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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여행] 여행에서 돌아온 딸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31 00:15:47
조회 1115 추천 184 댓글 8
														

단발 일레 이야기


[마녀의여행] 약해진 틈을 타서 上


[마녀의여행] 약해진 틈을 타서 下


*


딸이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아무런 전조도, 예고도 없는 귀환이였다. 비가 오던 어느 날,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부터 내린 비는 그치지 않으려는 모양인지, 지금도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다. 하품을 하면서 잠도 깰 겸 물을 끓여서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청명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배경삼아서 커피를 홀짝이길 잠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신문인가보네, 비가 오는 날 아침부터 고생한다고 생각하면서 커피를 내려놓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문 두드리는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나가요!"


비도 오고 그러니까 일찍 하고 쉬려나보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문을 열어주자, 무엇인가가 내 품 안에 그대로 쓰러졌다. 깜짝 놀라서 품 안을 내려다보자 익숙한 잿빛 머리카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잘못볼 리가 없었다. 머리가 조금 짧기는 햇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사랑스러운 딸, 일레이나 였다.


"일레이나?"


깜짝 놀라서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아무 말 없이 내 품 안에 얼굴을 파묻었다.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면서 그대로 온건지 온 몸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이러다가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 깜짝 놀란 내가 들어가서 얼른 씻으라고 하려는 차였다.


"엄마..."


날 부르는 그 목소리에, 손이 그대로 멈췄다.


어딘지 모르게 슬픈 목소리였다. 아니,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누가봐도 딸이 심상치 않은 상태라는 것 쯤은, 단숨에 알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놀란 내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대답대신 딸은 내 품 안에 얼굴을 깊게 파묻었다. 나에게 들리지 않게 한다고 신경썼지만, 빗소리에 섞여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 품 안에 촉촉하게 젖기 시작한것은, 더욱 세차게 내린 비 떄문만은 아닐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돌아오고 한 달, 일레이나는 방 안에 틀어박혀서 좀체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나오는게 아니면 방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가끔 자발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옛 제자인 프랑이나 실라가 찾아왔을 때, 혹은 그녀를 사랑한다면서 며느리를 자처하는 사야 양과 암네시아 양이 찾아왔을 때 정도였다. 찾아올 때 마다 몇 번이고 일레이나와 진득한 대화를 나누고는 했지만, 그녀들도 설득은 못했는지 언제나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가고는 했다.


그런 그녀가 자발적으로 방에 나오는 경우는 오로지 잠들 때 뿐, 도저히 잠을 자지 못하겠다면서 배게를 들고 언제나 내 방으로 찾아오고는 했다. 슬프게도 딸의 말은 조금의 거짓도 없었다. 매읿 밤, 한참이나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던데다가, 어쩌다가 잠든다고 해도 악몽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 모든걸 뜬 눈으로 지켜보는 내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대체 여행 도중에 무슨 일을 겪은걸까, 그녀가 말을 해주려고 하지 않으니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집에 찾아와주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보았지만 그녀들도 모르는건 마찬가지였다. 그저 로스트루프라는, 단편적인 키워드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그나마 사정을 아는듯한 암네시아 양은 눈을 피한 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어머님은 알면 안된다고 생각해..."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말하는걸 보니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알아야 했다. 어머니로써, 딸에게 일어난 일은 알아야 했기에 그 점을 들어서 몇 번이고 설득했지만 그녀는 묵묵히 고개만 저었다. 일레이나가 직접 말하는게 아닌 이상, 제 3자인 자신이 그것을 말하는건 안된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던 것이다.


직접 로스트루프에 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딸아이가 저런 상태여서야, 집에 혼자 두고갈 수는 없었다. 방에서 가끔 나올때에도 그녀는 내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금방이라도 눈을 돌리면 내가 어디론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그래서-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키워드를 한 가지 더 얻을 수 있었다. 에스텔과 셀레네, 악몽을 꿀 때 마다 언제나 일레이나가 되풀이하는 이름이였다. 움직일 수 없는 나를 대신해서 제자인 프랑이 로스트루프에 가서 두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아주기로 했다. 


원인을 알면 딸의 트라우마도 고칠 수 있을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딸이 더 이상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 언제나 밝게 웃던 딸이였다. 그런 딸이 여행을 다녀온 다음부터 웃기는 커녕 매일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 고통받고 있는걸 가만히 보고있을 어머니는 없었다.


"일레이나..."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저, 무력한 두 손으로 매일 밤 악몽을 꾸는 딸을 꼬옥 껴안아주어서 달래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신기하게도 품 안이 진정효과가 있던걸까, 내가 껴안아주면 품 안에서 울면서 떨다가도, 이윽고 편안한 표정으로 숨을 색색 내쉬면서 잠들고는 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품에 잠든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이렇게 있으니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어린 시절, 그녀는 언제나 제 품에 안긴 채 잠들고는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천재 마법사 니케니 뭐니 해도, 결국 상처입은 딸한테 이것말고는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서-


그저, 하루라도 빨리 딸이 상처를 치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 밖의 비는 채 그치지 않은 채 빗소리만 남아서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단발일레 트라우마 치유하기 외전


니케가 멘탈이 나가서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 단발 일레이나 달래주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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