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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불쾌함 주의) 24분만에 쓴 단편

쓰레기카스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16 03:00:32
조회 1558 추천 25 댓글 16
														




오래간만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동안 오래 못봤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제 본 사이인 것 마냥, 뭐하고 지내니? 라고 가벼운 문자 한 통.


내가 세상에서 격리되며 산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계절이 지나고 창 밖에선 많은 일들이 일어났겠지. 더이상 나와는 관계 없는 일들이었다. 그래도 친구는 보고 싶다.



내 유일했던 친구. 하나밖에 없었던 친구.


내가 반사회적이고 비인간적인 무언가가 될 줄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여자다. 이 모든 말들이 잘못되었다. 나를 낳아준 부모나,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신을 원망한다.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다 비정상적인 나의 잘못일 수도 있겠다.



어렸을 때 나는 뭔가 남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챘다. 유치원부터 나이 어린 애들이 남녀간에 서로 손을 잡고 얼굴을 붉히던 때에도, 나는 알게 모르게 나와 같이 어울리던 여자애들 사이에서 나도 모를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그땐 내가 너무 여자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만, 보통 초등학교부터 여자애들은 남자애들보다 먼저 자라기 마련이었다. 나는 연약한 남자애들에게서 어딘가 모를 친근함을 느끼면서도, 나와 친하던 여자애들이 남자애들과 같이 어울리면 질투하곤 했었다. 차라리 내가 남자애로 태어났었다면,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들과 친구 그 이상으로 친해질 수 있었을까? 중학생 시기가 되니까, 믿기 싫었던 내 본심은 확고해졌다. 아, 나는 어딘가 이상하구나 하고.



그런 내가 고등학교에 갔더니 소설에나 나올 법한, 어쩌면 소설에서도 쓰지 못할 정도로 잔망스럽게도 한눈에 반한 첫 사랑이 생기게 되었다.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도 두근거려서 자연스럽게 달라붙는 그 행동 하나하나 마저도 나에겐 아픔으로 다가와 숨이 멎을 지경이었었다. 그래서 차마 참지 못하고 고백을 했다. 나, 너를 좋아한다고, 단순히 친구로서가 아니고, 연애하고 싶은 상대로서,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 둘 수 없었다고.



그렇게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단숨에 끝이 나버렸다. 같은 반에서, 같은 학년에서, 그리고 전교생이, 모두 나를 보더니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쟤, 레즈비언이래. 여자애가 여자애를 좋아한대. 변태 아니야? 남자친구 한번 못사귀어봐서 정신 나갔나봐. 나한테도 좋다고 고백하는거 아니야? 알고 보니까 몰래 더듬고 그랬어. 더러워. 저런 애랑 어케 같은 학교를 다녀? 저리 꺼져. 화장실 갈 때 몰래 훔쳐보는거 아니야? 와 소름돋는다. 너같은 애들은 병원에서 좀 치료받아야 해. 꼴보기 싫어.



그리고 사랑했었던 그 아이에게서 나왔던, 실연보다도 더 지독한, 친구면 몰라도 그런 건 할 수 없고, 더 이상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던, 울면서 내뱉었던 거절.



나는 그 이후로 학교에서 없는 존재였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같이 어울릴 수 있었던 친구는, 선희, 가난해서 잘 씻지도 않고, 거지같은 교복 하나 입고 다녔던 애. 매번 얼굴에 푸르딩딩한 멍자국을 달고 말도 없이 뒷자리에서 고개만 숙이고 있었던 애. 수학 여행도 갈 돈이 없어서 나와 함께 학교에 남아서 멍하니 칠판이나 같이 바라보고 있었던 애. 걔 하나였다.



도망치듯이 고등학교를 나온 나에게 기댈 공간이라곤 오직 내 방밖에 있지 않았다. 나도 내가 한심한 년이라는 걸 잘 안다. 그깟 연애담 하나 때문에, 세상 모든게 끝난 줄 알고 방구석에 쳐박혀서 나올 생각도 못하는 병신같은 년. 나는 매번 사람들이 나에게 고함치고 손가락질 하는것이 두려워서 밤에 울면서 잠들었다.




그런 나에게 연락조차 남기지 않고 떠났던 선희가, 내 생각에는 핸드폰도 없었을 것 같았는데 용케 내 번호를 찾아냈다. 아마 내 번호를 알고싶은 사람은 이 지구상에서 단 한명도 없을텐데. 아니다, 선희, 너 하나 뿐이겠구나.




내가 오래간만에 방 밖에, 아니 집 밖에 나간다니까 가족들의 헬쑥해진 얼굴에 생긴 생기는, 내가 어디 지하철 선로에 가서 투신할까봐 하는 걱정과 함께 나타났다. 나는 무엇보다도 수상한 변명, 친구를 만나겠다고, 외출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돈을 반쯤 뜯어내서 집 밖에 나갔다. 몇 번 다니다 말았던 병원에 갈 때 입었던 옷 말고는 맞는 게 없어서 대충 언니 옷을 훔쳐서 입고 나갔다.


예상보다 밖의 날씨는 추웠다. 나는 최대한 땅만 보면서 걸어다녔다. 사람들이 부자연스럽게 긴 내 머리를 보고 비웃음지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중간에 잠깐 앉았다. 나를 배려해서인지, 아니면 내 집주소까지 알았는지, 약속 장소는 내 집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조금 지나니까 나보다 늦게 선희가 나왔다. 그런데 얘는 잘도 꾸며 입고 나왔네. 졸업하니까 있던 집안 빚이 사라졌나?




요즘 뭐하고 지내냐, 아니 그동안 뭐하고 살았었냐, 아니아니 너 도대체 뭐하며 살고 있냐, 물어 보고 싶은 거리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너무 오래간만에 사람과 대화하느라 나는 말을 자꾸 더듬기만 했다. 밥을 같이 먹으면서 선희는 내가 그동안 못 보았던 야릇한 표정을 짓더니, 오늘은 자기가 살태니까 한가지 부탁만 들어달라고 했다. 내가 집 밖에 나오지도 않는 거지라서 무시했다는 생각보다도, 나는 오래간만에 만난 내 친구가 이렇게 이뻤었다니 그 사실에 정신이 팔렸다. 역시 나란 인간은 빌어먹을 종자에 태어날 때부터 저주받아서, 여자를 좋아하나 보다.




"오래간만인데 한가지 부탁만 해도 돼?"


"먼데."


"우리 집에서 하룻 밤만 자고 가줘."


"나, 가족들이, 아마 걱정할텐데"


"안돼?"


"글쎄."




내가 밖에서 자고 간다고 그러면 가족들은 진짜로 이년이 칵 뒈져버리는구나 하고 걱정할게 분명하다. 3년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거기서 하루를 머무르고 들어가겠다니, 나같았어도 걱정스러웠겠다. 그런데 집으로 묘하게 돌아가기 싫었다. 조금이라도, 내 친구와, 나의 하나 밖에 없는 친구와 같이 지내고 싶었다.


선희는 근처에서 자취한다고 했다. 그녀의 방은 참으로 조촐했다. 비좁은 기숙사와도 같은 방은 내가 그동안 머물렀던 골방과도 비슷했다. 방음도 잘 안되는 것 같았다.



"너 뭐하고 지냈어?"


"나, 요즘 그런 일 하면서, 뭐, 그래"


"그런 일이라니"



선희는 한숨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몸 파는거"


"..."



난 할 말이 없었다. 결국엔, 그런 것이었구나. 하긴 그렇겠지. 빚만 잔뜩 있으면서 자식 패기만 하는 부모가 이렇게 잘 키워 주었을리가.



선희에겐 여동생이 하나 있다. 부모는 이혼했고, 아무도 그 둘을 원치 않았다. 생모는 여동생을 학대했다. 생부는 선희를 때렸다. 둘에게 집이란 곳은 생지옥이었다. 막연하게 나와서 여동생 하나 먹여 살릴 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만난 내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수없이 많은 더러운 남자들의 욕정을 받아내는 창녀가 되었다. 슬프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허탈했다.



"나도, 너랑 자도 되냐?"


"너도 그러고 싶니?"


"그래."



난 무슨 이유로 선희가 자기 집으로 나를 불렀는지 도통 모르겠다. 더러운 년이 남자로는 부족해서 이제 나같이 굴러빠진 레즈년이랑도 비비고 싶어서 그랬나? 아니면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해줄 친구의 온기가 그리워서 그랬나? 아니면 나도 다른 남자처럼 처녀 한번 때주고 싶은 마음에 그랬나? 도대체 왜 나한테, 왜 나를. 왜, 갑자기 나타나서 한다는 소리가 고작 그 이유여서?


우리는 사랑을 나누면서도, 하나는 세상에서 버림 받은 년이고, 하나는 세상에서 더럽혀진 년이라, 뭐가 좋았는지 전혀 몰랐던 것 같았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여자의 몸이라 흥분해서 떨리는 것인지, 아니면 내 자위를 가장 친한 친구에게 보여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유독 오늘따라 이뻤던 선희의 그 몸이 나도 모르게 탐나서 그랬던 것인지.




선희에게 애무를 받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런 그녀도, 내 가슴에 안겨 붙어서 엉엉 울었다. 내 품에 울다 잠든 그녀를 떨치고 새벽에 나와서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는데, 하늘에선 눈이 떨어졌다. 떨어지는 눈과 담뱃재가 섞여 바닥에 툭하고 떨어졌다. 얕게 쌓인 눈 사이에 재는 검게 타들어가면서 선명하게 자기 자국을 남겼다. 담배 연기는 휘몰아치는 눈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자욱히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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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왜 이딴 똥쓰레기를 썼는지 모르겠음. 미안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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