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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1-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17:26:11
조회 2022 추천 41 댓글 10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취업난이다 어떻다 하면서 취직을 못한 지 1년. 취준생이라 쓰고 백수라 불리는 나는 오늘도 구직사이트를 딸칵거리다가 지루함을 느꼈다.


 과연 이대로 취직이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이제 무감각해진 뒤였다. 남친이 없는 세월 = 나이인 나는 취직걱정뿐 아니라 시집에 대한 등쌀도 현실로 다가와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었다.


 그러던 결국 최근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말았다. '백합 폴더' 채우기. 백합의 세계에선 시집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었고, 보기보다 달콤해 보이는 일상과 배덕감 등이 자극적으로 얽혀 있었다.


 새로운 백합 컬렉션이 생길 때마다 'EBS교육'이라는 폴더에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었다. 굳이 열어볼 사람은 없겠지 싶은 생각과 내 나름의 작명센스로 만든 폴더.


 여운이 남는 백합 스토리를 감상한 뒤, 머리를 조금 식히기 위해 잠시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여운이 너무 길면 그 후유증으로 가족들에게 이상한 반응을 보일 수 있으니까. 그냥 언제나 하던 일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소위 말하는 인싸라 얼굴보기조차 힘든 여동생 녀석이 내 컴퓨터를 심각한 얼굴로 열어보고 있었다. 뭘 보고 있길래 그렇게 심각한지 뒤에서 흘끗 쳐다보았는데…. 내 'EBS폴더'였다.


 "으읏!"


 나는 흠칫 놀라 주춤 뒷걸음질을 치려는 찰나, 돌아 본 여동생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끄, 끝났어! 모두 끝장이야!


 "언니?"


 여동생은 눈에 띄게 동요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분명 경멸할 거야! 엄마에게 일러바치겠지! 어떻게 핑계대야 하지?


 "저, 저기 이건… 그러니까."


 나는 손사래를 치며 필사적으로 핑곗거리를 생각해보았지만 떠오르는 건 없었다. 평소 즐기기만 하고 들킬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결국 말문이 턱 막힌 나는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세상에! EBS라니! 언젯적 센스야!"


 "에… EBS 맞긴 한데 그러니까…."


 Ero BaekHab Spoils(에로 백합 전리품)의 줄임말이라고! 특별히 속이려는 생각만으로 지은 폴더명이 아니야! 물론 차분하게 이런 설명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근데 언니?"


 "응?"


 나는 어색하게 여동생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아야 했다. 추궁을 하면 언제든지 싹싹 빌 생각이다. 사회진출 이전에 집 안에서 먼저 매장되면 갈 곳이 없다고! 여동생은 불러놓고 아무 말 없이 폴더들을 열어보았다. 어색한 정적이야.


 "모녀물, 선생물, 소꿉친구물… 참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네."


 "주인공에게 나를 대입한 것은 아니야! 믿어줘!"


 모녀 물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엄마는 저런 폭유가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나는 소꿉친구랄 것도 없었고 가장 친하게 연락하는 사람은 고등학생 동창인 유리, 선생 물은 이제 와서 학교 선생님과 잘 지낼 가능성도 없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현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였다.


 "괘씸해. 정말 괘씸해."


 "뭐, 뭐가?"'


 여동생은 물기어린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여동생이 특별하게 화를 낼만한 요소가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내 EBS폴더에 여동생물이 있었으면 '나를 그런 눈으로 본 거야?'같은 상황이 나올 수도 있지만, 맹세코 여동생물은 건들지 않았다. 여동생물에 나오는 여동생은 실제 내 여동생과 성격적으로 비슷한 점이 제법 많다고 느껴서 이입이 될까 무서웠으니까.


 "몰라! 엄마에게 이를 거야! 언니가 취직준비나 시집갈 생각 없이 이런 거나 봤다고!"


 "용서해 줘! 하라는 건 뭐든 할 테니까!"


 나는 여동생의 다리에 매달려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 엄마에게 연락하면 정말 끝장이야! 특히 모녀물은 물리적으로!


 "정말? 뭐든지?"


 여동생은 잠시 흥미어린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비굴하게 굽실거리며 비위를 맞춰 줄 생각이었다. 이 사태를 수습하고 나면, 모든 증거물을 없애버려야지. 그리고 원래의 평온한 일상을 되찾자. 정말 피눈물 나게 안타깝지만 EBS는 이제 포기하는 걸로.


 "그래! 뭐든지! 파일을 지우라면 당장이라도 모두 지울게! 혹시 어깨가 결려? 어깨 주물러 줄까?"


 "웃기지 마! 내가 무슨 할망구야? 어깨 결리게?"


 "아하하, 그랬지. 미안. 미안. 어깨가 결릴 체형도 아니고."


 "방금 뭐라 그랬어?"


 앗! 실언했다. 한국인 평균의 사이즈라는 것을 신경 썼던 것 같은데. 나는 살짝 떨리는 눈으로 여동생을 올려다보았다. 여동생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나를 보고있었다. 진심으로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는 표정이다.


 "참 좋겠네. 좋겠어. 언니는 어깨가 결릴 체형이라."


 "미안! 어깨가 결려서 좋지 않아! 네 체형이 진심으로 부럽다고 생각해!"


 "최악이야!"


 여동생은 내 복부에 강하게 주먹을 꽂아 넣었다. 실제로 아프기도 했지만, 여동생의 화가 조금은 풀리라고 일부러 오버하며 아픈 척을 해 보였다.


 "아야야…."


 큰일이야. 여동생의 기분을 풀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화를 돋궈버렸어. 진짜 신발이라도 핥으라고 하면 핥아야 해. 나는 최대한 비굴해질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정신적인 데미지를 받는 게 생물학적인 죽음보단 나으니까.


 "결정했어."


 "뭐, 뭐를?"


 여동생은 한쪽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입고 있던 스키니를 벗었다. 바로 하얀 팬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렸는데… 무슨… 상황이지? 내 머리가 상황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때, 여동생은 이죽거렸다.


 "핥아."


 "뭐, 뭐?"


 "개처럼 핥으라고. 뭐든지 한다며?"


 핥으라니 어디를? 발가락을? 종아리를? 아니면 허벅지…를? 나는 그동안 EBS폴더에 쌓아놓은 지식을 기반으로 추리를 시작했다. 우선 발가락이라면 스키니를 벗어던질 필요도 없었겠지. 그렇다면 종아리나 허벅지? 근데 종아리도 바지 밑단을 들어 올리면 된다. 그 말인즉슨 아무리 좋게 봐줘도 허벅지라는 의미였다.


 "자, 잠깐! 언니에게 뭘 시키는 거야!"


 여동생은 여전히 나를 내려다보며 자신감 넘치게 손가락을 두개 펼쳐보였다. 얄미워! 얄미워!


 "언니에게 선택권을 주는 거야. 하나, 비굴하게 핥거나, 둘, 엄마에게 알려지거나."


 진심이야! 날 철저하게 괴롭힐 생각이야! 내가 실언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너무 가혹하잖아!


 "다, 다른 선택지는 없어?"


 내 말이 끝나자, 여동생의 눈빛은 더욱 싸늘하게 변했다. 그 뒤에 손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살짝 넘기며 세 번째 손가락을 펴 보였다. 기우였구나. 역시 내 여동생은 천사야! 믿고 있었어!


 "알았어. 하나 줄게."


 여동생은 아무런 거침없이 팬티마저 벗어던졌다. 다른 걸로 가릴 생각조차 없이 예쁜 균열이 드러나 있다. 집 안에서 무슨 짓이야! 아니 그 전에… 가려!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세 번째 선택지야. 핥아."


 말도 안 돼. 나는 반 쯤 패닉상태가 되어 방을 빠져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샤워했던 화장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지금 마주치는 건 위험해! 정말 위험해!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해! 화장실 앞까지 찾아온 여동생은 손잡이 돌리는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언니 주제에… 겁도 없이 여동생에게 수치를 주다니…. 알았어. 이걸로 끝내자."


 무얼 끝내자는 거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깨똑!


 깨똑!


 설마…? 나는 깜짝 놀라서 스마트폰을 펼쳐 보았다. 여동생이 무언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가족 톡에 남기기 시작했다.


 여동생 : 엄마, 아빠. 중요한 말이 있어. (2)

 여동생 : 이걸 나 혼자 알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2)


 크, 큰일이야! 아직 엄마랑 아빠가 읽지 않아서 2라는 숫자가 남아있지만, 폭탄발언이 터진 뒤에 둘 중 한명이 읽기라도 했다간!


 "자, 잠까아안!"


 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다시 나와야 했다. 이대로는 위험해! 정말 위험해! 여동생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나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나왔네. 마침 언니 컴퓨터 화면 찍은 거 전송할 생각이었는데."


 "하, 핥을게! 용서해 줘!"


 "'제발 용서해 주세요.'겠지?"


 "핥을게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허, 허벅지까진 세이프야! 그래! 이 순간을 넘기면… 나중에 애가 잘 때 스마트폰을 부숴버리자. 그리고 미안하다며 알바라도해서 할부로 하나 새로 사주지 뭐.


 "이제야 주제를 깨달았네. 근데 애석하게도 첫 번째 선택지가 사라졌어. 내가 느낀 치욕감을 생각해 줘야지."


 "첫 번째 선택…지?"


 첫 번째 선택지라면 아마도 허벅지? 말도 안 돼. 내가 백합 물을 조금 즐겨보긴 했지만… 가족은 위험해! 애는 무슨 생각인 거야! 내가 혼란에 빠진 사이 여동생은 천천히 다리를 벌려보였다.


 허벅지 정도로 진작 타협했어야 했는데! 그럼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아도 됐는데! 멍청한 과거의 나!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서 머리채를 잡고 여동생의 허벅지에 얼굴을 쳐 박아 줬을 거야!


 "자, 핥아."


 저긴 솔직히 무리였다. 내가 백합을 즐겨봤다곤 해도 대상이 생판 모르는 남인 것과 여동생은 차이가 컸다. 잠깐, 근데… 내가 왜 여동생에게 일방적으로 협박당하는 입장이 된 거지? 이 상황은 여동생도 약점 잡힐 상황인 거 아냐? 여동생이 언니에게 욕정을 품다니! 이것도 대사건이잖아!


 "나, 나도 이거 엄마한테 이를 거야! 동생이 이런 짓을 시킨다고!"


 "증거는?"


 "뭐?"


 "나는 언니의 컴퓨터 화면을 찍은 증거가 있는데, 언니는 내가 핥으라고 협박했다는 증거가 있냐고."


 앗! 그러고 보니…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녹음기능이라도 켜고 나왔어야 했는데. 나 설마 스스로 무덤을 판… 거야? 지금 여동생의 모습을 찍어서 가족 톡에 송신해도…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 나겠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이를 악문 여동생의 표정도 지금 심상치 않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아!


 "언니주제…! 한심한 언니 주제! 정말 용서할 수 없어."


 여동생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사진 송신…?


 깨똑!


 깨똑!


 나는 깜짝 놀라 스마트폰을 펼쳐 보았다.


 엄마 : 무슨 일이니? (1)

 여동생 : 곧 알게 될 거야. (1)


 마, 망했다! 안 돼! 체크메이트야! 여동생은 계속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바로 사진을 보내겠지! 나는 속으로 가족은 노카운트라고 중얼거리며 여동생 앞으로 다가갔다. 살짝 벌리고 있는 여동생의 다리 앞에 무릎을 꿇고 앉고 애원했다.


 "하, 핥을게요! 용서해 주세요! 몇 번이고 핥겠어요!"


 안녕 내 멘탈아. 그동안 함께 해줘서 즐거웠어. 이제 평온한 일상은 끝이야. 나는 눈을 질끔 감고 혀를 살짝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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