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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4-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17:31:30
조회 752 추천 21 댓글 3
														

 몽롱한 기분이 계속되는 가운데 거부할 수 없는 여동생의 명령이 머리에 꽂혀 들어왔다.


 "계속 개처럼 핥아."


 "제발 그만해 나리야! 제발 이러지 마!"


 거부하는 것과 달리 내 몸은 이상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의식만이 떠 있는 상태에서 내 몸이 희롱당하고 괴롭혀지는 감각만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한심하게도 여동생에게 거스를 수 없었다.


 그 명령에 어떤 강제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핥고, 핥고 또 핥는 행위만을 반복해야 했다. 근데 어딘가 달랐다. 핥으며 느껴지는 향도 맛도 형태도. 이런 것을 굳이 따지는 것이 변태같이 느껴지지만… 아무튼 위화감이 느껴졌다.


 "넌 나리가 아니야. 누구야!"


 아니, 여동생 녀석이라도 이런 짓을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상황에서 위화감을 느끼자 정신이 다시 어질어질해져 왔다. 시야가 잠시 깜깜해지나 싶더니 어느 새 눈이 떠졌다. 모두 꿈… 이었을까? 그딴 꿈을 꾼 건 다 그 망할 녀석 때문이야!


 나는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는데… 어째선지 모두 벗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분명히 유리네 집이었지. 나는 파스타를 얻어먹을 계획이었고, 분명 맥주를 마시고, 필름이 끊긴 걸까? 고작 한 잔 만에? 양주도, 하다못해 소주도 아니고 맥준데?


 손끝에 희미한 부드럽고 따뜻한 감각이 느껴져서 화들짝 놀라 옆을 돌아보니 유리가 내 옆에서 벌거벗고 잠을 자고 있었다. 이건 무슨 상황… 이지? 요즘 들어 혼란스러운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자 내 머리가 상황을 따라오는 능력을 잃은 모양이다.


 설마 유리마저 나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렇다고 내가 덮쳤다는 것도 이상하잖아.


 행복한 미소로 새근거리는 서리를 내며 자고 있는 유리를 차마 깨우기가 미안해진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다시 눕기도, 상황 파악을 하지 않은 채로 집으로 돌아가기도 어정쩡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꿈을 꾼 직후라서 그런지… 쓸데없이 리얼하게 민망해! 그런 꿈을 안 꿔도 민망한 상황이지만.


 "으, 으음. 잘 잤어?"


 유리는 느릿하게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키며 아침인사를 건넸다. 어제와 비교해서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아무래도 내 낌새 때문에 일어난 거겠지.


 "잘… 잔건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이 상황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줄 수 없을까?"


 그러자 유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어깨를 움켜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 아리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설마 내 몸만 갖고 논 거야?"


 "응?"


 미안하지만 내 기억은 맥주 한 잔을 마셨을 때까지였는데. 내가 정말로 그랬다고? 취한 나!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는 덜덜 떨리는 눈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벌써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낮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첫 키스였는데!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반드시 책임지고 사귀어준다고 말하고 덮쳤으면서!"


 내가… 그런 말을? 내가 그런 말을 할 위인은 아닌데. 설마 지금 알고 보니 몰카를 한다거나 그런 거 아니지? 근데 연기로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이미 일류배우를 하고 있었겠지. 역시 내가 술 취한 김에 실수를 한 걸까?


 "자, 잠깐 기다려 봐! 내가 취한 김에 헛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여자끼리라니 이상하잖아? 무엇보다 이런 나로 괜찮을 리가 없잖아. 유리가 아까워 유리가."


 "맞아. 여자끼리라니 이상하지. 어젯밤에 네가 사랑을 속삭일 때도 장난인 줄 알고 어울려주는 척 시작했다가… 결국 진심으로 받아들였는데. 훌쩍."


 훌쩍이는 유리를 옆에 둔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생각했다. 즉, 유리는 나로 괜찮다… 라는 거겠지? 근데 내가 괜찮지 않아. 아무리 봐도 연인보다는 친구로밖에 안 보인다.


 애초에 여자랑 사귄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고. 아마 사회적 시선이나 허들도 높겠지.


 무엇보다도 유리는 예쁜 얼굴이지만 보면 두근♡하는 느낌보다 그냥 편안해지는 쪽이다. 절대 연애대상으로 여겨본 적이 없었다. 근데 결과적으로 일을 벌였다니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술김에 내가 덮쳤다면 내 책임이다. 회피하려 해도 이미 벌어진 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무엇보다 착한 친구의 마음에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사회적 시선이나 내 개인적 저항감이냐, 소중한 친구냐의 선택의 기로. 그래 결심했어.


 "그래. 사귈게! 잘 해나갈 지는 모르겠지만, 유리라면 괜찮아! 어떻게든 되겠지."


 엄마, 아빠 미안해요. 한동안 시집은 못갈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 여동생이 얽어들지 못하게 연인핑계 대면서 외박을 한다거나 빠져나가면 되니까. 가급적 좋게 생각하자! 좋은 게 좋은 거지!


 내 대답을 들은 유리는 울면서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작게 떨리는 몸을 나는 토닥여 줘야 했다. 아침부터 여러 의미로 혼란스럽지만, 친구… 아니 이제 연인인가? 어쨌든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가 남길 행동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불안했어. 몸만 갖고 놀고 버려질까봐. 흐끅…. 으흑!"


 "미안해. 내가 유리를 버릴 리가 없잖아."


 "정말?"


 유리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조금 뜨끔하긴 했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유리는 눈을 살며시 감고 입술을 살짝 오므려 고개를 들어보였다.


 이건… 그러니까 키스 대기 맞지? 아마 내 진심을 시험하는 거겠지? 나는 눈을 살짝 감고 입술을 겹쳐보였다. 여동생이랑 더 민망한 짓도 했고, 어젯밤에도 그랬다는데 이제 와서 새삼 키스정도야.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니 저항감이 조금은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길고 긴 입맞춤. 아마 서로 누가 먼저 어떤 타이밍에 빠져야하는지 몰라서 유독 길어진 것 같다. 민망해져서 결국 내가 먼저 입술을 떼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입을 맞추는 동안 긴장한 채로 경직되어있어서 그런지 오래 달린 것처럼 힘들었다.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면 화를 내겠지? 나는 쭈뼛쭈뼛한 자세로 유리의 어깨를 쥐었다. 이걸로 끝!


 "그럼 이제. 씻고 돌아갈게."


 "나… 오늘도 시간 널널한데."


 유리는 살짝 쥔 주먹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얼굴을 붉힌 채 내 눈치를 흘끗흘끗 살피는 느낌이었다. 아마… 그렇고 그런 걸 기대하는 것 같지만, 지금 맨 정신으로 도저히 못해!


 여동생에 이어 절친 마저 그렇게 하면 내 성정체성이 무너져버리고 말거야! 난 너처럼 사고가 트이고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미안! 사실 가족들에게 연락도 안하고 외박을 해서 다들 걱정할 거야! 반드시 빠른 시일 내 다시 놀러올 테니까! 사귀기로 한 것은 유효하니까!"


 "그럼… 같이 씻자. 그 정돈… 해줄 수 있지?"


 "응?"


 결국 내가 죄인이 된 분위기에 떠밀려 좁디좁은 화장실 겸 샤워실에 둘이 나란히 들어갔다.


 결국 본의 아니게 같이 샤워하게 되었는데… 이건 괜찮아! 보통 목욕탕이나 찜질방에 가도 다른 여자 알몸을 보고 흥분 하는 여자는 거의 없으니까! 이건 그것과 같은 원리야! 그렇게 필사적으로 마음을 먹고 물을 살짝 틀어보았다.


 시설이 빈말로도 좋은 편은 아니라 따뜻한 물이 바로 나오지 않고, 찬물이 먼저 나왔다. 손으로 물이 따뜻해지는 감각이 느껴질 때, 위에 걸어놓고 물을 맞을 수 있었다. 그래도 온수 덕에 긴장이 어느 정도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잠시 물을 끄고 옆에 있는 샴푸를 사용해 보았다. 딱 유리가 쓰는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달콤한 과일향이었다.


 "내 머리에도 부탁할게."


 잠깐 당황스러운 요구였지만, 머리를 감겨주는 건 세이프! 그래. 여긴 샤워실이야. 유리랑 갔으면 머리 감는 것 정도는 도와줄 수도 있지. 너무 의식하니까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야! 나는 요구에 맞춰서 머리를 감겨주었다.


 웨이브 펌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으니 조심스럽게. 그리고 두피는 시원하라고 잘 문질러 주었다. 근데…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인 것을 이용해 유리가 내 가슴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와앗!"


 "미, 미안! 무심코 닿아버리고 말았네. 에헤헤."


 유리는 얼굴을 붉히며 겸연쩍게 웃어보였다. 절대 고의야! 하지만 화내는 것도 이상한 상황이다. 연인을 하기로 약속한 이상, 이 정도는 있을 수 있어. 근데 씻으면서 의식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아, 저 바디워시 좀 집어 줘."


 "샤워타올에 묻혀서 줄까?"


 "아니 바디워시면 돼."


 어째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내가 쓰기 전에 먼저 바디워시를 줬다. 나는 먼저 폼 클렌징으로 세안을 하면 되니까. 근데 샤워 타올도 있는데 그냥 쓸 이유가 있을까? 나는 가급적 의식하지 않고 세수부터 시작할 때였다.


 "꺄앗!"


 등에 선명하게 닿는 미끌미끌한 감촉. 서, 설마? 아니겠지? 나는 천천히 돌아보니 바디워시를 그냥 몸에 도포 한다음 내 등에 문지르고 있던 것이었다. 보통 이렇게 씻는 사람은 없잖아!


 "이러면 내가 씻으면서 아리도 편하게 씻을 수 있잖아." 


 "그, 그런가?"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미끌미끌하면서도 가슴 특유의 굴곡지고 말랑말랑한 느낌과 형태가 적나라하게… 이렇게 닿는 것은 위험해! 아니야. 이건 그래! 편하게 씻기 위한 거니까!


 덜 귀찮으라는 유리의 친절이야! 간신히 진정될 때 쯤, 유리는 내 어깨를 잡고 살며시 돌렸다. 이번엔 앞면? 잠깐 그래도 이건 정말 위험하지 않아?


 "기왕 씻는 거 편한 게 좋으니까."


 유리는 내 목을 끌어안고 적나라하게 미끌미끌한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몸이 마찰해서 약하게 올라오고 있는 거품이 오히려 야하게 느껴져!


 바디워시의 향도 달콤해서 뭔가 안 좋은 예감이야 이거! 그리고… 연인 선언을 했다고 너무 적극적인 거 아냐? 친구에서 하루 만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야?


 "자, 잠깐만! 이러면 네 등을 못 씻잖아!"


 잠깐 유리를 떨어트리려고 한 말이지만, 오히려 무덤을 판결과가 되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유리는 하얗고 매끈한 등이 드러나게 몸을 둘려보였다. 잠깐, 설마?


 "내가 한 것처럼 부탁할게."


 잠깐. 이냐. 이건 아니야. 근데 어떻게 거부하지? 무슨 명분으로? 바디워시의 낭비를 할 수 없다고? 근데 이미 바디워시는 유리가 저 앞으로 치워놓은 상황이다. 이거 노렸어. 100% 노렸어. 이미 유리의 귀까지 빨갛게 물든 게 보이고 있어. 본인도 창피한 거 알고 있는 거지? 근데 거절하면 더 창피해질까?


 마음을 정한 나는 뒤에서 유리의 몸을 끌어안고 비비기 시작했다. 될 대로 돼라. 연인을 한다고 했는데, 물고 빨고 하라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해줘야지. 연인 사이에서 믿음과 신뢰는 중요한 법일 테니까.


 나는 어색한 몸짓으로 유리의 뒷면을 세심하게 닦아주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한참 열중할 때, 유리는 고개를 돌린 다음 미소를 방긋 지으며 내 뺨에 손을 대고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었다. 설마… 이 상황도 노리고? 나 설마 터무니없는 녀석과 사귀기로 한 게 아닐까? 다행히 키스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차마 뿌리치지 못한 상황으로 스스로 몰아넣은 내가 죄인이지!


 어쨌든 몸에 골고루 묻은 바디워시를 물로 씻어낸 뒤에야 혼이 빠질 정도로 다사다난한 샤워는 간신히 끝이 나버렸다.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키스 정도는 샤워 전에도 했으니까 세이프!


 둘 다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고작 오전이 조금 지났나? 그랬을 뿐인데 벌써 하루가 다 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밀도가 높은 시간이었다.


 "가기 전에 어제 먹여주지 못했던 파스타를 만들어 줄게."


 "도와줄까?"


 "괜찮아. 내가 요리하는 거 좋아하는 거 알잖아."


 유리는 촉촉한 미소를 지으며, 가스레인지 앞으로 다가갔다. 분명 유리정도라면 탐낼 남자들도 정말 많았을 텐데. 나 같은 거랑 엮이다니 묘하게 아깝단 생각만 들었다.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펼쳐 보았다. 근데 알림이 너무 많이 와 있었다. 부재중 통화기록까지 엄청난데! 나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잔뜩 쌓인 알림들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가족들에게 외박한다고 안했으니까 쌓여있을 만하지.


 여동생 : 언니 지금 어디야?

 여동생 : 무슨 일 있어? 부모님 모두 걱정하고 계셔

 여동생 : 돌아오기만 해봐! 부모님 모두 뜬 눈으로 밤 샜어! 가만 안 둬!per_05.gif?v=2

 여동생 : 읽으면 바로 답변해!per_05.gif?v=2


 메시지를 읽는 것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지만, 늦게 돌아갈수록 가족들 걱정도 키울 테고 여동생의 보복의 강도도 높아지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메시지를 길게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어제 연인 집에서 외박하고 왔습니다? 그랬다간 부모님 그 녀석의 상판을 보자고 나설 위험이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유리를 소개하는 건 자살행위야!


 그럼 평범하게 유리랑 수다 떨다가 자고 왔다고? 유리라면 고등학생 때부터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으니 가족들도 잘 알고는 있지만, 가족들이 하도 의심이 많아서 실언을 할 것 같았다.


 특히 유리 네서 자는 일이라면 왜 굳이 미리 연락을 안줬냐는 추궁부터 들어오겠지. 기억엔 없지만 광란의 밤을 보느라 연락을 못 받았다는 말을 흘리는 순간 끝장이다.


 "파스타 다 됐어. 무슨 일이야?"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프라이팬을 들고 있는 유리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말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 실은… 어디서 어떻게 자고 왔는지 설명해야 해서."


 "그냥 간만에 나랑 술을 마시다 뻗었다고 하는 건?"


 그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불리한 부분이 될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라고 우기면 되니까. 심신미약인지 뭔지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악용하는 것과 비슷한 행위 같지만. 방법은 그것밖에 없지. 거짓말은 안했고.


 "고마워! 역시 유리뿐이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나는 가족 톡에다가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유리가 만들어 준 파스타를 보았다. 소스는 아마 시제품이겠지만, 브로콜리, 볶은 양파, 베이컨 등이 알차게 들어가 있고 파마산 치즈와 후추로 마무리해서 상당히 먹음직했다. 역시 일등 신붓감!


 "입에 맞으면 좋겠네."


 유리는 스푼을 받친 포크로 파스타 면을 빙글빙글 돌린 다음 내 입가에 들이댔다. 원래 학창 시절에도 자주 하던 행위지만… 쓸데없이 더 의식되고 있어!


 "아앙!"


 하지만 이제 와서 의식하는 것을 보이는 것은 더 어색하니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먹었다. 역시 맛있어. 저 재료들을 넣고도 맛없으면 범죄지! 나도 똑같이 스푼으로 포크를 받친 다음 파스타 면을 빙글빙글 돌려서 유리의 입 앞에 가져다 댔다. 유리도 역시 기분 좋게 잘 받아먹었다.


 결국 각자의 접시에 있던 파스타를 서로에게 다 먹여주는 방법으로 식사를 마치고 말았다. 원래 먹여주는 것 정돈 일상적인 행위였는데 연인이라면 연인 같은 행위도 되는구나.


 그렇게 쓸데없이 디테일한 연인다운 시간을 보낸 후에, 예비용 칫솔로 양치질까지 미친 후에야 나는 유리에게 작별 인사를 고할 수 있었다.


 "그럼 이만 돌아가 볼게."


 "잘 들어가."


 유리는 눈을 감고 허리를 숙인 채 얼굴을 내밀었다. 이건 아마… 이마에다 키스를 해달라는 건가? 몇 번을 다시생각해도 아침부터 지나치게 적극적이라 안 좋은 길로 끌어들였다는 죄책감만 든다.


 내 실수로 시작된 연애다보니 책임감이 무거워졌다.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진 내가 맡아 지켜준다는 정도로 생각할 수밖에. 나쁜남자면 내가 컷할 테니까!


 쪽!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집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대중교통을 탈 때였다.


 깨똑!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하트 가득한 유리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유리 : 잘 들어가. 오늘로부터 1일째네etc_14.gif?v=2

 >으응. 잘 있어. 다음에 또 보자etc_02.gif?v=2

 유리 : 웅웅. 다음에는 더 근사하게 만나자. 사랑해

 >나도 사랑해etc_13.gif?v=2


 마지막에 적은 유리의 사랑과 내 사랑은 아마 다른 종류라서 죄책감이 들지만, 결과적으론 내 책임이니까! 유리를 저렇게 만든 건 내 잘못이니까! 나는 속으로 몇 번을 반성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 시간이면 아무도 없을 터였는데 문을 열자,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녀석… 그러니까 여동생은 팔짱을 끼고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대학교는?


 "잠깐 대학교는?"


 "수업 하루정도 뺀다고 성적에 별 차이 없어."


 그랬었지. 그렇긴 한데… 굳이 날 기다리는데 하루를 쓴다고? 친구들도 많은데? 돌아오면 연락하라고 부모님이 시키신 건가?


 "그래서 어디 갔다 왔어?"


 "가족 톡에도 썼듯이 유리네 집에서 술 마시고 뻗어서…."


 "폰 내놔봐."


 "응?"


 갑작스러운 요청에 나는 몸이 굳어져 버렸다. 유리와 오간 대화를 이 녀석이 보는 것만으로도… 대참사가 벌어지고 말겠지. 내 여동생이지만 쓸데없는 후각만 좋아!


 "내놔 보라고. 둘이서 뒤에서 말을 맞춘 건지, 정말 약속을 잡고 나간건지 직접 확인해 준다고."


 "싫어."


 "뭐?"


 여동생은 멈칫하더니 살벌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지만 보여주는 순간 체크메이트인 걸. 너라면 보여주겠냐! 반대 입장이면 너도 숨길걸!


 "네가 뭔데 사사건건 내 사생활을 감시하려 드는데? 네가 내 연인이나 남편이라도 돼?"


 "어쩔 수 없네."


 여동생은 스마트폰을 열어서 내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젠장! 잊고 있었어! 저걸 협박용으로 써서 내 폰을 확인 하셔야겠다? 여동생은 내 머리채를 붙잡은 다음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선택해. 폰을 까 보일지, 나한테 엉망진창으로 당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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