고 카스미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볼을 가볍게 쓰다듬었어요. 갈색 머리카락이 제 손가락을 기분 좋게 간지럽혀댔지요.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낯선 샴푸의 향기를 느꼈어요. 무슨 향일까. 나중에 욕실에서 어떤 샴푸인지 슬쩍 훔쳐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손은 저도 모르게 천천히 목덜미의 곡선을 타고 내려갔어요. 슬쩍 비치는 딱딱하지만 연약해 보이는 쇄골을 따라 선을 그리면서 옷 위로도 굉장히 푹신해 보이는 카스미의 가슴 위로 제 떨리는 손이 도착했어요.


다른 여자아이들의 것은 난폭하게, 때로는 조금은 부드럽게 만져왔기 때문에 누군가의 가슴을 만지는 건 처음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는 대체 왜 떨고 있던 걸까요.


눈을 딱 감고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어요. 그러자 새근거리던 입에서 카스미의 신음이 터져 나왔어요. 으흣거리는 야살스러운 음성. 라이브 때 세상에 대한 사랑을 잔뜩 담아 목놓아 부르던 그 목소리로 카스미는 음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그 소리가 저를 나락에서 현실로 꺼내주었어요.


제가 대체 뭘 하는 걸까요?


찔끔 감았던 눈에서 그 꿈이 재생되었어요. 지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던 나체의 카스미.
어째서 그런 꿈을 꿨던 걸까요.


제가 원하는 건 대체 뭘까요.


움켜쥔 손에서 부드럽고 푹신한 기분 좋은 감각이 아직도 남아있었어요. 저는 카스미가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가슴에서 손을 뗐어요.


카스미가 짓누르는 제 허벅지가 점점 아려와서 괴로워졌어요. 하지만 기분 좋게 자는 카스미를 깨우고 싶지 않았기에 저는 통증과 검은 욕망을 필사적으로 참아내었어요.


이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아랫배의 열기 때문에 저는 두렵고 혼란스러워서 카스미의 얼굴도 바라보지 못하고 가사를 생각하지도 못한 채 허공만 쳐다보면서 시간을 죽였어요.


죽어버린 시간이 제 검은색을 깨끗이 닦아내 주길 바라면서요.



*


또 새까만 세상이에요. 손에 닿는 벽도 보이는 풍경도 들리는 소리도 없었지만 달콤한 냄새만은 어딘가에서 풍겨왔어요.


달콤하고 안정되는 그 향기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카스미의 샴푸 냄새였던 것 같아요. 냄새가 강한 곳을 향해서 천천히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어갔어요. 더듬더듬 거리며 앞으로 내민 손에서 마침내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어요.


슬쩍 체중을 실어 밀어보자 밝은 빛이 새어 나와서 눈이 부셨어요. 눈을 찡그리면서 문을 밀면서 방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방이 보였어요.


카스미의 방.


그 방 안에는 카스미와 제가 마주 보고 서 있었어요. 놀라서 다가가려 하자 보이지 않는 유리 같은 벽으로 막혀서 더는 들어갈 수 없었어요.


유리로 된 깨질 것만 같은 방 안에서 카스미가 눈을 감았어요. 그러면서 슬쩍 까치발을 들면서 또 다른 저의 어깨에 손을 올렸어요. 저는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카스미의 어깨를 잡고 카스미의 입술로 천천히 다가갔어요.


곧 저와 카스미가 키스를 했어요. 처음에는 입술만 닿는 키스를 두어 번 했고 세 번째 입맞춤부터는 제 혀가 카스미의 입을 벌리고 카스미의 입속을 휘저었어요.

으응거리는 카스미의 진한 신음이 들려왔어요. 까치발을 들었던 카스미의 발목이 떨리다가 이내 주저앉았어요.

그 여세를 몰아서 또 다른 제가 카스미를 바닥에 눕혔습니다. 저는 카스미가 좋아하는 하늘색 와이셔츠 풍 원피스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어요.


새하얀 속살과 귀여운 속옷, 봉긋한 가슴이 드러나자 저는 눈을 꾹 감아버렸어요.


시각을 차단했지만, 귀에서 들려오는 아까보다 더 농후하고 뜨거워진 카스미의 신음과 추잡한 타액 소리는 멈추지 않고 들려왔지요.


어찌 된 건지 귀를 막아도 외이도에서 직접 들려오기라도 하는지 계속해서 진한 신음이 머릿속으로 들어왔어요.


"전부 니가 원한 거야."


소름 끼치는 속삭임에 제가 문득 뒤를 돌아보자 그때의 그 언니가 웃으며 저를 보고 있었답니다.

저는 눈앞에 보이던, 카스미를 덮친 자신을 부정이라도 하듯이 언니의 뺨을 세게 때렸어요. 그러나 언니는 유령이 되었는지 제 손은 허망하게 언니의 얼굴을 쓱 통과해버렸어요.


"타에쨩, 솔직해지렴. 너도 저런 걸 원하잖아?"


귀를 꽉 틀어막았어요. 기분 나쁜 목소리가 고막 속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언니는 제 목에 가느다란 팔을 살며시 두르면서 푹 숙이고 있던 제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렸어요.


"봐, 아름답지 않아?"


악마의 속삭임이 제 눈꺼풀을 들어 올렸어요. 그 앞에는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 카스미와 제가 있었어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꿈이 전원이 꺼진 TV처럼 팟하고 끝나버렸어요.


이제는 더는 억누를 수 없을 것 같은 무서운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카스미를 피해 다녔어요. 정확히는 카스미와 단둘이 있는 것을 피했어요. 그 저주때문인지 카스미를 볼 때마다 덮쳐버리고픈 질척질척하고 추잡한 욕망이 저를 잠식했으니까요.


저는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면서 학교와 연습, 그리고 수호천사 일을 했어요. 다만 이전보다는 수호천사 오타에로 여자아이들을 덮치는 짓을 하는 빈도가 줄어들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줄어든 자극 때문인지 저는 자꾸만 공허함을 느꼈어요. 참지 못하고 스스로 해버린 적도 있었어요. 누구를 생각하면서 했는지는 기억에서 지워버렸어요.


하지만, 형체가 없던 욕망은 의외의 인물에게 그 칼날을 드러냈어요.



여느 때와 똑같이 연습하러 창고에 갔어요. 포피파는 이제 친목 밴드의 레벨을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에 주말이라도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었어요. 고된 일이지만 함께 연주하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다만, 그날은 사아야네 엄마가 검진을 받은 날이어서 엄마를 대신해 사아야가 빵집을 맡느라 연습을 빠졌고
리미는 미사키와 함께 신작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어요.
카스미도 오늘은 가족 행사가 있다면서 아스카와 부모님과 함께 외출하는 바람에 창고에는 저랑 아리사 단둘만 남았어요.


아리사는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풀 죽어 있었어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트윈테일이 축 늘어진 게 꼭 삐진 강아지 같아서 무심코 빛나는 금색 트윈테일을 붙잡을 뻔했지요.


대신 아리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리사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게 토끼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 얼굴이 빨개져서는 잔뜩 화를 냈어요.


솔직하게 말했는데 왜 화를 내는지 아리사는 종종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화를 내는 아리사가 예쁘다고 생각해버렸어요.


그러자 제게 걸린 그 저주가 천천히 이빨을 드러냈어요. 키보드를 몇 번 두들기던 아리사가 오늘은 혼자 연습할 기분이 아니라면서 소파에 벌러덩 누워버렸어요.


반짝이는 금색 머리카락. 어느새 저는 아리사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냄새를 맡고 있었어요. 진한 샴푸 향을 맡으니 몸이 뜨거워졌고 아리사는 귀찮은 표정으로 간지럽다고 말했답니다.


거부하지 않는 아리사를 보니 점점 선을 넘고 싶어졌어요. 자신도 대체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저는 아리사의 가슴께로 손을 가져갔어요.


"아리사, 만져도 돼?"


"갑자기 무슨..... 햐앗?!"


몰캉한 감촉이 손끝에서 느껴졌어요. 평소라면 들리지 않았을 아리사의 부끄러운 목소리. 질색하는 아리사의 표정 뒤에는 옅은 흥분이 숨어있었어요. 수많은 여자와 자면서 보고 느꼈던 쾌감이 아리사에게서 나오고 있었어요.

얇은 셔츠 아래에서 생생한 부드러움이 기분 좋기 전해져 왔어요. 만지면서 생각한 거지만 아리사의 평소 사복 꽤 대담한 차림이 아닌가요? 아니, 이건 아리사의 몸과 얼굴이 대담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도 그럴 게 두꺼운 코트를 입은 아리사의 모습을 떠올려 봐도 엄청나게 야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으니까요. 껴입든 벗든 아리사는 굉장히 야한게 아닐까요?


손에 들어가는 힘이 점점 강해지자 아리사도 뿌리치려고 제 팔을 잡았지만, 그 팔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어요.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리사가 말했어요.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고 볼과 귀는 카스미의 기타처럼 새빨갛게 변했어요.


아리사는 그런 표정과 목소리가 덮치는 사람을 더 달아오르게 한다는 걸 모르나 봐요. 이성이 점점 본능에 삼켜지고 있는 걸 깨달은 순간에 이미 아리사의 상의와 얇은 캐미솔은 걷어져 맨 가슴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굉장한 크기의 가슴, 그리고 정점에 딱딱하게 솟아있는 분홍색 열매. 그 열매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먹어서는 안 되지만 먹을 수밖에 없는 그런 마력을 뿜고 있었어요. 실낱같던 이성은 제가 그 분홍색 열매에 혀를 대면서 결국 끊어져 버렸고, 그날은 해가 서쪽 하늘로 떨어질 때까지 아리사와



섹스를 했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작품의 메인 커플은 카스타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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