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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흔들리는 꽃 - 애증의 폭풍 속에서 - 9화

1234(39.113) 2021.02.08 23:08:19
조회 130 추천 11 댓글 3
														

"저녁 먹으러 이제 내려와!"


아야메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대답을 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뭔가 알 수 없는 무거운 심정이었다.


마감 시간, 후미나는 도서위원으로 사유리에게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말에 사유리는 울었다.


물론 그것은 무언가 나쁜 심정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그런 식으로 평범하게 대해질 줄 몰랐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과거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모습과 겹쳐졌다.


어린 시절이라 아무 것도 모르기에 가능했던 그 시절.


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순수한 애정으로 다가갈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후미나의 상냥함이 그녀를 아주 변화시킨 것인지도 몰랐다. 자신이 후미나 덕분에 아주 조금씩 변해간 것처럼.


"후우...."


어머니가 부르기 전에 내려가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야메는 발걸음을 옮겼다.


"엄마, 오늘 저녁 뭐야?"


"아 오늘? 마침 돼지가 싸게 나왔더라?"


아야메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아야메는 어머니의 미소를 보며 함께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많이 먹을 나이.


맛있게 조리된 고기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냄새에 이끌려 다른 가족들도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시작했다. 잠시 아무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즐거운 시간 속에서 아야메는 마음껏 먹고 또 먹었다.


"오빠, 그거 내 뼈."


아야메는 뼈를 씹어먹으며 오빠에게 항의했다. 미안하다고 웃으면서 뼈를 건내는 오빠들과 함께 왁자지껄하면서도 따뜻한 시간은 한동안 이어졌다.


---------- 


"그래 잘 마시는게 제일이지."


후미나의 어머니는 혈액팩을 깔끔하게 비우는 자신의 딸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흡혈종이라고 하더라도 자식을 보는 어미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최근 좋지 않은 일로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먹는 딸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엄마. 근데...."


후미나는 혈액팩을 다 마시고 깔끔하게 물로 헹군 후 분리수거함에 넣은 후 입을 열었다.


"과연 엄마는 퇴마사와도 잘 지내는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해?"


후미나의 말에 그녀의 어머니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못지낼 건 또 뭐 있겠니? 물론 위험하고 어렵겠지. 하지만 전쟁을 하던 시기에도 우정을 쌓거나 사랑을 한 사람들도 있는걸. 경우에 따라 다 다를거야."


후미나는 어머니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읽은 책에서도 그런 아주 드문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그녀에게 닥친 것은 현실이었다.


"어차피 아직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으니까. 사람들과 전쟁을 하지 않고 산 시기는 그리 길지 않아. 게다가 여전히 평화를 깨려는 자들은 인간, 환상종 할 것 없이 잔뜩이고...."


후미나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게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학교에서의 일로 힘들텐데 고민하고 나아가려는 모습이 대견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


후미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답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어른스럽기만 한 딸의 모습이 아니지만 그것은 그 나이 때에 맞는 모습일지도 몰랐다.


"걱정마. 원래 그렇게 고민하면서 답을 찾는거니까. 성인식이 끝난 흡혈종이라고 고민 안하는 것도 아닌걸. 엄마는 안 그런거 같아? 때때로 현실적인 문제에 고민도 하고 하는건 당연한거야."


후미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말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생각했다. 어머니의 말대로일지 몰랐다.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은 언제나 필요하니까.


"그리고 엄마가 한 400년 살아보면서 느낀건데, 때론 고민만으로도 충분하더라. 굳이 답 찾으려 하지마. 구체적인 말로 표현이 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때도 있어."


그렇게 말하며 후미나의 어머니는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들만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응."


후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게 어머니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하는 말은 결국 나중에 돌이켜보면 다 맞는 말이었다.


"우리가 환상종이라서 인간하고는 보는 시야가 다른건 맞아. 특히나 우리같은 흡혈종들은 더 그렇지. 그래도 결국 살다보면 맞는 사람하고는 잘 지내고 아닌 사람하곤 못지내고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마. 모두와 잘 지낼 필요도 없어. 자기하고 맞는 사람하고 잘 지내기에도 시간은 모자라거든."


후미나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딸 아이의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어 주었다. 부디 자신과 같은 어려움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종을 떠나 어느 어미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애정을 담아 후미나의 어머니는 귀여운 딸의 머리를 몇번이고 쓰다듬어 주었다.


혈액을 마신 덕에 따뜻해진 어머니의 손이 기분 좋은지 후미나는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 


사유리는 욕조 안에서 멍하니 생각했다. 자신이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스즈메가 감시를 해주고 있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뜨거운 물 속에서 사유리는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 날 이후 그녀는 자신이 아야메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평범한 인간과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도 스스로를 잘 다스린다면 괜찮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남는 것은 고립 뿐.


그런 자신에게 후미나는 평범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자신이 했던 짓을 생각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후우...."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고마운 것과 별개로 자신의 등에 새겨진 문양이 뜨겁게 다가온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하지...."


알 수 없었다. 친구들도 없이 지내면서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없는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숙명.


그리고 이어지는 피.


자신에게 있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사유리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어야 할지 그녀는 감도 잡을 수 없었다.


"아가씨, 이제 나오시죠. 너무 오래 계십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스즈메의 목소리.


"응...."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사유리는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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