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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여행] 나는 사실 XX가 아니다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01 18:15:38
조회 703 추천 28 댓글 6
														

"여러분, 잘 모여주셨습니다."


문을 열자 사야 씨, 암네시아 씨, 그리고 프랑 선생님까지 세 분이 모두 서 계셨습니다. 그 세 사람을 쭉 훑어본 제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인 다음, 이쪽으로 와달라면서 몸을 돌리고 털래털래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불렀지만 세 사람 다 단번에 달려와준걸 보면 첫 단계는 제 예상대로였습니다. 안보이는 위치에서 웃음을 흘린 제가, 이윽고 어느 방 문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이 안입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대자,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겠다는 듯 사야 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빗자루 씨, 그러니까 이 안에..."


"네. 일레이나 님이 쓰러저 계십니다."


태연함을 가장하며, 제가 대답해주었습니다.


"어느 마녀의 저주를 받으신, 일레이나 님이 계십니다."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잘 정돈된 침대 위, 살짝 열어놓은 창문틈새로 비추는 태양에 아름다운 잿빛의 머리카락을 반짝반짝 반사시키며, 곱디 고운 외모를 한 채 일레이나가 누워있었습니다. 그걸 보자 세 사람 다 말을 채 잇지 못한 듯,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걸 보면서 제가 말을 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가 아니면 저주는 풀리지 않고, 영원한 잠에 빠져들게 됩니다. 여러분, 부디 일레이나 님의 저주를 푸는데 협력을 해주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부탁하는 척 했지만 속은 웃고있었습니다. 설마 이렇게나 잘 될 줄이야! 너무나 예상대로 풀려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다음은 세 사람이 어떻게 나오면 될 지 보기만 하면 되는 일이였습니다. 애초에 마녀의 저주라는건 모두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했거든요.


그렇습니다, 저는 사실 빗자루가 아니였습니다.


그러면 문제입니다, 빗자루가 아니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신부 후보 세 사람을 앞에 두고있는 이 가련하고도 아름다운 저는 대체 누구일까요?


그래요, 빗자루로 변장한 저랍니다!


*


저는 사실 일레이나 님이 아닙니다.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하루 전의 일이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저를 사람으로 변신시킨 일레이나 님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저를 샅샅이 흝더니 이내 무엇인가를 결심하신 듯 싶으셨습니다. 그 때 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 채 묵묵히 저를 지켜보시던 일레이나 님이 웃으면서 절 꼬옥 껴안아주었습니다.


"일레이나 님?!"


남몰래 흠모하는 일레이나 님의 갑작스러운 포옹은, 도구에 불과한 저였지만 두근거림을 느끼게 하기는 충분했습니다. 다급해진 제가 급하게 이름을 부르자, 일레이나 님이 활짝 웃으셨습니다.


"빗자루 씨, 제가 되지 않으시겠나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제가 네? 하고 몇 번인가 되묻자 자신이 성급했다는 걸 깨달은걸까요, 헛기침을 한 일레이나 님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빗자루 씨도 아시다 시피, 저는 많은 여자를 홀렸잖아요?"


"자각은 하고 계시군요..."


그랬습니다, 일레이나 님의 말마따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일레이나 님은 수많은 여자한테 손을 대신 상태였습니다. 자각은 하고 계셨다니 놀랍네요, 제가 시선을 피하자 그녀가 제 양 뺨을 잡아당기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아파요, 아파요 일레이나 님...


짧은 해프닝 다음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슬슬 고향에 돌아갈건데 신붓감을 제대로 정해서 어머님한테 소개시켜드리고 싶으시단 이야기였습니다. 그 후보는 사야 님, 암네시아 님, 그리고 프랑 님이였습니다.


"세 사람을 전부 데려가시려고 하시나요?"


"네, 결과에 따라서는요."


아직도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기에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일레이나 님의 말에 따르면 고향에 누굴 데려갈지 고르기 위해서 자그만한 시험을 볼 것이라 했습니다.


시험은 이렇습니다, 우선은 일레이나 님이 나쁜 마녀의 저주에 걸려서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는 편지를, 신부 후보 세 사람한테 모두 보냅니다. 그 편지를 받고 온 후보들이 침대 위에 누워있는 일레이나 님을 깨우기 위해서 키스를 하겠지요.


하지만 아뿔싸, 그 일레이나 님은 사실 일레이나 님이 아니라 변장한 저였습니다. 과연 신부 후보들은 알아볼 수 있을까요? 첫 키스를 제가 아니라 일레이나 님한테 무사히 바칠 수 있을까요?


"빗자루 씨의 첫키스는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로 하려고 하면 제가 제지할테니까요."


"저, 첫키스는 일레이나 님과 하고싶습니다!"


러니까 요컨데 이중 테스트였습니다, 망설임없이 키스할 수 있느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느냐...이야기를 다 들은 제가 어이없어서 살짝 웃었습니다. 제 주인님이시지만 아무리 그래도 솔직하지 못한것도 정도가 있었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고백하면 될 것을, 왜 구태여 이런 복잡한 방법을 쓰는걸까요!


"솔직하지 못하신 분..."


"어머, 그런 못된 말을 하는게 이 입인가요?"


제 말을 들으신 일레이나 님이 뺨을 빵빵하게 부풀리시더니 다시금 제 양 뺨을 잡아당기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아야, 아파요. 아파요 일레이나 님..."


이렇게해서, 저와 일레이나 님 두 사람이 협력하는 신부감 찾기 계획이 시작되었습니다.


불안만이 가득했지만요.


*


저는 사실 사야 언니가 아닙니다.


저는 마나, 언니를 너무나 사랑하는 여동생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어째서 언니를 대신해서, 언니가 사랑하는-물론 저한테 있어서는 언니를 뺏어서 증오해 마지않는 일레이나 씨의 방에 와서, 그녀와 키스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느냐.


그건 어제의 일이였습니다. 마법통괄협회로 언니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스승님은 휴가를 내신 상태였기에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그 편지는 안타깝게도, 저어어엉말로 안타깝게도 언니한테까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편지의 발신인을 본 제가 중간에 빼돌렸기 때문입니다.


발신인에는, 일레이나 씨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편지를 보자마자 슬쩍 눈치를 보다가, 흔적이 남지 않게 살살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했습니다. 일레이나 씨가 저주로 쓰러졌으니까 와서 키스로 깨워달라는 말도안되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보자마자 이 여자가 우리 언니한테 또 꼬리치는구나 싶어서 이를 악문 제가 그대로 편지를 잡은 양 손에 힘들 주었습니다.


이대로 찢어버릴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제가 움직일 찬스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제가 언니의 모습으로 변장한 다음, 매몰차게 거절한다면? 언니한테 정나미가 뚝 떨어질 것입니다. 사정을 모르고 일레이나 씨한테 버림받아서 나약해빠진 언니를 제가 다시 보듬어주면 사야미나의 찬스가, 에헤헤, 에헤헤헤...


그런 마음으로 왔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았습니다. 빗자루, 라고 소개한 여성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일레이나 씨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해보여서, 지금 당장이라도 일으켜서 뭐라도 먹이지 않으면 심각해보였습니다.


이쯤되자 머리속이 혼란에 가득찼습니다. 일레이나 씨를 싫어하긴 하지만 죽었으면, 같은 거무튀튀한 감정을 품은건 아니였습니다. 그저 언니랑 사이가 조금 멀어졌으면 했지만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자신의 주인인 일레이나 씨를 살려달라는 마냥 옆에서 빗자루 씨가 간절한 눈동자로 저희를 쳐다보았습니다. 어서 키스를 해주세요, 몇 번인가 그렇게 보챘지만 키스를 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첫키스는 언니의 몫이라는건 제쳐두고서도, 키스를 하지 않으면 이대로 일레이나 씨는 죽을 것이며, 설사 키스를 한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였기에 그녀가 일어나지 않을게 뻔해서-


큰일난 것 같습니다.


어떻게하죠?


*


저는 사실 언니가 아닌거에요!


저는 사랑하는 언니의 여동생, 아빌리아 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있을 수 없는 미증유에 위기에 빠졌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언니가 사랑하는 일레이나 씨가 쓰러졌다는 편지를 받은것입니다.


언니는 아르바이트 도중이었기에 그 편지를 먼저 받은것은 저, 일레이나 씨의 이름이 적혀있었기에 먼저 열어보았습니다. 물론 그 마을에서 언니를 구원해준 일레이나 씨는, 생명의 은인이고 마음으로 감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언니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연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녀한테 편지라,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서 먼저 열어보았고 그게 정답이였습니다.


편지에는, 저주에 걸린 일레이나 씨를 깨우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가 필요하다는 말도안되는 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레이나 씨한테 푹 빠져있는 언니의 마음을 이용해서 어디서 이런 수작질을, 이를 박박 갈다가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언니로 변장하고 가면 되는 일인거에요!"


눈을 빛내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애초에 이런 편지, 모두 변명에 불과했습니다. 직접 가서 눈으로 일레이나 씨의 상태를 보면 해결될 일이였습니다. 만약 정말로, 정말로 저주에 걸린거라면 그 자리에서 언니를 불러오면 되는 일, 그런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갔지만 곧장 후회하고 말았습니다.


침대 위에 쓰러져있는 일레이나 씨는 상상이상으로 심각해보였습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고통에 시달리는듯 조금씩 내쉬는 신음소리, 살짝 야윈 몸-어디를 어떻게 봐도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그 편지가 어떤 거짓말도 아니고, 일레이나 씨의 상태가 위독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와서 언니를 부르기에는 늦은듯, 옆에서 일레이나 씨의 빗자루라고 소개한 여성이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정말로 시간이 없습니다, 부디 어떻게든."


실제로도 저주가 몸을 갉먹고 있는지 제법 위독해보였습니다. 이제와서 언니를 부르기에는 늦었고, 제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됐습니다. 하지만 무리였습니다. 첫키스는 언니의 몫이라는건 제쳐두고서도, 키스를 하지 않으면 이대로 일레이나 씨는 죽을 것이며, 설사 키스를 한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였기에 그녀가 일어나지 않을게 뻔해서-


큰일난거에요.


저, 어쩌면 좋은거에요 언니?


*


나는 사실 프랑이 아니라 실라다.


외견은 프랑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틀림없는 실라다.


일의 원인은 사흘 전, 프랑이랑 같이 의뢰를 하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프랑과 영혼이 뒤바뀌어버린 것이다.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 잠시간 휴직계를 낸 다음 서로 연구를 하던 와중, 일레이나한테 편지가 한 통 날라온 것이다.


"어머, 일레이나한테 편지라니, 드문 일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프랑-겉모습은 나지만-의 모습은 순수하게 기뻐보였다. 웃으면서 편지를 열었지만 이내 프랑의 표정이 절망으로 굳기 시작했다. 프랑? 내가 놀라서 묻자 그녀가 말없이 나한테 편지를 보여주었다.


편지에는 일레이나가 저주로 쓰러졌다는 내용, 그걸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과연, 하나밖에 없는 애제자가 이런 상태가 되었으니 프랑이 패닉에 빠질만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됐다, 적어도 지금 프랑이 가면 사태는 더욱 혼란에 빠질게 뻔했기에 내가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손가락으로 거울을 가리켰다.


"어머..."


그제서야 실수를 알아차린 듯 프랑이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 지금의 프랑의 외형은 어디를 어떻게 보더라도 나, 실라의 모습이였다. 그런 그녀가 가봤자 사태가 나아질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다음날, 둘이 같이 빗자루를 타고 일레이나가 있는 장소로 날아갔다.


우선 내가 먼저 가서 냉정하게 상태를 보기로 하고, 정말로 심각하다 싶으면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프랑을 불러서 키스시킬 생각이였다. 원래 몸으로 키스를 해야 효력이 날지, 영혼이 바뀐 상태로 해도 효과가 날지 어느쪽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마녀가 둘이나 있는데, 최악의 상황에서 저주 정도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지 싶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나 혼자만 부른게 아닌듯, 옆을 보니 사야 녀석과 저번에 본 암네시아 라는 사람이 같이 있어서-


잠깐만.


저건 사야가 아니라 미나잖냐.


*


정신줄 놓고 써본 가벼운 개그물


본격 가짜들의 이야기


빗자루가 아니라 일레이나 / 일레이나가 아니라 빗자루 / 사야가 아니라 미나 / 암네시아가 아니라 아빌리아 / 프랑이 아니라 실라


일레사야 / 일레프랑 / 일레암네를 노렸지만 사실 일레미나 / 일레실라 / 일레아빌 이 이루어지게된 일레이나 이야기


괜한 수 쓰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고백하자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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