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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흔들리는 꽃 - 애증의 폭풍 속에서 - 15화

1234(39.113) 2021.02.16 21:47:22
조회 116 추천 11 댓글 3
														

치즈루는 아야메를 꼬옥 안고 다독여주며 말을 이었다.


"친자식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좋아했던 사람의 아이들이란다. 그래서 신경 많이 쓰였지만 인간과 환상종의 차이가 있으니까 내가 매번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


아야메는 자신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치즈루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잠시 출장 간 사이에 그 아이가 그렇게 폭주할 줄은 몰랐어. 하지만 늑대인간과 구미호가 딱히 좋은 사이는 아니지. 그래서 정말 위험하지 않다면 관여하긴 쉽지 않았단다. 그래도 넌 당당히 그 어려움을 이겨냈지. 고맙단다 얘야."


치즈루는 그렇게 말하며 아야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다른 이들에게도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고맙단다. 내 자식은 아니라도 이모 할머니 정도는 되는 위치니까 하는 말이지만 스즈메도 뒷바라지 한다고 고생했고, 후미나 너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챙겨줘서 고맙단다."


그렇게 말한 치즈루는 몸을 일으켜 사유리에게 다가갔다.


"그럼 스즈메만 남고 잠시 나가주겠니? 일단은 손을 좀 봐줘야 할 거 같구나."


그 말을 들은 후미나와 아야메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부모님께 연락도 못했으니 전화도 해야 할 터였다.


둘은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 


"후우.... 이제 내일이면 다시 학교 갈 수 있을거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란다. 난 잠깐 사유리의 부모님하고 이야기 하고 갈거니까 너희들은 기다리렴. 이 정도 시간이면 선생님이 바래다 줘야지?"


30분 정도 지난 후 치즈루는 조금 힘들었다는 듯 지친 표정으로 나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들끼리도 갈 수 있다고 후미나와 아야메는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말은 이런 때에 절대적이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천년 먹은 구미호 앞에서 쓸데없는 것으로 대드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였다. 그녀의 힘을 직접 본 입장에서는 한층 더 공손해질 수 밖에 없었다.


"네."


두 사람은 그렇기에 아무런 말 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그래도 서로의 손을 잡고 이렇게 기다리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며 둘은 언제까지고 기다렸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며 있는 둘의 모습은 마치 어린 새들이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 이제 가자. 그럼 내일부터 보내면 될거야. 그래도 조만간에 한번 더 손을 보자고. 원래는 성인이 될 때 해야 하는데, 사유리는 특히 강해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선생님."


사유리의 아버지는 치즈루의 말에 그렇게 답하며 그들을 배웅하였다. 단순히 손님이라기 보다는 집안 어르신을 모시는 듯한 모습을 보며 둘은 새삼스럽게 눈 앞의 구미호가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였다.


지금도 사유리의 가문은 유명한 퇴마사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했다.


"자 그럼."


치즈루는 미소지으며 둘을 데리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후미나와 아야메의 어머니들 모두 치즈루를 알기에 이야기는 빨랐다. 정확히는 두 사람도 각각 치즈루의 제자였다.


"뭔가 알아선 안될 세상을 알게 된 기분이에요."


그날 저녁 후미나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렇게 감상을 이야기 하였다. 그 말에 그녀의 어머니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 


다음 날부터 사유리는 다시 학교에 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곁에는 스즈메가 함께했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변한 듯 그녀는 조용했다. 오히려 그런 사유리가 걱정된다며 아야메와 후미나가 그녀를 챙겨 주었다.


같은 반의 환상종 친구들은 쓸데없이 애들이 사람이 좋아서 저런다며 한숨만 쉴 뿐이었다.


그래도 반의 분위기를 차갑게 만드는 것보다는 후미나와 아야메가 챙겨주는게 훨씬 낫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사유리가 사고를 치고 분위기가 무거워졌을 때도 후미나는 아야메를 데리고 다른 아이들의 부탁을 미소와 함께 들어주었다. 이번에도 다른 아이들을 위해 미소 짓는 후미나를 보고 있으면 냉담하게 사유리를 대할 수는 없었다.


물론 껄끄러운 것은 여전했다.


그러나 후미나와 아야메 덕분에 아주 조금 분위기는 나아지기 시작했다.


"후미나...."


점심 시간, 사유리는 후미나의 교복을 잡았다. 그것은 같이 먹자는 뜻. 치즈루가 사유리를 봐준 이후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이전의 도도함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런 사유리를 보고 있으니 후미나와 아야메 모두 어린 동생이 생긴 기분이었다. 물론 아야메는 아주 조금 불안한 기분도 들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지 못했다.


그 대신 그녀들은 언제나의 장소로 가서 식사를 했다. 허나 거기서도 사유리의 모습은 조금 이상했다.


"아가씨. 조금은 정신 차리세요. 어리광 너무 부리는거 아니에요?"


사유리는 어딘가 모르게 후미나에 대한 의존증이 생긴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스즈메는 한소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몰라."


허나 사유리는 아무렇지 않게 후미나에게 다가가 안겼다.


"어머!?"


후미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지금 딱 마침 배가 고픈 때에 이렇게 인간이 다가오면 매우 곤란했다.


아무리 흡혈 본능을 억누르고 산다지만 사유리 같은 여자 아이가 이렇게 다가오면 매우 곤란했다. 그것도 식사 시간.


"하아...."


후미나는 한숨만 내쉬었다. 이러다가 정말 그녀를 물면 큰일이기에 혈액팩 대신 급히 먹을 수 있는 사탕 형식의 과자를 몇개 먹었다.


입안에 퍼지는 피의 맛이 흡혈 충동을 억눌러주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유리의 기분 좋은 냄새는 그녀를 알게 모르게 흥분시켰다.


"후미나...."


아야메는 후미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 온기가 겨우 후미나를 진정시켰다. 사유리는 그런 아야메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후미나에게 안겨 있을 뿐이었다.

 

"아가씨도 참.... 배 안고프세요?"


스즈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만 쉬며 물어보았다. 그러나 사유리는 묵묵부답이다.


대신 한창먹을 나이답게 배가 꼬르륵 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붉게 만들 뿐이었다.


"으으...."


"어서 가서 먹어."


후미나는 마치 엄마와 같은 어조로 사유리에게 말했다. 사유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불만 가득한 얼굴로 도시락을 향해 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후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흡혈 충동을 쉽게 잠재우기는 어려운 모양인 듯 싶었다.


"어서 후미나도...."


"...응."


아야메가 혈액팩을 챙겨주지 않았다면 큰일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후미나는 조용히 혈액팩을 맛보았다.


"맛없어...."


오늘은 꽝인 모양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불만에 찬 어조로 중얼거리며 후미나는 아주 심기가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거기에 비례해 사유리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더 흡혈종에 가깝게 변해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모습을 아야메는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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