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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엘.컴플렉스 40

우드포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11 0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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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아, 좀 전에 통화했는데 또 해서 미안한데... 자꾸 신경쓰여."

"괜찮아, 레이. 뭐가 신경쓰이는데?"

유신은 창가로 가 채린을 등지고 섰다.

"음성 메시지 절대 들으면 안 돼."

"또 그 얘기야? 걱정하지 마. 안 들을게. 그리고 레이, 많이 사랑해."

"오늘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하네. 기분 좋아."

"레이가 기분 좋으면 나도 기분 좋아."

"유신아...아까는 말 못했는데...나 며칠동안 네 생각만 했어. 일을 못 할 정도로 불안하고 초조했어. 그리고 살면서 이런 기분 처음 느꼈는데... 내가 너무 작고 초라한 거야. 나 왜 이러는 걸까? 유신아, 내일 오는 거 맞지? 널 빨리 안고 싶어."

"알아."

"응? 뭘?"

"그 마음 잘 알아. 불안해 하지 마. 내일 안아 줄게."


유신이 지금 한 말은 예전에 수민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때 수민이 이 말을 해 줬다면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빠가 엄마에게 이 말을 해 줬다면 유신의 어린시절이 달라졌을 것이다.


"너 내 거 맞지?"

"당연한 걸 왜 물어? 레이도 내 거잖아."

"너도 내 입장 돼 보면..."

"설명 안 해도 돼. 그 입장 잘 아니까. 여전히 난 레이만 사랑해."



전화를 끊었다. 이제 유신은 떨지 않고 채린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채린이 유신의 시선을 피했다.

'상처받았구나. 내가 수민이한테 상처받았던 것처럼.'

유신은 수민이 그 사람과 통화하는 걸 옆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게 얼마나 비참한 기분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삼각은 힘들어. 빨리 끝내야 해. 누구도 상처받는 거 싫어.'

유신은 뒤돌아 나가려는 채린의 팔을 잡았다.


"채린 씨, 솔직하게 말할게요. 어제 많이 흔들렸어요. 그 마음 채린 씨한테 들킬까봐 배고픈데 밥 먹으러도 못 갔어요. 채린 씨를 피해도 떨림이 멈추질 않아서 술 마시고 겨우 잤어요."

채린은 유신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어제 낮에 채린 씨가 절 유혹했고... 아니, 채린 씨는 연기한 건데 제가 멋대로 유혹당한 거겠죠. 어젯밤에 당신을 만났다면 제가 당신을 유혹했을 거예요. 많이 원했거든요."

이 말을 하고 유신은 한숨을 쉬었다.


"과거형이네요."

채린이 말했다.

"네, 지금은 아니에요. 정신차렸어요."

유신은 이제 채린의 눈을 똑바로 보고도 전혀 떨리지 않았다.

"전화 받기 전엔 당신이 날 원한다고 느꼈는데요."

"당신을 원하면 레이를 잃어요. 바람 피우면 레이가 절 떠날 거예요. 제가 레이를 많이 사랑해요. 그리고 사랑받고 있어요."

"확실한 거절이네요. 상처받았어요."

채린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 아프게 해서 죄송해요. 용서하세요."

"그래도 포기 안 하면요?"

"더 이상 만날 수 없어요. 일도 못 하고요."

"휴...차대표가 당신을 많이 좋아하겠어요. 내가 당신에게 관심있는 거 많이 싫어했거든요."

"죄송해요."

"걱정 말아요. 싫다는데 매달릴 정도로 유신 씨에게 깊게 빠진 건 아니니까요. 이렇게 말하면 일은 같이 할 수 있는 거죠?"

"제가 고마워요. 이번 일 망치면 잘릴 각오해야 했거든요."

"그럼 프리랜서로 우리 일 다 하면 되죠. 아... 레이 씨하고 헤어지면 알려 줘요."

"그건..."

"농담이에요. 저도 애인 만들 거니까. 유신 씨가 저 좋다고 해도 제가 거절할 거예요. 그럼 내일 잘 가세요."

채린은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불편했던 마음이 홀가분해지자 유신은 바로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갔다. 다행스럽게도 남은 좌석이 있었다. 표를 바꾸고 탑승 게이트 앞에 앉아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문득 레이가 듣지 말라고 한 음성메시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무슨 내용이길래 듣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한 걸까?'

듣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레이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지만 이건 들어야겠어.'

호기심은 약속을 이겼다.


'초기 비번은 번호 뒷자리구나. 근데 왜 이렇게 심장이 떨리지?'

두근두근하는 가슴을 안고 녹음된 메시지를 들었다. 다 듣고 나자 유신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 레이에게 이미 상처를 줘 버렸구나. 하지만 들어서 다행이야.'

그 메시지는 유혹을 이겨 낸 유신에게 레이가 준 값진 선물이었다. 유신은 이제 뭘 해야 할지 확신이 섰다.



집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었다. 유신은 오는 내내 비행기 안에서 푹 자서 체력이 남아 돌았다. 레이가 퇴근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조금이라도 빨리 레이를 보고 싶어서 집을 나가 플레저로 갔다.


"레이, 나 목마른데 물 한 잔만 줘. 웬일로 레이 앞자리가 비어 있네?"

유신은 마치 퇴근하고 온 것처럼 말을 건네며 레이 앞자리에 앉았다. 레이가 유신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벌써 온 거야? 내일 오는 거 아니었어?"

레이가 들떴다. 예상보다 빨리 와서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어제 일을 다 해서 오늘 할 일도 없고... 게다가 레이가 유혹했잖아. 안아 달라고. 그래서 빨리 왔어."

그 말에 레이가 웃으면서 생수를 건네 줬다. 유신은 물을 컵에 반쯤 따라 다 마셨다.


"물맛은 역시 한국이 좋네. 가만... 공기는 그쪽이 깨끗한가? 그래도 살던 곳이 좋아."

유신의 입에서 '물과 공기'라는 단어가 연속적으로 나오자 레이가 움찔했다.

'설마 들은 거야?'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해 봤지만 유신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일은 어땠어?"

"만족해. 찍어 보고 싶은 거 다 찍었어."

"찍어 보고 싶은 거?"

"응. 나중에 보여 줄게."

"별로 보고 싶지 않아."

"그보다 레이, 음성 메시지 말야."

음성 메시지 얘기를 하자 레이가 또 움찔했다.

"시간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고 했지?"

"응...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고 잊어 버려."


유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레이의 얼굴을 한참 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레이."

"응?"

"지금 키스해도 돼?"

"새삼스럽게 묻기는. 지난번엔 묻지 않고 키스했잖아."

"그땐 네가 질투하게 만들었으니까. 지금 별로 안 바쁜 거 같은데... 잠깐 나와 봐."

유신이 레이의 손을 잡아 끌었다.



유신은 레이 손을 잡고 구석진 테이블로 갔다. 레이를 먼저 앉히고 옆에 앉자마자 레이를 안고 키스했다.

"레이...오랜만이라 벌써 흥분돼."

"삼 일 전에 했는데..."

"역시... 너무 오래됐어. 기억도 안 나."


키스가 점점 깊어지고 두 사람의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유신의 손은 레이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면서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허리에 이르자 서둘러 바지 지퍼를 내리려고 했다. 레이가 눈을 떴다.


"... 거긴 안 돼... 집에서 ..."

유신은 너무 흥분해서 레이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 여기서 이러면 안... 돼..."

여전히 듣지 못했다. 바지 속으로 손이 들어오자 레이는 하던 키스를 멈추고 유신의 귀를 좀 세게 깨물었다. 유신이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아.... 아파. 왜 그래, 레이?"

"안 된다고 여러 번 얘기했잖아. 거긴 안 돼."

"하아...안아 달라면서...너도 좋은 거 아니었어?"

유신은 흥분이 가시지 않는지 코를 레이의 목에 파묻고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목에 숨결이 닿자 간지러운지 레이가 목을 움츠렸다.


"그건 둘만 있을 때 하고 싶어. 여긴 사람이 많잖아."

"아...그렇구나. 미안..."

말로는 사과했지만 유신의 눈은 아직 풀려 있었다. 레이의 어깨에 코를 대고 천천히 숨을 들이 마셨다.

"레이 냄새 많이 그리웠어..."


유신이 냄새를 실컷 맡는 동안 레이는 유신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 줬다. 유신은 기분 좋은지 레이에게 착 달라 붙어 있더니 고개를 들어 레이와 눈을 맞추고 가만히 쳐다봤다. 레이 역시 말을 하지 않고 유신을 바라봤다. 유신은 잠시 망설이더니 힘들게 말을 꺼냈다.


"...우리 결혼할까?"

"뭐? 진심이야?"

느닷없는 청혼에 레이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응. 결혼하고 싶어."

"너무 갑작스러워서...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지금 대답 안 해도 돼. 생각하고 대답해 줘."

"같이 사는 것도 싫다고 했잖아."

유신은 다시 레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싫어서 그런 말 한 거 아냐. 두려워서 그랬어. 가까워지면 상처 주고 헤어지게 될까봐. 나 그런 거만 보고 자라서..."

"지금은 두렵지 않아?"

"이젠 같이 살아도 괜찮을 거 같아. 레이 놓치기 싫어. 다른 사람 좋아해도 보내지 않을래. 결혼이 헤어지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도 있잖아."

이 말을 하고 나서 유신은 잠시 망설였다.

"레이...내가 거짓말하는 거 싫다고 했지?"

"응."

"거짓말 안 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말할게. 나 연채린한테 심하게 흔들렸어. 형편없지? 근데 그것 때문에 널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 나 레이 많이 사랑해. 널 내 옆에 묶어 두고 싶어. 약속할게. 너만 보고 너만 사랑한다고. 그러니 결혼해 줘."


레이는 유신의 말을 끝까지 듣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진짜 흔들렸어?"

"미안해."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약속하고 간 거잖아."

"처음엔 자신있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흔들렸다는 말 들으니 마음이 아파. 그 날이야? 하루종일 전화하지 않은 날?"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날이구나. 느낌이 안 좋더니... 한 번 흔들렸는데 또 흔들리지 않을까?"

"아냐. 이제 그런 일 없을 거야. 약속해."

"약속은 이미 깼잖아. 사랑이 확 식어 버렸는걸."


사랑이 식어 버렸다는 말에 유신은 충격을 받았다.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럼...거절이구나. 흔들렸다는 거 숨겼으면 승낙했을까?"

"숨기는 건 더 싫어."

"그럼 레이, 결혼하지 말고 같이 사는 건 어때?"

레이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그것도 싫어."


유신은 두 번이나 거절당하자 속상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레이의 눈을 피했다.

"나... 형편없지?"

레이가 의기소침해 있는 유신의 팔을 끌어 당기며 안았다.


"비록 흔들리긴 했지만 형편없는 사람은 아냐. 집중력이 좋잖아."

"집중력이 좋다면 흔들리지 않았겠지. 널 실망시키지도 않았을 거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잘못을 인정하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냐. 자기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남탓만 하는 사람이 대부분인걸? 내가 왜 널 좋아하는지 알겠어?"

"날 좋아한다고? 사랑이 식어 버렸다면서?"

레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자 유신은 어리둥절했다.

"그럴 리 없잖아. 여전히 널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에 유신은 굳었던 표정을 풀고 활짝 웃었다.


"널 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웃었어. 네가 웃을 땐 빛이 나는 거 같아.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지만 넌 내게 진짜 금이야. 근데 반지는 언제 줄 거야? 정식으로 청혼받고 싶어."

"우리 정말 결혼하는 거야? 근데, 레이. 내가 금이라면서 반지가 필요해?"

유신은 얼굴에 금가루를 뿌린 듯 밝게 웃었다.



===============================================================

자정 전에 올리려고 했는데 초과해 버렸네.

휴~

복 많이 받고 명절 잘 보내. ^^


part 3 부터 보려면 여기로.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99060

이전 소설 모음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9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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