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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츄-는 키스가 아닌 걸앱에서 작성

뮻ㅇ(70.68) 2021.02.15 19:27:55
조회 1239 추천 2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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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은 책상에 상체를 뉜 채로 발을 의자 아래서 힘주어 흔들었다. 알아주는 이 없는 그녀 나름의 소심한 불만의 표현이었다. 아니,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게 다행일지도. 막상 자신의 고민을 되짚어보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사소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누가 물어온다 한들 논리정연하고 납득이 갈만한 설명을 내놓을 자신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민거리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녀의 자괴감을 부추겨 더욱더 괴롭게 느껴질 뿐이었다. 린은 볼을 부풀렸다가 커다란 한숨 소리를 내뱉었다. 결국 뭔가 결심이 선 듯 아랫입술을 힘주어 깨문 린은 손을 뻗어 앞자리에서 책상을 정리하던 마키의 등을 두드렸다.


"저기, 마키 쨩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그건 갑자기 왜?"

"그게, 별일은 아닌데... 그, 있잖아..."

"하나요랑 무슨 일 있었구나?"


우물쭈물대는 린의 말을 끊은 마키의 질문은 정곡을 찔렀다.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오는 린이 마치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 같다고, 마키는 생각했다. 대답 대신 마키는 린에게 어서 말해보라며 재촉했다. 또 한참을 머뭇거리던 린은 마침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카요찡이 요즘 츄를 해주지 않는다냐..."


소리 내 말하고 보니 정말 별일 아닌 것처럼 들려서, 손바닥으로 가린 린의 얼굴에는 부끄러움이라는 이름의 붉은 색이 번졌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는 마키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황당하게 보고 있을 거라고 린은 확신했다. 에효. 짧은 한숨 소리가 마키에게서 흘러나왔다.


"뭔가 했더니 그냥 사랑싸움이었네. 괜히 걱정했잖아."

"린과 카요찡은 싸운 게 아닌걸!"


즉각적인 린의 항의는 보다 깊은 고민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사랑이라니. 좋아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는 하지만, 린과 하나요의 관계는 결코 그런 게 아니었다. 연애 감정이라는 개념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그 공식에 자신을 대입하여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 복잡한 걸 따지기보다는 당장의 즐거움이 린에게는 더욱 중요했으니까. 그 시간에 차라리 맛있는 걸 먹으러 가거나 뮤즈의 모두와 시간을 보내는 편을 그녀는 선호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하나요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린 쨩, 입맞춤은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거야. 친구가 아니라.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린을 밀어내던 하나요의 말을 되새겼다. 지난주 금요일, 린의 집 앞에서 헤어지기 전의 일이었다. 린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뭐. 그치만 그건 어른들의 키스고, 린과 카요찡이 하는 건 츄-인걸. 어린 시절부터 매일같이 인사 대신 주고받았던 행위가 남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통용된다는 이유로 그만둬야 한다는 점을 린으로써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린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저만치 도망쳐버렸던 하나요는 주말 내내 연락을 받지 않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당번 일 때문에 이미 학교에 도착했다는 짧은 문자만을 보내왔기에, 린으로써는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아직까지도 어디 털어놓지도 못한 채 혼자 고민을 삭여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머릿속으로 수십번 돌려본 하나요의 반응은 린을 한 가지 결론으로 이끌었다. 카요찡, 아무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냐. 그렇게 생각하자 린은 마치 체한 것처럼 가슴 한구석이 먹먹하고 괜히 속이 더부룩한 기분이 들었다. 생일은 린 쪽이 빨랐지만 두 사람에게 자매의 역할을 부여한다면 단연 하나요 쪽이 언니에 가까웠다. 카요찡은 매일 도시락도 직접 싸고, 공부도 잘해서 언제나 숙제를 가르쳐주고, 린은 못 마시는 블랙커피도 마실 수 있고... 그리고 또, 또, 가슴이라던가. 자신보다 성숙한 하나요의 면모를 하나씩 따져 내려가던 린은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에 얼굴을 붉혔다. 아무튼, 카요찡은어른스러우니까. 린보다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냐.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려 해봐도 한 번 포문이 열려버린 궁금증은 마를 줄을 몰랐다.


카요찡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역시 뮤즈의 누군가려냐? 니코 쨩이랑 스쿨 아이돌 얘기를 할 때의 카요찡은 늘 즐거워 보여. 린은 매번 카요찡에게 곤란스러운 표정밖에 짓게 할 수 없는데. 아니면 코토리 쨩? 코토리 쨩은 린이랑 다르게 여성스러우니까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많을 거야. 그리고 또... 지난 화요일 연습에 코토리가 가져온 의상들 중 한 벌 끼어 있던 턱시도를 입었던 에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잘 어울렸지, 누구라도 반할 만큼.


언제부터? 이제 와서 돌아보면 하나요의 행동거지가 달라진 건 한 달도 더 된 일이었다. 언제나 서로의 사진이었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부끄럽다는 이유로 바꾼다던가, 린이 좋아한다며 달려드는 것을 유난히 부끄러워한다던가. 그녀가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이유라면 전부 납득이 가는 변화였다.


린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마키는 몇 번이나 끼어들려는 듯 손을 들어 보였으나 얘기를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쏟아지는 말에 휩쓸려 입술만 달싹거릴 뿐 린의 모놀로그를 끊어내지는 못했다. 그 사이 뮤즈의 3학년과 2학년을 전부 거친 린의 추론은 마키에게로 그 방향을 틀었다.


"마키 쨩, 지난주 목요일에 카요찡이랑 단둘이서 놀러 갔었지?"

"...그랬지."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을 하면서도 마키의 표정은 영 탐탁지 않은 듯했다. 정말 길게도 돌아온 일방적인 대화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린보다 귀여운 건 뮤즈의 모두가 마찬가지지만, 마키 쨩은 그중에서도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다냐."

"..."

"퉁명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상냥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


힘겨운 듯 말을 이어나가던 린은 마키에 대한 설명을 마치지도 못한 채로 말끝을 흐렸다. 툭. 그와 동시에 한참을 허공에서 맴돌던 마키의 손이 가볍게 린의 머리를 타격했다. 린, 너는 바보야. 다소 오버스럽게 이마를 움켜쥔 린은 억울함이 가득한 눈으로 마키를 올려봤다. 린은 진지한 얘기 중이었는데! 이제야 힘이 실린 린의 목소리가 흡족하다는 듯 마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네 얘기는, 하나요가 친구끼리 하는 키스를 거부했다는 거잖아?"

"키스가 아니라 츄-"

"그래, 그래. 그게 지난달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렇다고 너는 생각하는 거고? 그런데 금요일까지는 계속 키스... 츄-를 해왔고?"


린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바보야. 아까부터 이해가 가는 설명은 없이 질문과 바보라는 소리만 반복하는 마키에게 린은 격한 항의를 표출했으나, 마키는 이미 다음 계획을 구상하는 중이었다. 가장 바보까지는 아닌가, 하는 독백과 함께 떠오른 검은 양갈래 머리는 애써 떨쳐버리면서.


#


"하나요, 좋아해."

"...에?"


무미건조한 고백에도 하나요는 명백히 당황한 듯 보였다. 고백한 사람보다도 들은 쪽이 되려 얼굴을 붉히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선생님께 뭘 좀 가져와달라고 부탁받았다며 하나요를 데리고 나온 마키는 그녀를 인적이 드문 막다른 골목으로 이끌었다. 벽에 몰리고서야 의문을 표하려는 그녀에게 마키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저런 소리를 늘여놓은 것이다.


마키 쨩은 니코 쨩이랑 서로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 아니, 그게 아니라고 쳐도, 마키 쨩이 나를? 낌새조차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그런 의문을 미처 다 떠올릴 시간도 없었다. 아무리 평온한 표정이라지만 하나요의 눈앞에 선 마키는 그녀에게 고백한 상황이었으니.


"그, 마키 쨩, 좋아한다는 건...?"

"당연히 연애 감정이야. 하나요랑 사귀고 싶고, 데이트도 하고 싶어."


마키의 태도는 어색하리만치 직설적이었다. 하나요로써는 되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에둘러 말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미안해, 마키 쨩.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아, 그래. 거절을 당하고도 마키는 여전히 덤덤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답하고도 마키는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아무런 감정을 비치지 않는 그녀의 무표정이 하나요는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럼 사귀지는 않아도 좋으니까 키스 한 번만 해 줄 수 있어?"


고백보다도 더욱 황당한 마키의 말에 하나요는 순간 생각이 멈춘 것만 같았다. 아무런 티도 내지 않다가 고백해놓고는 키스를 해달라니. 마키 쨩이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상황 파악을 마치지 못한 하나요를 마키는 벽으로 밀어붙였다.


"린이랑은 사귀는 사이도 아니면서 매일같이 했잖아? 나는 안되는 거야?"

"그건 달라!"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신중함을 가하던 하나요는 린에 대한 언급에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마키 또한 전혀 물러설 기세 없이 설명을 요구했다. 뭐가 다른 건데? 다시 현실로 돌아온 듯 얼굴을 붉힌 하나요는 한참의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내가 린 쨩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하나요의 목소리는 작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하지만 마키 쨩이 말했듯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니까, 내가 먼저 입맞춤은 그만두자고 했어. 린 쨩의 순수함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은걸. 그 이상의 설명은 늘여놓을 새도 없었다.


"들었지?"

"카요찡..."


어느새 둘로 늘어난 목소리 탓이었다. 골목을 돌아서 다가서는 린을 보는 순간 하나요는 자신이 마키에게 속았음을 깨달았다. 지난번처럼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으나 막다른 골목이라는 장소 역시 다분히 의도적으로 선정된 것이리라. 벽 방향으로 몸을 돌린 채로 쥐구멍이라도 있을까 찾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마키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것이 들려왔다. 즉, 하나요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린의 것이란 의미.


"카요찡..."


자신을 부르는 린의 목소리에 하나요는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린의 목소리가 이렇게 무섭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던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린 역시 다음 행동을 정하지 못한 채로 서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찰나인지 영원인지 모를 시간이 지났다. 쉬는 시간은 끝이 난 지 오래이리라. 먼저 생각이 정리된 쪽은 린이었다.


"린은 역시 카요찡이랑 츄-가 하고싶다냐. 린은 아직도 좋아한다던가, 사귄다던가, 잘 모르겠어."


하나요는 뒤를 바라보지 못했다. 지금 린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였다간 안 그래도 미칠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이 정말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카요찡이 다른 누군가랑 츄-를, 아니, 키스를 한다고 생각하면, 여기, 여기가 막 아파."


등 뒤에 서 있는 린이 스스로의 가슴을 가리키는 모습을 하나요는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보다 어려운 것은 지금 그녀가 짓고 있을 표정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린의 얼굴도 자신만큼이나 붉어졌을까. 혹시나 비웃고 있지는 않을까.



린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면 하나요는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절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감정이더라도 평생토록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하나요는 뒤따를 린의 말이 더더욱 두려웠다. 혹시라도 자신을 좋아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평소처럼 친구 사이로 돌아가달라고, 우정 외에는 아무런 감정 없이 껴안고 입 맞추자고 얘기하면, 자신은 과연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카요찡만 괜찮다면, 카요찡한테 입 맞춰보고 싶어. 츄-가 아닌 키스는 어떤 건지, 린에게도 알려줘."


그제야 고개를 돌린 하나요의 두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카요찡?! 화들짝 놀라 다가서면서도 린은 하나요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린이 카요찡을 울렸다냐. 츄-를 거절당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만한 패닉이 린을 둘러쌌다. 카요찡이 진짜로 나 같은 걸 좋아할 리가 없는데, 나는 무슨 짓을. 마키 쨩 말대로 린은 바보다냐. 이젠 친구로도 지낼 수 없게 되는 걸까.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서 린을 끌어낸 건 하나요의 손길이었다. 차마 끌어안지는 못한 채 하나요의 주위에 애매하게 벌려진 린의 팔 사이로 파고든 그녀는 린의 리본을 붙잡고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눈가의 눈물이 안경에 굴절되어 반짝였다. 린에게는 하나요의 목소리가 그녀의 입 모양보다 수 초는 천천히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여러모로 부각되어 보이는 하나요의 입술 탓에 린은 침을 한 모금 삼켰다.


"키스, 해 줘."


#


두 손을 꼭 잡은 채로 교실로 돌아온 두 사람을 마키는 그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러나 따뜻함을 담아서 바라봤다. 내 주제에 무슨 남의 연애에 끼어들고 있을까. 그렇게 자조하는 사이에 린을 떼어놓은 하나요가 다가섰다. 혹시 화내려나. 아무리 린을 위해서라지만 하나요를 속인 것도 사실이고, 말을 함부로 한 것도 명백한 사실이었으니 욕을 먹어도 할 말은 없었다. 잔뜩 긴장한 그녀의 귓가에 하나요가 속삭인 말은 의외의 것이었다.


"다음 주에 니코 쨩이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가 있어. 티켓은 내가 구해줄게. 고마워."


이번에는 마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


린파나 조아해?
난 조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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