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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9-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17:46:58
조회 508 추천 21 댓글 1
														

 최근 2주 간 나는 유리의 은근한 듯 적극적인 공세를 어영부영 넘겨나갔다. 물론 유리를 위해서라지만… 날짜가 지날수록 유리가 점점 실망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시작은 아침식사 메뉴부터였다. 언제부터인가 메뉴가 하나 둘 씩 빠지더니, 오늘 아침엔 찬밥에다 간장만 나왔을 때는 위기감마저 느껴졌다. 나도 내 나름 미안함을 담아 최선을 다해 식사를 차려주고 배웅해줘도 살짝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게 다 여동생 때문이야! 키스마크는 제법 희미해졌지만, 아직 거울로 봤을 때 확실히 보이는 수준이었다. 이게 사라지기만 하면 그동안 차갑게 대한 걸 사과하고 한 번에 위로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 뜻과 달리 오늘 밤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유리는 면적이 거의 없는… 끈으로 된 속옷만 입고 내 팔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치게 놔두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느껴졌다.


 "오늘은 그러니까…."


 "피곤하면 내가 할 테니까."


 눈물을 머금을 정도로 쓸쓸해하는 눈빛에 죄악감마저 느껴졌다. 이 이상은 역시 숨기면 안 되는 것일까? 여동생과의 일을 모두 까발리면… 오해는 풀 수 있지만,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고민만 며칠 동안 하고 있었다. 괘씸한 여동생이지만, 그 프라이버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언니 실격이다.


 "오늘은 조금 곤란한ㄷ…."


 "우리 사귀는 거 맞지?"


 유리는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울기 시작했다. 내 행동이 그녀를 불안하게 하고 슬프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나 혼자 나쁜 년이 된다고 해서 무마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으응……."


 "근데 어째서! 우으…."


 유리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차마 내뱉지 못하고 다시 삼키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나가라는 말을 못하는 그런 것일까? 결과적으로 내가 집만 노리고 들어온 모양새니까. 내 잘못이 컸다.


 이렇게까지 몰린다면… 내가 집을 나가거나, 여동생의 진실을 밝히거나 둘 중 하나뿐이다. 나는 심호흡을 해보았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만 버티면 되겠지만… 결국 여동생의 진실을 밝혀야 했다. 거짓으로 여동생을 감싸면 그냥 바람 폈다고 말하는 꼴이다. 이 이상 지체하면 유리의 상처를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았다.


 "할 말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


 "뭐, 뭔데?"


 유리는 불안해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지체 없이 상의를 벗어보였다. 아직 남아있는 키스마크를 보면 까무러칠지도 모르겠지만… 빠르게 진정시켜야지.


 "읏! 그, 그게 뭐야?"


 "진정하고 들어줘. 바람핀 건 아니니까."


 "으, 응."


 유리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이제 나는 모든 사실을 밝힐 때가 온 것이다. 여동생도 항상 소중하게 생각해왔지만, 그렇다고 유리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니까.


 "사실… 이걸 남긴 건 여동생이야."


 "뭐, 뭐?"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죄악감이 들기보다는 조금 후련해졌다. 나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속으로 정리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여동생은 나를 조금 위험한 느낌으로… 사랑하게 된 것 같아."


 "자, 잠깐! 설마 나리? 친동생?"


 당연히 믿기지 않겠지. 나도 믿기지 않으니까. 아니, 나도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으니까.


 "응. 나리 맞아. 내 약점을 잡아서 틈만 나면 범하려 들고 해서 도망쳐 나온 거야. 으흑…."


 나는 문득 서러워져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나 혼자 짊어지기엔 너무도 무거웠다. 내뱉고 나니 현실이라는 자각이 들어 또 서러워졌다.


 "훌쩍, 이 자국을 보고 네가 오해를 할 까봐 무서웠어. 훌쩍, 그래서 이게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려 했는데, 네가 그렇게까지 상처받는 걸 생각지도 않고. 미안…해. 연인 실격이야. 흐끅!"


 유리는 내 머리를 살며시 끌어안고 말없이 등을 토닥여 주었다. 덕분에 나는 그동안 잔뜩 쌓인 눈물을 원 없이 토해낼 수 있었다. 유리의 따스한 체온 덕에 금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야말로 미안해. 그 정도로 힘든 일이 있는 줄도 모르고. 부담 줘서 힘들었지?"


 "아냐. 내 잘못이야. 이렇게 더럽혀진… 나라도 받아줄 수 있다면."


 유리는 나는 살며시 꼬옥 끌어안으며 입맞춤으로 대답해주었다. 나를 이렇게까지 받아줄 수 있는데 이 이상 밀어낼 생각은 없었다. 나는 그동안 유리에게 쌓였던 불안과 욕구를 모조리 해결해줄 마음으로 강하게 끌어안아주었다.


 솔직히 잘 할 자신은 없지만… 여동생에게 그동안 당해 온 경험치가 있었다.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원흉이 준 경험치를 이럴 때 써야 한다니. 실소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속옷의 면적이 워낙 적어 벗길 것도 없었다. 옆으로 살짝 젖히기만 했는데도 탐스러운 과실은 그 자태를 드러내보였다. 유리의 몸은 만지는 곳마다 뜨거워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부드러운 과실에 살며시 입을 맞춘 다음 하복부 근처를 더듬어보았다.


 촉촉하고 살짝 끈적한 액체가 손을 젹셔 주었다. 나를 그걸 혀로 살며시 핥아 보인다음 입고 있던 바지와 속옷을 벗어던졌다.


 "와줘."


 달콤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나는 홀리듯 유리와 몸을 최대한 겹쳤다. 입술을 맞대고, 서로의 가슴을 탐하듯 부드럽게 주물러 주었다.


 처음으로 유리를 위해 뭐든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자, 이후는 몸이 마음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여졌다.


 위치를 옮겨 유리의 하체 쪽으로 얼굴을 가져다 댔다. 여동생 때와 달리 직접 그 형태를 볼 마음이 들어왔다.


 나는 살며시 균열을 가리고 있는 끈을 옆으로 치운 다음, 혀를 넣고 그 맛과 향을 음미해보았다. 방해가 되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살짝 쓸어 넘긴 다음 혀로 주변을 핥다가 두들기듯 균열 안으로 톡톡 집어넣고, 뜨거운 숨을 불어넣었다.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에 기분이 올라갈 때였다.


 "흐읏!"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의 유리의 반격이었다. 유리의 혀 역시 내 균열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 안을 끈적이게 휘감고, 호흡을 불어넣으며 나를 철저하게 괴롭혀 왔다.


 이후는 누가 먼저 상대를 만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내기를 하는 것 같았다. 서로의 즙을 탐하고, 내가 만족하기보다 상대에게 행복을 주기위한 배려가 넘치는 부드러운 순간이었다.


 결국 하반신에서 힘이 쫙 빠져 유리의 몸 위에 쓰러지듯 몸을 겹쳤다. 상체만으로 엉금엉금 기어 움직여 유리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유리도 눈이 반 쯤 풀린 느낌이었다. 나는 키스를 한 다음 유리의 무릎을 잡고 들어보였다. 내가 당할 때는… 이 생각을 저 멀리 내버리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마음을 다잡고 유리의 무릎 쪽을 잡아 올리자, 야한 즙을 내뱉고 있던 균열이 음란한 자태를 내며 열려 왔다. 나와 달리 몸이 유연하고 부드러워, 이런 자세가 아파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살며시 몸을 밀착해보였다.


 "허리가… 아프진 않지?"


 "괜찮아…."


 나는 하체를 천천히 비비면서 몸을 숙여 유리와 입을 맞추었다. 거친 호흡 때문에 입을 맞추면서도 몸이 들썩거렸지만, 오히려 그래서 한 몸, 한 마음이 된 느낌이었다.


 내 몸은 생각만큼 유연하지 못해서 허리를 움직이는 게 힘들었다. 그걸 유리가 몸으로 캐치했는지, 포지션을 변경하여 유리가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여주었다.


 이런 정신적인 배려를 더해 나는 쾌감에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서로가 교감하며 맞대는 관계는 이렇게나 행복한 것이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을 수 있었다. 


 둘 다 절정에 달해 관계를 끝낸 뒤 여운에 젖은 우리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알콩살콩하게 묵혀놓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마 출근하면 틀림없이 피곤하겠지만… 지금의 가슴 벅차게 차오르는 충실감으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에 의무감으로 여자와 사귄다는 사실 자체가 거부감이 들었지만, 처음으로 사귄 것이 유리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는… 진수성찬이었다. 아마 눈도 제대로 못 붙이고 만들어 준 것이 틀림없다. 따끈따끈한 쌀밥과 형형색색의 반찬이 상다리를 부숴버릴 기세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떤 것부터 먹어야하나 눈이 돌아갈 정도의 메뉴였다. 간만에 느끼는 온정 넘치는 식사 덕에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았다..


 "그동안 차갑게 굴어서 미안해."


 "아니야. 모두 밝히지 않았던 내 잘못인 걸."


 결국 식사시간에 제일 먼저 맛본 것은 부끄럽게도 유리의 입술이 되어버렸다. 밤에 그렇게 달려놓고도 아직 둘 다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달콤한 키스는 어느 식사보다 속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팔불출처럼 서로의 입술과 혀를 탐하다가 어느 새 유리가 눈을 부릅뜨더니 입을 떼고 말을 꺼냈다.


 "어, 어서 식사해! 이러다 늦겠어."


 "아앗! 그렇지!"


 결국 제대로 정성들인 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식사를 했지만 후회는 없어. 그 이상의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었으니까!



 "오늘은 신입직원 둘을 위한 환영회 겸 회식이다. 전 직원 참가니까 반드시 시간 비워놓으렴."


 나와 채희 둘 다 어찌어찌 정착한 기념인걸까? 보통 알바는 일주일 안에 근성 없이 때려 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그렇다 쳐도 채희였나? 걔도 용케 잘 벼텼네.


 신입끼리 근무를 당연히 붙이진 않으니까 그 이후에 볼 기회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땐 손님 응대라거나 힘겨워 보여 무리일 거라고 멋대로 판단해서 조금 미안해졌다. 


 유리가 집에서 기다리겠지만, 사회생활을 게을리 할 수도 없었다. 나는 휴식시간이 되자, 유리에게 메시지를 입력했다. 그 와중에… 어제 일 때문인지 여동생에게 쌓인 연락에 눈이 갔다. 300+… 무서워. 읽고 싶지 않아.


 최대한 예쁜 멘트를 생각하며 쓰고 지웠다를 반복하다 결국 메시지를 지웠다. 지금은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보단 전화로 목소리를 듣고 싶은 기분이었다.


 유리라면 당연히 허락을 해주겠지만, 요즘 소홀히 했던 것도 있어서 조금 미안해지는 기분이다. 허락해주지 않으면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회식을 빠져야지. 일보다 유리가 최우선이니까.


 저장되어 있는 유리의 번호에다 전화를 하자, 몇 번의 신호음이 나간 뒤에 유리 특유의 사근사근하고 살짝 높은 톤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여보세요?】


 "응. 나야. 에헤헤."


【응응. 무슨 일이야?】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에헤헤."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녹아내려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도 보고 싶어. 사랑해. 쪽】


 "나도. 쪽."


 유리를 따라 수화기에 키스를 해보였다. 남들이 보면 팔불출이라 비웃을 상황이지만…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소중한 사람이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아 맞다. 목적을 까먹을 뻔했네. 오늘 신입직원 환영회 겸 회식이라 해서 늦을 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


【응. 사회생활도 중요하니까. 너무 마시진 말고.】


 "응응. 이러니까 부부 같네. 에헤헤."


 달콤한 통화 덕분에 오전 근무의 피로가 싹 녹아내려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어떤 피로도 이겨낼 줄 알았지만, 회식장소로 바로 출발하기위해 밤 10시까지 근무를 해서 엄청나게 피곤해졌다.


 회식이라 근무가 이렇게 되는구나. 저녁이라기 보단 야식일텐데 뭘까? 역시 삼겹살일까? 배에 기름칠을 할 생각으로 나는 선배와 함께 문자로 받은 회식장소로 향했다.


 애석하게도 이미 도착하고 나니 반 쯤 폐장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남아있었지만 몇몇 사람은 거하게 취해 있었고, 이미 불판은 차갑게 식어, 고기를 구웠던 흔적이 사라진지 오래되어 보였다. 솔직히 당혹감을 감추긴 힘들었지만…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아! 아리 왔구나."


 점장님은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등을 두어 번 두들기며 소개를 시작해 주었다.


 "여러분. 이 참한 아이가 아리예요. 어서 인사하렴."


 "안녕하세요. 2주 전에 입사한 아리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보통 이런 인사는 회식 초반이나 중간에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에나 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지금 사람들이 듣는 시늉도 안하잖아. 환영회라지만 환영받는 기분이 아니야. 포,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해. 침착해야해.


 "그러고 보니 아까 인사한 채희랑 정말 닮지 않았나요? 쌍둥이라 해도 믿겠어요."


 "정말 닮았네. 채희야! 한번 아리 옆에 서 봐봐."


 아마… 체형과 스타일이 비슷하니까 그렇게 느껴봄 직 했다. 나도 처음에 잠깐이지만 놀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란히 세우거나 자세히 뜯어보면 다른 사람인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뭐, 뭔가 어색해! 나아 채희를 번갈아 쳐다보는 부담스러운 시선도 어색해! 내가 굳어 있을 때, 채희는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2주 만이네요."


 "아, 안녕하세요."


 저번에 봤을 때만큼 강렬했던 음울한 느낌은 많이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잘 적응하고 있나보네. 다행이야. 근데 내 인사가 끝나자마자 취해있던 사람들은 한마디씩 인사를 건네고는 각자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아마… 환영 받은 거… 맞지?


 "맞다! 선아야, 아리야. 고기 새로 구워줄까?"


 "당연하죠! 소주도 한 병 추가해줘요."


 "그, 그럼 저도. 부탁할게요."


 같이 왔던 선배가 당당히 요구해준 덕에 다행히 배에 기름칠을 할 수는 있었다. 내 얼굴을 본 뒤로 다들 떠다는 분위기 속에서 둘만 뭔가 먹는다는 게 어색했지만, 고기는 소중하니까.


 평소보다 3시간정도 오래 일해서 그럴까? 어느 때보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자, 점장님은 법인카드로 계산을 하고 계셨다. 이때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선아선배, 나, 채희, 점장님 넷뿐이었다. 어쩐지 정이 없어!


 "그럼 3차 갈 사람?"


 여기가 2차였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내 인사를 보기 위해 여기까지 따라온 모두가 살짝 고맙게 느껴졌다. 선아선배랑 나, 채희는 모두 손을 들어올렸다.


 선아선배랑 나는 이대로 끝내기엔 뭔가 부족하고, 점장님은 우릴 신경써주는 거겠지. 채희는 보기보다 주당일까?


 "좋아! 여긴 내가 쏜다!"


 점장님은 셋을 데리고 바에 들어갔다. 여기 비싸 보이는데 괜찮을까? 나는 유리와 낮에 했던 대화가 떠올라 취하지 않게 약해보이는 것이나 논 알코올 위주로 눈치껏 시켜 마셨다.


 근데… 내 옆에 자리 잡은 채희는 쉬지 않고 원 샷으로 칵테일을 목구멍에 때려 박고 있었다. 돈도 돈이지만 음미하지 않고 저래도 되는 거야?


 채희의 음울한 분위기가 2주 전 수준 이상으로 짙어지자, 점장님과 선아선배는 자리를 슬쩍 멀리 옮겼다. 자, 잠깐! 제가 케어 하라구요? 결국 옆에 혼자 남은 나는 조심스럽게 채희의 등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을 걸어주어야 했다.


 "저, 저기 괜찮아요? 이렇게 마시면 몸상해요."


 "으, 흐윽! 나쁜 년! 나쁜 년!"


 채희는 엎드린 자세로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들을까 신경 쓰여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보면 나를 욕하는 줄 알겠어.


 "여기 그 나쁜 년은 없으니까요 응? 우선 진정을."


 채희는 반쯤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빨갛게 올라온 얼굴이 이미 거하게 취한 티가 났다. 솔직히 술꾼을 케어 할 자신은 없는데.


 "사실 제가 대학교 다니면서 좋아하던 애가 있었는데요. 딸꾹! 항상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딸꾹! 분위기를 주도하는 애였어요."


 "응?"


 나 술꾼에게 상담 받는 분위기야? 불편해. 불안해. 아까 나쁜 년이라고 한 거 보면 아마… 대상은 여자아이겠지? 요즘 레즈비언을 너무 자주 만나는 것 같은 기분. 그래도 얘는 인싸 취향인 것 같으니 내게까지 손을 뻗치진 않겠지만… 요주의인물로 찍어둬야겠어.


 "걔가 해달라는 대로 꾸미구, 쓰는 화장품 브랜드를 바꾸고, 딸꾹, 헤어스타일을 맞춰쏘요. 노력해썽요! 딸꾹! 그 나쁜 년이 시키는 대로."


 "아하하…."


 남에게 자기 취향을 강요하다니 정말 최악이네.


 적어도 유리는 내 외형을 자기 멋대로 컨트롤하려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은근히 밝히는 점이 살짝 부담스러운 정도지만, 나도 이제 밝히게 된 것 같고.


 "근뒈 2주전에 제 마음을 받아주겠다며 부르더니. 딸꾹… 만나서 저를 갖고 놀고 맘껏 딸꾹! 희롱한 다음 뭐라 했는 줄 아쉐요?"


 "쉿! 듣는 귀가 많아요. 릴렉스… 릴렉스…."


 감정이 격앙되었는지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 옆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창피해지는 대화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역시 너로는 안 되겠어.' 라고 하고는 만나지 말자는 거예요! 흐아아아앙!"


 그래서 처음에 왔을 때 그렇게 죽상이었구나. 근데… 너무 통곡을 하고 있어서 시선이 이쪽으로 쏠려버리고 말았다. 창피함은 나의 몫이 되어버렸어.


 채희는 한참을 펑펑 울더니 이번엔 배시시 웃어보였다. 이 감정기복 뭐야. 채희는 살짝 혀가 꼬부라진 소릴 내기 시작했다.


 "아까 죰쟝님이 소개해주숐을 때요오. 아뤼언니랑 저랑 닮았다고 했지마아안요."


 "응?"


 "언뉘는 저보단 걔ㄹ…. 쿨… 쿨…."


 뭔가 찝찝한 말을 하려다 끊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나는 엎드려서 잠 든 채희를 옆에 두고 점장님에게 더움을 바라는 눈빛을 보냈다. 감당이 되지 않아요! 점장님은 내 눈빛을 캐치하시고는 다가와서 온화하게 웃어 보이셨다. 분명… 온화한데 어째선지 무서워.


 "채희는 아리가 지금 사는 곳이랑 같은 원룸건물에 살고 있다던데. 몇 호실인지는 문자로 찍어 보낼 테니 잘 부탁해."


 "에엑."


 나는 채희를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부축하려했으나… 무거워! 드라마에 나와서 부축해준 인물들은 다들 괴력의 소유자였던 거야? 이거 혼자서 옮기는 거 무리에요! 나는 다시 점장님에게 구원요청을 하려 했으나, 빠르게 계산하고는 선아선배와 도망치듯 바를 빠져나가버렸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상황을 설명하고 유리를 호출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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